작년부터 되도록이면 술을 안 마실려고 노력 중이다.
나이 탓인지 다음날 해독하는 시간도 길어지고 두통도 심해진 것 같아서
특별한 날 아니면 가볍게 한 두잔으로 끝내고 말았다.
그런데,,, 깨달음이 나오라는 전화를 했다.
날 부른 곳은 우리가 가끔 가는 미얀마 요리집(가라오케 겸)이였다.
벌써 한 두잔 한 듯,,,
무슨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냐고 그랬더니 나한테 부탁할 게 있단다.
뭐냐고, 굳이 이렇게 불러서까지 얘기 해야하냐고 물었더니 우선 한 잔 하란다.
한 잔, 두 잔을 마시는 동안에도 얘기를 하지 않는다.
그냥 말하라고 뭐냐고 그랬더니 좀 주춤하더니
3월 초 자기 생일날, 우리집에서 생일파티 하고 싶은데 하면 안되냐고,,,
[ ....................... ]
매해마다 생일파티 뿐만 아니라 여름이면 여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한식 파티를 했었다.
근데 올해는 모든 파티, 기념일 챙기기 등등은 생략하고
이사 하는 것에만 전념하자고 신년계획 때 약속을 했었다.
그래서 말을 꺼내는데 망설임이 있었던 것이였다.
왜 집에서 하고 싶은지 내가 납득할만한 이유를 말해보라고 그랬다.
1. 맛있는 한국음식을 여러 친구들(일본인)에게 맛보게 해 주고 싶어서,,,
2. 한국음식을 통해 한국문화의 이해와 관심을 갖게 하고 싶어서,,,
3. 한국 와이프가 얼마나 괜찮은지 모두에게 어필하고 싶어서,,,
4.장가 못 간 자기친구들에게 만남을 제공하고 싶어서,,,
5. 우리집에 한 번 와 본 친구들이 또 오고 싶어하니까,,,란다.
내가 대답을 안 하고 있었더니 [ 부탁합니다~~ 부탁합니다~~]라면서 애교를 떤다.
아부성 발언이 섞여있었지만 깨달음이 그 생일파티를 통해 원하는 게 뭔지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알았다고 그럼 집에서 하자고 그러자마자
기분 좋다고 이정석의 [ 사랑하기에 ]를 분위기 잡고 한 곡 부른다.
그리고선 바로 이번에는 누구를 부를 것인지, 요리는 뭘 하는 게 좋을지 줄줄이 나열하기 시작했다.
잡채, 갈비찜, 육개장, 지지미, 김밥, 냉면, 닭도리탕, 구절판, 낙지볶음,
간장게장, 나물, 김치, 조기조림, 순두부찌개,,,,,,
이번에 한국 가서 재료들을 사와야 하네 마네,,,
[ ...................... ]
그 메뉴 다 만들려면 허리 빠지겠다고 그랬더니 당신은 일본에 장금이(대장금 여주인공)이니까
충분히 해 낼 수 있다고, 특히 음식 파티는 그 나라를 이해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니까 사명감을 갖고 하란다.
내가 뭐 대사관 직원이냐고 째려봤더니 그날 만큼은 대사관 직원이라 생각하란다.
그냥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게 아닌 음식 하나하나의 유래및 관습들,
절기들도 설명해야 하니까 한국음식을 일본인들에게
정식적으로 소개한다는 마음으로 해야한단다.
그 나라의 음식을 통한 교류가 서로간의 거리를 좁히는데 효과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생일파티하는데 사명감까지 갖게 하는 깨달음.
아무튼 성대하게, 멋드러지게 생일상을 차려야 할 것 같다.
그러고보면 깨달음이 내 머리 위에 놀고 있는 건 분명하다.
이런식으로 결국 파티를 하게 만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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