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우리가 자주 갔던 고깃집이 가게를 정리하고 한국으로 떠난 이후
우리 부부는 맛있는 고깃집 탐방을 하고 있다.
나도 입맛 까다롭지만 나보다 더 한국입맛인 깨달음을 위해
한국맛을 그대로 살린 고깃집을 찾기 위해 오늘은 집에서 좀 떨어진 곳에 들어갔다.
습관처럼 깨달음은 호피를 주문하고 난 쥬스로 건배를 했다.
메뉴를 한참 들여다 보다가 점원이 오자, 우선 김치 모듬을 주문하는 깨달음.
바로 김치 3종모듬이 나오자 배추김치, 깍두기, 오이김치를 하나씩 맛보더니 50점이란다.
[ .......................... ]
다음은 내가 시킨 조래기 샐러드와 갈비, 막창, 항정살이 나오고,,,,
다른 것도 좀 먹어볼 생각에 메뉴를 훑어봤더니
이곳에선 그만 시키란다. 이것만 먹고 나가자고,,,
내 입맛엔 그리 나쁘지 않았기에 공기밥도 시켜서 난 저녁을 해결했다.
집에 돌아 온 깨달음이 옷을 서둘러 갈아입더니 주방에서 챙기기 시작한 것은
어제 자기가 재료를 준비해 만들어 먹었던 남은 김밥 재료들을 꺼냈다
냉동실 밥을 해동하더니 햄이 부족하다고 햄도 몇 개 썰고,,,오이도 찾고 난리다...
보다 못해 내가 말아주겠다고 그랬더니 자기가 할테니 국만 끓여달란다.
고깃집에서 별로 먹지 않더니 배가 고팠는지
김밥을 말아서는 바로 꽁지를 썰어 입에 정신없이 넣는다.
[ ..................... ]
드디어 깨달음이 차린 저녁상이 완성...
개운하게 멸치 넣은 김칫국를 끓여줬더니 김밥이랑 환상궁합이라고 엄지 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한국말로 [ 죽인다~~ 김바부(김밥)~~~]란다.
자기 입맛에 딱 맞은 모양이다.
김칫국 안 맵냐고 물었더니 김밥엔 오뎅국이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이 묵은 김칫국이 훨씬 개운하다고 국물을 더 달란다.
[ ......................... ]
보고 있자니 어이가 없어 아까 그 고깃집도 고기는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고 그랬더니
김치 맛을 보니까 한국맛도 아닌 일본맛도 아닌 게 자긴 싫었다며
역시, 이렇게 오리지널이 아니면 안 된다고 묵은 김치 보내주신 어머님께 감사하단다.
이게 바로 어머니에 맛이라는 둥,,, 한국 우리집 식탁에서 먹는 것 같다는 둥,,,
국물 한 번 떠 먹을 때마다 [맛있다]를 연발한다.
[ ......................... ]
국을 끓이며 간을 보았던 나도 엄마 맛이 그대로 재현 되었음을 느꼈었다.
이런 당신을 보면 누가 우리집에서 자란줄 알겠다고
그렇게도 좋냐고? 그렇게도 맛있냐고? 물었더니 너무 행복하단다.
외식도 마다하고 남은 재료로 만든 김밥을 저렇게도 맛나게 먹고 있다.
칼칼하고 매울텐데도 국물까지 개운하게 마시며 좋다고 싱글벙글이다.
작은 것에 행복해 하고, 작은 것에 만족해 하는 모습이 순진해서 보기는 좋은데
참,,, 할 말을 잃게 하는 남편의 입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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