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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이게 한국으로 보내는 제 마음입니다

by 일본의 케이 2014.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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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있지? 왠 소포를 또 보냈어? 올 초에도 보내 줬잖아,,,

맨날 받기만 하고 미안해 죽겠어~~]

[ 소포 보내는 건 내 취미니까 말리지 마~~술이랑 그릇은 안 깨졌어? ]

[ 응, 아무 이상 없어~ 접시 디자인이 진짜 괜찮더라~]

[응, 다행이다, 술은 차갑게 해서 한 잔씩 마셔~

여자들이 마시기 좋은 정종이여서 괜찮을 거야~]

[그래, 고마워~잘 마실 게,,,근데 이제 소포 그만 보내고 한국에 한 번 들어 와~

얼굴 한 번 보여주라~]

[응,,,, 여름 휴가 때나 한 번 가도록 할게~]

고등학교 동창과의 통화 내용이다.

 

언제부터인지 기억이 잘 나질 않지만 한국의 가족들 그리고 친구, 후배들에게

소포를 보내는 게 습관이 되버렸다.

특별한 날을 위한 선물이 아닌, 그냥 평상시 소포 받으면

좋아할 거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골라서 사두곤한다.

 

일본 유학경험이 있는 후배들에겐 그녀들이 좋아했던 된장이나 간장같은 조미료를 보낼 때도 있다. 

불량식품도 보내고 초콜렛, 우산, 술, 옷, 그릇, 소면, 와사비, 수건, 드레싱, 껌까지

장르에 상관없이 보낼 수 있는 건 다 보낸다.

박스에 하나 하나 챙겨 넣으면서 그들이 좋아할 모습을 떠올리면 참 기분이 좋아진다.

누구는 뭘 좋아했었고, 누구는 뭘 싫어했는지,, 그들을 기억하는 것도 즐겁다.

산타크로스에게 선물 받은 기분이다.

어릴 적 부모님께 받아 본 종합선물 셋트 같다.

왠지 눈물이 나올려고 해서 못 먹겠다.

딸이 캐릭터 스티커로 학교에서 인기 짱이다.

보내 준 된장으로 맑은 미소국 끓였더니 남편이 더 좋아한다..등등 

이런 소리가 계속 듣고 싶어서도 소포 보내기를 멈추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보내지 말라고 그래도 역시 내가 좋아서 하다보니 그만 두질 못하고 있다.

 

소파 옆, 같은 자리에 늘 자리잡고 있는 소포 박스들...

어느 정도 채워지면 또 한 박스씩 한국으로 보내질 것이다.

우체국에 들고 갈 때 콧노래가 저절로 나오는 것은 그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늘 그들과 함께하고 있음을,,,

당신들을 많이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걸 소포를 통해 내 자신이 확인하고 만족하는 것 같다.

난 자주 못가지만 소포가 내 마음을 싣고 가주니 늘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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