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골절상을 입을 때부터 병원을
다닐 때면 택시를 타는 버릇이 생겼다.
쉬엄쉬엄 운동삼아 걸어도 되는 거리이지만
깨달음과 둘이면 전철보다 택시를 타는 게
교통비는 물론 여러모로 효율적이다.
검사 결과만 듣고 나오면 되는데
깨달음은 동행하길 원했다.
로비에 들어서면 항상 두번씩 재던 혈압을
오늘은 자신의 혈압이 높다는 걸
인정하는지 한 번으로 끝냈다.
대기실 티브이에선 코로나 감염자가 9만명을
넘어갔고 이번주내로 곧 10만으로
늘어날거라 예상되는데 어떤 대책이
현명한지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
내 검사 결과는 아주 짧고 심플했다.
3개월에 한 번씩 받는 갑상선 호르몬은
별 문제없었고, 4년 전 자궁근종 수술한 부위에
또 뭔가가 생긴 것 같다고 했던
산부인과에서도
수술을 요할 필요는 없다고 한다.
병원을 나와 각자의 일터로 향해 헤어졌고
난 아까 의사 선생님이 했던 생소한 의학용어를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 검색을 했다.
병원을 다니다 보면 각종 병명 이외에
의학적 용어들이 생소할 때가 많다.
일본어여서 어려운 것도 있지만 특히나
전문용어는 바로 알아듣지 못할 때가 있다.
특히나 영어나 독일어를 일본식 발음과
약어로 표현해 헷갈린다.
병명이나 치료방법, 처방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로 진료실을 나올 때는
바로 검색을 하거나 깨달음에게 묻곤 한다.
유학시절, 종기가 일어로 뭔지 몰라
사전을 찾았을 때처럼 지금은 검색을 한다.
이곳 생활 20년이 넘어가고 몇 편의 논문을
썼지만 여전히 모르는 단어에
부딪힐 때면 내가 외국인임을 실감한다.
굳이 외우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습득되는
단어들도 많지만 새롭게 암기해야 할
단어들은 여전히 너무도 많다.
그래서 아직도 가끔은 유학시절 때 봤던
골동품 같은 20년 전 교재들을 훑어보곤 한다.
난 중학교 때 한문을 배운 세대여서
일어 공부를 의외로 쉽게 시작했고 유학을
와서는 공부를 계속하기 위해 일어가 꼭
필요해 열심히 했었는데 이곳에
오래 살아도 전공분야 외에 다른 영역에
들어서면 초급자가 되어버리는 것 같아
모르면 그때 그 때 바로 찾아 암기하고
이해해야한다.
내 블로그에 일어를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는지
노하우를 알려달라는 댓글이 자주 달리곤 하는데
20년을 살아도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하는 게
잘하는 방법의 기본이 아닌가 싶다.
내가 보란티어로 일본어를 가르쳤을 때
자주 했던 어드바이스는 무조건
쉐도잉 (따라하기)보다는
라디오나 티브이를 많이 보고 들으라고,
특히 라디오는 발음 교정과
인토네이션 (억양)에 도움이 된다는
말을 자주 언급했었다.
언어영역에 센스가 있어 학습이 빠른 사람은
단 6개월 만에도 유창하게 구사하는 반면
10년을 살아도 초급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사람도 꽤나 많다.
어학원을 다니는 유학생들도 반 이상은
말문을 트지 못하고 귀국하는
학생들이 부지기수이다.
일어는 한국어처럼 문법이 같아 쉽게
접근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게 일어가 아닌가 싶다.
그러다 보니 나처럼 이곳에서 영주 하는
사람들도 끊임없이 새로운 단어를
접하게 되기 때문에 공부를 계속해야 한다.
비단 일어뿐만이 아닌 모국어가 아닌
제2 외국어를 현지인처럼 구사하기는 분명
무리가 따르지만 이곳에 사는 동안만큼은
사전을 내려놓지 못할 것이다.
해도 해도 모르는 단어가 불쑥 불쑥
찾아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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