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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중년도 청춘만큼 아프다

by 일본의 케이 2022.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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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를 끝으로 맡고 있던 협회직을 그만뒀다.

특별히 정리해야 할 이유가 있었던 게 아니어서

깨달음은 말렸지만 난 그냥 놓고 싶었다. 

그래도 여전히 내 도움을 필요로 할 때면

오늘처럼 아침부터 업무를 동행하곤 한다.

같은 단체에 속해 있다 보니 나 몰라라

할 수 없는 것도 있지만 요령이 생기고 나면

더 이상 내 도움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늦은 점심시간 커피숍에 앉아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다 눈을 감았다.

 

시간적으로 꽤나 여유로워질 거라

예상은 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남아 어떻게 활용해야 잘하는 건지

연구 중인데 아직 적절한 그 무엇?을

찾지 못했다.

왜 갑자기 협회를 그만두는 건지

동료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궁금증만

증폭시켜놓고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

2020년, 도쿄올림픽이 끝나면 

난 이곳을 떠날 크나큰 계획이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와 함께 올림픽은 물론

모든 일정들이 뒤죽박죽 되고

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여러 장애물들이

나를 붙잡아 아무것도 계획대로 옮길 수 없었다

그래서 정리하고 싶었다. 주변을...

 

여러 직함을 가지고 있는 것도 거추장스럽고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자

모든 걸 내려놓고 싶어졌다.

공부를 더 하려는 것도 아니고

일러스트 작업에 몰두하기 위함도 아니고

뭔가 새로 시작하려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일단,,,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내게 붙어 있는 것들을 하나씩

떼어내는 마음으로..정리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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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렇게 자유시간들이 쌓일 수록 왠지

초조해지는 느낌이다.

빨리 다른 무언가를 찾아야할 것 같고...

모든 걸 내려놓고 싶어 주변을 정리해놓고

막상 빈 손이 되고보니 공허함을 채우고

싶다는 모순된 생각들이 오갔다.

바게트를 한 입 먹어보려다 말고 어차피

먹으려고 시킨 게 아니어서 코코아로 목을 축이고

주변을 살폈다. 커피숍에 사람들이 별로 없어

다행이라는 생각에 다시 눈을 감으려다

깨달음 생일 선물을 골라야 해서

검색을 하다 레스토랑을 예약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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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에 접어들면서 뭔가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욕구가 분명 있었다.

누가 뭐래도 내 갈길을 가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고 살았던

나인데 맘처럼 세상은

움직여주지 않았다.

그리고 더 이상 진취적이고 추진력이

좋았던 난 어디론가 사라지고 

주춤거리고 망설이는 나만 남아있었다. 

이 무미건조한 생활들을 청산하고픈 욕망만

커져갈 뿐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하나씩 정리를 한 후, 난 어디로 갈 것인가..

손 놓고 있던 논문을 다시 써야할 것인가..

개인전 준비를 해야하는 것인가..

예초 계획대로 귀국 준비를 해야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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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숍을 나와 집으로 향하며 또 생각에 잠긴다.

주변을 정리하면서까지 내가 하고 싶은 게

뭐였으며 지금에 난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누구는 아프니까 청춘이라 말했다. 그 책엔

왜 아픈지 구체적으로 서술이 되어 있지 않았다.

청춘이 아픈 이유는 사랑에 아프고,

이별에 아프고, 취업에 아프고, 스펙에 아프고

희망에 아프고, 현실에 아프고

미래에 아픈 것이다.

언젠가 난 젊은 청년들에게 스타트라인에 서서

망설이지 마라는 말을 자주 했었다.

일단 걸어나가라고 걷다보면 여러갈래의 길이

보인다고 그러니 일단 한 발 내 딛으라고

호기롭게 조언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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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청춘은 꿈을 품기 시작하면서부터

고통이 시작되는 것 같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부딪히는 과정에서 찾아오는 온갖

통증과 좌절을 맛보아야 한다.

하지만 중년은 그 꿈을 여전히 버리지 못해

아픈 게 아닌가 싶다. 

젊음의 성장통처럼 중년은 어른통을 겪으며

다른 의미의 아픔을 느낀다.

반백년을 살아도 끝없이 고민하고 번뇌하는라

중년도 꽤나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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