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7시 50분 신칸센을 타고 시댁으로 향한
깨달음에게서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내가 일 때문에 도저히 함께 갈 수 없으니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자주
알려달라고 했었는데 오후 1시가 넘어서
코로나 항원검사기와 함께
요양원에 도착했음을 알려왔다.
어머님이 위독하다는 요양원 측의 연락을 받고
서방님은 목요일부터 밤샘을 하셨고
깨달음은 이 날에서야 출발을 했다.
들릴 듯 말 듯 여린 숨소리를 내쉬며
몸을 비틀고 계신다는 어머님..
서방님이 아버님을 모시러 간 동안
깨달음과 잠깐 통화를 했다.
[ 의사 말이 오늘이 고비라네..]
[ 그럼,, 나도 일 끝내고 바로 갈게 ]
[ 아니...돌아가시면 그때 와도 괜찮아..]
[ 뭔 소리야, 바로 가야지 ]
[ 아니야,,, 내가 연락할게..]
생각보다 많이 차분하고, 담대한 목소리였다.
연명치료는 하지 않겠다는 시부모님의 뜻을
존중해 지금은 수액만 맞고 계신단다.
아버님이 어머님 손을 잡고 당신의 이름을
몇 번이고 불러봤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신다.
깨달음은 내게 중계를 하듯 여러 컷의 사진과
보이스 톡을 번갈아 했다.
[ 조카들이 지금 오고 있어..증손녀도
데리고 온다네..근데.. 아버지가 손을 만지니까
손이 다시 따듯해졌어. 신기하지..아까는
차가웠거든,,,,,숨 쉬기가 너무 힘든가 봐,
근데 의사가 호흡기를 해도 별 효과가
없을 거라면서 원래 마지막이 가까워지면
몸부림치듯이 저렇게 많이 비틀고 그런다네 ]
남의 얘기를 하는 건지..혼잣말을 하는 건지
그냥 눈에 보이는 현실을 책 읽듯이
읽고 있는 것 같았다.
서방님 자녀 중에 쌍둥이가 있는데 어릴 적
시어머님이 몇 년간 키운 적이 있어
할머니에 대한 정이 많단다. 그래서 한달음에
달려온 쌍둥이 자매와 남편, 그리고 증손자가
번갈아 손을 잡아드렸단다.
자꾸 나한테 전화는 그만하고
어머님에게 하고 싶은 말을 남김없이
모두 해드라고 했더니 이미 다 했단다.
나는 둘만의 스케줄은 이미 취소했으니
도쿄에 돌아오지 말고
하룻밤 묵고 오라는 했다.
결혼 기념일을 겸해 2박 3일 온천을 갈 예정이었고
그날이 바로 토요일이었다.
저녁 6시 30분, 저녁을 먹으로 나온 중식당에서
또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아버님은 물론, 손녀들도 어느 누구 눈물 흘리는
사람이 없었다며 모두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서인지 차분한 분위기였다는 깨달음.
자기도 막상 어머님을 보고 있으니
짠한 생각보다는 잘 살아오셨으니 편히
잘 가시라는 말이 자연스레 나오더라며
아버님, 동생, 그리고 조카들과 어릴 적 함께 했던
추억들을 떠올리며 이런저런 얘길 나눴단다.
적당히 마시고 얼른 들어가 쉬라고 했더니
온천 못 가게 돼서 미안하단다.
[ 깨달음, 미안하단 말을 왜 해.. 그런 소리 말고
지금 일단 내 가방은 챙겼으니까
뭔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해 줘. 내려갈게 ]
[ 그래.. 알았어.. 잘 자 ]
2박 3일 꼬박 어머님 곁을 지키고 오늘, 오후가 돼서
집에 돌아온 깨달음 표정은 의외로 밝았습니다.
어머님은 여전히 힘들어하고 계시지만
나름 잘 버티고 계셔서 일단 형제들 모두
제자리로 다시 돌아가기로 했답니다.
의사가 임종을 못 보게 되더라도 괜찮겠냐고
물었는데 두 형제가 괜찮다고 했답니다.
저녁을 먹으며 무슨 사진을 이렇게 많이
보냈냐고 하니까 블로그에 올리려면 사진이
많이 있어야 하지 않냐고 하더군요.
깨달음은 여전히 이 블로그는 계속해서
지속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천천히, 쉬엄쉬엄, 마음이 시키는대로 하면
되지 않겠냐고 하는데 참 쉽지가 않네요.
서로가 납득할 수 있는 타협점을 찾기 위해
좀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하겠지만
깨달음을 응원해 주시는 많은 분들에게
시부모님 소식도 전해드려야 할 것 같았습니다.
마음으로나마 깨달음에게 파이팅 한 번씩
외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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