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공항에 도착하니 벌써 오후 2시였다.
택시를 타고 부랴부랴 갔더니 동생 내외가 먼저 와 있었다.
짐 가방만 놓고 점심을 먹으러 가자고 그랬는데
방에서 짐을 푼 깨달음이 바리바리 싸 온 선물들을 쇼핑백에 나누고 있었다.
식사하고 와서 해도 된다고 말리려다가 그냥 내버려 두었다.
깨달음이 먹고 싶어했던 목록 중에 하나인 낙지볶음 전문집에 갔다.
아마도 동생이 내 블로그를 보고 체크했던 모양이다.
돌솥 비빔밥 외에 비비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깨달음이
큰 대접에 낙지넣고, 양념넣고, 김가루까지 듬뿍 넣고 맛나게 먹는다.
시래기 된장국에 시래기가 적다고 투덜거리면서도 잘도 먹는다.
대만족이라고, 역시 맛있는 걸 먹으니 기분이 좋다는 깨달음을 데리고
우리가족이 예전에 살았던 동네를 투어했다.
도로가 생기게 되는 바람에 30년 넘게 살았던 집을 떠나야만 했다.
날 임신하고 만삭 때 이사를 했다던 옛 그 집에 가봤더니 공터가 되어있고 잡풀만 가득했다.
초,중,고 대학까지 다녔던 곳인데....담배가게도 그대로고 쌀집도 그대로인데,,,,우리집만 없다.
감회에 젖여 있는데 깨달음이 케이가 여기서 껌 씹었던 곳이냐고 물어서 온 가족이 죽는다고 웃었다.
[ ......................... ]
그렇게 옛시간들을 느낀 다음, 깨달음이 엄마집 수조에 몇 마리밖에 없는 금붕어들이
가엽다고 좀 더 넣어 주고 싶다며 들어간 수족관에서
엄마가 좋아하는 색으로 5마리를 사서 집으로 돌아갔다.
엄마가 한다고 그래도 자기가 하겠다고 수조에 넣고 있는 깨달음.
엄마랑 동생, 나는 다음날 기일에 필요한 요리재료들을 씻고, 다듬고, 자르고, 삶고 있는데
안방에서 깨달음이랑 태현이(조카)가 숨 넘어가게 웃고 난리길래 가봤더니
요즘 초딩 남자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젖꼭지 맞추기 게임을 둘이서 하느라고 재밌어 죽겠단다.
내가 카메라를 들이댔더니 젖꼭지에 손가락을 대고 있는 깨달음.....
그만 놀고 일 좀 하라고 그랬더니 주방으로 와서는
당근으로 꽃무늬 만들어 준다고 몇 번 칼질을 하는가 싶더니만 다시 태현이랑 붙어서 웃고 까불거렸다.
난 숙주를 씻으면서 정말 죽은 사람만 서럽다는 말이 맞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죽고 난 뒤에 이렇게 기억한들 아빠에게 뭐가 좋은가,,,,죽으면 모든 게 소용없는 것을,,,,
친척들, 자식들이 모여 추도예배를 드리고 눈물을 흘려도 아빠는 곁에 없는데....
안방에선 깨달음과 태현이가 뭐가 그리도 재밌는지 계속해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속이 없는 건지,,, 초딩처럼 순진한 건지,,,분위기 파악을 못하는 건지,,,,
그렇게 한국에서의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일본인 신랑(깨달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인도 은근 돈을 좋아한다 (20) | 2014.03.04 |
---|---|
10대 조카들과 50대 일본 이모부 (30) | 2014.03.01 |
한국 가서 먹고,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아,, (30) | 2014.02.22 |
한국을 좋아한 이유가 따로 있었네.. (20) | 2014.02.20 |
마음은 벌써 한국을 향해 가고 있다.. (26) | 2014.02.1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