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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남편에게 있어 한국 블로그의 의미

by 일본의 케이 2017. 11. 8.

일찍 자겠다고 들어갔던 깨달음이

거실문을 열고 고개를 내민다.

[ 뭐 해? ]

[ 음,,그냥,,]

[ 바빠? ]

[ 음,,조금,,,,,]

 노트북을 한번 힐끔 쳐다보고는 옆에 앉는다.

올 하반기에 들어서 괜시리 바쁘다.

읽어야할 책도 페이지가 그대로인 채로

침대에 널부러져 있고,....

하루가 너무도 쉽게 지나가 가버린 듯해서

아쉬운데 새로 찾아 온 오늘을 

또 정신없이 보내버리고 만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만들자고 일기장 맨 밑에

무슨 주문처럼 적어 넣고 있지만

24시간을 얼마나 알차고 보람되게 

사용했는지 잠자리에 누워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남는 게 없어 허무하기 그지 없다.

밀린 스케쥴을 다시 정리하고

블로그에 들어와 댓글들을 읽고

지난주에 찍어둔 사진을 포토샵으로

수정하고 정리를 했다.

이 얘기에는 저 사진이 들어가야 되고

이 사진은 삭제해야하고,,,,

다음주 통역에 필요한 공부도 좀 해야하고,,

00시험공부도 해야하고,,,손가락은 바삐

컴퓨터 자판을 두들기면서도

머리속은 몇 갈래씩 다른 생각들로 분주하다.

그 때 깨달음이 다시 시계를 가르킨다.

12시가 넘어가고 있다.


[ 내가 좀 도와줄까? ]

[뭘?]

[ 블로그 쓰는 거,,,]

[ ............................]

[ 내가 좀 도와줄게, 블로그 쓰는 거 아니였어? ]

[ 음,,지금은 신문기사 정리중이야,,그렇지 않아도 

새 글 올려야 되는데 그럴 여유가 없네 ]

[ 그럼, 옆에서 내가 얘기하는 걸 

그대로  당신이 옮기면 되잖아...]

[ 무슨 얘기 할 거야? ]

[ 음,,내 생각들,,,]

[ 당신은 블로그를 뭐라 생각해? ]

[ 그냥 우리의 삶을 공유하는 콘텐츠라고 생각해]

[ 왜 공유해야 돼? ]

[ 많은 사람들이 일본이라는 나라, 일본사람,

한일커플에 대해 궁금하고 알고 싶어 하니까

그걸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이해하는데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 그에 따르는 리스크는 알고 있지?]

[ 뭐? 악플? ]

[ 악플도 악플이지만 이렇게 바쁘고 그럴 땐

 잠시 블로그를 쉬고 싶어, 솔직히..]

[ 음,그건 안 돼.매일 매일 새글을 기다리는 분들이

많잖아,그 분들을 그냥 돌려보내면 미안하잖아, ]


[ 당신은 내가 블로그 활동하는 게 좋아? ]

[ 응,,당신이 한국사회에 멀어지지 않게

연결고리가 되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나는 생각해.

그리고 여러 사고를 갖고 있는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근데,,당신이 이웃님들을 만나려고도 하지 않고

매스컴에서 나가려고 하지 않아서 

난 좀 불만이야,,]

[ 그게 불만이야? 블로그에 대한 생각이 

나와 너무 달라서 할말이 없네...]

[ 당신은 블로그 이웃님 중에 만나고 

싶은 사람 없어?]

[ 있지..그런데...만나서 무슨 얘길 하겠어..]

[ 그냥 좋은 사람들 만나서 서로의 사는 얘기를 

나누고 그러는 게 삶이잖아..

당신은 블로그를 5년넘게 하면서도

온라인상의 만남에 대한 거부감이 심한 것 같애 ]

제대로 내 속을 꿰뚫고 있어서인지 

난 아니라고 부정하지 못했다.


 [ 나는 당신 블로그에서 제일 중요시 하고 싶은 게

나같은 일본인도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고

여러 관점에서 일본인을 이해하고, 

일본인들의 사고, 사회생활 등등

간접적으로나마 가깝게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야,,물론, 당신이 한국사회의 흐름을

파악하는데도 큰 통로가 되었으면 하고,,]

[ 이 블로그가 그런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

[ 그러지, 무엇보다 중요한 건 양국간을 

이해하는데 미약하지만 당신 블로그가 

도움이 되었으면 해, 

 서로의 나라를 알아야만이 오해가 없고,

행여 오해가 생기더라도 그걸 풀 수 있잖아,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간의 이해가 필요하고

그 나라의 생활상, 문화를 접할 기회가 

주어져야하잖아, 아. 조선통신사가 

이번에 유네스코에 등재 되었잖아,,

한국과 일본은 정말 친했고,,  

지금도 친하게 지내고 있는 사람들,

나처럼 친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 수 있게 당신이 열심히

블로그 활동을 했으면 해....]

그러더니 갑자기 부채를 들고 흔들기 시작했다.



[ 대한민국, 대한민국, 이것도 블로그 이웃님이 

보내주신 거잖아, 나는 과자도 좋지만 이렇게 

한국적인 걸 보내주신 것에 

깊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지? 

그니까 바쁘더라도 블로그를 계속 했으면 

좋겠어~ 어떻게든 당신이 이렇게 글을 올리는 게

작은 메시지일지 몰라도 도움이 되는

사람이 분명 있을 거야,,,

그니까 좀 힘들어도 한국과 일본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사명감을 갖고 해~]

[ ............................... ]

그렇게 폼을 잡고 한장 찍으라고 하더니 

자러 가겠다며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블로그를 시작하고 채 1년이 지나지 않았을 

무렵부터 깨달음을 만나고 싶다는 분들이 많았다.

지금도 사인회를 언제 할 생각인지

깨달음 얼굴의 하트는 언제 벗기실 건지

궁금해 하시는 분도 많다.

깨달음은 일본에 오시는 모든 이웃님들을

만나고 싶어하지만 아직까지 난

100% 못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솔직히 아주

 가끔은 나도 참 만나고 싶은 분이 있다.

정말 만나서 아무말 없이 차를 한 잔 하고 싶은 

 분들이 계신다.

깨달음은 블로그에 대해 조금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지만

속깊은 대화를 할 수 있어 좋았다.

다큐멘터리 출연제의를 몇 번 받은 후로는

약간 연예인병?이 들어있다고 생각했는데

깨달음이 내 블로그에 대해 이렇게 

진지하고 깊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몰랐고

오늘을 계기로 다시한번 지난 5년을

 돌아보게 되었다. 

깨달음 바람처럼 내 블로그가

일본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계시는 분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된다면, 사명감을 갖고

계속해 나가야할 것 같다.

악플이나 억측들이 날 지치게 할 때가 

있지만, 그것도 관심이라 생각하고

내가 알고 있는, 내가 경험한 일본,

내 눈으로 보고 체험한 일본인, 일본사회를 

앞으로도 좀 더 리얼하게 보여드려야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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