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 대학선배 중에 사카무라씨가 있다.
대학시절, 깨달음에게 한국을 처음 알려 주신 분이기도 하고
한국의 건축문화 연구회 동호인으로 지금도 아주 친하게 지내시는 분이다.
그 분에게는 한국 여성 사이에 낳은 딸이 한 명 있다 (현 23살)
그녀는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성장했지만,
엄마가 아빠의 존재, 그리고 한국인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얼마나
잘 심어주고 가르쳤던지 한국말도 아주 잘하고 한.일에 좋은 점만을 모두 갖추고 있는 아가씨였다.
나와도 한 번 식사한 적이 있었고, 동경으로 취직되면 우리집에서 자취하라는 얘기도 했었던 기억이 있다.
그녀가 전문대를 졸업하고 무작적 한국에서 취직을 하겠다고 일본을 떠난 게 3년 전일이다.
그런 그녀가 한 달 전에 일본으로 돌아왔단다.
호텔 면세점에 취직해서 적응도 잘하고 한국 남자친구도 생긴 것 같다고
은근 자랑을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일본국적에서 한국국적으로 바꾸기 위해 이번에 일본에 잠시 들어 온 거란다.
느닷없이 그녀가 국적을 바꾸고 싶다는 말을 꺼내더란다.
생각지도 않았던 딸의 선언에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이유는 묻지 않았단다.
딸이 원하는데로 해주는 게 아빠로써 의무인 것 같아 필요한 서류들을 같이 준비하러 다니는데
서류가 의외로 많고 이유서 같은 것도 좀 까다로워서 딸이랑 둘이서
매일 밤, 서류정리하느라고 바쁘단다.
카톡으로 잘 하고 계시냐고,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어릴 적부터 밝은 아이였다고, 어떤 선택을 하던 그녀라면 어디서든 잘 살 거라는 생각이 든단다.
국적이 뭐가 중요하겠냐고, 그녀가 행복하게 느끼는 곳이 고향이 되고
나라가 되지 않겠냐고,,,,일본을 택하든, 한국을 택하든 그녀의 선택이라고
엄마의 나라 한국 땅에서 잘 해낼거라 믿는단다.
어젯 밤엔 딸이랑 단 둘이서 술 한 잔 하며, 일본국적이여서 한국생활이 불편했었냐고 넌즈시 물었더니
딸이 [ 100% 한국인으로 살고 싶어 ] 라고 짤막하게 대답하더라고
그런 딸이 자기 눈엔 너무 멋지게 보였단다.
따님 사진 좀 보내달라고 그랬더니 자기가 너무 너무 좋아하는 사진이라고 보내 주신 한 컷.
100일도 안 된 딸을 안고 겸연쩍게 웃고 있는 사카무라씨..
[ 100% 한국인으로 살고 싶어 ]...
엄마 나라에서도, 아빠 나라에서도 100% 채워지지 않았던 그들만의(혼혈아) 빈 가슴이 있었을 게다.
그녀가 더 행복하게 느끼는 곳을 택한 것뿐이라는 사카무라씨의 말에
참 많은 의미가 포함 되어 있었다.
한국인으로 살고 싶어하는 그녀의 강한 의지와 결단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그녀를 만나게 되면 술 한 잔 사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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