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1454

한일커플,,한일관계,,남편과 나 주말아침부터 봄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한동안 20도 안팎으로 따뜻했는데 이날은 비와함께 다시 겨울이 찾아온 듯 바람결이 차가웠다. 한 달전쯤 신청한 주일한국문화원 이벤트에 당첨이 된 우리는 근 3년 만에 문화원을 찾았다. 코로나 전에도 간간히 이벤트에 참여하곤 했는데 내내 잠잠하다 올봄부터 다시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으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이벤트는 한일청년전통음악가들의 연주회였다. 일본 측은 물론 한국에서 오신 젊은 예술가? 분들의 이력이 상당히 화려해 무료로 관람하는 게 왠지 미안할 정도였는데 운 좋게 우리가 당첨이 되어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역을 빠져나와 문화원으로 향해 걷는데 빗줄기가 더 거칠게 몰아쳤다. 깨달음이 좋아하는 붕어빵집을 지나치려다 혹시나 해서 먹을 거냐고 물었더니 먹겠다.. 2023. 3. 20.
부모는 늘 자식을 후회하게 만든다 신주쿠에 볼 일이 있어 나갔는데 깨달음이 자기도 오겠다고 해서 기다렸다가 이세탄 백화점 지하로 내려갔다. 마른 생선을 좀 살 요량이었는데 입구에서부터 웬 사람들이 가득하던지 뭔 일인가 했는데 화이트데이였다. 10대부터 70대까지 남자분들이 초콜릿을 사기 위해 아기자기하고 화려한 매장에 다들 줄을 서고 있었다. 두리번거리던 깨달음도 화이트데이인걸 이제야 알았다며 기웃거리더니 내가 좋아하는 화이트초코가 있는지 찾아보란다. [ 깨달음, 나 괜찮아, 우리 원래 잘 안 챙겼잖아] [ 그래도 왔으니까 하나 골라 ] 맛있게 생긴 걸로 하나 사자는 말에 뭐가 있는지 보려는데 사람들이 유리 진열장에 줄을 서서 기다리느라 뭘 파는지 제대로 보기도 힘들어 그냥 괜찮다고 생선코너 쪽으로 이동했다. 원래부터 발렌타인이나 화이트.. 2023. 3. 15.
나이를 먹어도 남편은 변하지 않았다. 이번주 월요일, 퇴근하고 5시 뉴스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티브이가 먹통이 되었다. 뭔가 뚝 끊어지는 소리와 동시에 화면은 나오지 않고 소리만 들려서 여길 만져보고 저길 두드려도 전혀 반응이 없었다. 한 시간 후, 퇴근하고 돌아온 깨달음이 좀 맞아야 말을 들을지 모른다며 손바닥으로 툭툭 때려보았지만 여전히 무반응. 라디오라고 생각하고 일단 전원을 켜 둔 상태로 설명서를 읽어 내려가는데 연식이 오래되면 나타나는 증상이며 수리를 맡겨야 한다고 적혀 있는데 생각해보니 우리가 결혼하고 샀으니 10년이 넘었고, 그것은 이미 수명이 다 됐다는 뜻이었다. 새것을 사야 될 것 같아서 신형 모델을 검색하는데 옆에서 깨달음이 정말 티브이 수명이 10년 정도인지 확인해 보겠다며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는 마른걸레로 앞.. 2023. 3. 11.
올 해 남편 생일은 이렇게 끝났다 아침을 먹은 후 호텔을 나와 우린 전철을 타고 아오모리(青森)로 향했다. 주변이 온통 눈으로 덮인 논과 밭을 약 1시간정도 달려 도착한 우린 역 맞은편에 있는 재래시장에 들어갔다. 큰 규모의 시장은 아니었지만 싱싱한 가리비와 아오모리 사과를 사고 싶어서 들렀다. 한 바퀴를 휙 돌아보고 깨달음은 제일 크고 빨간 사과를 회사에 택배로 보냈다. 우리가 먹을 것은 적당한 사이즈로 골랐고 싱싱한 가리비와 연어도 함께 구입했다. 그리고 깨달음이 꼭 가고 싶다는 아오모리현립미술관(青森県立美術館)을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전시 작품을 보는 것도 목적이었지만 무엇보다 여러 곳에서 상을 받은 이 건물과 사인 디자인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했다. 온 천지가 눈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눈 길은 계속.. 2023. 3. 6.
남편에게 좀 특별한 생일 선물을 했다 신칸센을 타기 위해 도쿄역으로 향한 우린 이동하는 동안 먹고 마실 간식거리를 사느라 도쿄역내를 두 번이나 돌았다. 깨달음은 각 지방의 특산물로 만들어진 도시락들이 즐비한 가게로 갔고 난 차가운 도시락을 좋아하지 않아서 갓 구워낸 빵과 샌드위치를 샀다. [ 이 도시락 따끈하게 데워먹는 거야] [ 그래? ] [ 당신도 한 입 먹으라고 내가 이거 골랐어 ] [ 그냥 당신 좋아하는 거 사라니까 ] [ 나 굴 좋아하잖아, 이 거 굴 솥밥이야, 당신도 먹고 나도 먹고 좋잖아 ] 우리가 모든 일을 잠시 중단하고 신칸센을 탄 이유는 깨달음 생일을 맞아 잠시 휴식이라는 선물을 주기 위해서였다. 올해 들어 깨달음이 일을 너무 많이 한 덕분에 피곤이 쌓인 것도 있어 생일 선물로 뭐가 좋을지 궁리하다가 온천이 어떠냐고 넌즈시.. 2023. 3. 3.
조금만 더 무뎌지자, 그래야 산다 1년 4개월 만에 입술 헤르페스가 생겼다. 대상포진이 생겼던 2021년, 그 해 겨울을 끝으로 잠잠하더니 다시 나타났다. 10명 중 3,4명이 가지고 있다는 재발성 구순포진은 흔한 질환이긴 하다.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한번 감염되면 평생 그 사람의 몸속에 존재했다가 스트레스나 피곤함, 특히 면역력이 떨이지면 바이러스가 활성화돼서 입술에 물집이 생긴다. 스트레스와 영양섭취의 불균형에서 오는 거라는 걸 알기에 잘 챙겨 먹고 신경을 쓴 덕분에 1년을 넘게 잘 넘어갔는데 몸이 다시 신호를 보내왔다. 물집이 생기고 일주일이 지나자 물집에 딱지가 생겨 거의 나아가고 있는데 이번에는 혓바늘이 돋기 시작했다. 그래서 다시 병원을 찾았는데 의사는 먼저 입술 상태를 확인하고는 거의 다 나았는데 오늘은 왜 왔냐고 물었다. [.. 2023. 2. 27.
일본의 경기 침체, 남편이 걱정이다 지난, 1월 31일, 하네다공항 제3터미널 2층, 도착로비와 직결된 호텔과 상업시설이 구성된 에어포트 가든이 오픈했다. 1,171실을 보유한 이 호텔은 후지산을 바라보며 온천을 즐길 수 있는 천연노천탕과 대형홀, 회의장이 마련되어 있고 쇼핑몰은 일본 각지의 특산품과 하네다공항 한정 상품들로 꾸며져 있다. 실은, 코로나 전에 완공되었던 호텔인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오픈하지 못한 채 기다리다 올해 오픈하게 되었다. 깨달음은 바로 호텔 쪽으로 가고 나는 쇼핑몰을 돌다가 레스토랑으로 옮겨 각자 할 일을 좀 하고 다시 만났다. [ 완전 일본 오리지널 상품들이 많네 ] [ 타깃이 외국인이니까 ] [ 호텔은 어땠어? ] [ 괜찮았어 ] 레스토랑으로 다시 내려간 우린 가게 앞에 화환이 즐비한 곳에 멈춰 메뉴를 좀 보고 .. 2023. 2. 24.
일본 초밥집 침 테러 이후, 이렇게 변했다 요즘, 일본은 각종 음식점에서 벌어지는 몇몇 손님들의 위생테러로 인해 골머리를 썩고 있다. 지난 1월 초, 회전 초밥집에서 다른 손님이 주문한 초밥을 멋대로 먹어버리는 영상이 SNS에 확산되면서 날마다 새로운 테러영상들이 올라오고 있다. 컨베이어 레일 위에 초밥에 와사비를 몰래 가득 올리기도 하고 어느 여고생은 테이블이 있는 소스를 섞어 놓기도 하고 가장 큰 충격을 주었던 영상은 남고생이 대형 회전초밥집 스시로(スシロー)에서 레일 위를 지나는 초밥에 자신의 침을 손가락으로 묻히고, 또 식탁 위에 놓인 간장병 입구를 핥는 영상이었다. 더 경악할 일은 손님들이 사용할 수 있게 놓아둔 컵을 입에 대고 침을 빙 둘러 바른 후 다시 올려놓았다. 너무나 충격적인 이 영상이 공개되자 일본인들조차도 더 이상 회전초밥집.. 2023. 2. 20.
내가 모르는 나를 남들은 더 잘 안다. 약속시간보다 1시간 일찍 나온 덕분에 빵집에 줄을 서도 마음은 여유로웠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빵집이라고 하자 그녀는 이곳이 처음이라며 내 뒤에 서서 사람들이 뭘 사는지 눈으로 체크했다. 오늘은 일관계로 모리 상(森)과 함께 긴자(銀座) 쪽으로 나오게 됐다. 우리가 방문해야 할 곳은 미리 검토해 둔 상태여서 둘이서 특별히 준비할 건 없었다. 점심시간에 맞춰 방문을 해야 해서 그분께 드릴 간단한 음료 선물도 미리 사 두었다. 12시 30분이 되자 시간에 맞춰 방문을 하고 수업시간은 1시간 예정이었는데 회원님 댁을 나오니 2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우리 너무 열심히 했으니 에너지 충전을 해야될 것 같아 점심을 먹으러 그 근처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배가 고픈 상태여서 허겁지겁 식사를 하면서 사무실에 연락을 했더.. 2023. 2. 17.
요즘 남편의 하루는 이렇게 바뀌었다. 예배를 마치고 점심으로 뭘 먹을까 고민하며 터벅터벅 걸어 나오다 역 근처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결정했다. 늘 지나칠 때마다 분위기가 괜찮아 한 번쯤 와봐야지 했던 곳이었다. 호텔 로비엔 외국인들이 체크인을 하려고 길게 줄이 서 있었다. 샐러드를 먹으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깨달음이 여기 사우나가 있는지 검색을 하다가 한국 찜질방 같은 곳에서 하루종일 땀을 빼고 싶다고 했다. 우리가 자주 애용하는 암반욕 사우나도 좋지만 한국처럼 여러 방으로 나눠진 곳에서 땀을 빼면 피로가 풀리는 것 같다고 했다. 요즘 깨달음은 많이 바쁘다. 작년 연말, 깨달음 회사를 앞으로 맡아야 할 야마무라(山村) 상이 심부전 진단을 받았고 그 직원의 부담을 덜어주려고 자기가 일을 대신 하다 보니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도면을 수정하고 체크하.. 2023. 2. 12.
일본인이 끊임없이 저축을 하는 이유 거실 노트북 위에 6만엔이 놓여있었다. 2만5천엔은 여행경비로 우리가 매달 적립하는 돈인데 나머지는 무슨 뜻인지 몰라 샤워하고 나온 깨달음에게 물었다. [ 이거 뭐야? ] [ 지난번에 외식할 때 당신이 너무 많이 부담한 것 같아서 돌려주는 거야 ] [ 아니야, 내가 사고 싶어서 낸 거야 ] [ 알아, 그래도 그냥 받아둬 ] 지난달 외식을 많이 했던 건 사실이다. 퇴근시간이 얼추 비슷하거나 외출 장소가 가까우면 번개팅처럼 그냥 만나서 간단히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곤 하는데 그 때마다 매번 깨달음이 계산을 했고 지난달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내가 지불한 건데 왜 돈을 돌려주는 건지,, 곧 다가 올 발렌타인데이에도 아무것도 필요 없다고 해서 약간 신경 쓰였는데 받아야 할지 괜스레 복잡해졌다. 점심시간에 깨.. 2023. 2. 8.
봉사 활동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내게 꼭 식사를 사고 싶다고 작년부터 시간을 내달라고 했었다. 솔직히 썩 마음이 내키지 않아 미루고 미뤘는데 이제 출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모두 알고 있어서 더 이상 거부할 수 없었다. 그녀와의 자리가 불편하거나 싫은 건 아니었지만 굳이 내 마음이 돌아선 이유를 끝까지 말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어디가 좋은지, 뭘 좋아하는지 묻길래 그냥 사무실 앞에서 먹자고 미리 봐 둔 레스토랑으로 갔다. 런치타임이 끝날 무렵이어서인지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한산해서 우리가 잠깐씩 나누는 대화 소리가 크게 울려 퍼져나가는 것 같았다. 스페인 요리를 기다리는 중이어서 스페인에 관한 얘길 조금 나누고 비행기 티켓이 비싸네, 싸네.. 비즈니스석은 기내식이 어쩌고 저쩌고,, 뭐 그런 가벼운 대화가 오갔던 것 같다. 메인요리.. 2023. 2. 6.
일본 주부들 사이에 인기 있는 이 소스 코리아타운에 잠깐 들려 사고 싶은 게 있다는 메이짱은 사람들이 줄이 서 있는 가게마다 기웃거리며 사진을 찍었다. 새로 생긴 카페가 완전 한국식 인테리어라며 케이크랑 빵도 지금 한국에서 인기 있는 것들이라고 약간 흥분된 어조로 말했다. 나보다 훨씬 한국소식이 빠른 메이짱은 내 블로그에서도 두어번 소개된 친구이다. 한국 음식 만들기를 취미로 삼고 김치는 물론 잡채며 각종 전까지 손이 가는 음식들도 직접 만들어 먹는 걸 좋아한다. 코로나로 3년이상 만나지 못했는데 오늘은 내가 시간을 그녀에게 맞췄다. 내게 미술치료를 받았던 그녀는 내성적이며 소극적이였다. 이혼 후, 한국 드라마를 접하면서 한국요리에 흥미를 갖게 되고 하나씩 만들어보기 시작하면서 재미가 붙어 우울했던 시간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는 그녀. 우리 집.. 2023. 2. 3.
백수가 된다면 뭘 할까? 그린차(グリーン車)에 올라탄 우린 편의점에서 사 온 초코볼을 말없이 나눠 먹었다. 그냥 바다 보러 가자는 한마디에 출발 3분전에 후다닥 전철을 탔다. 늘 그렇듯 목적지는 정하지 않고 그 상황에, 그 시간에, 그 분위기에 맞춰 감각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우리 부부. 종착역까지 노선도를 보면서 요코하마(横浜)를 갈까 잠깐 망설이다가 오랜만에 가마쿠라(鎌倉)를 가보기로 했다. 50분쯤 달려 가마쿠라 역에 내렸는데 내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이 눈에 띄였고 캐리어를 끌면서 한 손엔 핸드폰으로 목적지를 찾은 이들이 많았다. [ 여기 5년 만에 왔나? 별로 안 변했네 ] [ 근데 분위기가 바뀌었는데..] 예전에는 일본의 옛 풍경이 느껴지는 가게가 많았는데 지금은 젊은 층과 관광객을 타켓으로 하는 인기 상품들이 나열되어.. 2023. 1. 30.
블로그, 그리고 유튜브, 인스타그램,, PCR 검사를 또 했다. 누구도 뭐라 하지 않지만 나 스스로가 음성임을 확인받고 싶었다. 4회 차 백신을 맞았어도 여전히 난 코로나에 대한 거부감이 심한 것 같다. 깨달음은 늘 그렇듯 잔기침을 계속하고 자긴 더 이상 코로나에 걸리지 않는다는 착각 속에 빠져 있어 더 이상 검사를 해라, 말아라는 말조차도 이젠 하지 않는다. 난 이유없이 살이 3킬로가 빠졌다. 결혼 전과 같이 지금껏 늘 같은 체중을 유지해 왔는데 갑자기 한달사이에 3킬로가 줄어든 건 아무래도 갑상선 호르몬 이상 같은데 진료 예약도 귀찮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그냥 좀 더 지켜볼 생각이다. 글을 쓰려고 블로그를 열었는데 자꾸만 주저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블태기, 블로그 권태기가 온 건 아니다. 10년여간 블로그에 글을 올리다 보면 스스로.. 2023. 1.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