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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른 채 살아간다 매년 11월 말이면 자영업자는 물론일반인들도 함께 즐기는 축제의 하나인도리노이치(酉の市)를 찾았다.출근을 한 깨달음은 작년에 산 쿠마데(熊手)를약속시간에 맞춰 가지고 오기로 했다. 신주쿠 (新宿)에 있는 하나조노진자(花園神社)주변부터 포장마차가 즐비했다.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 뒤편으로 돌아갔는데참배를 올리는 바로 옆 자리에서작년에 구입한 구마테를처분하기 위해 창고 같은 곳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쿠마데(熊手)는 갈쿠리가 곰발바닥 모양으로생겨서 붙여진 이름으로 갈쿠리로돈을 긁어 모은다는 뜻도 내포되어 있다.이 갈쿠리는 벼, 매화, 거북이,엽전, 금덩이, 잉어, 쌀가마, 송학 등으로화려하게 장식을 하고 사업번창, 장수, 금전운,명예, 교통안전,가내평안 등,, 자신들이 원하는 소원들을 담아 마음에 드는 구마테.. 2024. 12. 1.
사람냄새 나는 인간관계 30분 먼저 도착한 나는 뭘 사는 게 좋을지두리번두리번 매장 안을 둘러봤다.평균 나이 45살이니 너무 달달한 건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내 입맛을 기준으로패스를 하고 쿠키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참석하면 기분 좋아지는 모임이라는 걸머릿속 어느 세포가 기억하고 있어서인지난 조금 들 떠 있었다. 나를 포함해 6명이 이른 송년회를 가졌다.말은 송년회지만 서로가 얼굴 보고올 한 해 지구상에서 일어난 일부터주변에 발생했던 문제들, 아주 사적인 생각들,그리고 직장에서 쌓였던 불만과얽힌 인간관계까지 뭐든지풀어내는 자리이다.한 명이 늦어진다고 연락이 와서 우린 기다리지 않고 바로 건배를 했다.그리고 아까 준비한 선물들을 하나씩나눠주자 그들도 각자 준비해 온 것들을교환하는 시간이 만들어졌다. [ 올 한 해,, 너무 피곤했어... 2024. 11. 27.
정신건강이 좋은 사람의 특징 예배시간에 깨달음은 졸렸는지핸드폰을 꺼내 몰래몰래 뉴스를읽었다. 내 앞 줄에 앉아 계신 분은고개와 어깨가 왼쪽으로 기운상태로꿀잠을 자고 계시고 목사님 바로 앞여신도는 연신 고개를 떨구면서 잤다.교인들도 이렇게 잠을 자는데 기독교적개념을 거의 갖고 있지 않는 깨달음이졸음이 오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게아닌가 싶어 못본척했다.  축도가 끝나자 바로 초롱초롱한 눈을하면서 빨리 나가자고 내 옷을 두 번이나 툭툭 잡아챘다. 아사쿠사(浅草)에서 1시 30분부터 열리는 네부타 (ねぷた祭り) 마쯔리를 보기 위해 서둘러 이동하고 싶어 했다.가냘픈 피리소리와 거친 북소리가뒤섞인 곳으로 가보니 네부타행렬이 출발을 하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  아오모리에서 봤던 네부타와는비교할 수없을 만큼 빈약한 게 아니냐고 했더니 자기도 기대.. 2024. 11. 24.
커피 값, 돌려드릴게요. 아침부터 서둘러 준비해 둔 우리 집열대어들을 들고 아쿠아센터를 찾았다.결혼하고 지금까지 계속해 왔던물 생활을 정리했다.수조 두 개는 다음 주에 리사이클숍에서수거를 해 갈 것이고 오늘은 열대어와관상새우를 이 센터에 넘기면모든 게 끝이 난다. 점장님이 계셨으면 왜 그러냐고,무슨 일이 있냐고 꼬치꼬치 물었을 텐데다행히 안 계셔서 바로 나올 수 있었다.입구 쪽에 진열된 양서류가 내 발길을 잡았지만 두 눈을 찔끔 감고 가게를 나왔다.취미생활 중에 하나였던 물생활을 접는 데는약간의 갈등이 있었지만 그래도 해야 했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또 헌 책들과옷가지들을 분리해서 쇼핑백에차곡차곡 담아 재활용 스티커를 붙였다.그리고 다시 집을 나섰다. 레스토랑에 도착해 먼저 식사를 했다.정갈한 한 상차림을 받으니 기분도상쾌해지고 .. 2024. 11. 21.
전철 안에서 소리 죽여 웃었다 이비인후과 선생님은 후각이 조금씩 돌아오고있는 중이니 걱정 말라고 했다. 사람에 따라한 달이 걸리는 경우도 있는데 나 보고는양호하다고 덧붙였다.깨달음이 기다린다는 커피숍에 갔는데한국어 단어집을 보고 있었다.[ 깨달음, 공부하네.. 번역기 사면 굳이 할 필요 없다고 하지 않았어? ][ 그랬지. 그렇지 않아도 오늘 당신이자동번역기 사 준다고 해서  미리 가서 살짝기능이랑 사용법을 체험해 봤는데 지금쓰는 어플이랑 별 다를 게 없더라고 ][ 그래도 번역기는 100개국 이상번역하는 기능이 있고 무엇보다 당신이한국어 공부하는 게 힘들고 능률이 안 올라산다고 하지 않았어? ][ 그랬지.. 근데.. 좀 생각해 보려고 ] 예정대로라면 지난주에 사려고 했던번역기인데 몸 컨디션이 별로여서 이번주에사주러 나왔는데 살까 말까 .. 2024. 11. 18.
부부가 같이 아프면 생기는 일 후배에게서 귀한 책 선물이 도착했다.지난번 한국 서점에서는 구입하고 싶어도절대 못했던 한 강 작가의 작품들을후배가 보내줬다.마침, 내가 코로나로 집에서 요양? 중인데한 강작가 외에 다른 작가 책까지들어있어 독서하는 재미를두배로 증폭시켜 주는 선물이었다. 깨달음은 오늘 혼자서 영화를 보러 갔다.일을 일찍 마치고 같이 가자고연락이 왔지만 찬바람을 쐬고 싶지 않아혼자 즐기라고 했더니 착실히 자기가 도착해서 머물러 있는 곳을보고하듯이 사진을 찍어 보냈다. 저녁은 유명한 소바집에서먹었는데 맛이 너무 없어 입가심하기 위해케이크를 먹으러 커피숍에 왔다며전화가 왔다.[ 당신은 저녁 먹었어? ][ 응, 카레 먹었어 ][ 당신 뭐 먹고 싶은 것 있어? 사 갈게 ][ 음,, 먹고 싶은 거 있는데 살 수가없을 거야 ][ 뭔데.. 2024. 11. 14.
바빠서,, 그래서 병이 났다 한국에 다녀온 걸 어찌 알았는지찬바람이 불어오니 김치가 생각난다는일본인 친구들이 연락을 해왔다.내 스케줄대로라면 11월 말쯤이나 김장을 할 예정이었는데 미쯔이 (三井)상과통화를 하고나서 바로 배추를 사왔다.퇴근한 깨달음이 절인 배추를 보고자기 직원들 몫도 있는거지라며 당연하듯 물었다.다음날, 배추김치와 오징어채, 창난젓을담고 한국에서 가져온 파김치도맛보기로 좀 나눠 담았다.깨달음 직원들에게는 깍두기와오이김치를 따로 챙겨 넣었다. 만나서 직접 주면 좋을 텐데 모두가 시간이 맞지 않아 일부는우체국 택배를 부탁하고 우리 집과가까운 곳에 사는 미쯔이 상은만나서 간단히 식사를 했다.한국에 뭐 때문에 다녀왔는지부모님 얘기, 그리고 요양원 얘기 나눴다.미쯔이 상은 병약한 남편을 위해 미리미리준비하지 않으면 언제 어찌.. 2024. 11. 11.
남편의 자존감을 살리는 물건 뭘 먹을까 고민하지 않고 바로고깃집으로 향했다.일본으로 돌아와 다시 주어진하루하루를 충실히 잘 지낸 우리는결혼기념일을 축하할 겸 겸사겸사가게에 들어서기 전에 작은 케이크를몇 개 샀다.일단 주문을 하고 간단히 기록용 사진만찍겠다고 양해를 구한 뒤 촛불을 켜는데점장님이 생일이냐면서 가게 안쪽에 조명을 모두 끄시고는어두운 분위기를 연출해 주시더니축하박수까지 보내주셨다. 새 케이크는 점장님께 맛보시라고 전해드리고우린 막걸리로 건배를 했다.그리고 재빨리 고기를 구웠다.이번에 한국에서 고기를 먹을 기회가없었던 건 아닌데 먹지 못하고와서인지 굶주린 사자들처럼구워지는 데로 아무말없이빠르게 각자의 입으로 넣었다. [ 깨달음, 이제 기념일 같은 거 그냥 생략하기로하지 않았나,, 작년에도 이런 얘기했던 것 같은데 ][ 그러.. 2024. 11. 6.
남편이 한국에 올 때마다 느끼는 것들 아침으로 칼국수를 먹겠다는 깨달음을말릴 수 없었다. 면 보다 밥이 좋은 나와 달리 깨달음은소문으로만 들어왔던 남대문 칼국수를꼭 체험해 보길 원했고 다행히도 그곳엔찰밥이 덤으로 딸려나와서난 찰밥으로 아침을 맞았다. 버스를 타기 위해 서울역에 잠깐 들렀는데약국을 지나치던 깨달음이 쌍0탕을 마시고싶다고 한다. 박0스를 마시면피로가 풀리고 한약으로 만들어진 따끈한쌍0탕을 마셔두면 감기를 미리예방할 수 있다는 굳건한 믿음 같은 걸가지고 있었다. 약 30분 정도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은평한옥마을이었다.생각보다 규모가 크다면서 북촌과는사뭇 다른 분위기이지만 솔직히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좋다고 한다. 북한산의 기품이 멋져서 한 번올라가 보고 싶은 충동이 생긴단다.[ 이 동네는 처음이어서인지 느낌이 신선하고,, 저 북.. 2024. 11. 4.
효도, 인간, 그리고 스킨십 아침을 먹고 출발할 생각이었는데 호텔을나오자마자 마침 리무진이 멈추는 걸보고  망설임없이 빈 속으로 바로 올랐다.이른 아침이었지만 좌석은 만석이었고우린 아무말없이 바로 눈을 감았다. 인천공항에 도착한 다음은 호텔전용 셔틀버스를 타고 인스파이어 리조트에 내렸다.깨달음이 이번 한국행에서 계획했던 리조트 견학을 하기 위해서었다. 곳곳마다 구석구석 사진을 찍으며도대체 이렇게 큰 규모의 리조트를 짓는데누가 투자를 했는지 제일 궁금해했다. 일부만 일단 둘러보고 아침을 먹는데꼬막 미나리무침을 얼마나 맛있게먹던지 솥밥을 하나 더 주문했다.뜨거운 솥밥에 꼬막을 넣고사정없이 비벼 먹다가 미나리만 골라 먹기도하고 김치와 고추장을 섞어서자기만의 비빔밥을 만들어 먹었다.  배 불리 먹고 나와 다시 사진을 찍으면서이렇게 사진이나.. 2024. 10. 31.
친정에서 하룻밤이 남편은 행복했다 김포공항에 내리자마자 서울은가을비가 거세게 내리고 있었다.용산역으로 이용하는 중에 깨달음에게점심 메뉴로 뭐가 좋은지 생각해 두라고했더니 비 오니까 칼국수랑 해물파전같은 걸 먹겠다고 한다.용산역 칼국수집엔 부침개류는 없어 메뉴를 급 변경해 보쌈을 주문한 다음,  꼬들꼬들한 칼국수 면 위에보쌈을 한 점 올려 먹었다. 케이티엑스를 타기 전에 구입한 도너스와한국에 오면 제일 처음 먹겠다고 고대하고고대했던 삐요뜨를 아주 흡족한 표정으로바라보며 알 수 없는 노래를 흥얼거리면서껍질을 조심스레 깐다.[  깨달음, 안 피곤해? ][ 응. 맛있는 거 먹으면 안 피곤해 ][ 그렇게 생각하면 다행이네 ] 난 새벽에 일어난 탓에 눈이 시려와 질끈 잠고 잠을 좀 자 볼 생각이었는데옆에서 깨달음이 신문 보느라 뽀시락 뽀시락,도너스.. 2024. 10. 28.
모든 한일 커플들이 품고 있는 문제 결혼생활 10년,, 집안에 별거를 시작한 지5년째인 다빈 씨(가명)는오늘도 울지 않고 씩씩했다.내가 그녀를 처음 본 건 다음 블로그를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내 유학시절을 보냈던 곳에 살고 있다는 걸 알고반가운 마음에 만나자고 먼저 연락을 했었다.그러고 나서 다빈 씨 부부와 우리 부부는같이 식사를 세 번 했었다.그런 사이였는데 내가 이쪽으로이사를 오면서 만나지 못한 채로7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서야작년부터 연락을 하고 올해 들어다시 얼굴을 보게 되었다.오늘은 내가 다빈 씨 회사 근처로 가서점시시간에 맞춰 같이 식사를 했다.[ 언니,, 오늘도 아침에 또 그런 거 있죠?,애들에게 식사 예절을 제대로 시키라고일본에서는 그릇을 들고 먹는다는 걸알면서도 왜 안 가르치냐고 온갖 짜증을내는데.. 그래 넌 짖어라 .. 2024. 10. 24.
감성적으로 판단하지 않는 남편 일주일에 반 이상 외식을 하고 있는 우리는오늘도 늘 가는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곁들이며 저녁을 먹기로 했다.점장은 늘 같은 소파석에 우리를 안내해 주고는 익숙하게 늘 마시는와인을 들고 왔다. 회사 얘기를 하다가 깨달음이직원들 해외 세미나를 가려고목적지를 결정하려고 낮에 잠깐 대화를 가졌는데 다들 머뭇거리며못 갈 확률이 높다고 했단다.[ 왜? ][ 4박 5일 정도 집을 비우면 아내 혼자독박육아를 하게 되니까 아내에게미안해서 못 간다는 거야,,]올 초에 늦둥이를 낳은 직원이 둘이나있어서 둘 다 해외 세미나에 참석하려는 아내랑 아이를 데려가야할 상황이라고 했단다. [ 그래서 얘기를 하던 중에 그럼 크루즈가좋지 않겠냐라는 말이 나왔어..][ 그거 좋네.. 가족들이 함께 갈 수 있고모두 쉴 수 있으니까..][ 근데.. 2024. 10. 21.
대한민국의 부모님들은 모두가 위대하다. 저녁을 먹고 깨달음과 티브이를 보고 있는데여동생이 여러장의 사진을 보내왔다.조카 태호(가명)가 군대를 갔다.대학에 휴학계를 내고 군에 간 태호가 한 달이 지나 수료식이 있었다. 훈련소에 들어가 몸살감기에 걸려힘들었다는데 태호뿐만이 아니라같은 방을 쓰는 다른 훈련생들도 거의 모두 감기에 걸려 고생을 했던 모양이다.우리가 결혼하기 전, 5살이던 태현이가 일본에 놀러 와 처음으로 깨달음을 만난 날,전혀 낯을 가리지 않았다.아빠와 삼촌 외에 남자들을 좋아하지 않던태호가 깨달음 무릎에 앉아 그림을그리고 손을 잡고 함께 걷는 걸보고  동생이 아주 의아해  했었다.그 이후로도 전화를 하게 되면대화가 안 통해도 꼭 깨달음과 통화를하려고 했었다. 우리가 결혼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동생네는 태국에서 주재원 생활을몇 년.. 2024. 10. 17.
내가 직장을 그만 둔 진짜 이유 옛 동료인 우스이 (臼井)상이  차를 한 잔 하자고 했다.실은 올 봄부터 꽤나 집요하게 연락이왔었는데 적당히 핑계를 대며 넘겼는데오늘은 미팅이 있어 움직이다 보니 우리 집근처까지 왔다길래  약속을 잡았다.무엇 때문에 만나자고 하는지전혀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무슨 말을하려는지 알 것 같아서 지금 만나는 게맞는지,, 아니면 끝까지 사양하는 게좋았을지 애매모호한 상태로  커피숍으로 향했다. 먼저 기다리고 있던 우스이 상이날이 선선해졌다는 통상적인 인사를하면서 오늘 아침 자기 남편과옷차림으로 실랑이를 벌였다는 얘기,그리고 바로 이어서 자기 아들 얘기,, 또 자기 집 고양이와 옆집 고양이까지.,,그렇게 계속해서 주변 얘기를 하다가막간을 이용해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우스이 상, 괜찮아요,, 나한테 할 말있어서 .. 2024. 10.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