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1562

벳푸를 제대로 즐긴 지옥온천과 스기노이호텔 아스카Ⅱ 크루즈를 뒤로 하고 우린 벳푸(別府)기항지에 내렸다. 승객들이 모두 내리고 목적지와호텔명이 적힌 버스가 기다리는 곳으로 가는데깨달음은 벳푸 캐릭터가 기뚱거리며손을 흔드는 쪽으로 달려갔다. 캐릭터와 사진을 찍는 건 아이들이 즐기는 거라생각했는데 크루즈에서 내린 늙으신 어른들도앞다투어 줄을 서서 사진을 찍었다. 버스가 출발을 하고 먼저 도착한 곳은대대로 일본 천왕이 참배를 했다는 오이타현(大分) 우사시에 있는 신사우사신궁(宇佐神宮)이었다.725년에 창건된 역사와 함께 일본 3대 팔번궁( 하치만신을 모시는 곳-八幡宮)의 하나로전국에 4만 개의 신사 중에서팔번궁의 총본사이다.깨달음은 어김없이 이곳에서도 줄을 서서참배를 하고 오미쿠지(운세 뽑기 おみくじ)를사서 읽어보고는 다시 곱게 접어 묶었다.[ 깨달음.. 2025. 3. 19.
럭셔리 크루즈 아스카Ⅱ 를 타다. 꼭 타고 싶었던 아스카Ⅱ를 드디어 타는 날,아스카Ⅱ호는 5만 톤급, 길이 241m에 달하는 국제크루즈로 일본의 대표적인 럭셔리 크루즈 선이다.럭셔리라는 이름에 걸맞게 일본의 전통과현대적 요소를 결합한 실내디자인과승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취지에서 승객수에 비례할 정도로많은 승무원이 탑승해 있다.요코하마 선착장에서 기다리다룸 스타일에 맞춰 차례로 타면 되는데깨달음이 스위트룸석에 잘못 섰다가 얼른내 쪽으로 달려오더니 어쩐지 회장님 같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더라며 지금껏 우리가탔던 크루즈 중에서는 사이즈가 가장 작지만승객들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고 했다. 그렇게 기대에 부풀어 배에 올라 일단방에 캐리어를 던져놓고 나와서로비층에서 웰컴 드링크를 가볍게 한잔씩마시고 선내를 돌아보는데 깨달음이 자꾸만고개를 갸.. 2025. 3. 16.
당연하지, 난 한국인이니까 [ 정 상은 지난번에도 자리를 양보하던데오늘도 양보하네, 진짜 착해 ]착한 게 아니라 연장자가 눈 앞에 서 있는데가만히 앉아 있으면 마음이 불편해져서전철이든, 지하철, 버스에서든 몸이 먼저반응해 일어서는 난 역시 한국인이다.[ 정 상이 준 김치는 팔아도 될 만큼 맛있는데왜 그냥 막 나눠주는 거야, 아깝잖아 ]콩 한쪽도 나눠 먹는 거라 배웠고기브엔테이크식 사고가 아닌바라는 거 없이 주고 받고 자란 덕분에 계산하지 않고 같이 나눠먹고 싶은 마음이드는 난 역시 한국인이다.[ 정 상이 자기 의견을 확실히 말해준 덕분에일이 빨리 진행되서 고마워 ]주위 눈치보면서 적당히 타협하지 않고그렇다고 내 이익을 위해 불합리한 선택을하고 싶지 않아서싫은 건 싫은 것이고 좋은 건 좋은 거라자기 감정에 솔직한 난 역시 한국인이다.. 2025. 3. 12.
중년 남편들이 살아남는 길 친구가 또 소리 없이 소포를 보내왔다.우체국 큰 박스를 열어보니 필요한 것들이가득 들어있다.마치 깨달음 생일을 미리  알고 보낸 것처럼깨달음을 위한 것들이 많았다.목이 약해 늘 기침을 달고 살아서 항상챙겨 먹어야 하는 기침약,그리고 생강차, 도라지액기스 까지..친구에게 고맙다는 카톡을 보냈다가통화를 했다.[ 어쩜 이렇게 꼭 필요한 것들만 보냈어? 마침깨달음 생일인데 너무 좋아한다, 자기한테생일선물 보낸 거라고 ][ 작년에 한국에서 너랑 마트 갔을 때니가 샀던 것들 그대로 기억해 내서 샀지 ][ 죽염치약이랑 청국장 가루, 정말 내가사려고 했던 건데 텔레파시가 통했나 했어 ][ 그러게,, 마트에 가니까 바로떠오르더라, 그래서 바로 샀던 거야 ]   우린 청국장이 얼마나 몸에 좋은지 건강얘기 좀하다가 생일을 .. 2025. 3. 9.
하네다공항 도착로비에서-2 한국에서 친구나 지인들이 도쿄에 놀러 오면가볼 만한 곳으로 꼭 추천하는 곳은아사쿠사(浅草)이다.일본스러움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관광지로도 최적지이고 한 정거장 지나면우에노 (上野)재래시장과 아키하바라(秋葉原)가가깝게 있어 도쿄를 둘러보는하루 관광코스로 나쁘진 않다.아사쿠사를 둘러보고 스미다가와(隅田川)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오다이바(お台場)로이동하기 편한 것도 매력 중에 하나이다. [ 언니, 저기서 그때 유람선 탔었나?][ 응 ][ 그때 마셨던 커피가 생각난다..]내가 추천하는 이 코스를 주연이도 예전에체험을 해서인지 세계 각국에서 온관광객들 멍한 눈을 하고 쳐다봤다.어깨를 부딪히고 사진을 찍느라뒷걸음질하다 발을 밟은 사람들이 있었지만아랑곳하지 않았다.주연이는 고개를 들어 두리번거리기도 하고골똘히 생.. 2025. 3. 5.
요코하마에서 들은 남편의 과거 요코하마(横浜)는 깨달음에서 조금은 특별한 곳이다.대학을 졸업하고 선배 회사에서 건축사로일을 시작하고 자기 회사를 처음 차렸던 곳이이곳 요코하마인 덕분에 어딜 가나젊은 날의 진한 추억들이 묻어있다고 했다.버블시대(1980년대 후반) 였을 때는 매일 밤,유흥을 즐기며 모든 업소의 언니? 들과아주 친한 소통이 많았다는 요코하마.그런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깨달음과그런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듣는우리 부부는 역시 내공이 쌓인중년임이 틀림없었다.요코하마역에서 야마시타공원(山下公園)으로이동하는 시버스(シーバス)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데깨달음이 옛 기억을 떠올리며 이름 모를 언니들과먹었다던 도넛을 사 와서는 맛있게 먹었다. [ 깨달음, 그때는 인기가 많았나 봐? ][ 음, 좀 있었지.. 그때는 돈을 물 쓰듯이썼으니.. 2025. 3. 2.
하네다공항 도착로비에서-1 주연이가 도착할 시간보다 훨씬일찍 나와서 방황하듯 공항 터미널을끝에서 끝까지 걷고 되돌아오길 반복했다.만나면 무슨 말을 먼저 걸어야 할지 몰라자꾸만 답을 찾고 싶어 마냥 걸었다.[ 난 언니가 부러워 ][ 뭐가 부러운데? ][ 그냥,모든 게, 난 언니처럼 못 버틸 거야 ][  가장 부러운 게 뭔데? ][ 한국이 아닌 곳에서 산 다는 것 ][ 그럼 너도 한국을 벗어나 ][ 난,,언니,,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그냥 죽기 전에, 문득 나도 언니처럼 한 번살아보고 싶었다라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야 ][ 그럼, 한국이 아닌 곳에서 한 번 살아보고 죽어,그래야 니 삶에게 덜 미안하지 않냐? ] [ 내 삶? 미안할 게 뭐 있어..나름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그럼, 지금부터는 열심히 살지 마, 그냥 아무것도 하지.. 2025. 2. 27.
병원에서 보낸 5시간, 그리고 고깃집 [ 깨달음, 당신은 영화라도 보러 나가지? ][ 그냥, 나도 병원에 같이 갈까? ][ 아니야, 정기검진이잖아 ] 좀 늦은 아침을 차려주고 나는 따끈한 물을한 잔 마시고는 끓여놓은 보리차를 텀블러에가득 담아 집을 나섰다.병원 정기점진을 하는 날인데 하필 담당의 사정으로 오늘이었고 아침부터 채혈을 해야 해서 속을 비워둬야 했다.차분히 병원까지 음악을 들으며 걸었다.다행히도 요 몇 년은 특별히 아픈 곳이 없었다/중년 여성들에게 오는 신체적 변화에 따른 질병 같은 것도 없었는데 작년부터나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게 신경이 쓰였다. 식생활 개선을 하면 좋아진다고 했는데아무리 식단을 바꾸고 애를 써도 역시나여성호르몬 감퇴로 인해  좀처럼 수치가 떨어지지 않았지만 담당의 말이 내 나이 또래는 흔한증상이라길래 대스럽.. 2025. 2. 24.
우리 부부가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방법 보글보글 빨갛게 끓어오르는 김치찌개냄비에 듬성듬성 썰어둔 두부를 넣었다.온 집안에서 묵은지 냄새가 진동하지 못하게환풍기를 틀고 거실 창문을 열어두었다.일본에서 청국장 끓이다가 아파트 주민들신고?로 관리인에게 엄중주의를 받았다는 한국인 지인 얘길 듣고 난 후부터는나름 신경이 쓰여서 늘 환풍기와 통창문을열어둔다. 그나마 다행인 건 우리 집이최상층에 위치하고 있고 가장 끝집이다 보니냄새가 사방으로 덜 퍼져나가지만늘 주의를 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먹는 걸 상당히 중요시하는 깨달음 덕분에매일 아침식사를 좀 거하다 싶을 정도로준비를 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점심식사를 사무실에서 간단하게샌드위치로 마무리하기 때문에 아침을든든히 먹고 가고 싶어 했다.그래서 영양가치나 소화에 도움이 되며하루를 시작하는데 에너지가 될 수 .. 2025. 2. 20.
난 조용히 남편을 기다릴 것이다 중고가게로 가기 위해 탄 전철 안에서깨달음이 한 뭉치, 한 뭉치 종이를 풀어서 내게 내밀었다.이건 어디서 산 것이고, 이건 얼마에 샀는지깨달음도 나만큼 기억하고 있었다.미니츄어들을 결혼하고 모으기 시작했다.실물과 100프로 일치하진 않지만작디작게 만들어진 소꼽놀이 같은 소품들을보면 소인국 나라에 온 것처럼  마냥 즐거웠다.동심의 세계로 빠져서 어린 나를만날 볼 수 있고 이젠 거의 남아있지 않은순수함의 파편들을 잠깐이나마 엿볼 수 있어 좋았다.그래서 하나, 둘 모아서 진열을 해놓고 행복해했는데 모두 정리하기로 결정했다.작년 말에는 유일한 취미로 15년 이상즐겨했던 물생활을 정리하며수조를 처분을 했었다.그래서 오늘은 이 어린 왕국에 주인공들을죄다 아이템 별로 나눠서 종이에 곱게싸서 챙겨 나왔다. [ 정말 처.. 2025. 2. 17.
신주쿠에 부는 북풍을 맞으며 수업이 없는 주말이면 코리아타운이 있는신오쿠보(新大久保)를 정처 없이 걸었다.어딘가에 내 집이 있을 것만 같아서 길 잃은 아이처럼 좁은 골목을또 돌아 또 돌아 걷기도하고한글이 빼곡히 적힌 어느 한식당간판 앞에서 멍하게 메뉴판들을 읽었다.늦은 밤까지 아르바이트를 할 때면멀리서 들려오는 한국어가 반가우면서도부끄러워 펼쳐놓은 좌판과 거리를 두었다.노점에서 물건을 판다는 게 유학생으로 보여지지 않을까 봐괜한 자격지심에 등을 돌리거나 모자를깊숙이 눌러쓰고 내 정체를 숨기려했던 적도 있었다.콘비니(コンビニ) 불빛을 조명 삼아이랏샤이마세( いらっしゃいませ)를지나는 행인들에게 쉼없이 외쳤던 시간들.밤이 깊어지면 야쿠자들과 호스트들이진한 향수냄새를 풍기며 인도를 활보하고나는 그들을 최대한 선한 눈으로 바라봤다.혹시나 장.. 2025. 2. 12.
열심히 일하는 남편만의 이유 집 근처 정형외과에 잠깐 들렀다오겠다던 깨달음이 예상했던 것보다훨씬 시간이 지나서도 연락이 없었다.해가 뉘엿뉘엿 져가는 걸 보며나는 작은 와인 한 병을 느긋하게 마셨다.깨달음 몫으로 주문한 치즈케이크를거의 먹어갈 쯤에 도착한 깨달음이왼쪽 다리를 절둑거렸다.   회사 계단에서 발을 접질렸는데 처음에견딜만했더니 자꾸만 욱씬거려서도저히 못 참고 병원에 다녀오는 길이라며힘줄이 놀란 것 같다며 바르는 진통소염제를받아왔다고 한다.[ 당신이 걸으면서 핸드폰 보지 말라고 그랬는데내가 말을 안듣다가,,...]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미리이실직고하듯 말을 꺼냈다. 화덕피자 전문집으로 자리를 옮겨 가는데상당히 아파하면서 걸었다.[ 괜찮겠어? 택시 탈까? ][ 아니야,, 그냥 천천히 걸으면 괜찮아 ][ 깨달음, 그냥 집에.. 2025. 2. 9.
유학과 이민, 살다 보면 살아진다 왜 일본을 택했냐고 물었다.[ 한국하고 가까워서,,,]살아보니 뭐가 제일 좋았냐고 또 묻는다[  처음에는 어딜 가나 조용해서 참 좋았어..근데언젠가부터는 한국보다 더 시끄러워진 것 같애 ]맞다고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에동의하는 이즈미(泉) 상은 내게 유학을 오기 전,후에 마음들을궁금해했다.일본에 도착했을 때 기분이 어땠냐고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채근하듯 또 물었다. [ 벌써 25년 전이긴 한데.. 캐리어 끌고신주쿠 역에 내렸던 그 날의 날씨.사람들의 옷차림, 그리고 냄새 같은 건 지금도선명하지.. 기숙사 담당자가 땀을 흘리며다가와서는 내게 이름을 묻고 기숙사까지안내해 줬어..역에서 내려 도보 8분 정도걷는데 너무 너무 덥더라,,..줄무늬 티를 입었던 그 남자가 내 방으로안내해 주고 기숙사 수칙과 규.. 2025. 2. 6.
이지메를 당했다는 친구에게 [ 항상, 같은 식사 메뉴를 시켜라고강요하는 것도 싫었어요 ][ 말로 하지 않고 눈으로, 턱으로지시한 적도 많았어요 ][ 처음부터 모를 거라고, 못 할 거라고 미리생각하고  일을 시키는 게 싫었어요,저를 실험해 보는 것 같아서 ][ 내 여름 옷을 보고 너무 얇지 않냐고했을 때도 황당했어요 ][ 내 안경 닦는 천을 꼭 빌려가서는내가 주라고 할 때까지 돌려주지 않았어요 ][ 노트북 바탕화면이 너무 야하다고바꾸라고 하는 것도 싫었어요 ] 20대 초년생인  요코야마(横山)는 내게 할 말을 모두 수첩에 적어왔는지가끔 말하다가 잠깐씩 펼쳐봤다.자기가 1년간 회사생활을 하면서 조금이라도귀에 거슬리고 불쾌한 느낌이 들었던 모든 대화와 상황들을 적어놓았는지 디테일한 하소연이 계속됐다.[ 퇴근하고 몇 시에 목욕을 하는지물.. 2025. 2. 3.
한국인과 일본인이 다른 점 [ 어느 누구도 말리려고 하지 않았어.자기 눈앞에서 사시미 칼을 들고왔다 갔다 하는데 그냥 남의 일처럼보고만 있었던 거야, 세 명이나 찌르고나서도 또 찌르려고 주변을 서성였다는데그걸  누구도 제지하려 하지 않았단 말이야.바로 옆에 파출소가 있었는데 왜 출동을빨리 못하고 시간이 걸렸냐고,,][ 깨달음,, 알았어.. 좀 진정해..][ 우리 직원이 사고 전날에도 나가노역에서 미팅을 했어. 우리 직원이 그런 일을당했을 수 있었단 말이야..]지난주 22일 저녁 8시.나가노현 (長野県) JR나가노역 앞,버스정류장에 있던 사람들을 흉기로찌른 무차별 흉기난동 사건이 있었다.버스를 기다리던 40대 남성이 숨지고30대 남성,40대 여성이 중경상을 입은 사고였다.범인은 피해자들을 찌른 후에도 잠시역 주변을 서성이다  사라졌.. 2025. 1.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