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칸센을 타기 위해 도쿄역으로 향한 우린
이동하는 동안 먹고 마실 간식거리를 사느라
도쿄역내를 두 번이나 돌았다.
깨달음은 각 지방의 특산물로 만들어진
도시락들이 즐비한 가게로 갔고
난 차가운 도시락을 좋아하지 않아서
갓 구워낸 빵과 샌드위치를 샀다.
[ 이 도시락 따끈하게 데워먹는 거야]
[ 그래? ]
[ 당신도 한 입 먹으라고 내가 이거 골랐어 ]
[ 그냥 당신 좋아하는 거 사라니까 ]
[ 나 굴 좋아하잖아, 이 거 굴 솥밥이야,
당신도 먹고 나도 먹고 좋잖아 ]
우리가 모든 일을 잠시 중단하고
신칸센을 탄 이유는 깨달음 생일을 맞아
잠시 휴식이라는 선물을 주기 위해서였다.
올해 들어 깨달음이 일을 너무 많이 한 덕분에
피곤이 쌓인 것도 있어 생일 선물로
뭐가 좋을지 궁리하다가 온천이 어떠냐고
넌즈시 물었더니 좋다길래 깨달음이
가고 싶다는 곳으로 예약을 했다.
그렇게 결정해 가게 된 곳은 바로
호시노리조트(星野リゾート)의 료칸
아오모리야(青森屋)였다.
3시간을 달리는 신칸센에서 깨달음은 맥주를
마시다가 만화책을 꺼내 읽기도 하고 아주
릴랙스 한 시간을 보냈다.
호텔에 도착해 체크인을 끝마치고 방에
들어가니 료칸 특유의 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깨달음이 바로 온천을 즐기고 싶다길래
옷을 갈아입고 로비에서
잠깐 커피를 한 잔씩 했다.
커피를 다 마시고 대욕장으로 이동하는데
건물이 워낙 크다 보니 동관, 서관으로
그리고 신관으로 나눠져있어 연결된
복도 곳곳엔 네부타(ねぶた)가 놓여 있었다.
네부타는 나무로 큰 틀을 잡아 철사로 세밀하고
모양을 잡은 뒤 종이를 붙이고
그 위에 그림을 그려서 만든 풍등을 말한다.
주로 사람이나 여러 가지 모형의 구조물이
많은데 매년 8월에 열리는
아오모리 네부타축제는
방문객이 가장 많은 축제로 유명하며
일본 도호쿠 지방의 3대 마쯔리중에
하나이다.
처음 네부타를 봤을 땐 위협적이고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제는 얼굴이 험악하게 생긴
마음 착한 아저씨?같은 느낌이다.
자잘한 풍등들이 놓여있는 복도를 걸으며
깨달음은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 깨달음, 몇 시에 만나? ]
[ 한 시간 뒤에 여기서 ]
[ 알았어 ]
정확히 깨달음은 20분을 더 늦게 나왔다.
노천탕에 아무도 없을 때 사진 한 장
찍었다며 작은 연못에 떠 있는 네부타가
바람에 흔들거리는 걸 보고 있었더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단다.
레스토랑 쪽으로 걸어가면서도
천연온천수가 미끈미끈해서 피부가 좋아졌다며
몸과 마음의 피로가 싹 가신 듯 개운하단다.
뷔페형식의 저녁은 다양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었다.
아오모리 특산물인 사과를 넣어 만든 요리들이
꽤나 많았고 해산물, 그리고 디저트까지
일본 료칸답게 일본스러운
음식들이 위주였고 가리비와 생선을
직접 구워주는 게 특색이었다.
[ 깨달음, 생일 축하해 ]
[ 고마워, 온천 선물~너무 맘에 들어 ]
[ 다행이네. 항상 건강하길 바래 ]
[ 응, 당신도 ]
막 구워준 스테이크와 가리비가
부드러워 와인과 잘 어울렸고 우린 말없이
식사에 집중했다.
이 호텔이 외진 곳이고 시골이다 보니 시내로
나가는 게 번거로워 투숙객 대부분이 이곳에서
식사를 한다고 했다.
가리비와 문어구이를 한 접시 더 가지고 오던
깨달음이 우리 뒷 테이블에
한국가족이 있다고 했다
[ 아, 그래? ]
[ 내가 뭐 먹나 봤는데 해물덮밥이랑
사시미 먹고 있었어 ]
[ 당신은 뭐가 그리도 관심이 많아? ]
[ 이 온천이 한국에서도 인기가 있는지,
그리고 좀 일본스타일에 요리가 많은데
입맛에 맞을까 괜히 궁금해져서..]
어딜 가나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은 깨달음은
또 다른 한국 관광객이 있는지 두리번거렸다.
[ 깨달음, 내년 생일 선물도 온천으로 할까? ]
[ 응, 좋아, 가끔 이렇게 도심에서 떨어져
자연과 함께 쉬니까 충전이 되고 좋은 거 같아,
한국 가족들도 같이 오면 좋아했겠지? ]
[ 그랬겠지. 그럼 내년에도 당신 생일에
당신이 가고 싶은 곳으로 또 가자 ]
[ 그래, 고마워 ]
우린 식사를 마치고 이 호텔의 메인이라
할 수 있는 호수 주변을 산책하기로 했다.
호수 입구엔 족욕탕이 있어 젊은 커플들이
도란도란 얘기를 하고 있었고
우리는 어둠 속에 눈으로 새하얗게 덮인
산책로를 뽀드득, 뽀드득 소리를 내며 걸었다.
꽁꽁 얼어붙은 호수의 중앙엔
전통 결혼식을 올릴 수 있는 별채 같은
공간이 있어 독특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 깨달음, 내일은 아오모리 시내 나가는 거지? ]
[ 응, 시장도 가고 쇼핑도 하고 그럴 거야,
근데 오후에 다시 호텔로 돌아와야 돼,
여기서 전통공연 있잖아]
[ 알았어 ]
미끄러운 산책길을 조심조심 내려오며
깨달음은 내게 다시 한번 고맙다는 말을 했다.
내가 생일 선물로 온천을 생각한
가장 큰 이유는 깨달음 대학 동창들의
반 이상이 조기퇴직을 하거나 코로나로 회사를
접은 분들이 말 그대로 노후를 집에서
편하게 즐기고 있는 반면, 깨달음은 여전히
현역으로 열심히 일을 하고 있어서
안쓰러운 생각도 들고 잠시나마
일에서 벗어나 휴식다운 휴식을
취했으면 해서였다.
깨달음이 열심히 일 하는 것에 대한
감사를 이렇게나마 표현할 수 있어 다행이고
만족해하니 그 또한 고맙다.
깨달음, 생일 축하해,,
내년에는 더 좋은 온천을 선물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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