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드디어 음성 판정을 받은 깨달음은
코로나에서 해방된 날이라며 꽤나 들떠 있었다.
[ 나, 이제 밖에서 놀아도 돼 ]
[ 그렇게 놀고 싶었어? ]
[ 응 ! ]
뭘 어떻게 놀고 싶었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상기된 얼굴을 하고는 코로나 때문에
예약을 취소했던 딤섬을 먹으러 갔다.
紹興酒 (쇼우코슈)를 한 잔 하며 10일 넘게 집에서
격리생활을 하며 느낀 것들을
하나씩 풀어냈다.
자기 방으로 내가 식사를 가져다주고
비닐장갑을 끼고 여기저기 알코올로 닦고
세탁물도 따로 돌리는 걸 보면서 내 일을
두배로 늘렸다는 생각에 미안했단다.
[ 아니야, 별로 힘들지 않았어 ]
[ 그렇게 말해주니까 고맙네, 그리고
우리 직원도 이젠 용서해 줘, 분명
그 직원 때문에 나도 코로나에 걸렸지만..]
양성 판정을 받고도 버젓이 회사에 나왔던
그 직원을 가만 두지 않겠다고 흥분했던
내 마음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 직원의
가정사?를 얘기해주면서
넓은 마음으로 용서해 줬으면 한다고
내게 술잔을 권했다.
[ 알았어, 이젠 당신도 나았으니까
아무 감정 없어, 그런 그렇고 여긴
완전 홍콩맛이 제대로지? ]
[ 홍콩에 본점이 있잖아 ]
[ 올 때마다 느끼는데 홍콩 그대로를
가져다 놓은 거 같아. 스탭도 다 홍콩인인가? ]
모두 홍콩인인지 중국인인지 모르겠지만
일본인은 보이지 않았다.
아무튼, 우린 무사히 깨달음이 회복됨을
축하하며 다시 술잔을 기울이다 문득 코로나
보험금이 꽤나 나올 거라는 얘기를 했다.
생각보다 보험금이 많이 나오더라면서
내게 뭐 필요한 거 있냐길래 없다고 했다.
[ 그럼, 그 돈으로 우리 놀러 갈까? ]
[ 지금 코로나 감염자가 매일 2만 명을 넘고
있는데 어딜 가..]
[ 나는 이제 면역이 생겨서 괜찮아]
[................................ ]
돌파 감염, 2차 감염자도 많으니 지금보다
더 조심해야 한다고 하자 오늘만큼은
2주간 참아왔던 것들을
마음껏 풀고 싶다며 말리지 말란다.
짭쪼롬한 갈비 솥밥까지 맛있게 먹고
집에 가려는데 술을 한 잔 더 하자고 했다.
적당히 취기가 올라 나는 좋았는데
깨달음은 약간 부족한 듯해 알았다고
가자고 했는데 탕수육을 먹겠단다.
[ 또 기름진 거 먹는다고? ]
[ 응, 오랜만에 소주에 탕수육 먹고 싶어 ]
[ 그래.. 가자,,]
일본에서 또 추석상을 차리다.
좀 이른 퇴근을 하고 집에 들어왔는데 우리집 발코니에서 한참 작업중이였다. 대대적인 외벽보수공사가 시작된지 벌써 3개월이 넘어가고 있다. 공사가 시작된 날부터 온 집안에 있는 창문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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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배를 하기도 전에 술잔을 털어 넣는 깨달음.
[ 오~~~~ 달다 달아, 내가 2주 동안
입이 먹고 싶은 것보다 몸에 좋은 것만
먹느라고 좀 지겨웠거든, 이렇게 한 번씩
탕수육도 먹어줘야 몸이 기뻐해 ]
[.............................. ]
술기운이 돌아서인지 깨달음 기분은
최고조로 치솟았고 내게 알통을
몇 번이나 보여주면서
다시 건강해졌다고 확인시키듯
만져보라며 주책을 떨었다.
알딸딸하게 취한 상태로 탕수육을 다 비운 후
집에 가려는데 이번엔 디저트를
먹어야겠다고 했다.
나에겐 여전히 불편한 일본의 이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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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달음, 배 안 불러? ]
[ 배부르는데 디저트는 먹어야지.
나,, 코로나 때는 입맛이 없었잖아, 근데
식욕이 폭발했나 봐, 자꾸만 당겨,
치즈케이크도 먹을 거야 ]
[ 그래... 먹어,,..]
입맛이 없었던 건 사실인데
저렇게까지 잘 먹는 걸 보니 깨달음이
이젠 완전히 회복이 된 듯싶어 다행이다.
이 날, 내가 주문한 딸기 케이크까지 먹은 후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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