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만원이 주는 자괴감
점원이 내가 들어가자 바로 우리가늘 앉는 테이블로 안내해 주었다.[ 저, 오늘 혼자니까 카운터로 앉을게요 ][ 아,,그러세요, 그럼 여기로 ][ 남편은 오늘 송년회가 있어서..]늘 깨달음과 함께 왔던 소바집인데혼자 온 게 처음이고 왠지 어색해서묻지도 않았는데 혼자인 이유를 말했다.생맥주를 한 잔 마시며적당히 꼬치요리를 주문했다. 핸드폰으로 뉴스를 좀 살펴보고카톡, 인스타까지 훑어보다 다시카톡으로 그리고 어제 저녁 친구와 나눈긴 메시지들을 꼼꼼히 다시 읽고오전 중에 통화했던 내용들도 다시 떠올렸다.[ 케이야, 너 감기 걸렸어? ][ 아니..][ 근데, 왜 코목소리 나? ][ 지난달에 코로나 걸렸는데 후유증인가 봐.후각마비는 거의 풀렸는데 코 맹맹한소리가 계속 나,,][ 어머, 그랬구나, 나도 코로나 걸..
2024. 12. 16.
처음으로 하는 얘기
4교시 수업이 끝나고 점심을 먹고 난 후,5.6교시 체육시간에 입을체육복을 미리 갈아입고이어 달리기를 같이 할 친구들과 바통으로 까불고 있을 때 선생님이 오늘은 오후 수업이 없으니 빨리집에 가라고 했다.우리는 다 같이 앗싸! 를 외치며가방을 챙겼고 교복으로 바꿔 입으려는 친구를 본 선생님이 갈아입지 말고집으로 바로 가라고 했다. 교문을 향해 걸어가는데 대학생 언니, 오빠들이 7.8명이 옆으로 붙어 어깨동무를 하고는 상기된 표정으로 줄을 맞춰 빠른 걸음으로교문을 빠져나가는 걸 봤다.한 줄, 두 줄, 세 줄, 네 줄, 다섯 줄, 여섯 줄,,,대학 부속국민학교를 다닌 덕분에수업이 빨리 끝나면 친구들과 대학캠퍼스음악실에 들어가 피아노를 몰래 치곤 했는데이 날은 그래서는 안 될 것 같다고 직감했다.그리고 ..
2024. 12. 13.
우리는 모른 채 살아간다
매년 11월 말이면 자영업자는 물론일반인들도 함께 즐기는 축제의 하나인도리노이치(酉の市)를 찾았다.출근을 한 깨달음은 작년에 산 쿠마데(熊手)를약속시간에 맞춰 가지고 오기로 했다. 신주쿠 (新宿)에 있는 하나조노진자(花園神社)주변부터 포장마차가 즐비했다.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 뒤편으로 돌아갔는데참배를 올리는 바로 옆 자리에서작년에 구입한 구마테를처분하기 위해 창고 같은 곳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쿠마데(熊手)는 갈쿠리가 곰발바닥 모양으로생겨서 붙여진 이름으로 갈쿠리로돈을 긁어 모은다는 뜻도 내포되어 있다.이 갈쿠리는 벼, 매화, 거북이,엽전, 금덩이, 잉어, 쌀가마, 송학 등으로화려하게 장식을 하고 사업번창, 장수, 금전운,명예, 교통안전,가내평안 등,, 자신들이 원하는 소원들을 담아 마음에 드는 구마테..
2024. 12. 1.
내가 직장을 그만 둔 진짜 이유
옛 동료인 우스이 (臼井)상이 차를 한 잔 하자고 했다.실은 올 봄부터 꽤나 집요하게 연락이왔었는데 적당히 핑계를 대며 넘겼는데오늘은 미팅이 있어 움직이다 보니 우리 집근처까지 왔다길래 약속을 잡았다.무엇 때문에 만나자고 하는지전혀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무슨 말을하려는지 알 것 같아서 지금 만나는 게맞는지,, 아니면 끝까지 사양하는 게좋았을지 애매모호한 상태로 커피숍으로 향했다. 먼저 기다리고 있던 우스이 상이날이 선선해졌다는 통상적인 인사를하면서 오늘 아침 자기 남편과옷차림으로 실랑이를 벌였다는 얘기,그리고 바로 이어서 자기 아들 얘기,, 또 자기 집 고양이와 옆집 고양이까지.,,그렇게 계속해서 주변 얘기를 하다가막간을 이용해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우스이 상, 괜찮아요,, 나한테 할 말있어서 ..
2024. 10.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