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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218

일본의 위드 코로나 시대 지난 9월을 마지막으로 이곳은 긴급사태가 전면 해제되었고 위드 코로나로 분위기가 전환되면서 예전처럼 일상이 회복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우리도 위드 코로나 (With Corona)시대에 적응한다는 핑계로 근 2년 가까이 가지 못했던 영화관을 찾았다. 007 영화는 꼭 스크린을 통해서 보고 싶다는 강한 욕구를 억제하지 못해 집을 나섰다. 음료와 팝콘을 사려는 깨달음에게 마스크를 벗으면 위험할 수 있으니 그냥 참자고 말렸다. 지정석에 앉아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깨달음이 오랜만에 와서인지 기분이 색다르다고 했다. 우리 앞 줄 건너편에 앉은 아저씨는 맥주캔을 가방에서 꺼내더니 조심히 티슈로 캔을 감싸며 상표가 보이지 않게 붙이고는 홀짝홀짝 마시기 시작했다. 상영시간 2시간이 넘은 영화였지만 지루하지 않고 잘 .. 2021. 10. 4.
직장생활 못하는 사람들의 특징 어디에서나 사회생활이 서툰 사람이 있다. 특히, 취직을 하고 그 일에 익숙해지는 동안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로 하는 게 당연하지만 일을 못하는 사람들은 그곳이 어디든, 무슨 일을 하던 그들만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나와 함께 일했던 30대 여직원과 40대 남직원이 지난주에 일을 그만뒀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만 둔 게 아닌 코로나로 인한 인원감축을 이유로 그 두 직원이 퇴사하게 되었다. 그들이 퇴사하는데 있어 임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서 어찌보면 깔끔했지만 난 못내 아쉽다고해야할까 그 두 사람이 앞으로 다른 곳에서도 어떻게 사회생활을 하게 될지 괜한 걱정이 되었다. 그 두 사람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일을 못하는 사람이었다. 일을 못한다는 건 여러 유형의 패턴이 있겠지만 희한하게도 그 둘은 못하는 .. 2021. 8. 22.
일본에선 각방을 쓰는 이유가 따로 있다 블로그를 하다 보면 여러 질문을 받곤 한다. 내가 20년 이상 일본에 거주하고 있다는 것과 배우자가 일본인이라는 이유로도 같은 궁금증을 갖고 계시는 분들이 많다. 가끔 내게 메일을 주시는 분들은 나처럼 한일 부부이거나 일본인과 교제를 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한국과 조금은 다른 부부 형태를 두가지 소개해드리고자 한다. 먼저 일본인은 결혼을 해서 부부가 되어도 자신과 자신의 것을 우선시하고 소중히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한국의 우리라는 개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워낙에 개인주의적인 면이 철저하다 보니 특히 금전면에서는 내 돈과 니 돈을 명확히 구분한다. 그래서 결혼을 해도 상대의 수입이 얼마인지 굳이 묻지 않으며 알려고 하지 않는다. 월급이 바로 본인들 통장으로 들어오기에 상대의 월급은 알 수가 없다. 둘이서 .. 2021. 8. 9.
일본인이 한국 라면을 먹을 때 2주 전부터 깨달음이 코리아타운을 한 번 가자고 했지만 난 가야 할 이유를 찾지 않았다. 그곳에 가야만이 살 수 있었던 한국식재료나 냉동식품들이 요즘은 웬만한 대형마트에 가면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한국산 고춧가루를 비롯해 냉동만두, 김치까지 한국 브랜드를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조선된장, 조선간장, 액젓처럼 코리아타운에서 구입해야 할 것도 분명있다. 특히 깻잎, 애호박, 호박잎, 시래기처럼 구하기 힘든 채소들은 그곳에 가야 하는데 요즘은 깻잎이 먹고 싶을 땐 오오바(大葉)로 애호박은 즈끼니(ズッキーニ)로 대신해서 요리를 하곤 했다. 그래서도 특별히 가야할 일이 생기지 않았다. [ 깨달음, 왜 가려는 거야? ] [ 그냥,, 심심해서..] [ 뭐 살 거 있어? ] [ 아니.. 없는데.. 그냥 오.. 2021. 5. 21.
그래서 재혼이 어렵다 미안하다는 말을 계속하는 그녀에게 이젠 그만하라고 자꾸 사과하면 더 불편하다고 말했지만 그녀는 또 미안하다고 했다. [ 하필, 긴급사태 선언이 또 발령될지 누가 알았겠어.. 이럴지 모르고 예약했는데.. 취소할 수도 없고,,,꼭 내가 정 상한테 고맙다는 인사를 꼭 하고 싶었어 ] [ 알았어... ] 25일부터 제 3차 긴급사태 선언되었고 어제부터 시작된 황금연휴는 이동을 자제하고 스테이홈을 해달라는 당부의 캠페인이 연일 TV에서 광고처럼 흘러나오고 있지만 거리엔 평소와 다름없는 인파들로 가득하다. 그런 상황에 이렇게 식사자리를 마련하게 되어서 무라모토(村本) 상은 미안하다는 말을 거듭한 것이다. [ 여기, 코로나 대책 확실히 하는 곳이야 ] [ 고마워....근데 정말 안 그래도 되는데.. ] [ 아니야, .. 2021. 5. 1.
재입사를 원하는 남편 회사의 직원들 돈가스를 좋아하는 깨달음이 많이 참았다. 코로나로 외식을 줄이고 있는 이유도 있고 건강을 생각해 튀김류는 되도록이면 적게 섭취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내 의견을 따라주었는데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은 모든 걸 잊고? 본능에 이끌린 채로 그냥 돈가스집으로 발길이 향했다. 니혼슈(日本酒)를 한 모금 하고 나서 짭조름한 쯔게모노(漬け物)를 먹으면 침샘이 자극되서인지 입안이 달달해져 술이 잘 넘어간다. [ 당신도 알지? 노무라 상(野村)? 야마오쿠(山奥) 랑 단짝이었던 여직원 ] [ 알아, 몇 년 전에 그만뒀잖아 ] [ 응, 맞아, 근데 우리 회사 다시 오고 싶다네 ] [ 그래.. 그럴 거면 그때 왜 그만뒀는데? ] [ 나도 이번에서야 알았는데 지난달에 그만둔 미나미 (南)군과 같이 일하는 게 싫어서였다네 ] 미.. 2021. 4. 13.
시아버님이 전화를 하셨다. 퇴근하고 온 깨달음이 오전에 아버님과 통화를 했는데 내 목소리가 듣고 싶다고 하셨단다. [ 무슨 일 있어? ] [ 아니, 별 건 아니고 당신이 보낸 소포가 잘 도착했다는 거였어 ] 일주일에 3번씩 아버님이 좋아하시는 과자나 과일을 챙겨 보내드린지 꽤 오래됐다. 자주 찾아뵙지 못하니 그거라도 해야지 내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 해오고 있다. 요양원 저녁식사가 끝날 무렵에 맞춰 전화를 드릴 요량으로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데 깨달음 전화벨이 울렸다. 아버님이셨다. 날씨 얘기를 하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었는데 내게 깨달음이 전화기를 건넸다. [ 케이 짱, 고맙다. 늘 챙겨줘서..] [ 아니에요. 아버님, 별 일 없으시죠? ] [ 응, 나야 너네들 덕분에 잘 있단다 ] [ 아버님,,외롭지는 않으세요? ] [ 응,,나는.. 2021. 3. 3.
의외의 처방전을 내려 준 일본 의사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다행히 환자는 아무도 없었다. 병원 입구의 출입문은 물론 치료실 문도 모두 열어둔 채 환기를 시키고 있는 듯했다. 밖에서 들어오는 찬 바람을 막아주기 위해 작은 탁상용 난로가 좌우 열심히 고개를 움직이고 있었지만 전혀 따뜻함이 전달되지 않았다. 환자가 나 뿐인데 간호사는 서류를 정리하는지 좀처럼 날 부르지 않았고,, 그냥 그러러니 하고 잠자코 기다렸다. 원장님은 오늘도 두꺼운 안경을 치켜올리며 나와 차트를 번갈아 보셨다. [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에 오셨죠? ] [ 아니.. 그것도 그렇고 제 입술이...] [ 많이 피곤하셨나 봐요, 힘든 일 하셨어요? ] [ 아니요,, 평소와 별 반 다를 게 없었는데..] [ 식사는 잘하셨나요? ] [ 네,,] [ 이게 몸이 피곤하거나, 면역이 떨어졌을.. 2021. 2. 12.
일본판 주민등록증을 받던 날 2020년 8월 28일, 깨달음과 함께 마이넘버 카드를 신청했다. 한국의 주민등록증과 같은 이 카드는 모든 행정업무가 아주 간단히 처리된다는 장점이 있어 신청하게 됐는데 5개월이 지나서야 교부 통지서가 도착했다. 작년 연말쯤 깨달음이 구약소에 전화를 해 언제쯤 받을 수 있는지 확인했을 때 언제라는 답변을 못 드리겠다고 해서 그냥 잊고 있었는데 통지가 왔다. 한국의 주민등록증과 다른 점은 지문을 등록하지 않기 때문에 신원확인을 할 수 없어 어찌 보면 단순히 말 그대로 개인 식별번호가 주어지는 카드이다. 이 카드엔 전자증명서(인증서)가 탑재되어 있어 전자서명이나 증명, 즉 인감도장 역할을 병행하고 있지만, 운전면허증과 여권으로도 충분히 증명이 되므로 굳이 만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일본인이 전체의 60%를.. 2021. 2. 6.
지금 일본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 내일부터 이곳은 도쿄와 가나가와, 치바, 사이타마현 등 4개 광역자치단체에 긴급사태 선언이 재발령하게 되었다. 이번은 음식점 영업시간 단축에 중점을 두고 작년 5월처럼 휴교나 이벤트, 행사의 전면금지는 면제 된 조금 완화한 긴급사태에 접어들었다. 영업시간 단축에 응하는 업소에는 지원금을 주지만 요청에 불응하면 벌칙을 부과하도록 특조법을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번 긴급사태는 약 한 달간 실시할 예정이라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3월까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하고 있다.단순히 요식업, 음식점만 제재를 한다고 해서감염자 수가 줄기는 힘든 상황에 와 있고일명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깜깜이가 전 감염자의 70%이상인 상태에서 단축영업만이 우선책이 아니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또한 여전히 PCR검사를 쉽게 .. 2021. 1. 7.
신개념의 부부들이 늘어가는 일본 머리를 자르기 위해 일단 예약를 할 생각이였는데 괜찮으시면 오늘 비어있으니오시는 게 어떻겠냐고 해서 옷을 챙겨입었다.미용실에 도착할 때까지 어떻게 자를 것인지결정하지 못한 상태였다.머리를 멋지게 단장하고, 곱게 화장을 하며 정성껏 네일아트를 하는 여성들의 일반적 꾸미기엔 애초부터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보니 오늘도 삭발이 제일 편할 거라는 생각만하고 미용실에 들어섰다.귀 밑까지 짤막하게 잘린 어느 헤어모델의단발머리 사진을 보여주며 볼륨 넣지 마시고그냥 이대로 잘라주시라 부탁한 뒤 난 가져간 책을 꺼냈다.[ 댁이 이 근처세요? ][ 저희 가게는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 오늘 너무 춥죠? ]난 그냥 건성건성 대답을 했다.일본 미용실은 너무 친절해서 불편할 때가 있다.그냥 머리만 잘라줬으면 하는 바람에 책을 .. 2020. 12. 23.
남편은 날 미안하게 만든다 월급날이 꽤 지났지만 언제나처럼 깨달음에게 한 달간 수고했다는 의미로 저녁을 샀다. 25일은 서로 여러가지 일들이 있어 한 달간의 시간을 돌이켜볼 정신적인 여유가 없어 그냥 잊고 지나가 버렸다. 그런데 오늘 오후, 티브이를 보다가 문뜩 생각이 났는지 깨달음이 저녁을 먹자고 했다. [ 깨달음,한 달간 수고 했어. 많이 늦였지만] [ 당신도 수고 했어 ] [ 이 날은 내가 한 달간 열심히 살아온 것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 ] [ 당신 기분이 좋아진다면 언제든지 살 게] [ 아니야, 자주 하면 의미가 엷어지니까 지금이 딱 좋아 ] 10월은 계약취소가 많았던 잔인한 한 달이였다며 정말 위기감이 느껴져 세무사와 상담을 세 번이나 했다고 한다. [ 그래서 내가 지난번에 얘기했잖아, 혹 회사가 힘.. 2020. 11. 9.
돈 앞에서는 일본인도 똑같았다 2주전,아니 올 해를 시작하면서부터 우리 부부에게 머리 아픈 일이 생겼다. 시부모님의 모든 재산을 두분이 요양원으로 들어가셨던 3년전부터 서방님께 맡겨 모든 걸 관리하셨다. 서방님에게 맡기게 된 이유는 도쿄에 사는 우리보다 시부모님과 가까운 곳(시댁과 1시간거리)에 있는 것과 병원을 모시고 가는 일을 포함해 행여나 급한 일이 발생했을 때 가장 빨리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 우선되었고 서방님도 흔쾌히 자신이 해야하는 일이라 생각하다며 당연하게 생각했었다. 이런 이유들로 깨달음은 시부모님의 재산은 동생에게 모두 줄 거라 했었고 나 역시 그렇게하라고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하시니까 받으시는 게 당연하다 생각했었다. 그래서 지금껏 단 한번도 그 부분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고 언급할 필요조차 없었다. 그런데 올.. 2020. 10. 22.
그녀의 자존감을 높여준 한국요리 코리아타운이라 불리우는 신오쿠보역 개찰구에 들어서자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9월이 시작된 첫주말, 여전히 한여름처럼 33도를 향해가는 날씨탓에 그녀는 손수건으로 연신 땀을 닦아냈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만나자고 몇 번이고 약속을 미루고 미뤘는데 더 이상은 참지 못하겠다며 그녀가 지난주에 전화를 했었다. 런치를 같이하고 싶다고 그녀에게 난 식사는 다음에 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양해를 구하고 차를 마시기로 했다. 40대후반인 메이짱은 돌싱이며 내게 그림치료 수업을 1년정도 받았었다. 3년전 이혼을 한 후로 보기 시작한 한국 드라마에 빠지면서 혼자서 한국여행을 두번 다녀왔고 요리에 관심을 보여서 내가 한국요리를 이것저것 가르쳐주곤 했었다. 그녀는 커피숍에 가기 전, 사고 싶은 게 많다며 한국마트.. 2020. 9. 6.
일본에서 일어나는 코로나 이지메의 실태 8월 15일 이곳은 한국의 추석과 같은 오봉이였다. 8일부터 시작된 긴 연휴가 오늘로 끝이 났지만올 해는 코로나때문에 귀성을 포기하는 사람들이60%이상이였고 어쩔수없는 개인 사정으로 꼭 고향에 내려가 부모님을 뵙거나 성묘를 가야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연휴 중반무렵, 성묘를 위해자신의 고향 아오모리에 귀성한 60대 남성의 집에 손글씨로 쓴 종이가 놓여있었고그 내용은 [이런 시기에 도쿄에서 왜 왔냐 ][알만한 나이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냐][어서 돌아가라]고 적힌 유인물이였다. 이 남성은 고향에 내려오기 전, 자비로 PCR검사를 통해 음성 판정을 받고고향에 내려왔음에도 불구하고 도쿄에서 왔다는 이유로 이런 비난받아야하는 게 억울하다며 하소연했다.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했던 초창.. 2020. 8.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