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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218

누가 변호사 아들을 때렸는가 새벽녘에 눈을 떴다. 창문을 열어 둔 탓에바람결이 차가웠는지 잠에서 깼다.어젯밤 잠들기 전부터 머릿속에서맴돌았던 변호사라는 직업.내 주변에는 법조계 사람들이 별로 없어친근감이 형성되지 않지만 변호사는구체적으로 무슨 일을주로 하는지 검색을 해봤다.내가 소속된 단체는 꽤나 크다.어디라고 밝힐 수는 없지만 같은 뜻을가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회원이되었지만 단체에서 벗어나면모두가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하나의 개인으로 돌아간다.사건의 발단은 올 초였다.단체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에서소송사건이 일어났다.아이들끼리 장난치며 놀다가 발생한 일인데어느 아이는 구타를 당한 피해아동이되었고 다른 아이는 구타를한 가해아동이 되었다.그저 놀다가 흔히 있는 일이라고 선생님들은입을 모았지만 일이 자꾸만 크게 번졌다.그 중심에는 피해아.. 2024. 8. 30.
한국 가수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내 아파트 조합에서 서류가 도착했다며사진 찍어 보내주신다 하셨다.한국이 너무 더워서 에어컨 없이 하루도 그냥 지낼 수 없다시며일본도 많이 덥냐고 물으신다.[ 엄마, 여기도 너무 너무 더워요,한국도 일본만큼 덥다던데 밖에 나가지마시고 돈 아끼지 말고 에어컨꼭 틀고 지내셔야 돼 ]여기 일본에서는 홀로 사시는 노인들이절약한다고 창문 열어두고 부채질하면서지내다가 열사병으로 쓰러져 하루에도10명이 넘게 응급실에 실려가고 있으니절대로 전기세네 뭐네 생각지 말고시원하게 지내시라고 당부드렸다.[ 응,, 인자 돈 안 아끼고 쓴다,,일본도 많이 더운갑네..][ 응,,평균 36도, 37도야,,][ 깨서방도 더운디 고생하것네..][ 사무실에만 있어서 괜찮아 ][ 그래도,, 엊그제,,테레비 봤냐? 일본 .. 2024. 8. 10.
믿음이 가는 사람이 있다 나한테서 만나자는 연락이 올 거라고꿈에도 생각을 못해 봤다는 토모코는약속날을 기다리며 혼자 많은 상상을 했단다.깨서방과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가,일본을 떠나는 것인가,자기한테 뭔가를 부탁할 게 있는가,, 이렇게 6년이 넘어서 만나자고 연락이온 걸 보면 분명 무슨 일이 있는 것인데그게 뭔지 생각을 하고 또 해봤지만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단다.그래서 남편에게  케이짱에게 무슨변화가 생겼을 것 같냐고 물었더니언젠가 내가 보내준 오이김치 얘기를하면서 한국 식당 같은 걸 차린게아니냐고 하더란다.  듣고보니 그것도 조금은 일리가 있을 것같은데 식당을 차렸을까 하다가도나와 이미지가 매칭되지 않았단다.[ 토모코,,,,몇 년 만이지? ][ 정확하게 6년 반이야 ][ 정말 오랜만이다, 하나도 안 변했네][ 늙었지..이 주.. 2024. 7. 24.
아내가 바람이 났단다 깨달음 회사는 창립 때부터 대학 후배들과 함께 일을 해 왔다. 사무실을 요코하마에서 시부야로 옮겨 오면서 후배들을 고문으로 남기도하고 모두가 독립을 했다. 그들중에 깨달음과 가장 오랜 시간 함께 일을 해 온 마쯔다 상이 요즘 많이 힘들다. 나와 동갑인 마쯔다 상이 올 초에 이혼을 하고 시골에서 요양 같은 걸 한다고 그랬는데 지난달부터 부쩍 깨달음 회사에 나타나 멍하니 시간을 보내고 가곤 했단다. 딸 두명도 일찍 시집을 가서 혼자 남아도는 시간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사무실에서 직원들 일을 같이 하기도 하고 맛집에서 피자를 서너 판씩 사 와서 먹기도 했단다. 그런 후배 모습이 안쓰러워서 두어 번 술자리를 가졌다는데 깨달음 말에 의하면 이혼 후 극심한 우울증이 생긴 것 같았다며 불면증에 시달려 수면제 없.. 2023. 12. 7.
일본 교회도 똑같았다. 모태신앙인이었던 나는 내 본의가 아닌 불가항력적인 흐름으로 어릴적부터 엄마가 다니던 교회를 다니게 되었고 자연스레 그렇게 크리스천이 되었다. 믿음이 있는지 없는지 스스로가 확실치 않은 상태에서 엄마의 강요? 가 섞인 세례를 성인이 되고서야 받았다. 늘 내 자신에게 자문을 했던 건 난 진정한 크리스천인가, 말씀대로 살고 있는가, 말씀대로 행하려 노력하고 있는가라는 의문들이 날 따라다녔다. 그래서도 세례를 받는데 주저했지만 습관처럼 교회는 다녔고 내 필요에 의해 주님을 찾을 때가 많았다. 이곳 일본에 와서도 한국에서처럼 교회에 소속하지 않은 채로 그냥 게스트처럼 교회를 다니고 있다. 교인으로 소속되어 있진 않지만 몇년을 성실히 다니는 나에게 등록을 왜 안 하냐고 묻는 분들이 꽤나 계셨지만 그럴 때마다 난 어.. 2023. 12. 1.
나이가 사람을 변하게 만든다 금요일부터 이곳은 연휴였다. 깨달음은 거의 자기 방에서 나오지 않은 채 일에 몰두했다가 저녁을 먹고 나면 혼자 넷플릭스를 보고 잠이 들었고 나는 나대로 토요일엔 약속이 있어 잠깐 나갔다가 온 게 전부였다. 오늘도 여전히 낮기온은 25도를 유지하고 있는데 비가 올 것처럼 꾸무럭거리기도 하고 반짝 해가 비치는 늦은 오후, 우린 산책을 나왔다. 오다이바는 요사코이(夜さ来い) 마쯔리로 음악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포장마차에서 품어내는 음식 냄새로 축제분위기였다. 낮은 더워서인지 아이들이 첨벙거리며 놀고 있는 곳에 깨달음이 수제비 뜨기를 하는데 옛 실력이 나오지 않는다며 두 번 하고 그만뒀다. 나 혼자 산책으로 나올 때마다 앉아서 명상을 했던 곳에 오늘은 깨달음이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쉬었다. [ 생맥주 한 잔 .. 2023. 11. 7.
헤어지는 게 정답이다 대학원 동기를 만났다. 홋카이도(北海道)에 사는 아이짱이 남자 친구랑 같이 도쿄에 왔다가 잠시 시간이 생겼다며 내게 연락을 해왔다. 마침 나도 일하고 있던 중이라 점심 시간에 맞춰 중간지점에서 만났다. 테이블에 앉은 동시에 알바생이 와서는 명란젓 (明太子) 과 쯔게모노(漬物 장아찌)인 매운 갓절임 (からし高菜) 을 놓고 갔다. [ 오랜만이네 ] [ 어,, 진짜 오랜만이다 ] [ 무슨 일로 온 거야? ] [ 그냥,,,놀러...] 주문한 모츠나베(もつ鍋 곱창전골)가 나오고 끓는 동안 이런저런 얘길 나눴다. [ 정 상,, 식사하고 차 마실 시간 돼? ] [ 응, 괜찮아, 나한테 뭐 할 말 있지? ] [ 아니.. 없어..] [ 그냥 말해,, 얘기하고 싶어서 나 만나자고 한 거 다 알아 ] 그녀는 대답해서 피식 .. 2023. 10. 20.
이제부터 김치는 사먹기로 했다. 김치 택배가 왔다. 깨달음 거래처에서 보내온 것인데 재일동포라고 했다. 일본에서 살면서 김치 선물을 받아본 건 처음이라 약간 얼떨떨한데 깨달음에게 거래서 최사장이 추석선물 겸 공사 부탁한다고 겸사겸사 인사차 보낸 것 같다고 했다. 김치 회사 이름이 나카요시다. 이 김치의 수익금은 치바조선초등교에 지원금으로 쓰이고 있다는 내용과 사진, 편지지가 들어있고, 내용물은 배추, 깍두기, 무말랭이, 진미채, 창난젓, 냉면이었다. 모두 반찬통에 담으면서 하나씩 먹어봤더니 김치가 아주 상큼하고 간이 딱 맞아 입맛을 돋우는 맛이었다. 깍두기도 고소한 젓갈냄새가 나면서 상당히 맛깔스러웠다. 진미채는 내 입에 꽤나 달았고 창난젓은 늘 먹던 맛과 별반 차이가 없이 양념맛이 좋았다. 저녁식사 때 반찬으로 내놓은 걸 조금씩 맛을.. 2023. 9. 11.
모든 부모는 자식보다 더 아프다 오랜만에 연락을 주셔서 솔직히 반가웠다. 그녀의 가족이 가와사키(川崎)로 이사를 했고 코로나 때문에도 볼 수가 없었다. 자기 집 근처에 맛있는 고깃집에서 보자길래 두말없이 약속을 잡았다. 가게 카운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그녀는 5년 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서 있었다. [ 오랜만이에요, 스즈키(鈴木) 상 ] [ 케이짱,, 오랜만이야~ ] 습관적으로 스즈카 상이라고 뱉고 나서야 낫짱으로 불러라고 했던 게 떠올랐지만 나보다 연배인 그녀를 친구처럼 부르긴 좀 어색했다. [ 스즈키상, 근데 왜 이렇게 예뻐졌어요? 살이 많이 빠지셨네요 ] [ 그래? 다이어트 좀 했지 ] 우리 맛있다는 소고기의 각종 부위를 주문하고 그간에 못다 한 얘기들을 풀어놓았다. 난, 무엇보다 그녀의 아들 소식이 궁금했다. 자폐증이 있는.. 2023. 8. 30.
좋은 인연은 서로가 만들어 간다 난 그들에게 줄 선물을 일단 사고 번화한 시부야(渋谷) 거리를 거닐며 왠지 이곳은 나와 맞지 않는 장소라는 생각을 했다. 깨달음 회사가 있어서 자주 오는 편이지만 왠지 와도 와도 익숙해지지 않는 곳이다. 스크램블 교차로를 지나 골목으로 들어서자 약속 장소가 바로 눈에 들어왔다. 모두가 시간을 낼 수 있는 건 오봉야스미(추석연휴)뿐이었고 서로의 집과 교통이 편한 곳을 찾다 보니 시부야였다. 내가 협회 일을 그만두고 나서 그들과 송별회를 하지 않았던 건 직책은 내려놓았지만 회원의 일원으로서 앞으로도 얼굴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사양했었다. 굳이 송별회라는 이름으로 자리를 마련한다는 게 우습기도 하고 내겐 별 의미가 없었는데 꼭 해야 한다고, 안 하면 안 된다는 하시노(橋野) 상의 강력한? 제의로 모두가 자리를.. 2023. 8. 16.
옆 집 아줌마가 보낸 편지와 남편 저녁에 퇴근하고 돌아온 깨달음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손에 들린 편지를 내게 밀더니 옆집 아줌마가 보낸 거라고 했다. 장마가 시작되던 한 달 전, 각 엘리버이터에 공지된 내용을 보고 바로 발코니 배수로 청소를 했는데 아줌마 편지 내용을 보니 먼지나 쓰레기가 배수로에 쌓여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막혀서 자기쪽으로 넘어오고 물이 잘 내려가지 않으니 청소를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 깨달음, 우리 지난주에도 청소하지 않았나? ] [ 했지, 내가 지금 가서 얘기하고 올게 ] [ 아니, 잠깐만,,] 말릴 틈도 없이 다시 나간 깨달음이 바로 돌아왔다. [ 없네...] [ 있어도 무서워서 안 열어줬겠지.. 그냥, 우리도 편지를 써서 우편함에 넣어두는 게 나을 것 같은데 ] 깨달음이 귀찮은 표정을 하며 내일 아침에 다.. 2023. 7. 19.
시부모님 1주기, 모든 걸 덮었으면 좋겠다 늘 그렇듯 우린 아침 일찍 신칸센을 탔다. 전날 잠을 설친 탓인지 아침부터 더운 탓인지 유쾌한 기분이 들지 않았다. 서방님에게서 시부모님 1주기를 한다며 날짜를 알려온 온 것은 2주 전이었다. 우리 스케줄도 묻지 않고 통보만 해 오는 서방님의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냥 그러러니하자 했다. 시부모님도 두 분 모두 돌아가시고 서방님을 볼 날이 앞으로 얼마나 있겠냐 싶은 것도 있고 언제가 될지 모를 마지막까지 가족으로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는 나만의 인간관계 마무리를 유지하고 싶었다. 나고야에 도착해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터미널로 뛰는데 등에서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깨달음도 땀 범벅이 된 채로 버스에 올라타 바로 쓰러지듯 잠을 청했다. 배가 고파왔지만 점심을 먹을 시간이 없었고 버스안에서 뭘 먹는.. 2023. 7. 10.
일본의 이 문화는 여전히 불편하다 깨달음은 내가 없었던 주말에 빠지지 않고 영화감상을 했단다. 토요일은 아침부터 집을 나서서 상영시간에 맞춰 신주쿠(新宿)에서 시부야(渋谷)로 옮겨가며 보기도 하고 배우 최민식 씨가 주연으로 나온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를 보려고 평일날, 개봉관을 가기위해 퇴근을 일찍하고 유일한 취미생활 즐겼다고 한다. 이번주도 깨달음이 보고 싶어하는 영화를 보기 위해 집 근처 영화관에서 팝콘을 먹어가며 2시간 30분간의 상영시간을 지루함 없이 보고 나왔다. 그리고 근처 라멘가게에서 쯔케멘(つけ麵)을 먹으며 영화후기를 서로 얘기하다 약속이나 한 듯 가게를 나와 암반욕(岩盤浴)을 하러 갔다. 한국의 찜질방과 같은 느낌의 목욕시설인데 한국처럼 다양한 찜질방으로 구성되어 있는 건 아니고 암반욕과 천연돌이 깔린 방이 나뉘어져 있고 .. 2023. 5. 23.
시부모님의 유산과 시동생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후, 우편함에 들어있는 소포상자를 꺼내 깨달음 방에 두었다. 서방님에게서 온 것이었는데 묵직한 게 두꺼운 책이 들어있는 느낌이였다. 그렇지 않아도 서방님이 지난주 깨달음에게 돌아가신 시어머니가 들어놓았던 보험 증서를 회사로 보내왔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회사가 아닌 집으로 뭘 보낸 건지 약간 궁금하기도 했지만 시댁일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했던 터라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았다. 퇴근하고 돌아온 깨달음에게 저녁을 차려주고 난 할 일이 있어 내 방에서 파일을 정리하고 있었다. 일을 그만두어도 직책만 없어질 뿐 보란티어로 앞으로도 얼굴은 계속 보고 지내야 하기 때문에 마무리도 깔끔하게 뒷정리를 해야 했다. 내가 원하고 노력해서 쓰게 되는 감투는 감사하지만 어쩌다 보니 얻게 된 감투는 늘 내 .. 2023. 3. 23.
일본의 경기 침체, 남편이 걱정이다 지난, 1월 31일, 하네다공항 제3터미널 2층, 도착로비와 직결된 호텔과 상업시설이 구성된 에어포트 가든이 오픈했다. 1,171실을 보유한 이 호텔은 후지산을 바라보며 온천을 즐길 수 있는 천연노천탕과 대형홀, 회의장이 마련되어 있고 쇼핑몰은 일본 각지의 특산품과 하네다공항 한정 상품들로 꾸며져 있다. 실은, 코로나 전에 완공되었던 호텔인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오픈하지 못한 채 기다리다 올해 오픈하게 되었다. 깨달음은 바로 호텔 쪽으로 가고 나는 쇼핑몰을 돌다가 레스토랑으로 옮겨 각자 할 일을 좀 하고 다시 만났다. [ 완전 일본 오리지널 상품들이 많네 ] [ 타깃이 외국인이니까 ] [ 호텔은 어땠어? ] [ 괜찮았어 ] 레스토랑으로 다시 내려간 우린 가게 앞에 화환이 즐비한 곳에 멈춰 메뉴를 좀 보고 .. 2023. 2.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