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169 해외 거주자만이 느끼는 것들 한 달 전부터 예약을 잡지 못했다. 집 앞에 있는 헤어숍을 자주 이용 했는데 하필 오늘은 자리가 없었다. 직접 전화를 해 어떻게 짜투리 시간이 남아 있지 않나 물었는데 내 담당 스타일리스트가 파마할 시간은 나질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예약이 가능할 곳을 찾아봤더니 한국 미용실이 한 곳 있었다. 코리아타운까지 가야 하는 게 약간 번거롭긴 했지만 오늘밖에 시간을 낼 수 없어서 예약을 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일본어로 말을 걸어와서 나도 그냥 일본어로 대답을 했다. 예약한 코스를 확인하고 미용사분이 오셔서 처음이냐, 어떻게 알고 오셨냐라는 통상적인 질문을 하셨다. 약 3시간 정도 걸린다며 차를 한 잔 주시면서 혹시나 배가 고프면 편하게 말하라고 했다. 나는 향긋한 둥굴레차를 마시고 내 머리엔 파마롤이.. 2023. 11. 27. 내가 일본에 살면서 생긴 습관들 영화 [ 理想郷]를 봤다. 한국에서는 [더 비스츠 ]라는 제목으로 상영되었다. 스페인과 프랑스의 합잡영화인 이 영화는 네덜란드 커플이 스페인 시골 산토알라에 정착하면서 일어났던 일을 영화한 것으로 2016년 상영된 다큐 [Santoalla]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 2022년 스페인 고야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도쿄 국제 영화제에서도 3관왕을 차지한 수작이다. 영화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지식인인 프랑스 부부는 평화롭고 소박한 삶을 위해 스페인 북서부 마을로 이사를 오고 유기농 작물을 팔며 여가시간을 즐긴다. 하지만 마을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는 문제로 주민과 반대의견을 내며 이 마을의 토착민 형제와 갈등이 시작된다. 시골의 텃새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라고 하기엔.. 2023. 11. 17. 가족은 사랑하는 게 아니다. [ 여기,, 자주 오시나 봐요 ] [ 네.음식도 괜찮고, 또 얘기 나누기도 편해서.. 술 한잔 하실래요? ] [ 아니요,,저 술 잘 못마시는 것도 있고 역에 자전거를 두고 와서..] [ 아,,그러세요..] 많이 어색해서 술을 한 잔 하면 더 나아질까 했던 내 생각이 짧았다. 서로가 함께 나눌 수 있는 공통대화가 블로그다보니 네이버블로그와 티스토리 얘기로 시작했던 것 같다. 그는 네이버블로그와 티스토리를 동시에 전혀 다른 테마로 운영하고 있었다. [ 만나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먼저 해야 하는데.. 제가 깜빡했네요] [ 아니에요, 저도 언젠가 한 번 만나 뵙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어요 ] 블로그를 한지 벌써 10년이 지나가지만 만나는 이웃님들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낯을 가리는 내 성격에도 문제가 있지만 그것.. 2023. 10. 9. 후쿠시마산을 안 먹는 방법 [ 야, 너 다음에도 이렇게 무작정 오면 나 못 만나 ] [ 알아... 미안해 ] [ 못해도 2주 전에는 연락을 줘야지 ] [ 정말, 이번에는 누나 만날 계획이 없어서 연락을 안 했던 거였어. 근데 오다이바 왔는데 누나 집이 보여서..나도 모르게.. 히히. ] [ 미친... ] 대학원 후배가 갑자기 도쿄를 찾았다. 출장도 아닌 그냥 바람 쐬러 왔단다. [ 뭐 먹을래? ] [ 음,, 우나기(うなぎ 장어) ] [ 한국말 해 , 나 한국말 할 사람이 없다 ] [ 그래? 남편분,, 아,, 한국어 못하지.. 그럼 오늘은 무조건 한국말로 할게 ] 깨달음과 단골로 가는 곳은 당일 예약이 되지 않아 적당한 곳을 찾아 장소를 옮겼다. 니혼슈로 갈증 난 목을 축여가며 식사를 하는데 엊그제 만나던 것처럼 서로에게 익숙했다... 2023. 9. 7. 이혼은 결코 쉬운 게 아니다 깨달음 친구인 타무라 상(田村) 에게 김치를 보낸 건 한 달 전이였다. 늘 그렇듯, 여름이면 여름대로, 겨울이면 겨울대로 일본인 지인들에게 김치를 보내는 것도 10년이 지나가고 있다. 연일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에 이열치열하도록 칼칼한 김치로 좀 맵게 담아 보냈다. 이번에도 배추, 무, 오이김치 외에 창난젓과 진미채 넣었다. 맛있게 잘 먹고 있다는 문자를 받았는데 그가 맥주를 보내왔다. 깨달음이 보자마자 이 자식은 맨날 술만 보낸다면서 집에서 술 안 마시는데 쓸데없이 보냈다며 투덜거렸다. 대학동창인 타무라 상과는 지금까지도 일 관계로 자주 얼굴을 보는 사이다보니 할 말 못 할 말 다 털어놓은 절친중의 한 명이다. [ 다시 돌려 보내버릴까? ] [ 그건 실례겠지... ] [ 김치 보내준 당신한테 고마워서 .. 2023. 7. 25. 역시 엄마에겐 딸이 최고다 아침에 눈을 떠 사방을 살피고서야 이곳이 내 방인걸 인식했다. 한국에서 돌아와 2주가 지나가는데 지금도 가끔 잠에서 깨어나면 이곳이 어딘가 엄마집인지, 호텔인지, 제주도인지 착각을 하고 있는 나를 마주한다. 어젯밤 꿈엔 자매들과 함께 어느 바닷가가 보이는 곳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장소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산등성이에서 엄마랑 잡담을 하는 꿈을 꿨다. 일본으로 유학오기 22년 전에도 나는 성인이었고 그 당시 언니들은 결혼해서 자녀를 키우는데 바쁜 시기였다. 지금은 자녀들도 하나둘 결혼을 하고 마음적으로 여유로운 시간들을 가질 수 있어 자매들이 모여 같이 자고 같은 공간에서 깔깔거리며 웃음꽃을 피울 수 있는 기회가 좀처럼 많지 않았는데 이번에 내가 합류할 수 있어 같은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 중심축엔 항상.. 2023. 5. 19. 내가 모르는 나를 남들은 더 잘 안다. 약속시간보다 1시간 일찍 나온 덕분에 빵집에 줄을 서도 마음은 여유로웠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빵집이라고 하자 그녀는 이곳이 처음이라며 내 뒤에 서서 사람들이 뭘 사는지 눈으로 체크했다. 오늘은 일관계로 모리 상(森)과 함께 긴자(銀座) 쪽으로 나오게 됐다. 우리가 방문해야 할 곳은 미리 검토해 둔 상태여서 둘이서 특별히 준비할 건 없었다. 점심시간에 맞춰 방문을 해야 해서 그분께 드릴 간단한 음료 선물도 미리 사 두었다. 12시 30분이 되자 시간에 맞춰 방문을 하고 수업시간은 1시간 예정이었는데 회원님 댁을 나오니 2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우리 너무 열심히 했으니 에너지 충전을 해야될 것 같아 점심을 먹으러 그 근처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배가 고픈 상태여서 허겁지겁 식사를 하면서 사무실에 연락을 했더.. 2023. 2. 17. 백수가 된다면 뭘 할까? 그린차(グリーン車)에 올라탄 우린 편의점에서 사 온 초코볼을 말없이 나눠 먹었다. 그냥 바다 보러 가자는 한마디에 출발 3분전에 후다닥 전철을 탔다. 늘 그렇듯 목적지는 정하지 않고 그 상황에, 그 시간에, 그 분위기에 맞춰 감각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우리 부부. 종착역까지 노선도를 보면서 요코하마(横浜)를 갈까 잠깐 망설이다가 오랜만에 가마쿠라(鎌倉)를 가보기로 했다. 50분쯤 달려 가마쿠라 역에 내렸는데 내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이 눈에 띄였고 캐리어를 끌면서 한 손엔 핸드폰으로 목적지를 찾은 이들이 많았다. [ 여기 5년 만에 왔나? 별로 안 변했네 ] [ 근데 분위기가 바뀌었는데..] 예전에는 일본의 옛 풍경이 느껴지는 가게가 많았는데 지금은 젊은 층과 관광객을 타켓으로 하는 인기 상품들이 나열되어.. 2023. 1. 30. 올 해를 마무리 할 시간이 됐다 아침부터 초인종이 바쁘게 울리며 각종 선물들이 들어왔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평소 신세를 진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보내는 오세보( お歳暮 연말 선물)를 받다 보니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음이 실감 났다. 깨달음도 회사로 도착한 선물들을 직원들과 나누고 인기가 없는 것들을 집으로 가져왔다. 난 과일이나 생선이 좋은데 올 해는 유난히 달달한 과자류 스위츠(sweets)가 많았다. [ 근데,, 깨달음,, 이 파운드 케이크랑 버터 샌드는 직원들이 싫대? 그 여직원이 좋아하지 않았어? ] [ 그 얘도 좋아하는데 나도 좋아하니까 내가 가져왔어 ] [ 아,, 그래.. ] [ 이 연어는 우리 와이프가 좋아하니까 가져갈 거라 말하고 가져온 거야 ] [ 그래.. 고마워..] 나는 습관처럼 버터 샌드를 하나 꺼내 .. 2022. 12. 6. 3년만에 떠나는 한국... 깨달음의 여행허가가 나왔다. 프린터를 2장 해서 각자 한 장씩 파일에 넣었다. 코로나로 변해버린 입국절차가 걱정된 깨달음은 유튜브를 통해 몇 번이고 입국 방법?을 되돌려 봤다. [ 깨달음,, 허가서도 나왔고 큐코드도 다 등록했으니까 걱정할 것 없어 이제 PCR 검사 안 해도 되고 그냥 예전처럼 하면 되는 거야 ] [ 그래도 왠지 걱정돼 ] [ 뭐가 걱정 돼 ] [ 그냥 불안해.. 아무 탈 없이 입국할 수 있을까 해서..] [ 큐코드만 보여주면 된대 ] [ 그러긴 하는데..] 어디를 갈 것이며 뭘 먹을 것인지 어느 정도 리스트를 빼놓은 깨달음은 지도를 펼쳐놓고 단거리로 움직일 수 있도록 이동경로를 다시 체크했다. [ 공휴일이어서 어딜 가나 사람들이 많을 거야 그리고 택시 잡는 게 많이 어려워졌대 콜로 안 .. 2022. 10. 8. 한국에서 보여진 내 모습 우린 저녁 하기 귀찮다는 내 말에 밖으로 나와 뭘 먹을까 두리번거리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주방에 서는 걸 지겨워하지 않는데 가끔은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가 있다. [ 요즘 많이 피곤한 것 같아 ] [ 응,, 조금,, 잠을 못 자서..] 갱년기에 들어서면서 불면증이 생겼는데 약을 복용하고 많이 좋아져 깨지 않고 푹 잘 잤는데 웬일인지 일주일 전부터 다시 잠을 설치고 있다. 적당히 주문을 하고 음식을 기다리는데 깨달음이 여행사 얘길 꺼냈다. [ 한국은 지금 완전 가을 날씨라던데? ] [ 아니, 한국도 낮엔 덥대. 여기처럼 ] [ 그럼, 우리 옷을 어떻게 입고 가지? ] [ 그냥 재킷 입고 가면 될 것 같아 ] 한국행 티켓을 예약해 놓고 우린 행여나 이번에도 결항이 되지 않을까 내심 조마조마했는데.. 2022. 9. 28. 한국사람인 나도 어렵다 내가 설거지를 하는 동안 깨달음은 열심히 한글책을 펼쳐놓고 쓰기 연습을 하는데 한숨 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 깨달음은 완벽한 발음과 암기를 하려는 자기만의 고집스런 공부 방식을 택하고 있어 진도가 더디게만 가고 있다. 옆에서 보고 있으면 좀 답답해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난 되도록 참견을 하려하지 않고 있다. 그 많은 교재중에서도 자기 스타일에 맞는 것을 골라 자기만의 공부방식대로 풀어가고 있으니 난 그냥 한발 떨어져 응원만 하고 있다. 지금 깨달음은 받침이 없는 간단한 단어를 외우는 중이며 공부가 끝날 무렵이면 내게 문제를 내게 하고 얼마나 자신이 외웠는지 확인 하곤한다. 아이들이 하는 낱말카드와 같은 원리로 어머니, 아버지, 오이, 누나, 아이, 우유, 여자, 나무, 사자. 나비, 라디오, 이마, 카메.. 2022. 3. 10. 한국인으로서 참 부끄러운 일이다 아침을 먹으며 깨달음이 밥상에 놓인 깻잎찜을 먹어보고는 진짜 맛있다며 반찬들이 완전 장모님 집에서 먹는 맛이 난다며 좋아했다. [ 장아찌보다 찜이 더 맛있어?] [ 음,,장아찌는 장아찌대로 맛있는데 찜은 처음 먹어본 거 같아서 더 맛있어] 한국에 가서 엄마가 해줘야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반찬거리며 손 많이 가는 요리들을 이젠 이곳에서 해결하고 있다. 한국에 못 간지 벌써 횟수로 3년이 지나고나니 나도 그렇고 깨달음 역시 먹고 싶은 건 어떻게든 먹자, 언제 죽을지 모르니 잘 먹고 잘 살자는 단순한 사고전환을 한 뒤로 이곳에서 만들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 만들어 먹으며 즐기고 있다. 그래서인지 한국에 못가서 괜스레 안달하고 애가 탔던 시간들이 많이 줄었다. 우린 식사를 하며 묵은 김치가 점점 질려오니 .. 2022. 2. 28. 용서는 결코 쉬운 게 아니다 용서하는 게 이기는 것이고 용서를 해야 상처의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하지만 인간이기에 불가능하다. 먼저 내 상처가 치유되지 않고서는 상대를 용서할 수 없는 게 원칙이다. 그렇다면 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뭘 해야 하나. 용서하지 못한채로 칼날을 품고 살다보면 슬픈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자해 하듯 나를 베고 또 베고 있다. 고통에 몸부림칠수록 상처는 깊어만 간다. 어느 날 꿈에 어린 그날의 나를 봤다. 떨고 있는 나를 말없이 안아주려는데 형체도 없이 부서져버렸다. 귀에서 이명이 들릴 정도로 울고 나서야 아침을 맞이할 수 있었다. 잘 살다가도 어떤 순간에, 찰나처럼 스치는 그 상처들이 튀어나올 때면 어김없이 무너지고 만다. 일어서려하면 자꾸만 늪으로 빠져들어가 듯 아픈 기억들이 날 짓누른다. 억울해서 .. 2022. 1. 25. 삼재는 미리 피해야 하는 것. 연식으로 따지면 12년이 지난 내 자전거가 여기저기 고장나기 시작했다. 작년에도 부품 교체 및 대수술?을 한번 했는데 올 해도 삐그덕 거리고 있다. 오늘은 앞 바퀴에 문제가 있어 교환을 부탁하고 나오려다 새 자전거를 둘러보고 그냥 돌아섰다. 자전거가 말썽을 피울 때마다 깨달음은 전동식 자전거를 사주겠다고 했지만 난 필요치 않았다. 아이들과 태우고 다니는 엄마들에게는 전동식이 꼭 필요하지만 자전거가 가지고 있는 묘미를 느끼고 싶은 나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어서였다. 번호표를 주머니에 넣고 만지작 거리다 전철을 탔다. 수리가 끝날 때까지는 2시간의 여유가 있으니 느긋하게 물건을 고를 수 있을 것 같아 화방을 찾았다. 미술용품 외에도 작고 귀여운 문구용품을 함께 파는 세카이도(世界堂)는 미대생 뿐만 아니라 쇼핑.. 2022. 1. 17. 이전 1 2 3 4 5 ··· 1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