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벌써 황금연휴가 시작되었다.
5월 6일까지 긴 휴가를 얻었는데 우린 서로 각자의 할일이 있어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오늘은 어제, 일본 아줌마의 부탁도 있고 해서 잠시 코리아 타운에 갈려고
옷을 챙겨 입다가 깨달음에게 같이 갈 거냐고 물었더니 좋다고 따라 나선다.
호떡집 외엔 생각보다 사람들이 그렇게 붐비지 않았다.
가게에 계신 분들께 [세월호] 모금함에 관해 넌즈시 여쭤봤더니 잘 모르신 분들이 많았다.
이곳저곳, 대형 슈퍼를 찾아도 좀처럼 정보를 얻기 힘들다.
분명 마련되어 있을텐데...내가 못 찾고 있는 것인지....
깨달음이 대사관과 민간협회에 연락을 하는게 제일 정확하고 빠르지 않겠냐고 그런다.
이곳에 오면 작은 분향소나 모금함 장소가 있을 거라는 짧은 내 생각이
참 바보 같았음을 반성하고 있을 때 깨달음은 슈퍼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매번 그렇듯, 오늘도 과자코너로 가더니 나보고 사진 좀 찍어 두란다.
[ ....................... ]
내 얼굴이 그리 밝지 않은 걸 느껴서인지 뭘 사려고 하지 않는다.
분명, 뭔가 사고 싶었을텐데 오늘 이곳에 온 목적이 뭐였는지 그 역시도 알고 있었기에
그냥 사진으로 만족을 하려는 듯 했다.
그렇게 우린 집으로 돌아와 난 사이트를 검색하고 있는 동안
깨달음은 자기 옷장에서 자갈치를 꺼내 와 해맑게 웃으며 먹기 시작했다.
[ ........................ ]
내가 말없이 쳐다 봤더니 또 씨익 웃으며 과자 봉투를 내민다.
먹고 싶었냐고? 그랬으면 아까 슈퍼에서 사지 그랬냐고 물었더니
자기 계획은 분향소가 있으면 헌화도 하고, 성금도 좀 낸 다음
짜장면도 먹고, 과자도 사와야겠다 생각했는데
중요한 일을 하지 못했기에 자기 욕심은 버리고 왔단다.
사이트 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좀 더 찾아 보고
정 안 되면 재일본대한민국민단에 있는 분향소라도 가자고 그랬더니
언제든지 자긴 괜찮다고 대답하며
뭐가 그리도 맛있는지 봉투에 남은 가루를 손으로 찍어 먹고 있다.
적당히 짭짤하고, 적당히 고소해서 질리지 않는다고,
실은, 아까 한국 슈퍼에서 [롯데샌드]라고 적힌 과자가 맛있게 보이더라는 말까지 덧붙힌다.
[ ........................... ]
슬픔을 애도하는 마음과 참을 수 없는 과자의 유혹이 머릿 속을 함께 맴돌고 있는 듯 했다. 속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정신연령이 의심되는 우리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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