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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서방88

한국의 김장날을 기다리며 깨달음이 공항까지 같이 따라 나섰다. 피곤하니까 그냥 집에서 쉬라고 해도 나를 배웅하고 자긴 회사로 들어가면 된다고 아침부터 서둘러 공항에 오게 되었다. 공휴일이니까 그냥 쉬라고해도 자기 혼자 있을 때 회사에서 일하는 게 딴 생각도 안나고 좋다며 회사에 갈 거란다. 아침을 같이 먹으며 깨달음이 물었다. 한국에서 뭐 먹을 거냐고... 청국장 먹을 거고,, 다른 건 특별히 없다고 추석 보내고 바로 돌아 와야하니까 시간도 없고,, 일 처리하고 조사하는라 정신없이 보낼 것 같다고 그랬더니 아무튼 뭘 먹든 자기 몫까지 먹고 오란다. [ ............................... ] 추석 저녁에 친척들이 모이면 재밌겠다면서 일본 들어 올 때 간장게장이랑 양념게장 사가지고 오란다. 알았다고 그 외에 필.. 2015. 9. 25.
한국 장모님께 남편이 부탁한 것 [ 어머니, 케이에요 잘 계시죠? 오늘 태풍이 그 쪽으로 간다는데 어머님 괜찮으세요? ] [ 응,,지금은 괜찮은데 오후 12시까지 00초등학교에 있는 임시 대피소로 모이라고 했는데 우린 그냥 집에 있을려고 한다..] [ 왜요? 어머니, 대피소에 가시는 게 더 편하지 않으세요? ] [ 음,,, 나는 괜찮은데 아버지가 거기까지 걸어가는 게 힘들어서,,,집에 계신다고 하시네..] [ 큰 집에 00삼촌은 왔다 가셨어요?] [ 음, 어제 저녁부터 몇 번 왔다 갔어.. 그니까 그렇게 걱정 하지 않아도 될 거야,,,] [ 그래도 제 생각은 대피소에 가시는 게 나을 것 같은데...] [ 여긴 00삼촌이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이렇게 전화해 줘서 고마워~, 아, 그리고 지난주에 보내준 김이랑 초코파이 잘 받았다. 우린 .. 2015. 9. 10.
우리부부가 바라는 진정한 소통 편지지를 앞에 두고 잠시 무슨 말로 시작해야할지 망설여졌다. 이웃님들은 나를 잘 알고 계시는데 난 솔직히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그저 댓글을 통해서 내 블로그를 어떤 시각으로 보시는지, 어떤 마음으로 내 블로그를 방문하시는지 막연하게 느끼고 있는 게 전부이다. 가끔, 자신의 얘기를 털어 놓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섣불리 아는 체를 하기도 그래서 어떻게 말문을 열어야할지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블로그를 해 온 4년동안, 우리 부부의 사생활은 물론 내 가족들, 나와 관련된 친척, 친구, 후배, 사회에서 알게 된 지인들까지... 글의 주인공을 만들어 버리고,,, 좋은 소리보다는 모진소린, 아픈 소리, 쓴소리를 늘어 놓기도 많이했고,,,,, 그래도 늘 찾아와주시는 이웃님들,,, 그래서 매번 같은 멘트이지만 제.. 2015. 6. 23.
자식도 실은 많이 아프다 [ 오머니, 다쵸소요?(다쳤어요) ] [ 오메~ 일본까지 소문이 나불었는갑네~, 아니여~ 쬐끔 넘어졌어~ 인자 괜찮아~] [ 오머니~ 많이 아파요~] [ 아니여, 아니여~~, 인자 다 나섰어요~ 우리 깨서방이 걱정해 준께 다 나서부렀네~~~] 스피커폰으로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 톤이 생각보다 높고 밝았다. [ 오머니, 이사하면 꼭 일본에 놀러 오세요] [응, 감세, 가,,갈랑께 먹고 싶은 거 있으믄 뭐든지 말하소~] [ 오머니, 조심하세요] [ 인자, 괜찮은께 걱정하지 말고 이사 준비하느라 바쁠 것인디 이렇게 전화해줘서 고마워요~~] [ 오머니, 진짜로 조심하세요] [ 알았네,,,인자 조심히 다닐라네~] 우리 자매 4명이서 카톡으로 대화를 했었다. 대출이자가 얼마인지..,, 집들이에 맞춰 일본에 언제쯤 .. 2015. 5. 1.
해외 거주자를 둔 가족들 마음 한국에서 작은 언니와 둘째 딸, 그리고 엄마가 갑자기 동경에 오셨다. 너무 갑작스러운 방문이여서 우리도 대처를 못했고 언니네도 느닷없이 오게 되어서 우리에게 미리 얘기를 할 상황이 아니였단다. 이렇게 급하게 오게 된 이유는 올 해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활동을 했던 둘째 조카의 취직이 갑자기 결정되는 바람에 5월에 느긋히 올려고 했던 일본여행을 급하게 앞당길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거기에다 엄마도 서울에 일이 있어 올라오셨다가 생각지도 않게 같이 오게 되었단다. 너무 급작스러워 어떻게 해야할지 당황하다가 그래도 뭔가를 보여줘야 할 것 같아 급하게 여기저기 알아보고 예약한 곳이 야카타부네였다. 야카타부네는 배 위에서 식사와 연회를 즐기는 지붕과 좌석이 마련된 배를 뜻한다. 에도시대에 귀족들이 밤 바다 위를 유.. 2015. 4. 2.
한국인 장모와 외국인 사위의 관계 매달, 모여행사에서 정기적으로 오는 출판물이 우편함에 들어 있었다. 결혼하고 매해 해외여행을 다녀왔던 터라 올 초에도 하와이를 한 번 다녀 오자는 얘기를 잠깐 나눴었는데 지금까지 솔직히 정신이 없었다. 집 이사 건도 있었고 한국도 다녀오느라 이래저래 여행에 쏟을 마음적 여유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퇴근하고 돌아온 깨달음이 여행 팜플렛을 천천히 한 장 한 장 넘기더니 갑자기 자기 책상에 올려져 있던 저금통 2개를 가져와서는 털기 시작했다. 특별한 이유에서 모았던 것도 아니고 나보다는 깨달음이 훨씬 열심히 돈을 넣었기에 느닷없는 깨달음의 행동에도 아무런 불쾌감을 느끼질 못했다. 500엔짜리 동전부터 천엔짜리 지폐까지 모두 털었다. 무표정으로 사진만 찍고 있었더니 사진 그만찍고 동전 좀 세어 달라길래 함께 세.. 2015. 3. 3.
한국 장모님을 울린 남편의 한마디 [ 오머니~깨서방 입니다, 식사하셨어요? ] [ 오메,,,깨서방인가,,, 나는 식사했어요~~잘 있는가? 여기는 눈이 징하게 왔는디 거긴 아무 지장 없는가 ? ] [ 네,,,괜찮아요,,,눈 아니에요(눈이 안 왔다는 뜻인듯,,,) [ 오머니,,일본에 놀러 오세요~] [ 응,,,알았네, 한 번 가야제,,, 한 번 갈라네...] [ 오머니,, 감기 조심하세요~] [ 응, 알았어요,,깨서방도 감기 조심하세요~] [ 오머니,,, 케이를 낳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 [ 오메,,, 뭔 일이다냐,,,, 우리 깨서방이 그런 소릴 다하네,,, 짜잔한 딸을 그렇게 말해준께,,,, 내가 더 고맙끄만,,,,] 잠시 깨달음이 아무말 없이 고개를 숙이더니 나에게 불쑥 전화기를 넘겨 준다. [ ......................... 2014. 12. 24.
한국 엄마들에게 아들이라는 존재 동생과 전화통화를 하다 엄마가 서울에 올라오셨다는 걸 알았다. 아빠가 돌아가신 후 한 번도 혼자서 서울까지 가신 적이 없는데 느닷없이 올라오셨다고 한다. 언니네랑 같이 쇼핑도 하고 식사도 하시다가 2박 3일 하고 가셨단다. 가시고 난 후, 두자매가 느낀게 엄마가 외로움을 많이 타고 계신 듯하다고 그렇게 자식들이 놀러 오라고 해도 절대로 안 오셨던 분이 혼자 KTX타고 서울까지 오신 것 보니 혼자 계신게 상당히 힘드신 것 같다고,,, 우리 엄마,,,, 아빠를 떠나보내신지 3년이 지나간다. 자식을 다섯씩이나 낳으셨지만 딸들은 다들 서울에서 살고 아들 하나는 같은 지역에 살아도 늘 거리가 있고,,,, 지난번 한국에 갔을 때 깨달음이랑 동생네 가족이 아침 식사를 할 때 일이였다. 제부가 엄마에게 명절도 아닌데 .. 2014. 11. 8.
남편에게 있어 한국은 자유의 나라 아침에 일어나 여자들은 씻고 아침 준비를 하고 있는데 남자 3명은 거실에서 웃고 까부는 소리가 났다. 잠깐 봤더니 셀카봉을 들고 사진을 찍고 난리다. 내가 생소해하자 제부가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고, 깨달음이 역시 한국사람들은 센스가 있다고 참 편리하다고 극찬을 하니까 일본에 가져가라고 나한테 주길래 필요없다고 고개를 저었더니 깨달음이 날 한 번 쳐다본다. 아침을 먹고 우리가 향한 곳은 담양이였다. 마침, 담양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축제가 있어 관광지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 어머니, 늘 건강하세요]라고 적은 후에 깨서방이라고 작게 쓰고 있는 깨달음. 다음 코스는 죽녹원을 올라 한바퀴 돌고, 잠깐 쉴려고 앉은 정자에서 창 소리가 들리자 빛의 속도로 달려가는 깨달음을 따라 나도 같이 가봤더니 창 연습을 하시.. 2014. 10. 17.
친정엄마가 불편해 하는 남편의 성격. 알람이 시끄럽게 울어댔다. 눈을 떴더니 새벽 5시. 첫 비행기를 타야했기에 미리 준비해 둔 케리어를 챙긴 후 바로 공항으로 향했다. 수속카운터에서 운항스케쥴을 확인해보니 오늘은 괜찮지만 우리가 돌아오는 날은 태풍이 동경쪽으로 올라오기에 항공스케쥴을 예측할 수 없다고 했다. 탑승을 하고 밖을 내다 보니 빗줄기가 굵어지고 있었다. 내가 불안해하니까 깨달음은 그냥 자연의 섭리에 맡기라며 가방에서 만화책을 꺼내더니 피식피식 웃어가며 만화를 보고 있다. [ .......................... ] 엄마집에 도착하니 2시 30분,,, 현관에 들어서자 맛있는 냄새가 진동을 하고 우리를 위해 늦은 점심상을 부지런히 차리고 계시는 엄마. 불고기, 병어구이, 각종 나물, 낙지, 전, 연포탕, 도토리묵, 전복, .. 2014. 10. 16.
장모님께 뭐든지 부탁하는 남편 [ 병원 마지막으로 갔다왔냐? 인자 약 안 먹어도 쓰냐?] [ 응, 엄마, 인자 괜찮아 ] [ 아~ 근디, 일본은 뭔 화산이 터졌다고 난리드만, 거긴 괜찮냐? ] [ 응, 여긴 괜찮아요] [ 아, 글고, 깨서방한테 이번엔 전복하고 또 뭐 좀 준비하끄나? ] [ 그냥, 전복만 준비하시면 돼~ 다른 건 필요 없어, 엄마~] [ 어저께 도라지 까서 배즙이랑 같이 짰다, 깨서방이 잔기침을 많이 하드만 그래서 도라지도 넣고 짰다 ] 글고, 또 뭐를 준비하믄 좋을까 모르것다,,, 지금이 꽃게철인디 꽃게찜도 좀 하끄나?] 잠깐만 기다리시라고 하고 옆에서 티브이보고 있는 깨달음에게 엄마가 뭐 먹고 싶은 것 준비하신다는데 꽃게 먹을 거냐고 물으신다고 빨리 말하라고 그랬더니 내 전화기 쪽을 향해 [ 먹어요~~ ]란다. 그.. 2014. 10. 2.
일본 시어머니께 감사하는 것들 피부에 와닿는 가을바람이 차갑게 느껴진다. 따끈하게 데운 물에 약을 먹고, 잠시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새로 깐 침대 커버에서 은은한 라벤다향이 묻어난다. 다음주 화요일이면 모든 치료가 끝난다라는 생각에 벌써부터 마음이 바빠진다 아프다는 이유로 미루어야했던 일들이 많았기에.... 이런저런 생각으로 뒤척거리고 있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깨달음이 알아듣기 힘든 한국어로 뭐라고 부른다. [ 케이~~, 손무루(선물)입니다~]라며 나에게 내민 상자. 시어머님이 보내신 생만두였다. 갑자지 왠 만두를 보내셨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해하자 좀 머뭇거리더니 실은 내가 치료중이라는 걸 자기가 얘기했단다. [ ....................... ] 걱정하시니까 절대로 말씀 드리지말라고 몇 번 당부를 했건만, 기어코 얘기.. 2014. 9. 22.
남편의 질투심을 유발시킨 한국 음식 추석날, 동생이 보낸 카톡이다. 우리 일본팀만 빼놓고 모든 가족이 다 모였다. 그 시간, 난 밀린 공부를 하고 있었고 깨달음은 TV시청중이였다. 깨달음에게 사진을 보여줬더니 유심히 쳐다보며 메뉴들을 하나씩 말하기 시작했다. [ 낙지, 나무루(나물), 김치, 홍어찌무(홍어찜), 홍어사시미, 죤(전), 가루비(갈비), 수루(술), 고구마, ?? ] 무슨 고구마가 있냐고 그랬더니 사진 속에 전복을 가르쳤다. 고구마가 아니고 전복이라고 그랬더니 갑자기 얼굴색이 바뀌면서 왜 자기 없는데 전복을 먹냐고? 지난번 아버지 기일에 갔을 때는 전복 없지 않았냐고 왜 이번엔 전복이 나왔냐고 매우 의문스러운 눈빛으로 날 쳐다본다. [ ...................... ] 아빠 기일 때는 없었지만 그 전에는 매번 당신도.. 2014. 9. 13.
일본에서 맞이하는 14번째 추석 어젯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오후에 접어들어서야 잠시 멈췄다. 깨달음과 서둘러 자전거를 타고 슈퍼로 향했다. 그래도 추석인데 뭔가 준비해야하지 않겠냐고 아침을 먹으며 애길 나눴었다. 메모해 두었던 것들을 구입, 집으로 돌아오자 깨달음이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한다. 요리에 필요한 마늘을 까주겠다면서 신문을 깔고 바로 시작한다. 손에서 냄새난다고 싫어했던 일인데 오늘은 왜 해주냐고 물었더니 [추석]이니까 해야할 것 같아서란다. 난 어차피 음식을 거의 못 먹으니까 아주 소량만 만들기로 했다가 그래도 명절이니 후배에게 연락을 해봤더니 오늘도 회사 출근했다고 잠깐 들릴 수 있으면 들리겠다고 한다. 엄마가 보내주신 호박으로 나물을 만들고, 명태전, 동그랑땡, 야채조림, 잡채, 불고기전골, 미역국을 만들었다. 생각보.. 2014. 9. 8.
한국에서 온 소포로 추석을 준비하다 추석을 앞 둔 오늘, 한국에서 소포가 도착했다. 엄마가 보내신 소포였다. 소포를 열자, 엄마집 냄새가 난다. 묵은 김치, 무우 장아찌, 포도즙, 애호박, 둥근호박, 깨죽가루가 들어있다. 내가 먹고 싶다고 했던 것들, 이곳에서 좀처럼 찾기 힘들 것들을 위주로 보내셨다. 퇴근하고 돌아 온 깨달음이 한국에서 그것도 전라도 광주에서 온 호박이라고 귀한 것이니 아껴서 먹자며 한국어 메모지를 꺼내더니 엄마한테 바로 전화를 한다. [ 오머니, 식사 하셨어요? 포도 쥬스 감사합니다 ] [ 아이고,,, 이번에 급하게 보내느라고 짜잔한 것만 보내서 미안하네,,, ] [ 오머니, 추석에 못 가서 죄송해요] [ 아니여~~바쁜 사람이 맨날 오것는가, 글고 깨서방이 고생하네,,, 케이가 아프다고 자네한테 신경도 못 쓰고 그럴 것.. 2014. 9.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