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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본 여성의 이미지 내가 한국에서 돌아오길 누구보다 기다렸던 시무라(志村) 상을 오늘 만났다. 3년 전에 한국 통장에 넣어둔 현금을 인출해 달라고 부탁을 해왔던 시무라 상은 내게 한국어를 배웠던 분이다. 본인이 직접 한국에 가서 해야 하는데 건강상 이유로 비행기를 탈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며 내게 간곡히 부탁을 했었다. 은행에서 인출한 현금과 통장, 그리고 한국에서 사온 조미김과 마스크를 건네자 미안하다는 말을 거듭했다. [ 케이짱도 오랜만에 한국 가서 바빴을 텐데 내 일로 시간 썼지 ] [ 아니에요. 저도 은행 갈 일 있어서 겸사겸사했어요 ] 주문한 음식을 먹으며 그녀는 한국에서 뭘 먹고, 뭘 했는지 말해달라고 했다. 시무라 상은 한국 드라마를 계기로 한국에 흥미를 가지고 한국어까지 배웠다. 매년 한국에 가서 쇼핑도 하고.. 2022. 10. 27.
시아버지를 떠올리던 날 세탁기를 돌려놓고 난 냉장고를 정리했다. 한국에서 가져온 김치를 김치냉장고에 나눠 넣어두려고 소분을 하는 중이었다. 초인종 소리와 함께 배달원이 내게 건넨 흰 상자엔 깨달음 이름이 적혀있었고 그 바로 위에는 우체국 주소가 적혀있었다. 우리가 한국에서 마지막 날을 아쉬워하며 보내던 날, 같은 번호로 부재중 전화가 매일 2번씩 왔음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전화를 걸었더니 우체국 직원이었다. 시부모님이 요양원에 들어가셨을 때, 우린 두 분이 제철 먹거리를 드실 수 있도록 후루사토카이(ふるさと会)에 신청을 했었다. 지역 특산물인 과일이나 생선, 도시락까지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이 많아 두 분이 매달 받아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이번 달, 아버님 요양원에서 배달을 갔다가 돌아가셨다는 걸 알게 돼서 어떻게 하면 좋.. 2022. 10. 22.
남편이 한국에 감사한 이유 한국에서 마지막 날, 지난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빗방울이 창가에 타닥타닥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일찍 눈을 뜬 우린 된장찌개로 식사를 하고 우산 하나에 두 몸을 의지한 채로 광화문 쪽으로 걸었다. 유튜브로만 봤던 광화문 광장에 들어선 깨달음은 우산을 팽개치고 아이처럼 신나게 분수대로 뛰었다. 그리고 세종대왕께 한글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정중히 인사를 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었더니 웃지 말라면서 자기는 진지하다고 했다. 영화나 드라마로 한글 창조 과정을 봤을 때도 참 힘든 작업이였다는 걸 알았는데 직접 자기가 본격적으로 한글을 배우고 보니까 참 알기 쉽게 과학적으로 만들어진 글자라는 생각을 공부를 하면 할수록 들어서 꼭 세종대왕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단다. 경복궁 수문장옆에서 얌전히 사진을 한 장.. 2022. 10. 18.
일본에 돌아가기 싫다는 남편 전날 밤, 소주를 두병 가까이 마신 깨달음은 의외로 팔팔했다. 아침으로 해장국이 좋겠다는 했더니 전혀 속이 불편하지 않다고 생선이 먹고 싶다길래 아침식사가 되는 곳을 찾아 생선구이를 시켰다. [ 여기.. 맛집이라고 나왔지? ] [ 나름 맛집이라고 하는데 나도 처음이야] [ 근데, 반찬도 그렇고 생선구이 맛이....] 무슨 말인지 충분히 알았다. 초벌구이를 해 둔 생선은 기름기가 다 빠져 퍼석퍼석했고 생선 고유의 풍미가 나질 않았다. 남들은 맛집이라해도 우리 입에 안 맞을 수 있고 처음 가보는 곳은 위험부담이 있으니까 실패 없이 우리가 검증했던 곳을 가야 한다고 이 생선구이집을 들어서기 전부터 얘길 했는데 직접 우리 입으로 확인해보자고 해서 왔더니 역시나 만족하지 못했다. 솥밥에도 손을 대지 않고 나온 깨.. 2022. 10. 15.
한국의 가족과 3년만에 만난 남편 김포공항에 도착해 택시를 타려는데 깨달음이 지하철을 타고 싶다고 했다. 3년의 공백이 있었으니 지하철을 타고 사람들도 구경? 하고 오랜만에 한국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다고 했다. 30분이 넘도록 5호선을 타고 오는 길에 오고 내리는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하던 깨달음이 한국사람들도 일본처럼 좌석 가장자리를 앉으려고 한다고 자리가 비면 다들 거기로 옮겨간다며 예전에는 못 봤던 풍경이란다. [ 아니야, 10년 전에도 그랬어 ] [ 그래? 난 왜 못 느꼈지...] 호텔에 도착해 짐을 풀고 깨달음은 바로 리모컨을 들고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프로를 찾았다. 가족들과의 약속시간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갈 수 있다고 했더니 된장찌개 먹으러 가자고 했다. 한국에 오면 제일 먼저 그 집 된장찌개를 먹.. 2022. 10. 13.
3년만에 떠나는 한국... 깨달음의 여행허가가 나왔다. 프린터를 2장 해서 각자 한 장씩 파일에 넣었다. 코로나로 변해버린 입국절차가 걱정된 깨달음은 유튜브를 통해 몇 번이고 입국 방법?을 되돌려 봤다. [ 깨달음,, 허가서도 나왔고 큐코드도 다 등록했으니까 걱정할 것 없어 이제 PCR 검사 안 해도 되고 그냥 예전처럼 하면 되는 거야 ] [ 그래도 왠지 걱정돼 ] [ 뭐가 걱정 돼 ] [ 그냥 불안해.. 아무 탈 없이 입국할 수 있을까 해서..] [ 큐코드만 보여주면 된대 ] [ 그러긴 하는데..] 어디를 갈 것이며 뭘 먹을 것인지 어느 정도 리스트를 빼놓은 깨달음은 지도를 펼쳐놓고 단거리로 움직일 수 있도록 이동경로를 다시 체크했다. [ 공휴일이어서 어딜 가나 사람들이 많을 거야 그리고 택시 잡는 게 많이 어려워졌대 콜로 안 .. 2022. 10. 8.
일본의 배려문화는 이렇다 아침에 일어나 물을 한 잔 하러 주방에 갔는데 싱크대 옆에 흰 종이가 놓여있었다. 아침을 수제비로 부탁한다는 메모였다. 한번 훑어보고는 물컵을 들고 내 방으로 들어와 다시 침대에 누웠다. 예전 같으면 일요일 아침도 일찍 일어났을텐데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근 3년간, 우린 온라인 예배를 하고 있어 주말은 늦게까지 뒹굴뒹굴한다. 언제나 교회에 갈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데 깨달음이 적어둔 메모가 떠오른다. 아침부터 무슨 밀가루인가 싶어 다시 눈을 감고 뒤척이다가 아침을 준비하기 위해 거실로 나갔다. 그리고 늘 먹었던 누룽지로 조식을 차렸다. 깨달음이 샤워를 하고 나와서는 아무 말 없이 식사를 했다. [ 왜 갑자기 수제비야?] [ 그냥,, 수제비가 먹고 싶어서 ] [ 수제비를 어떻게 만드는지는 알지.. 2022. 10. 4.
한국에서 보여진 내 모습 우린 저녁 하기 귀찮다는 내 말에 밖으로 나와 뭘 먹을까 두리번거리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주방에 서는 걸 지겨워하지 않는데 가끔은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가 있다. [ 요즘 많이 피곤한 것 같아 ] [ 응,, 조금,, 잠을 못 자서..] 갱년기에 들어서면서 불면증이 생겼는데 약을 복용하고 많이 좋아져 깨지 않고 푹 잘 잤는데 웬일인지 일주일 전부터 다시 잠을 설치고 있다. 적당히 주문을 하고 음식을 기다리는데 깨달음이 여행사 얘길 꺼냈다. [ 한국은 지금 완전 가을 날씨라던데? ] [ 아니, 한국도 낮엔 덥대. 여기처럼 ] [ 그럼, 우리 옷을 어떻게 입고 가지? ] [ 그냥 재킷 입고 가면 될 것 같아 ] 한국행 티켓을 예약해 놓고 우린 행여나 이번에도 결항이 되지 않을까 내심 조마조마했는데.. 2022. 9. 28.
남편의 이상형은 이 여배우였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는 추분(秋分) 이곳 일본은 추분의 날이 공휴일이다. 이날은 지난 추석(8월15일)에 고향에 못 갔던 사람들이 고향에 내려가 성묘를 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대부분은 실버위크를 즐기기위해 방방곡곡으로 여행을 떠난다. 우린 태풍이 도쿄 쪽을 지나고 있어서 얌전히 집에 있기로 했다가 날씨가 좋자 치가사키(茅ヶ崎)에 있는 호텔을 보러 가기로 했다. 지금 리조트 호텔 디자인중인 깨달음은 의뢰인이 한 번씩 언급했던 호텔들을 빠짐없이 탐방하고 있는데 이곳은 인스타에 자주 올라와 젊은 층에 인기가 있다고 했다. 타깃이 젊은 층은 아니지만 핫한 느낌에 디자인이 필요치 않냐는 한마디가 계속해서 신경 쓰였다고 한다. 난 근처 커피숍에서 달달한 팬케익을 먹으며 기다리고 있는데 근처 다른 호텔도 몇 군데.. 2022. 9. 24.
돈 앞에선 일본인도 다 똑같다 -2 우린 결혼 초부터 서로의 스케줄을 공유하는 편이어서 대략 그 사람의 행동반경을 유추하는 데 그리 어렵지 않다. 도쿄를 벗어난 미팅이나 출장은 물론 웬만한 약속들도 대충 알고 있다. 굳이 알아야한다고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자연스레 상대의 스케줄을 얘기하다 보면 조율하기가 편한 게 사실이다. 이곳은 오늘까지 연휴였는데 난 긴자(銀座) 쪽에 볼 일이 있어 나왔다. 어느 정도 대충 마감을 하고 집에 가려는데 깨달음에게 근처에 와 있다면서 초밥집에서 대기표를 뽑고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깨달음 덕분에 기다림 없이 바로 들어가 우린 니혼슈(日本酒)로 주문했다. 기분 좋게 한 잔씩 마시는데 서방님에게서 문자가 왔다. 엊그제도 서방님 때문에 말다툼이 있었는데 분명 그것 때문일 것이다. 시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자산 정리를.. 2022. 9. 20.
올 추석 상차림은 의미가 달랐다 다음 주까지 제출해야 할 작품이 있어 서둘러 재료들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수정을 거듭하고 거듭해도 영 마음에 들지 않아 색을 다르게 입혀보려는데 잘 될지 걱정이다. 화방을 천천히 둘러보면 좋으련만 집에서 기다리는 일 거리가 많아서 빨리 나와야했다. 먼저 출근 전에 절여 둔 배추를 씻어두고 전에 필요한 재료들을 준비했다. 이번 주 토요일이 한국의 추석이라는데 우린 선약이 있어 주말엔 집을 비울 예정이어서 며칠 먼저 추석을 치르기로 했다. 추석 같은 명절에는 늘 같은 메뉴들이 올라가기 마련이지만 깨달음은 지금껏 아무 불평 없이 아주 맛있게 먹어주었다. 이번 추석 때도 작년처럼 갈비찜이 아닌 떡갈비가 좋다길래 준비했고, 지난 주말 코리아타운에서 사 둔 영광굴비와 막걸리로 상을 차렸다. 퇴근길에 깨달음이 사.. 2022. 9. 9.
일본에서 준비한 장례 답례품 신주쿠(新宿)를 가지 전부터 우리 이미 결정을 했었다. 장례 답례품으로 뭘 살 것이며 몇 분에게 드릴 건지도 사전에 얘기를 다 끝낸 상태였다. 한국도 그러겠지만 일본은 장례식에 조문을 오시거나 조의금을 보내주신 분들께 코덴카이시(香典返し)의 답례품을 돌려드린다. 지난 4월 시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우리 가족들이 깨달음에게 조의금을 보냈는데 그 답례는 한국에 직접 가서 하려고 6월에 비행기를 예약했었는데 그게 결항이 되는 바람에 가질 못하고 각자 소포로 보내드렸었다. 지난달, 시아버님이 돌아가셨을 때도 마찬가지로 가족과 친구들이 조의금을 보내주었다. 일 년에 두 번이나 몇 달 간격으로 조의를 표해준 분들에게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에 이번에는 다른 답례품을 준비하기로 했다. 일본에서 인기 있는 장례 답례품은 .. 2022. 9. 6.
산 사람은 또 그렇게 산다 성큼 다가온 가을바람이 반가우면서도 씁쓸하다. 주말엔 침대커버를 바꾸고 여름옷들을 정리했다. 버린다고 버리는데도 2년 넘게 안 입은 채로 그대로인 옷들이 꽤나 있어 한 보따리 싸놓고 책들도 내놓았다. 내 방을 빼꼼히 엿보던 깨달음이 맛있는 거 먹으러 오다하라(小田原)에 가자고 했다. 신칸센을 타면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지만 굳이 거기까지 가야 하는지 약간의 망설임이 있었지만 묻지 않고 따라나섰다. 신칸센 안에서 깨달음이 자기는 이와시(イワシ 정어리) 사시미를 먹을 거니까 내게는 튀김을 먹어보라고 했다. 와인으로 간단히 목을 축이고 사시미를 한 점 먹어보고는 입에서 녹는다면서 정말 맛있단다. 등 푸른 생선인 고등어, 정어리, 정갱이를 번갈아 먹으며 와인보다는 역시 니혼슈(日本酒)가 더 잘 맞을 거라며 늘.. 2022. 8. 30.
남편은 눈을 감아버렸다 주말도 아닌데 나고야(名古屋)에서 이가우에노(伊賀上野)까지 가는 길은 교통체증이 심했다. 사고로 인해 도착시간이 지연될 거라는 운전기사의 멘트가 있자 깨달음이 남동생에게 문자를 보내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중반쯤 진행이 되고 있었고 앉은 지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화장장으로 가기 위한 준비를 해야했다. 장례식장이 달라진 만큼 어머니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자꾸만 낯설게 했다. 엷은 화장을 한 아버님은 마치 낮잠을 주무시는 듯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화장을 하기 위해 옮겨진 곳에서 개개인이 정말 마지막으로 아버님 얼굴을 보고 작별인사를 나눴다. 깨달음은 아버님 얼굴을 만지며 잘 키워주셔서 고맙고 사랑 많이 주셔서 고맙고 장수해 주셔서 고맙다며 몇 번이고 아리가토를 외치자 마치 .. 2022. 8. 26.
아버님,,너무 죄송합니다 중국이 원산지이며 양귀비가 좋아했다는 비파 열매는 귀족 열매 또는 황금 열매로 불리는 아열대 과일이다. 5,6월에 열리는 비파는 냉장보관을 해도 대략 3일이면 상하고 만다. 비파의 효능으로는 간, 호흡기 질환에 좋고, 두뇌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아버님이 비와(びわ)를 먹고 싶다고 하셔서 대형마트는 물론 동네 과일집까지 샅샅이 뒤져 봤지만 모두가 철이 지난 과일이라 지금은 구매하기 힘들거라 했다. 어쩔 수 없이 통조림으로 주문해 바로 보내드렸다. 어제부터 하루 종일 책상에서 도면 체크를 하느라 분주했던 깨달음은 남동생의 전화를 받고 굳은 것처럼 비동조차 하지 않았다. 서방님이 요양원에 도착하고 난 후에 어떤 상황이였는지 상세히 묻고 또 물었다. 일본 시아버지의 부탁을 들으며 지난 화요일, 시아버님이 폐렴과.. 2022. 8.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