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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남편에게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 8월 15일, 이곳은 추석이었지만 우린 평소처럼 출근을 했다. 실은 11일부터 연휴였고 언제나처럼 공휴일에 연연하지 않고 우린 자신의 시간에 충실했다. 어딘가를 가고 싶은 마음보다 질식할 것 같은 폭염에 밖에 나갈 엄두가 나질 않았던 게 컸었다. 몸에 수분을 모두 말려버릴 듯 내려쬐는 태양을 마주할 용기가 없어 집에서 보양식을 먹으며 나름의 피서를 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마음 한켠엔 언제 요양원에서 전화가 올지 몰라 대기조처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기도 했고 이래저래 심란한 마음으로 놀 기분이 아니였음이 더 솔직할 것이다. 매일처럼 전화를 하시고 곧 죽는다, 곧 죽는다 하시던 아버님이 급하게 입원을 하셨다. 퇴원하시고 지금 안정을 취하고 있는 중이라고 연휴 시작되던 날 전화가 왔었다. 그리고 어젯밤, .. 2022. 8. 17.
국제 로맨스 사기에 등장한 한국인 그녀와는 오후에서야 만날 수 있었다. 우리 집까지 온다길래 그냥 밖에서 보자고 달랬다. 실은 지난주말부터 날 만나고 싶다고 했지만 오늘에서야 시간을 낼 수 있었다. 토요일, 오전에 내게 전화를 했을 때에 비하면 모든 게 차분해진 그녀는 레스토랑에 앉자마자 미안하다는 말로 시작했다. [ 마루야마 상, 경찰서는 다녀왔어요? ] [ 응,,,어제 갔다 왔어..] [ 왜 바로 안 가고 어제 갔어요? ] [ 솔직히 아직도 긴가민가 해..] [ 경찰에서는 뭐래요? ] [ 두명의 형사 앞에서 취조당하듯 경위서를 쓰는데 이런 사기가 자주 일어나는 일이여서인지 날 아주 한심하다는 눈으로 쳐다봐서 기분이 좀 나빴어 ] 마루야마 상은 60대 초반으로 나와는 모단체에서 알게 됐는데 한국을 너무 좋아해서 자신에게 분명 한국인 피.. 2022. 8. 11.
시아버님이 매일 전화를 하신 이유 깨달음은 아침을 먹자 바로 백신 4차 접종을 위해 집을 나섰고 난 작업실로 이동했다. 담당의에게 백신을 맞아도 괜찮다는 확인을 받고 바로 예약을 했다고 한다. 코로나 감염자가 연일 20만명을 넘어가면서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이 치료를 못 받고 죽어가는 일이 또 발생하고 있다. 2년 반이 지나도록 코로나 정책이 바뀐 게 없지 않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있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그저 스스로가 개인위생을 잘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얘기만 되풀이되고 있다. 이젠 코로나는 인플루엔자와 같은 급에 독감으로 인식하자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도 코로나라는 심한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자는 식으로 생각들이 느슨해지고 있다. 깨달음이 접종을 마치고 커피숍에 있다며 내게 연락을 해 왔지만 일을 마무.. 2022. 8. 8.
다시 되살아난 남편의 하루 어제, 드디어 음성 판정을 받은 깨달음은 코로나에서 해방된 날이라며 꽤나 들떠 있었다. [ 나, 이제 밖에서 놀아도 돼 ] [ 그렇게 놀고 싶었어? ] [ 응 ! ] 뭘 어떻게 놀고 싶었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상기된 얼굴을 하고는 코로나 때문에 예약을 취소했던 딤섬을 먹으러 갔다. 紹興酒 (쇼우코슈)를 한 잔 하며 10일 넘게 집에서 격리생활을 하며 느낀 것들을 하나씩 풀어냈다. 자기 방으로 내가 식사를 가져다주고 비닐장갑을 끼고 여기저기 알코올로 닦고 세탁물도 따로 돌리는 걸 보면서 내 일을 두배로 늘렸다는 생각에 미안했단다. [ 아니야, 별로 힘들지 않았어 ] [ 그렇게 말해주니까 고맙네, 그리고 우리 직원도 이젠 용서해 줘, 분명 그 직원 때문에 나도 코로나에 걸렸지만..] 양성 판정을 받고도 버젓이.. 2022. 8. 2.
일본스럽다는 우리 부부생활 [ 너는 괜찮아? 너도 걸릴까 걱정이다] [ 아직까진 괜찮아,, ] [ 근데 그 직원은 정말 미친 거 아니냐? ] [ 이제 화도 안 난다....] 그렇게 통화를 끝낸 친구는 매일 건강을 확인하려는지 전화를 해왔다. [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 [ 없어 ] [ 너 청국장 먹고 싶다고 그랬잖아,,] [ 청국장,, 이젠 아무 생각이 없다.. 그날, 비행기 결항되고 못 가게 되면서 부풀어있던 기대, 희망 그런 것들이 한꺼번에 풍선 터지듯 터져버리면서 청국장이고 뭐고 기억속에서 다 사라졌어.. 요즘, 난 무념, 무상인 상태야..] [ 어쩌냐..너무 짠하다..] 깨달음이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던 날부터 일주일 내내 전복과 복숭아를 먹었다. 가장 먹고 싶은 게 뭐냐고 물었더니 전복이라길래 바로 주문을 해서 버터에.. 2022. 7. 27.
남편이 아플 때마다 찾는 이 음식, (코로나 결과) [ 아니.. 왜 회사에 출근을 하냐고? ] [ 갈 때가 없대. 집에는 아이들이 어려서 부인이 나가라고 그랬대 ] [ 그런다고 회사에 오면 어떡하자는 거야? 회사 사람들이 다 걸릴 수 있는데 ] [ 이젠 다 나았대 ] [ 검사해서 음성이 나온 거야? ] [ 아니.. 지금 도쿄에 감염자가 늘어나면서 PCR센터가 붐벼 예약만 했고 검사 결과도 3,4일 걸린대 ] [................................ ] 그렇지 않아도 깨달음이 몸살로 상태가 안 좋아 코로나에 걸렸을까 신경이 바짝 서 있는데 양성인 직원이 날마다 출근을 했단다. 그 말을 듣고 얼마나 어이가 없던지 도대체 상식이 있는지 없는지.. 치밀어 오르는 화를 억누르고 나도 다시 PCR검사를 하고 나오면서 깨달음에게 검사 결과를 물었더.. 2022. 7. 17.
남편이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지난주 수요일, 깨달음 회사에서 환영식이 있었다. 새로 들어온 직원을 위한 자리였는데 코로나로 몇 번 연기를 하다가 괜찮겠다 싶어 열린 환영식이었다. 난 공교롭게 시간을 못 내서 참석하지 못했는데 회사 근처 이자카야에서 오랜만에 좋은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금요일, 환영식의 주인공이 기침을 하기 시작했고, 옆자리에 앉았던 여직원은 열이 40도까지 올랐다. 미리 잡힌 미팅은 다른 직원에게 대처시키고 깨달음도 함께 참석하느라 주말도 회사에서 보냈다. 환영식에 참석했던 모든 이들이 코로나 검사를 했고 새 직원과 여직원이 양성, 그 외 깨달음과 다른 분들은 다행히 음성이었다. 물론 나도 바로 검사를 하고 아무 일 없이 지나는가 싶었는데 깨달음이 목이 아프다더니 급기야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잠잠했던 코로.. 2022. 7. 12.
무작정 떠난 오사카에서,,, 깨달음은 거실에서 조용히 뉴스를 시청하고 있었다. 아침을 준비하려고 주방으로 가는 날 힐끔 쳐다보면서 오늘도 찜통더위가 계속될 거라고 했다. 에어컨 온도를 25도로 낮추고 아침식사를 준비했다. 날이 너무 더워 되도록이면 가스레인지를 켜고 싶지 않지만 계란말이가 먹기 위해선 가스불을 켜야 했다. 예정대로라면 우린 이곳 일본이 아닌 한국에 있어야하는데 그랬으면 아침부터 을지로 김치찌개 전문점에서 생선구이랑 편하게 먹었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을 먹고 둘이서 이 주말에 뭘 할까 잠시 눈으로 대화를 나누다 깨달음이 가장 한국적인 곳을 가자고 했다. [ 나,,,코리아타운 안 갈 거야.. 이 허탈한 기분은 코리아타운에 가도 메워지지 않으니까..] [ 코리아타운 말고 오사카(大阪) 가자 ] [ 오사카? ] [ .. 2022. 7. 3.
여행사에서 걸려온 전화 지난 주말 깨달음의 요청에 의해 쇼핑을 나갔다. 한국에 가져갈 선물을 산다는 깨달음을 누구도 말릴 수 없어 과자류를 포함 화가시(和菓子-일본 화과자)는 안 사겠다는 약속을 받고 따라나섰다. 한국에 소포를 보낼 때도 그렇고 항상 빼놓지 않는 선물로 콘부(昆布-다시마)를 사는데 그것도 꼭 홋카이도산(北海道) 를 사야 한다는 깨달음만의 철칙이 있어 유락쵸(有楽町)까지 갔다. 가족들에게 혹시 뭐가 필요한지 물어보라는데 모두가 합창하듯 사지 말라고, 필요 없다며 말렸다. 아무리 말해도 안 듣는다는 걸 잘 알기에 다시마 이외는 못 사게 지켜보고 있었더니 여기서 못 사더라도 공항에서 얼마든지 살 수 있다며 다시마 이외에 꼭 사고 싶은 게 있다고 했다. 그렇게 쇼핑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캐리어에 하나씩 챙기며 주말을 .. 2022. 6. 25.
일과 함께 떠나는 휴가도 나쁘지 않다 지난주 휴가차 떠난 오키나와 이리오모테지마(西表島)에서 주문한 피치파인이 도착했다. 기존의 파인과 달리 향은 물론 당도도 높아 선물하기에 좋을 것 같아 깨달음 회사직원들, 그리고 내 지인들에게 보냈다. 사이즈에 따라 한 박스에 대충 7개나 10개쯤 들어간다는데 우리집은 8개가 들었다. 협회에 가져갈 것을 두 개씩 포장해 담고 나머지 일단 신문에 싸 두었다. 깨달음에게 사진을 보냈더니 직원들 것은 사이즈가 작은 게 많이 들었더라며 내 게 크고 맛있게 보인단다. 그리고 피부과에서 오일을 받아 왔으니 같이 바르자고 했다. 깨달음과 난 지금 탈피? 중이다. 이시가키지마(石垣島)에서 휴가를 너무 잘 보낸 덕분에 둘 다 검게 그을려 껍질이 벗겨지기 시작했다. 썬크림을 넉넉히 발랐는데도 별 효과가 없었는지 누가 봐도.. 2022. 6. 20.
아침부터 한국 영사관에 줄을 서다 아침 6시 35분, 우리가 도착한 한국 영사관 앞엔 간이의자와 캠핑용 의자에 앉아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이 약 50여 명 있었다. 영사관 입구 가장 앞 자리에 잠이 가득한 눈으로 앉아 있는 남자가 눈에 익었다. 전날, 내가 필요한 서류를 신청하기 위해 이곳에 왔을 때 출입을 통제하는 입구에서 유창한 한국어로 자신의 사정을 얘기하던 인도 청년이였다. 자신은 한국에서 유학을 했고, 한국에 자신의 가족이 살고 있어 만나야 한다며 어떻게 하면 한국에 갈 수 있는지를 물었다. 그 청년을 포함해 앞줄에 서 있는 분들은 거의 밤을 새운 듯한 분위기였다. 전날, 나에게 관광비자 신청이 아니니까 다른 줄에 서야 한다고 언급해주셨던 영사관님 말씀대로 우린 반대편에 섰다. 업무 시작은 9시인데 연일 비자 신청을 하는 사람들이.. 2022. 6. 18.
3년만에 휴가를 떠나다 오랜만에 타보는 비행기가 왠지 낯설었다. 우리가 이번에 떠난 곳은 오키나와(沖縄)를 가장 많이 느낄 수 있는 최남단 휴양지 이시가키지마( 石垣島)이다. 오키나와에서 약 한 시간 거리에 떨어져 있는 이 섬을 중심으로( 石垣島) 주변에 있는 섬( 竹富島, 黒島,油布島, 西表島)을 돌기로 했다. 오키나와는 세 번이나 와봤지만 섬 투어는 처음인만큼 우린 기대가 컸다.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아무 걱정도 하지 말고, 아무 근심도 하지 말고, 아무 염려도 없이, 그저 무조건 즐기고 무조건 쉬었다가 오자는 게 이번 여행의 목적이여서 우린 스케줄도 느긋하게 그리고 아주 여유롭게 잡았다. 먼저 호텔에 짐을 풀고 가볍게 환복을 한 후 선착장으로 향했다. 미리 예약한 요트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고 첫날은 요트에서 저녁을 보.. 2022. 6. 13.
기다리고 기다리던 한국행인데.... 며칠 전, 후배에게서 온 소포엔 콩나물 세트가 들어있었다.집에서 콩나물을 직접 길러 먹을 수 있는 거라며 물만 주면 혼자서 쑥쑥 잘 자란다고 한다. 나도 한번 해 봤는데 싹도 나지 않고 자꾸 썩어서 그만뒀다고 일본 콩들은 싹이 나질 않도록 약품처리를 했는지 아니면 콩나물 전용 콩이 있는지 잘 안 되더라고 언제가 통화를 하며 했던 내 말이 갑자기 떠올라 보냈다는 후배. 100% 보장한다며 자기가 해 봤더니 간단히 성공했다며 무조건 물만 주면 된단다. 깨달음에게 보여줬더니 웃는다. 그냥 사먹으면 되는데라는 약간 귀찮다는 생각에 팬트리에 집어넣으려다가 콩이 상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일단 그림대로 따라 했다. 이틀 되는 날부터 싹이 나기 시작하더니 하루가 다르게 키가 자라는 콩나물. 참 신기하기도 하고,, 왜 .. 2022. 6. 3.
시어머니와의 마지막,,, 49재 우리도 20분이나 빨리 도착했는데 서방님 가족들은 미리 와 있었다. 요양원에서 아버님을 모시고 오신 서방님이 법당으로 올라가는 계단까지 업겠다고 하자 아버님이 기어서라도 당신이 가겠다고 하셨다. 어머님 49재를 위해 직계가족들만 다시 모였고 장례식 때는 화장터까지만 함께 하셨던 아버님이 이번에는 이승과의 마지막이니 잘 가라는 말을 하고 싶다며 참석을 원했다. 법당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휠체어를 태운 채로 모두가 힘을 모아 들어 올리자고 스님이 제안 하셨지만 아버님이 당신이 그냥 올라가 보겠다고 하신다. 정각 1시, 스님이 징을 치며 법문이 울려 퍼지자 3살짜리 증손녀는 엄마 손을 꼭 잡고 불안한지 얼굴을 찡그렸다. 엄마가 얼른 가방에서 장난감을 꺼내 손에 쥐어줘도 처음 듣는 소리여서인지 끝내 울음을 터트렸.. 2022. 5. 31.
남편이 쓴 한글을 보고 있다가.. 거실 테이블에 책이 놓여있는 걸 보니 아마도 아침에 공부를 한 듯하다. 깨달음이 한글 공부를 하기 시작한 것은 약 두 달 전부터였다. 2년 후에 한국에 가서 살아야 할 확률이 높아지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한 한국어인데 좀처럼 외워지지 않는다며 투덜댔었다. 자음, 모음을 습득하고 나서 하나씩 단어를 알아가는 걸 즐거워하다가 받침이 붙으면서 연음화 되는 과정이 너무 어렵고 복잡해서 머리를 쥐어뜯더니 며칠은 책을 덮고 펼치지 않았었다. 그래도 주말이면 내가 전체적으로 봐주기도 하고 어려워하는 부분을 쉽게 설명하거나 생략해도 되는 것들을 정리해주는데 많이 어려워한다. 숫자, 날짜, 요일 등,, 공부할 게 많다는 걸 알기에 되도록이면 깨달음이 즐겁게 할 수 있게 그림이 많은 책으로 한글 기초과정은 일단 마쳤는데 돌아.. 2022. 5.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