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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자식20

가족은 사랑하는 게 아니다. [ 여기,, 자주 오시나 봐요 ] [ 네.음식도 괜찮고, 또 얘기 나누기도 편해서.. 술 한잔 하실래요? ] [ 아니요,,저 술 잘 못마시는 것도 있고 역에 자전거를 두고 와서..] [ 아,,그러세요..] 많이 어색해서 술을 한 잔 하면 더 나아질까 했던 내 생각이 짧았다. 서로가 함께 나눌 수 있는 공통대화가 블로그다보니 네이버블로그와 티스토리 얘기로 시작했던 것 같다. 그는 네이버블로그와 티스토리를 동시에 전혀 다른 테마로 운영하고 있었다. [ 만나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먼저 해야 하는데.. 제가 깜빡했네요] [ 아니에요, 저도 언젠가 한 번 만나 뵙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어요 ] 블로그를 한지 벌써 10년이 지나가지만 만나는 이웃님들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낯을 가리는 내 성격에도 문제가 있지만 그것.. 2023. 10. 9.
부모도 이젠 혼자 살아가야 한다 장마가 끝나고 난 이곳은 매일 습한 공기와 텁텁함이 계속되고 있다. 더위 탓에 입맛이 없어진 건 나뿐만이 아닌 깨달음도 마찬가지었다. 개운한 게 먹고 싶어 찾은 일식집은 한국인 관광객들이 반 이상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요즘은 도쿄 도심뿐만 아니라 변두리까지 관광지로 둘러본다고들 하던데 우린 그들을 보며 젊음이 좋긴 좋다는 말을 했다. 가게 내부를 휙 한번 둘러보던 깨달음이 부모님이랑 같이 관광 온 사람은 한 팀도 없다면서 혼잣말을 했다. 지난주부터 깨달음에게는 고민거리가 생겼다고 했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아카네(赤根)상이 갑자기 시골로 내려가게 됐는데 그만큼 일을 잘하는 친구를 못 구해서 일이 밀리고 있는 상태란다. 20년 전부터 깨달음 회사 일을 해왔던 아카네 상은 누구보다 3D도면을 잘 치고 일 .. 2023. 6. 28.
역시 엄마에겐 딸이 최고다 아침에 눈을 떠 사방을 살피고서야 이곳이 내 방인걸 인식했다. 한국에서 돌아와 2주가 지나가는데 지금도 가끔 잠에서 깨어나면 이곳이 어딘가 엄마집인지, 호텔인지, 제주도인지 착각을 하고 있는 나를 마주한다. 어젯밤 꿈엔 자매들과 함께 어느 바닷가가 보이는 곳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장소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산등성이에서 엄마랑 잡담을 하는 꿈을 꿨다. 일본으로 유학오기 22년 전에도 나는 성인이었고 그 당시 언니들은 결혼해서 자녀를 키우는데 바쁜 시기였다. 지금은 자녀들도 하나둘 결혼을 하고 마음적으로 여유로운 시간들을 가질 수 있어 자매들이 모여 같이 자고 같은 공간에서 깔깔거리며 웃음꽃을 피울 수 있는 기회가 좀처럼 많지 않았는데 이번에 내가 합류할 수 있어 같은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 중심축엔 항상.. 2023. 5. 19.
시아버님이 매일 전화를 하신 이유 깨달음은 아침을 먹자 바로 백신 4차 접종을 위해 집을 나섰고 난 작업실로 이동했다. 담당의에게 백신을 맞아도 괜찮다는 확인을 받고 바로 예약을 했다고 한다. 코로나 감염자가 연일 20만명을 넘어가면서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이 치료를 못 받고 죽어가는 일이 또 발생하고 있다. 2년 반이 지나도록 코로나 정책이 바뀐 게 없지 않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있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그저 스스로가 개인위생을 잘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얘기만 되풀이되고 있다. 이젠 코로나는 인플루엔자와 같은 급에 독감으로 인식하자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도 코로나라는 심한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자는 식으로 생각들이 느슨해지고 있다. 깨달음이 접종을 마치고 커피숍에 있다며 내게 연락을 해 왔지만 일을 마무.. 2022. 8. 8.
일본에도 금수저, 흙수저가 있다 친구가 코로나가 걸린 걸 그녀의 카톡 프로필을 보고 알았다. 통화를 할까하다 괜찮냐고 메시지를 보냈더니 보이스톡이 울렸다. 남의 일이라 생각했는데 자기가 걸렸다고 그래도 무증상에 가까워 기분만 울적할 뿐 특별히 불편한 건 없다고 했다. 잘 먹는 게 빨리 낫는 거라고 했더니 두 냉장고에 전국 각지, 세계 각국의 식재료들로 채워져 있어 반년은 버틸 수 있다고 누워서 먹다 지쳐서 잠이 든다고 농담을 해왔다. [ 나,,살이 너무 많이 쪘어.. 케이 너는 아직도 빼빼하지? ] [ 나야,,뭐..그대로지..아,, 어학연수 했던 아들은 잘 있어? ] [ 응, 군대 갔다가 지금 열심히 알바 해 ] 좀 더 많은 걸 묻고 싶었지만 참았다. 아들을 이곳으로 어학연수 보내고 뒤늦게 나에게 연락을 해 왔던 친구. 부탁할 게 있다.. 2022. 2. 10.
자식들도 실은 조금 힘들다 새벽 4시 반부터 깨달음 방에서 소리가 났다. 불이 켜진 방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출장을 가기위해 가방을 미리 싸 둬야 했는데 피곤해서 그냥 자버린 바람에 아침에 짐을 챙기는 중이라고 했다. [ 아침은 어떻게 할 거야? ] [ 역 앞에서 먹을 생각이야 ] 속옷과 양말을 넣고 있는 깨달음 얼굴이 살짝 부어있었다. 현관을 나서는 깨달음에게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하자 [알았어요]라고 한국말로 대답했다. 히로시마에서 (広島) 오픈을 앞둔 빌딩의 최종 검사가 있는 날이었다. 검사를 마시면 바로 시골( 이가-伊賀)로 내려갈 예정이라 했다. 시댁 집이 팔린 이후,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서방님과 메일을 주고받았는데 뭐가 시원치 않은지 자기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하고 싶어 했다. 오전이면 검사가 끝날 거라 했는데 오후가.. 2021. 12. 6.
남편이 우울했던 이유가 있었다 출근하고 점심시간무렵쯤 깨달음에게서카톡이 왔다. 우리집 반대편에 있는 공원에 감을 놓아두고 왔다며 10년후에 큰 감나무가 될지모른다는 내용이였다.깨달음이 공원에 놓아둔 그 감은지난번 시댁에 갔을 때, 우리가 따 온 것으로떫은 맛이 강해 먹지 못하고 숙성될 때까지놔뒀다가 오늘에서야 버리게 된 것이다. 사람이 안 산지 2년을 훌쩍 넘기다보니시댁은 갈 때마다 폐허가 되어가고 있었다.요양원에 들렀을 때, 시어머니가 부탁한 기모노를 가지고 가야해서 들렀다. 앞마당은 정글처럼 변해있었고 화분들도흉하게 말라죽어 있었다. 올 때마다 깨달음이 물을 주곤 했는데 찬바람에 힘들었는지 무서운 행색을 하고 있었다. 그날, 둘이서 딴 감을 새가 먹기 편한 장소에놓아두고 20개 정도를 가져왔었다.솔직히 난 그냥 모두 새들에게 주고.. 2019. 12. 15.
부모와 자식. 일본인, 그리고 남편 퇴근 시간이 다가오고 서둘러 집에 가고 있는데먼저 가게에 가 있겠다며 깨달음에게서느닷없이 카톡이 왔다.출근 전에 비빔면 먹고 싶다고 했던 걸로기억하는데 왜 갑자기 이자카야로 나를 부르는 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저쪽에 계신다며바로 안내를 해준다.건배를 하는데 왠지모를 불안감이 느껴졌다.[ 뭔 일 있어? ][ 아니, 더워서, 맥주 한잔 하려고 ][ 진짜, 뭔 일 있는 거 아니지? ][ 응 ] 맥주잔을 금세 비우고는 와인을 마실 거냐고묻는다.[ 응, 괜찮아, 근데 왜 그래? ][ 아니야, 아무것도 ][ 말 해, 얼굴에 적혔어. 뭔 일 있다고 ][ 아니야, 그냥 마시고 싶어서..]그렇게 깨달음은 말 꺼내기를 주저했었고괜한 헛기침만 반복했다. 무슨 말을하고 싶을 때, 답답할 때 나오는 .. 2019. 5. 27.
부모의 자격, 그리고 자식의 아픔 [ 너는 안 미워? 원망스럽지 않아? ] [ 아니, 그래도 날 낳아줬잖아, 그리고 뭐 원망해봐야 뭐 해,.지금에 와서, 다 지나간 일이고 본인들이 모르는데... ] [ 낳기만 하고 아무것도 안 했잖아, 솔직히 너 혼자 큰 거나 마찬가지인데 무슨 얼굴로 널 보러 온다는 거야? 무슨 자격으로? ] 말을 좀 가려서 했어야한다는 걸 알면서도 내 머릿속은 순화된 단어를 찾으려 하지 않았다. [ 공항에 나가야하는데 회사에서 시간을 내 줄지 모르겠어. 우리 회사가 좀 그러잖아, 10년만에 보는건데 얼굴은 알아볼련지.. ] [ 몇 시야? 그럼 내가 대신 나갈까? 아니, 나기지도 마, 얄미우니까 ] 나가지도 말라는 내 말에 후배는 피식 웃는다. [ 자격 ]이라 말했던 건 기본적으로 부모로서의 의무와 자격이 없다는 뜻이라.. 2019. 1. 27.
시부모님께 늘 죄송한 며느리 전철을 갈아타기 위해 부지런히 발걸음을옮기는데 곳곳에 닌자가 나타난 걸 보면분명 시댁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증거인데도밖은 자꾸워 어두워지려고 하고 있었다. [ 닌자 캐릭터 봤어? ][ 응, 닌자처럼 빨리 빨리 가야 되는데내 생각이 그런지 이 전철이 늦게 달리는 것 같애][ 아니야,,괜찮아, 어쩔 수 없지..]아침 8시 신칸센을 타고 교토에 도착을 한 뒤바로 미팅이 있었다.점심무렵이면 끝날 거라 생각했는데근처 호텔 시찰이 예정에 없던 곳까지하다보니 완전히 스케쥴이 뒤로 밀렸고 교토에서 시댁까지 가는 교통이 은근 불편해서 아쉬운 시간들이 더 흘러가 버렸다. 요양원에 도착하자 역시나 문이 닫혀있었고옆에 적힌 비상연락처로 전화를 드리자안에 계신 분이 얼른 문을 열어주셨다. 인사를 드리고 갔는데 아버님 방에 침대가.. 2018. 7. 28.
삶의 자세가 남다른 일본 시부모님 깨달음이 옷가지를 챙기고 있었다.시댁에 가기 전에 나고야에서 미팅이 있어새벽 첫차로 떠나야했다.[ 난 미팅 끝나고 오후쯤에나 시간이 될거야,당신은 시간 맞춰서 와,,..][ 응,,알았어, 가지고 갈 것은 다 챙겼어? ][ 응 ][ 아침에 일어나지 마~나 그냥 갈테니까 ][ 알았어..] 혼자 타는 신칸센은 특별한 기분을 준다.이렇게 그린석을 탈 때면 노트북을 펼쳐놓고프레젠 연습을 했던 그 때가 떠오르고 가끔 내다보는 창밖의 풍경은 사뭇한국과 별반 다름 없음을 느낀다. 미팅이 끝난 깨달음과 나고야역에서 합류한 우린바로 버스에 올라 2시간 남짓 달리는 동안,깊은 잠에 빠졌다.시댁에 도착해 바로 현관입구에 가방을 넣어두고 벌레 퇴치약을 뿌렸다.시부모님이 집을 비운지 6개월이 되어가다보니점점 폐허처럼 변해가는 집.. 2018. 4. 18.
히키코모리 자식을 둔 일본 엄마의 눈물 그녀는 내가 오기 전부터 울고 있었던 것 같았다. 뭘 마실 거냐고 물었더니 커피는 한 잔 했으니 다른 걸 마시겠다고 했다. [ 많이 기다렸어요? 왜 우셨어요? ] 아무 대답이 없다. 그녀는 내가 임상미술치료를 할 때 알게 된 50대 후반의 노무라상이다. 내 수업에 빠짐없이 참석을 했었고 항상 밝은 모습이였던 그녀가 내게 상담을 하고 싶다고 조심스레 물었다. 자신의 일이 아닌 아들 문제로...고교를 졸업하고 바로 결혼을 한 그녀는슬하에 아들 둘을 두었고 올해 38살이 되는 큰아들이 있는데 대학을 졸업하던 24살 때 바로 직장을 잡아 6개월정도 다니다 어느날부터 직장도 그만두고 집에만 틀어박힌지15년이 되어간다고 했다. 내게 상담을 원했던 것은 미술치료 같은 것을 개인적으로 해 줄수 있는지라는 것이였지만 무.. 2018. 3. 2.
일본 시부모님을 존경하는 두가지 이유 택시를 기다리며 우린 아무말이 없었다.지난달 시부모님이 옮기신 노인 홈은 생각했던 것보다 좀 거리가 떨어진 곳에위치하고 있었다.[ 어머니, 아버님, 저 왔어요] [ 오,,케이짱 왔구나,,추운데 오느라고생했지? 차는 많이 막히지 않더냐? ][ 네..조금 막혔는데 괜찮았어요 ][ 설 연휴에는 다들 놀러 가는데 너희들은 또 이렇게 멀리까지 오느라 고생했구나.. .][ 어머님, 그리고 아버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올 해도 건강하시구요~][ 응,,고맙다,, 올해는 너희들도 아프지 말거라.. ][ 아버님, 이곳은 어때요? 지난번 계셨던병설요양원에 비해 괜찮아요? ][ 음,,, 그냥,...특별히 달라진 건 없단다 ][ 뭐,,불편한 거 있으면 말씀해 보세요~][ 그냥, 만족하며 살고 있어. 곧 저 세상에 갈 건데 .. 2018. 1. 5.
깨물어도 안 아픈 손가락이 있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은 많은 듯 보였지만 발음하기가 어려웠는지 좀 쉬운 문장으로 고르고 골라 큰소리로 읽어보고 다시 고치기를 반복했다. [ 오머니, 깨서방입니다 ] [ 오머니, 한국은 아직도 많이 더워요? ] [ 오머니, 편찮은 데는 없으시죠? [ 감기 조심하시고, 여행 잘 다녀오세요] [ 항상 건강하시고 맛있는 거 많이 드세요] 이 대목에서 깨달음이 갑자기 웃음이 터졌다. 자기가 뱉은 한국어 발음이 자꾸 꼬여서 엄마가 못 알아들으니까 몇 번이고 같은 말을 하다가 도저히 안되겠는지 나에게 전화기를 넘겼다. 그렇게 열심히 적어 발음 연습을 했는데도 억양에 문제가 있어서인지 엄마가 알아듣기엔 역부족이였다. [ 엄마~나야, 깨서방이 감기 조심하시고 크루즈 여행 잘 다녀오시래~] [ 오메,,,아직 한 달이나 남았.. 2017. 8. 16.
한국인의 눈물에 관한 남편만의 고찰 동생이 카톡을 보내 주었다.무사히 조카를 만나기 위해 훈련소에 도착했다고,, 한달간의 육군훈련소를 마친 조카 (큰언니 아들)을만나기 위해 광주에서 며칠전 엄마가 올라오셨고이날 언니와 동생이 함께 갔다고 한다.조카를 만나고 식사를 하는 장면까지연달아 10장 가량의 사진과 영상을 보내줬는데하나 하나 훌터보고 있으니나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져 왔다.어릴적 날 참 무서워했던 녀석인데 대학을 졸업하고 나도 이모처럼 공부할 거라며 열심히 공부를 했었고 그래서 군대도 많이 늦여졌다. 아마도 이 사진을 보고 눈물이 났던 것 같다.전날부터 작은언니 집에서 준비했다는 음식을 펼쳐 놓고 엄마, 큰언니, 작은 언니까지다들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더 시큰하게 했다.잠시 기도를 하면서 울었을까...이렇게 장성하게 키운 큰언니도,어릴.. 2017. 7.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