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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261

귀국을 권할 수밖에 없는 나 후배와의 약속시간까지는 좀 여유가 있어 한국 슈퍼에 들렀다. 조미료를 사려했던 건 아닌데 깨달음이 조미료의 이름이 재밌다고 들고 한참을 쳐다봤다. 뒷면에 적힌 제품의 원료등을 천천히 읽어보다 [다시다] [다시다] 혼잣말로 중얼거리면서 웃기단다. 늘 그렇듯 이곳에 오면 혼자서 열심히 장을 보는 깨달음. 일본어 표기가 잘 되어 있어서인지 내 설명이나 번역이 필요치 않다. 신라면를 바구니에 넣고, 과자를 넣었다 뺐다 몇 번 하더니만 결국엔 하나도 사지 않고 나오길래 왜 안 사냐고 물었더니 이달 말에 한국 가면 그 때 이것저것 왕창 사올 거라고 그래서 참았단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내 눈치를 보며 몇 번을 들었다 놓았다 했던 건 김밥, 지지미, 양념통닭 3종세트메뉴였다. 오늘 후배랑 만나는 곳이 닭집이 아니였으.. 2015. 2. 4.
남자들도 잔머리를 쓴다. 병원에 도착하고 10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내 번호가 불리어졌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주치의가 밝게 웃으며 하신 첫마디였다. 그러고 보니 올 해 들어 처음 인사를 드린다. 먼저 체중부터 묻고, 머리카락 상태를 체크하고, 지난달 혈액검사 결과를 말씀하시고 다음달 예약시간을 입력하셨다. 그렇게 진찰이 끝나고 일어서려는데 [잘 드시죠?]라고 물으셨다. [ 네,,, 잘 먹고 있어요] [그래요, 잘 드셔야 됩니다. 그럼, 다음달에 또 봐요] 병원문을 나서며 깨달음에게 검사결과를 보고하고 난 서점에서 책을 하나 사 집으로 돌아왔다. 퇴근 전인 깨달음에게 저녁메뉴는 뭘 먹을 건지 물었더니 삼겹살 먹고 싶다고 고기는 자기가 살테니 야채만 준비해 달라기에 몇가지 사서 준비를 해두었다. 퇴근한 깨달음 손에 들린 건 .. 2015. 1. 30.
결혼을 하느냐 마느냐? [ 언니,,, 결혼하는 게 좋을까.. 아니면 그냥 혼자 살까? ] [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니 인생이니까 니 마음에 맡겨야지~] [ 그래야겠지...근데 왜 이렇게 불안하지? ] 썩 그렇게 자주 연락이 오가는 후배는 아니다. 가끔 필요에 의할 때만 연락 하는 후배이다. 그녀는 집안, 학벌, 미모 등등 남자들이 원하는 조건은 거의 갖춘 의료계에 근무하는 M후배. 같은 병원의 선배와 사귄다는 소린 들었는데 올해는 결혼까지 생각한 모양이다. 내가 늦게까지 독신으로 있어서인지 나와 친했던 안 친했던 나에게 [결혼]에 관한 질문을 하는 사람이 많다. 이들에게(후배,친구들)에게 내 [결혼]은 참 쇼킹한 사건이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결혼해서 행복하냐? 결혼해서 더 좋아진 게 뭐냐? 결혼하고 재산 관리는 어떻게 하냐.. 2015. 1. 28.
사람을 용서하는 게 그리 쉽지만은 않다. 아침 일찍 우체부 아저씨가 건네 주신 소포를 받고 싸인을 하면서 얼핏 보낸이의 이름을 봤다. 그 이름을 보자마자 내 심장이 요란스럽게 뛰기 시작했고 한순간 온 몸의 피가 목덜미를 향해 초고속으로 회전하는 느낌을 받았다. 내 학위 논문 지도교수였다. 졸업을 하고 5년을 맞이하는데도 난 이 교수 이름만 봐도 내 몸에 있는 온 신경세포가 날카롭게 거부반응을 보인다. 매해 연말이면 지도교수를 포함, 나와 관련된 학교, 학회, 협회 모든 분들께 연하장과 함께 작은 선물을 보내드린다. 지난 한 해를 감사드리고 새해에도 잘 부탁드린다는 의미로... 그 분들 중엔 말 그대로 인사치레로 드리는 분들도 계시고 은사님으로써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파 보내드리는 분이 계신다. 이 교수님은 전자에 속하는 분이셨다. 다른 .. 2015. 1. 26.
선데이 크리스챤의 어설픈 변명 오늘도 우리 목사님은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교회문을 나서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오늘의 말씀을 잊지 않도록 상기하고 또 상기해 보았다. 내가 교회에 가 있는 동안, 집에 있는 깨달음은 다림질을 하거나 자기가 좋아하는 여행 프로를 본다. 거실에 들어서면 깨달음은 매주마다 묻는다. 오늘은 목사님이 무슨 좋은 말씀을 하시더냐고,,,, 왜 궁금하냐고 물으면 자긴 무신론자이지만 좋은 말씀은 종교를 떠나서 듣고 싶어서라고 했다. 그러면 대충 간추려서 얘길 해 주는데 가끔은 꼬치꼬치 따지고 하나님의 능력이 어디까지냐고 묻곤 한다. [ 언니야, 나 기도하는 법 좀 가르쳐 줘 ] [ 성경책을 많이 읽으면 자연스럽게 돼~] [ 나 6번이나 정독했어,,근데 기도가 잘 안 돼,,,, 솔직히 아직까지도 뭘 기도해야하는지,.. 2015. 1. 19.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지난 1박2일 버스투어에서 우린 블로그 이웃님들께 드릴 선물을 골랐다. 꼭 언제 드릴려고, 누구에게 드릴려고라는 전제하에서가 아닌 그저 언제가 필요할 때를 위해 미리미리 준비해 두자는 같은 생각이였기에 둘이서 차분한 마음으로 물건들을 구입했다. 선물들을 사고 나오면서 우린 문뜩 [행복]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사고 싶은 것들을 별 불편없이 실행하고 사는 삶이 제일 행복한 게 아니겠냐고,,, 그래도 우린 왠만한 건 다 하고 살고 있으니까 많이 행복한 거라고 둘이서 얼굴 마주보고 실없이 웃었다. [돈]에 관한 얘기도 나눴다. [돈]이 최고인 세상이 되어 버렸지만 돈보다 소중하고, 귀한 것들이 훨씬 많더라고,,,, 지금 살아서 움직이고 있는 모든 것들,,,, 울.. 2015. 1. 17.
인삼즙을 앞에 두고,,,삶과 죽음 지난 일요일 엄마에게서 소포가 왔다. 추운데 또 뭔가를 바리바리 싸서 보내셨다. 2월달, 아빠 기일 때 가니까 아무것도 필요없다 말씀 드렸는데도,,, 멀리 계셔도 마치 내 살림을 다 알고 계신듯 필요한 것들만 보내주셨다. 배즙, 감기약, 마른 미역, 쥐포, 고추가루, 된장, 풋고추, 인삼즙, 태현이가 두고 간 셀카봉,,,, 만들어 놓은 인삼즙이 떨어져가고 있는 걸 어찌 아셨을까,,, 바로 인삼을 씻어 털어 말렸다. 그렇게 3일을 말린 오늘, 대추와 함께 인삼을 2시간쯤 달이고 있는데 퇴근하고 돌아온 깨달음이 킁킁 냄새를 맡더니 냄새만으로도 힘이 쏟는 것 같단다. 식사를 끝내고 따끈하게 달여진 인삼즙을 한 잔 권했더니 뜨겁다며 구체적으로 인삼이 어디에 좋은지 좀 검색을 해보겠단다.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해주.. 2015. 1. 7.
2014년도,, 일상들을 뒤돌아보며... 라디오에선 올 한해 인기차트 곡이 흘러 나왔다. 아침을 간단히 마친 우린 일찍부터 청소를 시작했다. 1년간의 묵은 때를 벗겨내는 것과 새로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자는 의미에서 이곳 일본은 이렇게 집안 대청소를 한다. 책, 옷, 그리고 먹다 남은 약봉투까지 정리를 하며 1년 365일이 참 짧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하나 정리를 하고 닦으며 내년이면 내가 몇 살인가,,, 내년엔 내 계획대로 일이 진행될까,,,, 깨달음과 나에게 주어진 내년은 어떤일이 펼쳐질까,,,,생각에 잠겨있다가 갑자기 어두워져 밖을 내다봤더니 창밖에 먹구름이 끼여 있었다. 저녁에 비가 내린다더니 정말 비가오려나보다. 그렇게 오전내내 우린 서로에게 맡겨진 구역의 청소를 마치고 신정 준비를 위해 쇼핑을 해야할 것 같아 먼저 코리아타운에 향.. 2014. 12. 31.
국제커플, 좀 더 나은 결혼생활을 위해. 내가 파마하고 오던 그날 깨달음이 내 머리를 쳐다보던 그 눈빛으로 주치의도 내 머리를 유심히 쳐다보셨다. [ 이제 머리 안 빠지시죠?] [ 네 ] [ 다행입니다, 이제 잘 먹고 잘 기르시기만 하면 됩니다, 아주 보기 좋은데요] [ 네,, 감사합니다 ] 3개월만에 주치의도 환한 얼굴을 보여주셨다. 다음달 예약을 입력하시다가 다시 한 번 내 얼굴을 힐끔 보시더니 아직도 재발하면 어쩌나하는 걱정어린 눈빛이 보인다고 말씀을 시작하셨다. 1, 나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을 것. 확신을 가진 환자들은 약의 효과도, 치료효과도 2배로 높다. 2. 부작용이나 재발을 두려워하지 말 것. 신체적인 변화가 생긴다거나,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은 어느 환자에게도 나타나는 증상이고 빠진 머리카락, 변화된 신체도 6개월이 지나면 다시.. 2014. 12. 28.
남편이 아저씨임을 느낄 때... 코리아타운도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여기저기서 캐롤송과 K-POP이 흘러나오고 옆에 있던 깨달음은 음악에 맞춰 고개로 장단을 맞추며 걸었고 스쳐 지나는 사람들 입에선 술냄새가 풍겨나왔다. 코리아타운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분위기가 사람을 더 들뜨게 하는 것 같았다. 이곳에 오면 명동냄새가 난다고 했던 깨달음 말이 문뜩 뇌리를 스쳤다. 후배와 만나기로 한 곳은 양념통닭집이였다. 약속시간이 가까워지는데 사람들로 붐비는 탓인지 발걸음이 자꾸 밀린다. 9시가 넘은 시간인데 가게 안은 손님들로 가득했다.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영어,,세계 각국의 언어들이 들려오고,,,, 간단하게 주문을 하고 맥주도 한 잔씩 시켰다. [ 메리 크리스마스,,,] 일단 건배를 하고 깨달음이 후배에게 지난번에 준 오마모리.. 2014. 12. 26.
실은 저희가 더 감사해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서점에 들렀다. 지도 교수님의 추천으로 일러스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6년전이였다. 일러스트레이터로 아주 유명한 그 당시 담당 교수님이 내 작품을 보시고 변태적인 성향이 자기 작품세계과 닮았다고 한 번 시작 해보라고 권하시며 희귀판 애로책을 몇 권 빌려 주셨다. 참고하라고,,,, 그렇게 시작한 일러스트,,,, 어릴적 남들보다 조금 그림을 잘 그린다 정도였지만 체계적인 미술수업(학원)은 받진 않았다. 그래도 미술대회에서 몇 번 상을 탄 것을 힘입어 디자인 공부를 했고,,, 지금도 미술관련 작업들이 내 삶을 채우고 었다. 내가 오늘 이 월간지를 산 이유는 The Choice라는 일러스트 콤페에 당선된 작품들이 보고 싶어서였다. 내 이름은 당연히 없었다. 수상 되었다는 개인 연락이 없었.. 2014. 12. 22.
한국은행 현금 인출기 앞에서,, 해외생활을 오래하다보면 가끔 한국에서 치뤄야할 일상적인 업무들이 생각만큼 원활하게 이루워지지 않을 때가 있다. 관공서에서 서류를 떼는 것부터 시작, 은행업무도 스탭에게 묻지 않고서는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아 내 스스로가 참 답답할 때가 많다. 이곳 대사관에서 직접 서류를 뗄수 있는 것도 있지만, 인터넷으로 뭔가를 하려고하면 무슨 공증?이 필요했고, 그 공증번호?를 받기 위해서는 한국 핸드폰이 꼭 필요했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지 기억이 나질 않지만 해외카드가 사용불가인 경우도 있었다. 비행기 예약을 하는데도 결제를 위해 뭔가를 컴퓨터에 설치(다운로드)해야한다는데 일본 인터넷은 한국에 비하면 약간 느린 것도 있고 내 노트북이 자꾸만 자동차단을 하는 통에 설치가 잘 되질 않아 한국에서 치뤄야할 금융관계 일을.. 2014. 12. 16.
산타크로스 기분은 바로 이런 것. 댓글들을 프린터한 A4용지를 천천히 아주 천천히, 하나 하나 다시 읽어 갔다. 한국은 물론, 일본, 미국, 캐나다, 호주, 그리고 독일까지,,,세계 각국에서 연락을 주셨다. 주소를, 그리고 성함을 적어주시는데는 좀 용기가 필요하셨을텐데 이렇게 나를 믿고 적어주심에 대해 감사했다. 퇴근이 빨랐던 깨달음도 오늘은 뭘 해야할지 알고 있기에 내 테이블에 얼른 앉더니 주소가 적인 종이를 훑어 보면서 동남아시아쪽 주소는 없다고 그 쪽에는 이웃님들이 안 계시냐고 물었다.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우선 따끈한 차를 한 잔 하면서 깨달음과 이런 저런 얘길 나눴다. 한국에 계신 줄 알았던 분이 외국에 계시더라고,,, 자기 얘기 털어 놓아 주신 분도 많았다고,,, 자녀분 얘기도 있었고, 부모님 얘길 해주신 분들도 계셨다고,,.. 2014. 12. 12.
외로움과 괴로움의 차이 캐러어를 들고 주위를 둘러 봤더니 반대편 쪽에서 깨달음이 손을 흔들며 겸연쩍게 웃었다. 깨달음은 이렇게 마중 나오는 걸 좋아한다. 아직 감기 기운이 남아 있다길래 굳이 나올 필요 없다고 그랬는데도 나와 있었다.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면서 뭔가 좀 변한 것 같다고 혼자서 뭐 맛있는 거 먹었냐고 물었다. [ ............................ ] 자긴 컨디션이 좋았다 나빴다 해서 별로 재미가 없었단다. 바람이 차가워서 근처 우동집에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자 맛있다는 말을 몇번이나 하면서 나 없는 동안 집에서 먹는 게 귀찮아 외식을 자주 했는데 이상하게 맛이 없더란다. 똑같은 메뉴를 시켰는데도 혼자 먹으니까 별로 맛을 못 느꼈단다. 감기 때문에 입맛이 없어서였을 거라고 그랬.. 2014. 12. 9.
좀 이른 크리스마스 선물 옛날 작품들을 뒤적거리고 있는 날 보고 깨달음이 금세 알아차렸다. 이웃님께 드릴 작품 찾냐고 그러면 자기가 골라 주겠단다. 사이즈는 결정했는지, 어떤 형식으로 보낼 것인지, 몇 분에게 보낼 것인지 질문이 많다. 그렇게 깨달음과 내가 고른 작품을 수정작업 하고 있는데 깨달음이 얼른 사진을 찍으며 작품에 자기 사인도 넣어 달란다. [ .......................... ] 내 작품인데 왜 당신 사인이 필요하냐고 자기가 무슨 연예인인줄 착각하고 있다고 째려봤더니 지난주말 신주쿠역에서 한국 여자분들이 자기를 한 번 쳐다보고 핸드폰 화면을 한 번 쳐다보고, 몇 번 그러더니 [케이]뭐라 그러면서 웃었단다. 그래서 자기가 깨서방인 걸 들켰다는 생각에 얼른 그 자리를 피했다면서 내 블로그에선 자기가 좀 유.. 2014. 1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