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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261

남편의 서운함을 달래줄 길 없다 우리가 일본으로 다시 돌아오던 날 오전,엄마와 깨달음은 박스에 배즙을 담았다. [ 더 필요한 거 없냐? ][ 응,,없어..엄마 ][ 깨서방이 좋아하는 저 과자도 넣으끄나?][아니,,넣지마,,괜찮아..]엄마가 깨서방 주려고 사다 놓은 초코파이와 몽셀통통을 말하는 것이였다. 엄마가 이렇게 수고를 해주시는 건우리가 배즙을 가져가기엔 무겁다는 이유도 있고이것저것 챙겨 넣고 싶어서이기도 하다. 그 소포가 오늘 도착을 했고깨달음이 부푼 마음으로 박스를 열어하나 하나 꺼내면서 당황한 기색으로내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나는 그 눈빛이 뭘 얘기하는 줄 알고 있었다. 배즙, 대추, 마른 칡, 라면, 누룽지, 새우젓, 창란젓, 김이 들어있었다.[ 오메,,오메...어푸소(없어)...... ][ 없어? 뭐가?] [ 과자..... 2016. 11. 16.
못다 부른 아빠 이야기 아빠가 치매 진단을 받은 건 16년전이었다. 내가 일본 유학을 오기 전 마지막으로 모시고 갔던 병원에서 치매 진단을 받았다. 유학생활을 하면서 해마다 한 번씩은 한국에 가려고 했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아빠가 병원 신세를 지게 된 건 진단을 받고 8년 후였다. 한국에 갈 때마다 병실에 누워 계시는 아빠 얼굴에 내 얼굴을 갖다 댔는데 어느 날 부터인가 아빠가 싫어하셨다. 그래도 난 사랑에 굶주린 아이처럼 아빠의 볼을 만지고 아빠의 이마와 귓가에 뽀뽀를 해드렸다.“엄마, 아빠 냄새 그대로다.”“그대로냐? 오늘 샤워도 안 시켰는디 냄새 안 나냐?”“응, 지금 아빠 냄새가 너무 좋아.”어릴 적에 맡았던 아빠 냄새가 병상에 계셔도 그대로인 게 신기할 정도였다. 우리 아빤 술, 담배도 못하셔서 친구들과 어울려 .. 2016. 11. 1.
저희 부부얘기가 책으로 엮게 되었습니다. 출판 계약서가 도착하던 날, 퇴근이 늦은 깨달음은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로마치 한국어를 아는 사람처럼한 장 한 장, 이리보고 저리보고 한참을 살피다가 뭐라고 쓰여있는지 대충 알려 달라고 했다. 그리고 출판사에서 보내 주신 책들을아주 흥미롭게 읽었다.읽었다기 보다는 사진들을 꼼꼼히 살피더니일본식 건축물이 많이 나와있다며건축 역사에 조회가 깊은 사람이 아니면이런 사진들을 올리기 힘들었을 거라고작가 프로필을 물었다. 그 날 이후, 이 책 [ 청춘남녀, 백년 전 세상을 탐하다]는 깨달음 책장에 들어가 있다. 지난 7월 초, 모요사 출판사의 실장님에게서 블로그 내용을 책으로 엮고 싶다는 연락을 주셨다.그렇게해서 원고 정리를 다시 시작했고밤 늦게까지 새 글을 쓰고 있던 어느날,깨달음이 물을 한 잔 가져다 주면서옆에.. 2016. 10. 4.
올 폭염을 이겨낸 국제커플의 한국식 식탁 막바지 더위가 이곳도 기승을 부린다.조석으로 불어오는 바람결엔 가을이 묻어있지만여전히 한낮엔 32도를 웃도는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엊그제는 태풍으로 비바람이 불더니 또 다시 늦여름 태양빛이 사람을 지치게 한다. 깨달음은 낮에 현장 감찰을 나갈 때가 있는데 그런 날이면 땀을 너무 쏟아서인지현지증이 난다고 했었다.충분한 수분과 적당한 염분섭취( 소금사탕)으로나름 조절을 하고는 있는데도 폭염으로 힘들어 하는 깨달음을 위해 되도록이면 기운 나는 한국 음식을 위주로 준비를 했었다.근처 슈퍼에서 산 재료들로 만든 이번주 우리집 저녁 식탁이다.두부조림, 야채셀러드, 참치전, 오징어볶음, 고추장찌개. 잔멸치와 청경채, 감자전, 나물, 두부샐러드, 보쌈, 계란찜. 버섯조림, 낫또, 문어, 감자샐러드, 불고기, 순두부찌개.. 2016. 8. 26.
내가 일본 시부모님을 존경하는 이유 깨달음은 신칸센 안에서도 도면 체크 중이였다.우린 나고야와 오사카로 가는 길이였고나고야에는 착공식에 참석을 해야했고 오사카에서는 관계자 미팅이 있어서였다.그리고 추석이기에(일본은 8.15일이 추석임)겸사겸사 시댁에도 잠시 들릴 계획이였다. 먼저, 나고야에 도착해 개찰구를 빠져 나가자공사 관계자분이 우릴 향해 손을 흔드셨다.무사히 착공식을 마친 우린 시댁으로 내려가는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잠을 청했다.새벽부터 움직인 것도 있고 요즘 이래저래 피곤이 많이 쌓인 상태였다. 정신없이 잤던 탓인지 금새 시댁에 도착을 했다.[ 아버님, 어머님,, 저 왔어요]안방으로 들어가 인사를 드렸는데두 분이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눈을 껌뻑껌뻑 하시며 아버님이어머님을 향해 이렇게 물었다.[ 케이짱이지? 여보.. 2016. 8. 15.
모든게 여러분 덕분입니다 정기검진을 위해 오늘도 병원을 찾았다. 늘 그렇지만 내가 찾은 과는 환자들이 드물다. 주치의도 바뀌고 병원도 바뀐 탓인지 아직도 난 이 병원이 낯설다. 내 주치의는 부모님을 위해 올 초 고향에 내려가 시골에서 작은 병원을 개원하셨다고 한다. 내 번호가 불리워질 때까지 조용히 앉아 멍하니 사람들의 움직임을 살폈다. 저렇게 많은 환자들은 도대체 어디가 아파서 온 것일까... 새로운 환자가 등록을 할 때마다 바보같은 의문들이 꼬리를 물었다. [ 오늘은 혼자 오셨네요..] [ 네....] 간호사가 힐끗 쳐다보더니 아직까지 어색해 하는 나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흰가운이 아주 잘 어울리는 새 주치의는 혈액검사 수치를 하나하나 따지듯 살피더니 일주일 식단을 나열해 보라고 하셨다. 전 주치의가 소개서까지 써서 자기 .. 2016. 7. 20.
부부의 인연은 남다르다. [ 뭐 먹고 싶어? ] [ 응,,,고기 먹을래....] [ 알았어, 예약해 둘 게, 이번엔 민혁(가명)이랑 같이 와 ] [ 우리 아들은 아직 한국에 있어..] [ 왜?] [ 그냥 한국에 좀 있어라고...] [ 일본에 안 데리고 올려고? ] [ 아니,,,데리고 오긴 올 건데 애가 할머니집에 좀 더 있고 싶다고 해서...] [ 그래..알았어...그럼 그 날 봐.] 2주전 하나씨와 통화를 했고 오늘 오후, 깨달음과 함께 약속장소를 나갔다. 돌싱인 하나씨는 일본에서 아들과 제 2의 인생을 살아가다가 어떤 남자를 만났고 그 남자의 속내를 알게 된 그녀는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잠시 이곳 일본을 떠나 긴휴양을 떠났었다. (그녀의 사랑 -http://keijapan.tistory.com/800 ) ( 그녀의 선택 -h.. 2016. 7. 4.
늙어서도 공부를 해야하는 우리들 [ 너 한국 잠시 들어왔다며? ] [ 응...] [ 근데 왜 연락 안 했어?] [ 응,,많이 바빴고,,,,좀 정신이 없었어.. ] [ 넌 맨날 뭐가 그렇게 바쁘냐? 지금 뭐하는데? ] [ 응, 공부해..] [ 오메,,,, 뭔 공부를 50이 다 되어서도 하냐? 공부할 게 아직도 남았냐, 넌? 징허다 징해..] [ ........................ ] [ 언제까지 공부만 할래? 징하지도 않냐? ] [ 아니야,,, 이번에 자격시험이 있어서 하는 거야..] [ 오메....공부한다는 소리만 들어도 난 머리 아프다.. 한국에 또 언제 올건데? ] [ 음,,,내년에 갈 것 같은데.....] [ 내가 너 한 번 볼라믄, 일본에 가야쓰것다..] [ 그래,,니가 한 번 와라..] 친구와의 전화를 끊고 다시 난 .. 2016. 6. 11.
일본생활 16년,,,헤이트 스피치를 들으며.. 지난 5월12일 일본 참의원 법무위원회가 특정 인종과 민족에 대한 차별을 선동하는 증오표현, 증오연설(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을 근절하기 위해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고 13일은 참의원 본회의에서 이 법안이 가결되었다. 헤이트 스피치 대책 법안으로 [적법하게 일본에 거주하는 일본 이외의 출신자나 후손]을 대상으로 차별의식을 조장할 목적으로 생명이나 신체 등에 위해를 가하는 의도를 고지하는 것과 현저히 멸시하는 것을 [차별적 언동]으로 정의하고 이러한 언동을 용인하지 않는다고 명기했다. 야당측은 헤이트 스피치를 위법이라고 명기하길 주장했지만 헌법의 [표현의 지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끝까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헤이트 스피치]에 대한 금지규정이나 처벌, 벌칙을 주지 않는 아무런 구속.. 2016. 5. 26.
블로그를 통한 소통은 진짜인가(초대장 배부) 다음에서 블로그를 시작했고 지금은 티스토리에서 블로그 생활이 2년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다음 블로그는 작년 12월에 과감히 폐지를 했고 티스토리만을 남겨둔 채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한국이 그리워서, 한국어를 할 사람이 주위에 별로 없어서,, 그냥 시작했던 블로그,,, 많은 분들의 사랑과 관심 속에 지금까지 왔습니다. 이웃분들과 소통이라는 이름으로 이렇게 글을 올리고 있는데 올해들어서 자꾸만 블로그를 하는 이유가 불투명해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그 소통이라는 게 서로간에 과연 진심일까라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습니다. (일본 야후에서 퍼 온 사진) 나는 왜 티스토리 블로그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가... 광고 수익을 위해서라면 내 개인홈피에 광고를 넣으면 되고,.. 더 많은 방문객을 위해서라면 카카오스토리.. 2016. 3. 4.
남편에게 감사하기 다음날, 느긋하게 일어난 우리는 아침을 먹고 조카 태현이가 엄마방에서 발견한 화투를 가지고 점심내기 화투판이 벌어졌다. 그림 맞추기만 겨우 할 줄 아는 조카들이 먼저 시작을 했고 옆에서 보고 있던 깨달음도 합세를 했지만 짝 맞추기밖에 못하는 3명이서 하느라 엄마의 코치가 필요했다. 점수를 따고 점수를 세는 것도 모두 엄마가 가르쳐 주었다. 파란 띠를 세개 모으면 [청단]이라고 한국말로 설명을 하는대도 깨달음은 알아 듣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30분정도 화투를 친 결과, 깨달음이 승리를 했고 그 덕분에 통닭과 중화요리를 주문해 가족들 즐거운 점심을 함께 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화투라는 걸 쳐봤다는 깨달음. 원래 자기는 이런 [운]이 없는 사람인데 오늘은 이상하게 잘 되더라면서 한국에서는 [운]의 기운이 .. 2016. 2. 29.
시어머니께 죄송한 며느리 아침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안방에서 어머님과 얘기를 나누고 있던 깨달음 목소리 톤이 높았다. 아버님을 노인홈에 입소시키기 위해 서류작성및 첨부서류들을 찾는데 그게 몇가지 빠진 모양이였다. 일본 전국이 그렇듯, 노인인구가 늘어나면서 노인홈에 들어가려는 노인수에 비해 시설이 부족하고 금액이 비싸다보니 아버님처럼 물리치료를 목적으로 하시는 분들보다 증상이 심한 어르신들을 우선으로 입소를 시키기 때문에 대기를 해야하는 실정이라 했다. 아버님 입소및 어머님도 도우미 아줌마의 방문 횟수를 늘릴 수 있게 간병의 정도를 심사하는 케어매니저에게 부탁을 해야했다. 서류를 작성하고 노인홈에 도착했더니 밖에 케어매니저가 나와 있었다. 준비해 둔 테이블에서 요양시설의 이용안내와 경비에 관한 자세한 사항들을 듣고 필요한 .. 2016. 2. 17.
명절을 타국에서 보내는 해외 거주자들 한국은 오늘이 설날이였다. 늘 그렇지만,,,해외에 오래 살다보면 그냥 그러러니하고 넘어가곤 한다. 주변에 친인척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남편과 둘이서 뭘하기도 그렇고,,,그래서 우린 언제나처럼 하루를 시작했고 퇴근 길에 저녁 메뉴는 뭐가 좋겠냐고 깨달음에게 물었더니 설날인데 설날 음식을 먹어야하지 않겠냐면서 곰곰히 생각하는 것 같더니 [ 죤~~]이란다. [전]이 먹고 싶다는 얘긴데 코리아타운까지 갈 수는 없고,, 마트에 잠깐 들린다음 서둘러 발길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 한국에 있는 가족, 친구들이 보내 준 새해인사 카톡을 보니 온도차는 있지만 설날 분위기는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음식을 만들고 있는데 문득 벌써 16째 타국에서 명절을 맞이하고 있다는 생각에 웬지모를 허탈감이 밀려왔다. 스스로가 선택한 해외.. 2016. 2. 9.
친정엄마의 새해 바램 [ 오머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건강하시고 2월달에 만나요~] [ 깨서방도 올해도 사업번창하고 건강하세요~] 엄마와 깨서방이 새해 인사를 나누고 난 엄마에게 신년부터 황당한 소릴 또 들었다. 올 해는 아이를 한 명 낳으라는,,,,, 지난 11월, 엄마집에 갔을 때, 회사 직원들 집들이 사진을 보여주다가 직원 아이를 안고 있는 내 사진을 보시고는 그 때부터 [아이]얘기가 시작되었다. 광주를 떠나는 마지막날, 모밀집에서 사 온 만두를 펼쳐놓고 짜장면, 우동까지 시켜 저녁을 먹을 때였다. 엄마가 아이 낳으라고 한다고 깨달음에게 말했더니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옆에 있는 날 손가락으로 가르키면서 [ 오머니~ 케이같은 아이가 나와요~ 그래도 괜찮아요? ] 라고 했다. [ ..................... 2016. 1. 9.
크리스마스 카드 보내기 외출을 하기 위해 옷을 갈아입고 거실로 나갔다. 출근 준비를 한 깨달음이 크리스마스카드를 한 장씩 보고 있었다. [ 작년보다 좀 적지 않아? 보낼 사람 수를 줄였어? ] [ 아니, 먼저 1차로 보내는 거야..] [ 왜? ] [ 바빠서 인쇄를 다 못했어.....] [ 카드 사이즈가 다른 건 뭐야? ] [ 당신이랑 같이 골랐던 카드잖아,,] [ 어,,,사이즈가 달랐구나,, 연하장도 넣었어?] [ 응,,넣었어] [ 올 해는 제대로 도착할지 모르겠네.. 작년에 못 받으신 분들이 있다고 했지? ] [ 도중에 분실 되거나 주소 불명, 수취인 불명인 경우가 있는 것 같더라고,,,, 어쩔수 없지....] 카드를 깨달음 가방에 넣고 우린 집을 나왔다. 병원에 도착한 우린 번호표를 받고 기다리며 검사를 마치면 아침식사로 .. 2015. 12.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