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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252

일본에 돌아가기 싫다는 남편 전날 밤, 소주를 두병 가까이 마신 깨달음은 의외로 팔팔했다. 아침으로 해장국이 좋겠다는 했더니 전혀 속이 불편하지 않다고 생선이 먹고 싶다길래 아침식사가 되는 곳을 찾아 생선구이를 시켰다. [ 여기.. 맛집이라고 나왔지? ] [ 나름 맛집이라고 하는데 나도 처음이야] [ 근데, 반찬도 그렇고 생선구이 맛이....] 무슨 말인지 충분히 알았다. 초벌구이를 해 둔 생선은 기름기가 다 빠져 퍼석퍼석했고 생선 고유의 풍미가 나질 않았다. 남들은 맛집이라해도 우리 입에 안 맞을 수 있고 처음 가보는 곳은 위험부담이 있으니까 실패 없이 우리가 검증했던 곳을 가야 한다고 이 생선구이집을 들어서기 전부터 얘길 했는데 직접 우리 입으로 확인해보자고 해서 왔더니 역시나 만족하지 못했다. 솥밥에도 손을 대지 않고 나온 깨.. 2022. 10. 15.
남편의 이상형은 이 여배우였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는 추분(秋分) 이곳 일본은 추분의 날이 공휴일이다. 이날은 지난 추석(8월15일)에 고향에 못 갔던 사람들이 고향에 내려가 성묘를 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대부분은 실버위크를 즐기기위해 방방곡곡으로 여행을 떠난다. 우린 태풍이 도쿄 쪽을 지나고 있어서 얌전히 집에 있기로 했다가 날씨가 좋자 치가사키(茅ヶ崎)에 있는 호텔을 보러 가기로 했다. 지금 리조트 호텔 디자인중인 깨달음은 의뢰인이 한 번씩 언급했던 호텔들을 빠짐없이 탐방하고 있는데 이곳은 인스타에 자주 올라와 젊은 층에 인기가 있다고 했다. 타깃이 젊은 층은 아니지만 핫한 느낌에 디자인이 필요치 않냐는 한마디가 계속해서 신경 쓰였다고 한다. 난 근처 커피숍에서 달달한 팬케익을 먹으며 기다리고 있는데 근처 다른 호텔도 몇 군데.. 2022. 9. 24.
돈 앞에선 일본인도 다 똑같다 -2 우린 결혼 초부터 서로의 스케줄을 공유하는 편이어서 대략 그 사람의 행동반경을 유추하는 데 그리 어렵지 않다. 도쿄를 벗어난 미팅이나 출장은 물론 웬만한 약속들도 대충 알고 있다. 굳이 알아야한다고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자연스레 상대의 스케줄을 얘기하다 보면 조율하기가 편한 게 사실이다. 이곳은 오늘까지 연휴였는데 난 긴자(銀座) 쪽에 볼 일이 있어 나왔다. 어느 정도 대충 마감을 하고 집에 가려는데 깨달음에게 근처에 와 있다면서 초밥집에서 대기표를 뽑고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깨달음 덕분에 기다림 없이 바로 들어가 우린 니혼슈(日本酒)로 주문했다. 기분 좋게 한 잔씩 마시는데 서방님에게서 문자가 왔다. 엊그제도 서방님 때문에 말다툼이 있었는데 분명 그것 때문일 것이다. 시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자산 정리를.. 2022. 9. 20.
일본에서 준비한 장례 답례품 신주쿠(新宿)를 가지 전부터 우리 이미 결정을 했었다. 장례 답례품으로 뭘 살 것이며 몇 분에게 드릴 건지도 사전에 얘기를 다 끝낸 상태였다. 한국도 그러겠지만 일본은 장례식에 조문을 오시거나 조의금을 보내주신 분들께 코덴카이시(香典返し)의 답례품을 돌려드린다. 지난 4월 시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우리 가족들이 깨달음에게 조의금을 보냈는데 그 답례는 한국에 직접 가서 하려고 6월에 비행기를 예약했었는데 그게 결항이 되는 바람에 가질 못하고 각자 소포로 보내드렸었다. 지난달, 시아버님이 돌아가셨을 때도 마찬가지로 가족과 친구들이 조의금을 보내주었다. 일 년에 두 번이나 몇 달 간격으로 조의를 표해준 분들에게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에 이번에는 다른 답례품을 준비하기로 했다. 일본에서 인기 있는 장례 답례품은 .. 2022. 9. 6.
남편은 눈을 감아버렸다 주말도 아닌데 나고야(名古屋)에서 이가우에노(伊賀上野)까지 가는 길은 교통체증이 심했다. 사고로 인해 도착시간이 지연될 거라는 운전기사의 멘트가 있자 깨달음이 남동생에게 문자를 보내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중반쯤 진행이 되고 있었고 앉은 지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화장장으로 가기 위한 준비를 해야했다. 장례식장이 달라진 만큼 어머니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자꾸만 낯설게 했다. 엷은 화장을 한 아버님은 마치 낮잠을 주무시는 듯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화장을 하기 위해 옮겨진 곳에서 개개인이 정말 마지막으로 아버님 얼굴을 보고 작별인사를 나눴다. 깨달음은 아버님 얼굴을 만지며 잘 키워주셔서 고맙고 사랑 많이 주셔서 고맙고 장수해 주셔서 고맙다며 몇 번이고 아리가토를 외치자 마치 .. 2022. 8. 26.
지금 남편에게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 8월 15일, 이곳은 추석이었지만 우린 평소처럼 출근을 했다. 실은 11일부터 연휴였고 언제나처럼 공휴일에 연연하지 않고 우린 자신의 시간에 충실했다. 어딘가를 가고 싶은 마음보다 질식할 것 같은 폭염에 밖에 나갈 엄두가 나질 않았던 게 컸었다. 몸에 수분을 모두 말려버릴 듯 내려쬐는 태양을 마주할 용기가 없어 집에서 보양식을 먹으며 나름의 피서를 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마음 한켠엔 언제 요양원에서 전화가 올지 몰라 대기조처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기도 했고 이래저래 심란한 마음으로 놀 기분이 아니였음이 더 솔직할 것이다. 매일처럼 전화를 하시고 곧 죽는다, 곧 죽는다 하시던 아버님이 급하게 입원을 하셨다. 퇴원하시고 지금 안정을 취하고 있는 중이라고 연휴 시작되던 날 전화가 왔었다. 그리고 어젯밤, .. 2022. 8. 17.
남편이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지난주 수요일, 깨달음 회사에서 환영식이 있었다. 새로 들어온 직원을 위한 자리였는데 코로나로 몇 번 연기를 하다가 괜찮겠다 싶어 열린 환영식이었다. 난 공교롭게 시간을 못 내서 참석하지 못했는데 회사 근처 이자카야에서 오랜만에 좋은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금요일, 환영식의 주인공이 기침을 하기 시작했고, 옆자리에 앉았던 여직원은 열이 40도까지 올랐다. 미리 잡힌 미팅은 다른 직원에게 대처시키고 깨달음도 함께 참석하느라 주말도 회사에서 보냈다. 환영식에 참석했던 모든 이들이 코로나 검사를 했고 새 직원과 여직원이 양성, 그 외 깨달음과 다른 분들은 다행히 음성이었다. 물론 나도 바로 검사를 하고 아무 일 없이 지나는가 싶었는데 깨달음이 목이 아프다더니 급기야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잠잠했던 코로.. 2022. 7. 12.
여행사에서 걸려온 전화 지난 주말 깨달음의 요청에 의해 쇼핑을 나갔다. 한국에 가져갈 선물을 산다는 깨달음을 누구도 말릴 수 없어 과자류를 포함 화가시(和菓子-일본 화과자)는 안 사겠다는 약속을 받고 따라나섰다. 한국에 소포를 보낼 때도 그렇고 항상 빼놓지 않는 선물로 콘부(昆布-다시마)를 사는데 그것도 꼭 홋카이도산(北海道) 를 사야 한다는 깨달음만의 철칙이 있어 유락쵸(有楽町)까지 갔다. 가족들에게 혹시 뭐가 필요한지 물어보라는데 모두가 합창하듯 사지 말라고, 필요 없다며 말렸다. 아무리 말해도 안 듣는다는 걸 잘 알기에 다시마 이외는 못 사게 지켜보고 있었더니 여기서 못 사더라도 공항에서 얼마든지 살 수 있다며 다시마 이외에 꼭 사고 싶은 게 있다고 했다. 그렇게 쇼핑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캐리어에 하나씩 챙기며 주말을 .. 2022. 6. 25.
일과 함께 떠나는 휴가도 나쁘지 않다 지난주 휴가차 떠난 오키나와 이리오모테지마(西表島)에서 주문한 피치파인이 도착했다. 기존의 파인과 달리 향은 물론 당도도 높아 선물하기에 좋을 것 같아 깨달음 회사직원들, 그리고 내 지인들에게 보냈다. 사이즈에 따라 한 박스에 대충 7개나 10개쯤 들어간다는데 우리집은 8개가 들었다. 협회에 가져갈 것을 두 개씩 포장해 담고 나머지 일단 신문에 싸 두었다. 깨달음에게 사진을 보냈더니 직원들 것은 사이즈가 작은 게 많이 들었더라며 내 게 크고 맛있게 보인단다. 그리고 피부과에서 오일을 받아 왔으니 같이 바르자고 했다. 깨달음과 난 지금 탈피? 중이다. 이시가키지마(石垣島)에서 휴가를 너무 잘 보낸 덕분에 둘 다 검게 그을려 껍질이 벗겨지기 시작했다. 썬크림을 넉넉히 발랐는데도 별 효과가 없었는지 누가 봐도.. 2022. 6. 20.
아침부터 한국 영사관에 줄을 서다 아침 6시 35분, 우리가 도착한 한국 영사관 앞엔 간이의자와 캠핑용 의자에 앉아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이 약 50여 명 있었다. 영사관 입구 가장 앞 자리에 잠이 가득한 눈으로 앉아 있는 남자가 눈에 익었다. 전날, 내가 필요한 서류를 신청하기 위해 이곳에 왔을 때 출입을 통제하는 입구에서 유창한 한국어로 자신의 사정을 얘기하던 인도 청년이였다. 자신은 한국에서 유학을 했고, 한국에 자신의 가족이 살고 있어 만나야 한다며 어떻게 하면 한국에 갈 수 있는지를 물었다. 그 청년을 포함해 앞줄에 서 있는 분들은 거의 밤을 새운 듯한 분위기였다. 전날, 나에게 관광비자 신청이 아니니까 다른 줄에 서야 한다고 언급해주셨던 영사관님 말씀대로 우린 반대편에 섰다. 업무 시작은 9시인데 연일 비자 신청을 하는 사람들이.. 2022. 6. 18.
기다리고 기다리던 한국행인데.... 며칠 전, 후배에게서 온 소포엔 콩나물 세트가 들어있었다.집에서 콩나물을 직접 길러 먹을 수 있는 거라며 물만 주면 혼자서 쑥쑥 잘 자란다고 한다. 나도 한번 해 봤는데 싹도 나지 않고 자꾸 썩어서 그만뒀다고 일본 콩들은 싹이 나질 않도록 약품처리를 했는지 아니면 콩나물 전용 콩이 있는지 잘 안 되더라고 언제가 통화를 하며 했던 내 말이 갑자기 떠올라 보냈다는 후배. 100% 보장한다며 자기가 해 봤더니 간단히 성공했다며 무조건 물만 주면 된단다. 깨달음에게 보여줬더니 웃는다. 그냥 사먹으면 되는데라는 약간 귀찮다는 생각에 팬트리에 집어넣으려다가 콩이 상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일단 그림대로 따라 했다. 이틀 되는 날부터 싹이 나기 시작하더니 하루가 다르게 키가 자라는 콩나물. 참 신기하기도 하고,, 왜 .. 2022. 6. 3.
시어머니와의 마지막,,, 49재 우리도 20분이나 빨리 도착했는데 서방님 가족들은 미리 와 있었다. 요양원에서 아버님을 모시고 오신 서방님이 법당으로 올라가는 계단까지 업겠다고 하자 아버님이 기어서라도 당신이 가겠다고 하셨다. 어머님 49재를 위해 직계가족들만 다시 모였고 장례식 때는 화장터까지만 함께 하셨던 아버님이 이번에는 이승과의 마지막이니 잘 가라는 말을 하고 싶다며 참석을 원했다. 법당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휠체어를 태운 채로 모두가 힘을 모아 들어 올리자고 스님이 제안 하셨지만 아버님이 당신이 그냥 올라가 보겠다고 하신다. 정각 1시, 스님이 징을 치며 법문이 울려 퍼지자 3살짜리 증손녀는 엄마 손을 꼭 잡고 불안한지 얼굴을 찡그렸다. 엄마가 얼른 가방에서 장난감을 꺼내 손에 쥐어줘도 처음 듣는 소리여서인지 끝내 울음을 터트렸.. 2022. 5. 31.
시어머니, 남편, 그리고 마지막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자식들이 모이고 손녀와 증손자가 응원한 덕분에 일주일을 더 견디셨던 어머님이 돌아가셨다. 발신자가 서방님 이름이 뜬 핸드폰 화면을 내게 내밀며 전화를 받던 깨달음이 메모지에 8시 41분이라고 적었다. 서방님은 교토에서 요양원으로 향하는 길이라며 사망신고서를 받는 것부터 앞으로 해야 할 절차에 관한 얘기가 오가는 동안 나는 신칸센을 예약했다. 2시간 동안 달리는 신칸센 안에서도 또 두 시간을 더 타고 간 버스 안에서도 깨달음은 잠을 자지 않았다. 무슨 생각하냐고 물었더니 아무 생각이 없다고 했다. 울진 않았다. 그렇다고 억지로 참고 있는 것 같진 않았지만 무거운 침묵이 깨달음을 감싸고 있었다. 회관이라 불리는 곳에 안치되어 있던 어머님은 다다미방에 누워계셨다. 서방님과 깨달음이 번갈.. 2022. 4. 19.
이 블로그가 존재하는 이유 작년, 이웃님들에게 연하장을 마지막으로 드린 데는 내 나름 이유가 있었다. 10년이 넘게 블로그를 하다 보면 권태기도 물론 찾아오지만 나는 그것보다 이 블로그의 존재 이유에 대한 의문을 가진지 꽤 오래됐다. 과연 누구를 위해 글을 올리는 것인가... 불특정 다수의 그 누군가를 위해 난 온전한 내 시간 2,3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그렇다면 나를 위해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인가.. 그것도 아니다. 광고수익을 얻기 위해서라면 유튜브로 화제성이나 자극적인 내용들을 찍어 올리면 수익이 나올 것이다. 그럼, 이 블로그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남편이 일본인입니다만 잊고 있었던 건 아니였다. 어제 한국에 있는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고 우두커니 앉아 많은 생각에 잠겼다. 우리 부부의 얘기가 담긴 책.. 2022. 4. 4.
남편은 여러모로 부자다 오다이바(お台場)에 있는 회원제 호텔에 다녀왔다. 깨달음이 이번에 새로 설계할 호텔의 디자인을 참고하기 위해 견학 겸 조사차 오게 되었다. 회원이 아니면 입장을 할 수없어 소개장과 그 분과의 관계까지 우리들 신상을 공개하고 들어갈 수 있었다. 리조트 호텔 오너처럼 회원제 호텔도 그럴 거라 생각했는데 약간 다르고 여긴 연예인 오너가 많단다. [ 당신한테 소개한 분은 여기 회원이야? ] [ 아니, 그분도 친구 소개로 들어왔었대 ] [ 근데 무슨 디자인을 원하는 거야?] [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런식으로 설계해주라는 거지 ] [ 그럼, 고바야시(小林) 상이 의뢰인이야? ] [ 응 ] [ 고바야시 상,,엄청 부자인가 봐..] [ 부자긴 하지..롯폰기(六本木)에 맨션을 몇 채 가지고 있으니..근데 알아보니까 여기 .. 2022. 3.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