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깨달음287

저희 블로그가 응원을 받았습니다 제 블로그를 오래전부터 읽고 계셨던 분들은제가 댓글 달리는 걸 썩 좋아하지않는다는 걸 알고 계신다.그런 제 마음을 이해해 주신 많은 분들이댓글을 달지 않고 그저 조용히 읽고만가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다.10년이 넘게 블로그를 해오면서 댓글에답글을 착실히 달았던 시절도 분명 있었지만여러 우여곡절을 겪고댓글창을 닫은 채로 글을 올렸다.일 년에 한 두어 번 필요에 의해 잠깐 댓글창을열어둘 때도 있지만 방문록은 한번도닫은 적 없이 지금도 열어둔 상태이다. 그래서 제게 뭔가 메시지를 남기고 싶으신 분은방문록이나 직접 메일을 보내주시곤 하신다.그런데 내가 올린 글과 전혀 관계성도 없고의미도 없고 뜻도 없는 쓸데없는댓글이 작년부터 달리고 있다.공감 눌렀다. 광고도 눌렀다. 자기 블로그놀러 좀 와달라 등등,,이런 댓글들은.. 2024. 8. 24.
남편 회사는 이런 회사였다 퇴근을 하고 저녁은 뭘 먹을까 고민하다우린 집 근처 고깃집에서 만났다.깨달음이 좋아하는 장어구이를 먹자고했는데 고기가 땡긴다고 했다.재일동포분이 운영하는 이 가게는 김치맛부터각종 양념까지 완전 우리 입맛에 딱 맞아한국에서 먹는 느낌이 나는  곳이다. 깨달음이 특히나 좋아하는 건 시원한 쌀 먹걸리 한 잔에 안주로 먹는새콤 달콤 고추장 양념이일품인 천엽사시미다.막걸리를 단숨에 들이켜던 깨달음이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 회사 여직원 있잖아,노무라(野村) 임신했대 ][ 아,,그래..]난치병판정받아 올 5월에 휴직계를 냈던그 여직원이다. [ 입덧이 심해서 죽을 맛인가 봐 ][ 근데 당신은 그런 얘길 누구한테 들어? ][ 노무라가 지난주에 회사에 잠깐 들렀거든그래서 이런저런 얘길 했지 ][ 회사에서 별소릴 다하네,.. 2024. 8. 22.
남편에게서 일본인 기질이 보일 때. 주문했던 생수와 생필품, 과일이 도착하자생수는 깨달음이 발코니에 넣어두고나는 주방에 넣어야 할 것들을 챙겼다. 깨달음이 좋아하는 함박스테이크도 동시에도착해서 하나씩 정리하는데 힐끔 쳐다보고 가던깨달음이 갑자기 몇 개 들었냐고 물었다.[ 10개, 왜 갑자기 개수가 궁금해? ][ 응,,아니..]그렇게 정리를 다 해 두고 우린 외출을 했다. 뭘 먹을까 검색을 하며 망설이다가 예전에한 번 갔던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평일이어서 사람들이 별로 없어느긋하게 런치를 즐길 수 있었다. 디저트를 두 접시째 가져다 먹는깨달음에게 물었다.[  왜 아까 개수 물어봤어? 원래 그런 거 잘 안 물어보잖아 ][ 음,, 내 것을 또 누구한테 주는가 보려고,,][ 뭔 소리야? ]어제저녁에 쥐포사건?부터 얘길 꺼냈다. 어젯밤, 저녁을 먹.. 2024. 8. 7.
6개월, 블로그를 쉬었다 -1 블로그를 쉬고 2주가 지나서 제일 먼저연락을 해 온 건 여동생이었다.바쁜 건지, 무슨 일 있는 건지 물었다.이웃님들에게 메일이 오기 시작한 것도아마 이 무렵부터였다.딱 한 달이 지나던 날, 한국에서후배를 만났을 때 궁금한 게 있다며왜 갑자기 블로그를 안 하는 거냐고 물었다.[ 음,,, 단순히 쉬고 싶었어, 안식년 같은,,][  무슨 일 있었어요? ][ 아니...][ 그만두면 그만두겠다고 분명 공지를할 사람인데 그런 말도 한마디 없고쉰다는 말도 없고,,, 도대체 뭔 일일까싶었는데  그만둔다는 공지가 없었으니그냥  언젠가 무슨 말이 있겠지 했네요  ][ 맞아,, 니가 제대로 내 맘을 읽었네..그냥 기간을 정하지 않은 상태로무작정 쉬고 싶었어... 무기한대로,,,,] 굳이 말하자면 휴식이 필요했던 이유는 꽤나.. 2024. 7. 14.
시부모님을 3년만에 만나다 아침에 일어난 우린 샤워를 마친 순서대로옷을 갈아입었다.TV에선 오늘도 35도를 넘는 폭염이 계속되니조심하라는 아나운서가 같은 말을 반복했다. 2시간, 신칸센을 타고 다음은 버스를갈아타기 위해 터미널로 갔는데 깨달음이 잠시 다녀오겠다며 날 기다리고 하더니15분쯤 지나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왔다.내가 궁금한 눈 빛으로 쳐다보자 불단에올릴 공양음식을 샀다면쇼핑백을 벌려 보여줬다.아버님, 어머님이 좋아하셨던사탕, 앙코빵, 센베이, 양갱까지 평소에즐겨 드셨던 것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서방님이 준비하기로 하지 않았어? ][ 그건 그냥 과일위주고 난 두 분이돌아가시기 전까지 자주 드셨던주전부리를 준비했지 ][ 근데,,그거 공양음식들은 추모가 끝나면누가 먹어? ][ 절에서 다 먹지. 스님이랑 그 식구들 ][ .. 2024. 7. 8.
일본인에게 크리스마스날은,, 크리스마스 예배를 드리러 온 깨달음이 헌금함에 서서 지폐를 조심스레 넣었다. 다른 교인들은 알록달록한 크리스마스 봉투에 헌금을 넣는데 자기는 그냥 돈이 보이게 넣으려니 왠지 쑥스러웠다며 봉투를 준비해 올 걸 그랬다고 후회했다. 매주 나를 따라 교회에 참석하는 깨달음은 설교시간에 자주 졸아서 내가 도중에 몇 번 깨우곤 한다. 오늘도 변함없이 설교가 시작되자 꾸벅꾸벅 졸다가 내 눈치를 한번 보고는 참으려고 애를 쓰다가 다시 또 졸았다. 예배를 마치고 식사를 하기 위해 오다이바로 이동하는 길에 캐롤이 울려 퍼지자 깨달음은 콧노래를 부르며 흥얼거렸다. 크리스마스다운 분위기를 어디서 가장 많이 느낄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택했다며 내가 뷔폐를 썩 좋아하지 않지만 예약되는 곳이 이곳밖에 없었다며 음식보다 와인이 괜찮.. 2023. 12. 25.
남편은 나 몰래 다 계획이 있었다. 지난주, 일본으로 돌아온 날부터 거의 매일 신년선물(お歳暮)이 도착하고 있다. 늘 같은 선물을 보내시는 분, 내가 좋아하는 걸 기억하고 보내시는 분, 매년 과일류만 보내시는 분, 과자류를 자주 보내시는 분 등등 대략, 상대의 취향에 맞게 보내기보다는 누가 받아도 무난한 선물들이 많다. 그래도 참 다행인 건 가공식품인 햄이나 소시지 같은 게 없어서 감사하다. 곶감을 바로 하나 먹어봤더니 아주 맛있다. 올 해는 생과일이 아닌 곶감을 보내셨는데 나쁘지 않았다. 카페인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내 몸은 이제 조금은 길들여져 날마다 커피를 한 잔씩 마시고 있다. 커피 탓에 잠을 설치는 일은 많이 줄었지만 두 잔 이상 마시는 날은 심장박동이 심하게 요동치는 바람에 병원에서 하루에 한 잔만 마시라는 명령을 받았다. 주치의.. 2023. 12. 22.
한국에서도 나온 남편의 고질병 3박 4일 서울에 있는 동안, 깨달음은 아침식사를 뚝배기집에서 해결했다. 첫날 아침에 자기는 된장찌개를, 나에게는 김치찌개를 주문하라고 해서 두 가지 맛을 봤다. 둘째 날, 자기는 순두부를 시키고 나에게는 또 김치찌개를 시키기를 원했다. 된장, 순두부, 김치찌개를 다 먹을 요량으로 자기 입맛에 맞은 주문을 부탁했다. 그렇게 둘째 날, 식사를 하고 있는데 전날과 마찬가지로 여기저기서 일본어가 들렸고 그 날도 일본인으로 가득했다. 밖에서 줄을 서 있는 사람들도 일본인이었다. 우리가 반쯤 먹어갈 때쯤 아들, 딸과 같이 온 일본인 가족 4명이 옆 테이블에 앉았고 그들은 번역기를 돌려가며 우렁 된장찌개의 우렁이 뭔지 얘기를 하다가 순두부 2개 된장찌개 2개를 주문했다. 음식이 나오고 각자 먹고 있는데 깨달음이 힐.. 2023. 12. 19.
아쉬움이 가득 남은 한국.. 아침을 먹으러 가는 중에 유명한? 소금빵집에 앉아 깨달음은 애피타이저로 뚝딱 두 개를 먹어치웠다. 커피도 함께 마실거냐고 물었더니 청국장이 기다리니까 그냥 가겠단다. 마지막날, 아침은 청국장과 계란말이로 결정, 쿰쿰한 청국장을 한 숟가락 밥에 올려 비벼놓고 무생채를 올려 맛있게 먹었다. [ 더 찐해도 괜찮은데, 맛이 연하네 ] [ 이 정도면 찐한 거야 ] [ 난 오리지널이 좋은데 ] [ 요즘은 완전 시골 아니면 오리지널 찾기가 힘들어. 김치도 안 먹는 사람들이 늘었는데 청국장은 완전 호불호가 심해 ] 옛 것만 찾고 그리워하는 건 우리가 늙었다는 증거라는 얘길 나누며 식사를 했다. [ 오늘은 어디 갈꺼야? ] [ 영화 볼려고 ] [ 무슨 영화? ] [ 서울의 봄] [ 일본어 자막 없는데 ] [ 그래도 보고.. 2023. 12. 16.
한국 시간은 늘 빠르다 공항에 도착해서도 깨달음은 거래처에 전화를 하느라 바빴다. 난 옆에서 통화가 끝나기를 멍하니 기다렸고 그런 나를 힐끗 쳐다보고는 배터리를 주라고 왼손을 내밀었다. 핸드폰에 배터리를 연결해 다시 거래처에 전화를 하기도 하고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그렇게 통화가 끝나고 팩스를 한 장 보내고 싶다고 공항 내를 두리번거리다 호텔이 확실할 것 같다며 호텔로 이동했다. 호텔에 들어와서도 깨달음은 다시 일처리를 하느라 일본에서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시간을 보냈고 난 깨달음이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던 파스타집에서 미리 대기를 하고 있었다. 예약 없이 들어가기 힘들다는 곳이다 보니 줄을 설 수밖에 없었다. 깨달음이 일을 마무리하는 시간과 얼추 비슷하게 자리가 났고 늦은 점심으로 파스타를 먹었다. 기존에 먹어봤던 파스타.. 2023. 12. 14.
나는 남편과의 약속을 지킬 것이다. 아침을 먹고 깨달음은 사무실로 가 작년에 장식해 둔 쿠마노테(熊の手)를 가져오기로 하고 나는 그 시간에 맞춰 신주쿠(新宿) 하나조노진자(花園神社)로 향했다. 매년 쿠마노테를 구입하다보니 요령이 생겨 허튼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서로의 동선을 최대한 줄였다. 쿠마노테는 자영업자들이 사업번창을 위해 사업장에 놓아두는 일종의 장식품이다. 이 장식은 대나무로 만든 갈쿠리 모양이 곰발바닥처럼 생겼다고 해서 구마노테라 불린다. 11월 유일에 일본 각지의 절이나 신사에서 열리는 축제의 하나이며 요즘은 자영업자들 뿐만 아니라 새해를 맞이해서 풍요와 가정 내 안정과 건강을 기원하고 재해를 막기 위해 작고 귀여운 쿠마노테를 사다가 집에 장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내가 진자 (神社)에 도착했을 때 깨달음은 참배를 하기 .. 2023. 11. 24.
남편도 바꾸고 싶을 때가 있다. 이케부쿠로(池袋)에서 열린 전국 물산전(物産展) 해년마다 갔던 터라 올 해도 초대장이 왔길래 갔는데 기분 탓일까 해를 거듭할수록 방문객이 줄어들고 있었다. 전국 각지에서 맛볼 수 있는 특산물은 물론 여기저기에서 수상경력을 가지고 있는 맛집 중에 맛집들이 모였는데도 방문자들은 출품자들보다 적었다. 이벤트 관계자와 도우미가 어색하게 서 있고 푸드코트에도 자리가 많이 비어 있었다. [ 이러다 이 행사도 곧 문을 닫겠는데...] [ 응,, 맛있는 게 많이 있긴 한데.. 뭐가 문제일까...] [ 홍보가 부족한 것도 있고 다른 이벤트에 비해 끌림이 없다는 거겠지 ] 우린 달달한 몽블랑을 사서 잠깐 휴식을 취하고 아마다덴키(ヤマダ電機)로 옮겼다. 지난번에 가스레인지가 고장이 나서 바꿨는데 이번에는 화장실 비대기(ウォ.. 2023. 11. 20.
내가 일본에 살면서 생긴 습관들 영화 [ 理想郷]를 봤다. 한국에서는 [더 비스츠 ]라는 제목으로 상영되었다. 스페인과 프랑스의 합잡영화인 이 영화는 네덜란드 커플이 스페인 시골 산토알라에 정착하면서 일어났던 일을 영화한 것으로 2016년 상영된 다큐 [Santoalla]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 2022년 스페인 고야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도쿄 국제 영화제에서도 3관왕을 차지한 수작이다. 영화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지식인인 프랑스 부부는 평화롭고 소박한 삶을 위해 스페인 북서부 마을로 이사를 오고 유기농 작물을 팔며 여가시간을 즐긴다. 하지만 마을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는 문제로 주민과 반대의견을 내며 이 마을의 토착민 형제와 갈등이 시작된다. 시골의 텃새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라고 하기엔.. 2023. 11. 17.
슬기로운 노후생활을 위해 아침부터 축하 문자를 받고서야 내 생일임을 알았다. [ 깨달음, 오늘 내 생일이래 ] [ 그래? ] 출근하려고 넥타이를 매고 있던 깨달음도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9월에 크루즈에서 양력으로 생일파티를 치뤄서 음력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 오후 미팅을 끝내고 들어와 저녁준비를 위해 양상추를 씻고 있는데 깨달음이 나오라는 전화가 왔다. [ 거기? 너무 먼데.. 그냥 집에서 먹자...] [ 당신 생일이라고 하니까 점장이 일부러 자리 만들어 줬어 ] 우리집에서 거리상으로 보면 그다지 멀지 않지만 전철을 두번이나 갈아타야 한다는 게 귀찮았다. 내가 대답을 머뭇거리자 먼저 들어가 기다릴 테니 천천히 준비해서 나오란다. 눈썹을 얇게 그리고 립클로스를 발랐다. 매일 출근하는 직장을 그만둔 후로는 원래부터 잘 하지 않았던 .. 2023. 11. 10.
역시, 남편은 사장님이었다. 청소를 하고 잠시 음악을 듣고 있다가 얇은 코트만 걸쳐 입고 집을 나왔다. 창 밖으로 비친 가을 하늘이 너무 맑아서 그냥 내버려두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깨달음은 주말에도 열심히 회사에 나가 입원 중인 직원의 일거리를 처리하느라 평일처럼 출근을 했고 난 온전히 혼자서 주말을 맞이했다. 나 혼자 가는 곳은 항상 루틴처럼 정해진 코스와 장소이지만 난 그래도 집에서 가까워서인지 마음이 편하다. 오다이바(お台場)는 바다라고 하기엔 바다스럽지 않은 곳이긴 한데 날이 좋아서인지 스텐드업 패들을 하고 있었다. 수질이 안 좋기로 유명해서 물에 들어갈 생각을 한 번도 안 해 봤는데 2년 전, 오키나와(沖縄)에서 카누를 탔을 때 그 짜릿함이 상기되어서인지 갑자기 나도 해보고 싶다는 충동이 일어 주변을 둘러봤더니 스.. 2023. 10.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