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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261

크리스챤의 두 얼굴 새벽녁에 잠이 깼다. 형광시계의 큰 바늘이 2시쪽에 기울어 있었다. 살짝 열어놓은 창문틈에서 가을 바람이 불어왔다. 진짜 가을이구나,,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려 다시 눈을 감았다. 그렇게 뒤치닥 거리다 또 시계를 보니 이번에는 숫자 3을 넘긴 위치에 있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는 화장실 변기물을 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물을 한 잔 마시고, 컴퓨터를 켰다. 그러고보니 2주째 교회를 못가고 있다. 거의 입원환자처럼 집에만 들어누워 있었더니 몸도 무거워지고 머릿속도 밝지 않았다. 지난주, 예배 동영상을 먼저 틀어 놓고 목사님 말씀을 들었다. 오늘의 주제는 항상 기뻐하라, 쉬지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였다. [ 듣기에는 편하고 간단할 것 같지만 막상 일상에서 실천하고 살아가기가 힘든 게 바로 기뻐하.. 2017. 8. 28.
부모님을 두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길 깨달음은 아침일찍 나고야로 출발을 하고난 오전에 처리해야할 일들을 마친 뒤신칸센에 몸을 실었다.두시간은 신칸센, 그리고 두시간은버스를 타고 시댁에 도착한 나는시댁이 아닌 마트로 먼저 향했다.저녁을 해드리기 위해 필요한 재료들을사기 위해서였다.[ 시간 없으니까 그냥 스테이크 주문하지 그래?][ 그러긴한데 그래도 하나 정도는 내가 만들어 드리고 싶어서..지난번에도 못해드렸잖아,,][ 그래,, 그럼 당신이 알아서 해..] 토실토실한 감자를 고르고 있는데또 전화가 울려온다.[ 당신 뭐 해드릴려고? ][ 잡채랑 감자전을 해드릴까하고,,[ 아버지랑 통화 했는데 지금 이가 아프셔서 잘 못 씹으신데 그래서 부드러운 햄버거 스테이크가 좋다고하셔서 내가 주문해 놨어, 그니까 당신 뭐 만들려고 하지 말고 그냥 와][ 알았어.. 2017. 8. 13.
해외거주자에게 외국인 남편의 존재 신주쿠에 볼일이 있어 오랜만에 코리아타운에 들렀다.[ 뭐 먹지? ][ 오늘은 탕수육만 먹을래 ][ 짜장면은? 짬뽕도 안 먹어?][ 응, 안 먹을래? ][ 나는 잡채밥 먹을까,,,,][ 볶음밥 시켜 봐, 나 볶음밥 먹어보고 싶어..][ 잡채밥 먹고 싶은데...][ 잡채는 당신이 맛있게 할 수 있잖아,근데 볶은밥은 집에서 불향을 내기 힘드니까볶음밥 시켜 봐, 먹어 보게..][ ............................... ] 볶음밥에 짜장소스가 올려 나오고짬뽕 국물이 딸려 나온 것을 보고 약간 흥분한 깨달음이 내 숟가락을 들고 먹더니 내가 멍하게 쳐다보니까 그때서야 [ 숟가락 하나 더 주세요 ]라고 부탁했다.[ 맛있어? ] [ 짜장하고 짬뽕을 한꺼번에 맛 볼 수 있다니진작 볶음밥 시킬 것 그랬어~.. 2017. 8. 3.
그 누구도 아픔을 대신해 줄 수 없다 아침을 먹지 않고 개원시간보다 10분전에도착했는데 내 앞에 벌써 일곱명이 기다리고 계셨고 간호사가 나와서 번호표를 주기 시작했다.토요일은 2시간, 평일은 3시간 이상을 기다려야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유명한 곳이기에 일찍 왔건만 빠른게 아니였다.그만큼 잘 보신다는 얘길거라 믿고 싶었다. 문진표가 다른 병원에 비해 상세한 점이 일단 믿음이 갔다.한달전부터 편도가 부어 낫지 않았다.나을 듯하다 다시 재발하길 반복해서 이렇게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약 1시간 10분을 기다려 진찰을 받았다.코를 통해 넣는 내시경으로 내 목 상태를 확인했다.[ 원래 성대가 좀 약하시네요..가족분들도 약하세요? ][ 아니,,잘 모르겠는데요..][ 특별히 이상 증상은 보이지 않는데위가 약하신가요? ][ 네,,][ 위산과다분비증을 가지고.. 2017. 7. 11.
그래도 블로그를 계속하는 이유(추가내용) 내가 먼저 물었다. [ 근데,,우리 언제까지 블로그를 하지? ] [ 왜? 갑자기? ] [ 그냥,,] [ 또 이상한 악플 달렸어? ] [ 악플이야 맨날 달리지, 그래서 댓글 승인 안 하고 있잖아 ] [ 아,그랬구나, 근데 요즘 블로그 닫고 싶어?] [ 아니,,그런 건 아닌데...] [ 그럼, 그냥 지금처럼 하면 되잖아,,] [ 당신은 모델만 하면 되니까 재밌겠지만 나는 열심히 글 쓰고 욕 얻어 먹고 그러니까 은근 피곤한 게 사실이야 ] [ 모두 무시해 버려~] 남의 일처럼 말하는 깨달음이 얄미운 생각이 들었다. [ 모르는 사람한테 욕 얻어 먹으면 기분 상당히 나빠, 악플이라는 게 시간이 가도 계속 기분 찝찝하게 만드는게 악플이야, 당신은 한글을 몰라서 전혀 그 느낌을 모르겠지만,..,] [ SNS를 하는 .. 2017. 6. 28.
해외생활 중에 마음의 치료가 필요할 때 지난번 제가 올린 글을 보시고 많은 분들이우울증 치료에 관한 궁금증과 관련 병원상담센터에 관해 문의를 하시거나제게 상담을 원하고 있습니다.( 마음이 아픈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http://keijapan.tistory.com/934하지만, 제가 하는 일은 임상미술치료이기에전화나 메일로는 별다른 도움을 드리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임상미술치료에 관심을 갖고치료 받고 싶다는 분들이 많으신데 조금은 알고 계셔야할 것 같아 글을 올립니다. 임상미술치료는 정서적,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인 부분을 함께한 통합의학의 한 분야로써 비언어적인 표현을 통하여 감정 표출을 돕고, 정서적 안정과 심리 이완을 유도하며스트레스를 낯추고 성취감과 자존감을 향상시키는 일을 돕습니다.그 외에.. 2017. 5. 24.
결혼에 필요한 조건은 무엇인가 대학원 동기가 도쿄에 출장 왔다가 내게 연락을 해왔다.작년에도 잠깐 봤는데 오늘 만난 영수(가명) 얼굴은 많이 거칠어 있었다.[ 도쿄는 언제와도 변함이 없는 것 같애 ][ 그래?][ 누나는 여기나 한국이나 똑같이 느껴지지?][ 그럴 때도 가끔 있어. 근데 얼굴이 왜 이렇게 상했어? ][ 그냥,,사는 게 재미없어서..][ 왜? 무슨 일이야? ][ 우리 딸이 사고 쳤어,,][ 수현(가명)이? 몇 살이더라? ][ 스물 다섯살,,,,][ 벌써 스물 다섯이야,,,] [ 결혼을 한다고 난리야,,][ 그래,,근데 뭐가 걱정이야 ][ 나도 결혼을 빨리 했으니까 웬만하면 그냥오케이 할려고 했는데 그 쪽 부모님이 엉망이더라구...엄마가 이혼이 안 된 상태에서 지금의 아빠랑살고 있나 봐,그냥 난 재혼 가정인 줄 알았어.누나.. 2017. 5. 5.
오래된 친구,,그래서 좋다. 모든 검사가 끝나고 3층 레스토랑으로 옮겼다.병원측에서 내 준 식사를 앞에 두고 천천히 녹차를 마셨다.벽에 걸린 벽시계는 12시를 막 넘어가고 있고어제 저녁, 8시부터 물 한모금 먹지 못하고아침부터 종합검진을 했다. 갈증으로 말라가던 몸을 따끈한 녹차로진정을 시키고 흰 죽을 입에 넣었더니목이 아파서 삼키기가 거북했다.매해 하는 위내시경인데 난 참 버겁다.그래도 어젯밤 친구 미현이랑 약속했으니 잘 먹고 건강해야한다는 생각에 천천히 아주 천천히 식사를 하는데미현이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 케이야,,나 다음주에 너 만나러 가려고,,][ 응? 뭔일이야? 왜 그래? 갑자기? ][ 그냥 니가 보고 싶어서~][ 음,,오는 건 괜찮은데,, 무슨 일이야? ][ 그냥,,갑자기 휴가가 생겨서~][ 아니..저번주 통화.. 2017. 4. 21.
인간은 모두 나약한 존재이다 서점에 들렀다. 주문한 책을 받을요량으로 갔는데 역시나 서점에 오면 읽을거리도 많고 사고 싶은 책들이 많다보니 생각보다 오랜시간 머물게 된다. 깨달음은 5층, 나는 7층에서 각자의 시간을 충분히 보내고 좋아하는 책들도 좀 구입하고 국립신미술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쿠사마 야요이 (草間 彌生)작가의 전시를 보기 위함이였다. 일본 나가노 현 출신의 조각가 겸 설치미술가인 쿠사마는1957년부터 1972년까지 뉴욕에서 회화, 조각, 페미니즘적 행위미술과 설치작업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1973년 일본으로 돌아와서는 1977년 스스로 정신병원에 들어간 쿠사마는 그곳에 스튜디오를 만들어 작업 활동을( 올해 88세) 지금도 하고 있다. 다수의 대형 국제전시를 비롯, 문학활동으로는 시집과 소설도 출간을 했고 2012.. 2017. 4. 2.
친정엄마는 모두 알고 계신다 [ 뭐 허냐? 깨서방은 왔고? ] [ 응,,엄마,,들어왔어요.] [ 옆에 있냐?] [ 응,, 지금 티브이 봐,,] [ 너는 아픈데 없지? 아직도 병원 가냐? 건강이 최고다잉~] [ 네,,근데 무슨일 있어요? ] [ 아니,, 오늘 그냥 니기들이 왔다 가면서 사다두고 간 과자랑 사탕이랑, 옷이랑 보고 있응께,,,여러 생각이 나서 그런다.. 나는 니가 그렇게 아픈지 몰랐다.. 그런 것도 모르고,,,용돈 주믄 받아쓰고,,, 해 준것도 없는디...내가 엄마라고,,,] [ 왜 그래..엄마,,이제 괜찮아요,,,] [ 글고, 이번에는 아빠 제사 지내고 바로 서울로 가부러서 깨서방 해 줄라고 전복이랑 사놨는디 해주지도 못하고 마음에 걸려 죽것다...] [ 아이고,,다른 것 많이 먹어서 괜찮아요 ] [ 아야,,글고 깨서방.. 2017. 3. 22.
100%만족하며 사는 부부는 없다 국내선으로 갈아타는 시간대가 촉박해서겨우겨우 광주행 비행기를 타고 도착했을 때는이미 오후 5시를 넘어가고 있었다.우린 공항에서 가까운 추모관에 들러아빠에게 잠깐 인사를 드렸고 깨달음은자기 나름대로 기도?를 올렸다. 엄마집에 도착해보니, 저녁준비 뿐만 아니라추모예배를 위한 준비도 끝나 있었다.각자 자리에 앉아 추모예배를 마치고큰 집 오빠들과 함께 식사를 했다. 설거지를 끝내고 나서 엄마와 큰 언니가미리 준비한 깨달음 생일 선물을 건네주었고깨달음이 새 옷을 입고 나오자 다들 한 마디씩 했다.[ 너무 두껍지 않아? ][ 일본은 온돌이 아니여서 집에서 입는 옷도 두꺼워야 돼..][ 그래서 언니 집에 들어가면 항상 썰렁했구나][ 깨달음, 너무 두꺼워? ][ 아니, 딱 좋아~좀 두툼한 추리닝이 갖고싶었는데 아주 좋.. 2017. 3. 3.
나잇값하며 살기가 그리 쉽지 않다 박언니는 일본생활이 하고 싶어 일본에 온지 1년쯤 되었고 남편의 직업상 미국에서도 10년 넘게 살았다고 한다.김언니가 소개한 박언니가 나에게 말을 건다.[ 이번에 케이씨 책 읽었어요.케이씨는 날 잘 몰라도 나는 케이씨에 대해잘 알아요..김 선생이 얘기를 많이 한 것도 있고블로그도 가끔 보고 있어서... ][ 감사합니다. 자녀분들은 한국에 계세요? ][ 00대학 나온 우리 아들은 지금 영국의00회사에 다니고,, 딸은 00나와서 00받고 뉴욕의 000다녀... ] 박언니의 얘기에 다들 못 들은 것처럼 그녀의 말을 흘렸다.박언니가 이번에는 김언니에게 묻는다[ 00는 잘 있어? ][ 응,,지난해 11월에 취직했어..][ 고생했네..00대 나왔지? 우리 아들도 처음에 그 대학가려다가 00대로 옮겼잖아, ]또 다시.. 2017. 1. 27.
백프로 얘기할 순 없었다. [ 케이야, 나야, 오랜만이다. 아, 새해 복 많이 받아~][ 응,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응, 나야 뭐 똑같지..][ 남편분이랑 애들은? ][ 다들 잘 있어. 우리 아들은 군대갔고,딸은 작년에 취직해서 이제 사람노릇한다~][ 벌써 군대 갔구나, 딸은 시집 간다고 그러겠다,올 해 몇 살이지?][ 아직 23살이야,,시집은 어떻게 가~벌어 둔 돈이 없는데~ 근데 케이야, 나 지난 주 서점에서 니 책 봤어. .괜히 내가 두근거린 거있지..바로 사서 읽었는데 너무 재밌더라, 그리고 좀 슬펐어, 짠하기도 하고,, ][ 뭐가 슬퍼? ][ 너 아픈 거,,나 실은 몰랐어..내가 블로그를 거의 안 봤거든,,근데 남편이 책 출판 됐다고 알려줘서그때야 알았어.,우리 남편이 니 블로그왕 팬이잖아, 미안,,][ 뭐가 미안.. 2017. 1. 11.
해외에서 한국인 사귀기가 은근 어렵다 통역 일을 하다보면 다들 같은 말을 한다. 내 말투, 행동, 손짓, 몸짓이 한국 사람 같지 않다며 일본 사람보다 더 일본 사람 같다는 것이다. 그런 소릴 들을 때마다 묘한 기분이 든다. 한국적인 행동, 손짓, 몸짓은 무엇이며 일본적인 움직임은 무엇이란 말인가,,딱히 정의하긴 힘들지만 일본인 눈에 비친 나는 어쩌면 일본인 흉내를 아주 잘 내는 한국인으로 보인다는 것일 게다. 한국사람들은 이런 내 모습을 보고 “완전 일본 사람 같으시네요…….”라고 복잡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기도 한다.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작년에 한국에서 엄마와 함께 병원에 갔을 때의 일이다. 오십견 때문에 팔을 움직이지 못해 엄마가 자주 가는 물리치료 병원에 갔다. 내가 해외 거주자다보니 보험이 없어엄마가 간단하게 모녀관계임을 밝히고.. 2016. 12. 24.
스스로를 위로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건배를 하며 깨달음이 입을 열었다.[ 수고 하셨습니다 ][ 음,,,,][ 어땠어? ][ 그냥,,그랬어..][ 만점 맞을 것 같애? ] [ 아니,,헷갈린 게 몇 개 있었어...][ 진짜?.. ][ 나도 시험지 받아보고 놀랐어..헷갈리는 게 있다는 게...]나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고와인잔을 기울렸다. 온 몸에 알콜이 퍼져가는 느낌이 좋았다.뭔가 잠시 잊여도 될 것 같은..[ 뭐가 어려웠어? 한문?][ 아니,어렵지는 않았어, 그냥 몇 개 애매했어.답이 두 개여도 괜찮을 것 같은..그런 문제들이 몇 개 있었어..그만 물어 봐,,다 끝났으니까..] 바로 눈치를 챈 깨달음이 화제를 바꾼다.[ 크리스마스 선물은 뭐 갖고 싶어?][ 음,,필요없어..][ 생일 선물도 안 샀잖아..][ 음,,필요한 게 없어..][ 왜 .. 2016. 12.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