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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200

부모와 자식. 일본인, 그리고 남편 퇴근 시간이 다가오고 서둘러 집에 가고 있는데먼저 가게에 가 있겠다며 깨달음에게서느닷없이 카톡이 왔다.출근 전에 비빔면 먹고 싶다고 했던 걸로기억하는데 왜 갑자기 이자카야로 나를 부르는 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저쪽에 계신다며바로 안내를 해준다.건배를 하는데 왠지모를 불안감이 느껴졌다.[ 뭔 일 있어? ][ 아니, 더워서, 맥주 한잔 하려고 ][ 진짜, 뭔 일 있는 거 아니지? ][ 응 ] 맥주잔을 금세 비우고는 와인을 마실 거냐고묻는다.[ 응, 괜찮아, 근데 왜 그래? ][ 아니야, 아무것도 ][ 말 해, 얼굴에 적혔어. 뭔 일 있다고 ][ 아니야, 그냥 마시고 싶어서..]그렇게 깨달음은 말 꺼내기를 주저했었고괜한 헛기침만 반복했다. 무슨 말을하고 싶을 때, 답답할 때 나오는 .. 2019. 5. 27.
남편에게서 시아버지가 보일 때 시부모님이 계시는 요양원 근처에 있는호텔에서 잠을 자고 일어난 우린 도쿄로 돌아오기 전에 다시 인사를 드리러 갔다.하룻밤 더 있으면서 못다한 집안정리를더 해야하는데 시간적으로 여의치않았다.때마침 아침 식사를 하러 가시려는 중이여서기다리려고 하는데 아버님이 당신은 식사를안 해도 된다면서 방으로 다시 휠체어방향을 돌리셨다. 전날 못 드린 것들을 전해드리고 깨달음이 앞 마당에 핀 꽃들, 그리고 금귤이 얼마나 열렸는지 사진으로 보여드리며 설명을 했다. 그리고 아버님이 좋아하시는 밤쿠엔을 드렸더니전날 우리들이 사다놓은 먹거리들도많은데 뭘 또 사왔냐며 미안해 하셨다.[ 빨리 가거라. 그리고 고맙다 ][ 아버님, 또 올게요 ][ 그래,,케이짱,,내가 고마워하는 거 알지? ][ 아버님, 이제 그런 말씀 마세요자주 못 .. 2019. 5. 17.
일본인이 서울에서 가장 부러웠다는 이것 [ 케이짱은 뭐 마셔? ] [ 우유 마실게 ] 한달 전에 전화 통화를 했던 그녀가 우리동네 커피숍에서 만나자고 하는 건 내게 보고?를 하고 싶은 게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리모토 상은 스포츠 짐에서 알게 되었다. 이곳으로 이사를 하고 알고 지냈으니 3년이 지나가고 있다. 늘 혼자서 운동을 하고 사람들과 어울려서 얘기하지 않았던 그녀가 먼저 내게 말을 걸어왔었다. 왠지 자기처럼 혼자인 걸 좋아하는 것 같아서도 그렇고 내가 런닝머신을 하면서 한국 드라마를 보는 걸 보고 용기가 생겼다고 했다. 40대 후반인 그녀는 다른 중년들과 다르게 한류 드라마가 아닌 신승훈과 이문세의 노래를 좋아하며 한국요리에도 관심이 많아 뭐든지 먹어보려고 해서 나와 코리아타운에 가서 짜장면과 만둣국을 먹었던 적도 있다. 내가 작년 .. 2019. 4. 25.
일본에도 엄마의 집밥 같은 곳이 있다. 저녁약속이 있었던 깨달음은 저녁 9시가넘어서 집에 들어왔다.난 내 방에서 일을 하다가 들어왔냐는 인사를하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 있는데똑똑 노크소리가 나고 문을 살짝 열어뭔가를 통로 바닥에 놓고 갔다.[ 이거 뭐야? ][ 응, 받았어, 아마 냉장고에 넣어야 할 거야 ]그 말을 남기고 깨달음은 샤워를 하러 욕실에 들어갔고 난 쇼핑백을 열었다. 프랑스과자와 비닐에 쌓인 정체불명의 음식..반찬 냄새가 풍기는 걸 봐서는 음식이 분명한데 누가에게서 받아올 걸까..하나씩 조심스레 풀어봤더니 생선조림, 죽순나물, 족발이 들어있었고 생선조림에는 작은 비닐에 국물까지 따로담겨져 있다. 다시 두껑을 닫고 샤워를 마친 깨달음에 물었다.[ 응, 그 신주쿠 요리집 마마가 줬어, 당신이 족발 좋아한다고 그랬던 걸 아직도기억하는 것.. 2019. 4. 11.
남편의 기억을 되살린 한국의 트로트 지난 28일, 주일한국문화원에서 주체한 한일전통무용페스티벌이 있었다. 한달 전 깨달음과 같이 응모를 했는데 이번에도 변함없이 내가 당첨이 되었지만 깨달음에게는 내가 아닌 당신이 당첨된 거라고 기분좋은 하루를 선물했다. 원래 자기는 그런 운이 없다고 불만이 많았는데 자신이 당첨된 게 상당히 기뻤는지 아침부터 콧바람을 불며 출근을 했었다. 작은 일인데도 기뻐하고 만족하는 깨달음은 아직도 순수한 구석이 많은 사람이다. 7시 공연 시간에 맞춰 적당히 저녁을 하고 좀 일찍 자리를 잡으로 들어가는데 입구쪽에 있는 팜플렛을 한장씩 꺼내 자기 가방에 넣었다. 공연이 시작이 될 때까지 꼼꼼히 하나씩 읽다가 영화 예고편 찌라시를 보고는 [ 형 ][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 감사외전] [ 미나문방구 ]라는 영화에 대해.. 2019. 4. 1.
일본 시아버지의 부탁을 들으며 지난 화요일, 시아버님이 폐렴과 심부전으로 응급실에 가셨다는 서방님의 연락을 받았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안절부절 하고 있는데 담냥염 치료도 함께 했는데 바로 안정을 찾았다고 괜찮다는 메일을 주셨다.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아 시골에 내려갈 준비를하며 조마조마한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는데 진짜 안 내려와도 된다는 연락을 또 주셨다. 퇴근한 깨달음에게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고 했더니 특별한 것 없다며 위독한 게 아니니까 올 필요없다는 서방님의 말을 똑같이 전했다. [ 그래도 주말에 잠깐 다녀와야겠어 ] [ 응 ,, 알았어 ] [ 아니, 당신은 안 가도 돼. 일 있잖아 ] [ 그래도 가야지] [ 아니야, 나만 잠깐 얼굴만 보고 올거야 ] [ 나도 가야되지 않아? ] [ 당신이 이번에 없으면 안 되는 일이잖아.. 2019. 3. 19.
장애인을 둔 세상 엄마들은 모두 똑같다 야마다(가명) 상과 약속이 있었다.장애를 갖고 있는 아들과 단 둘이 살고 있는그녀는 가끔, 아주 가끔 나와 식사하기를 원한다.시각장애인센터에서 유연히 알게 된 야마다 상은40대 중반으로 아주 밝은 성격에 활동적인 분이다.임상미술치료에 관심이 많아 나와 친해지게 되었는데 그 누구도 그녀에게 장애 아들이있는지 모르고 있었고 나에게만 털어놓았다.[ 케이상, 오늘은 술 한잔 하고 싶은데 ][ 그래요, 얼마든지 ][ 남편분에게 미안해서..][ 아니에요. 전혀 걱정마세요 ]이제까지 늘 런치만 했었는데 술을 한 잔하고 싶다는 것은 분명 깊은 얘기가 있을 것 같아 깨달음은 회사 출근했다는 선의의 거짓말을 했다. 음식이 나오고 습관처럼 내가 사진을 찍었더니아직도 블로그하냐며 자기는 SNS에 글을 올린다는 자체를 한번도 .. 2019. 3. 10.
한국 설날에 우리 부부가 찾아 간 곳 한국은 설날인데 우린 특별히 갈 곳이 없었다. 매년 신정이면 떡국을 해 먹어서인지 구정의 의미가 점점 엷어져 가고 있는 듯하고 더 솔직해지면 냉장고에 떡국이나 만두 등, 설음식에 필요한 재료들도 없었다. 깨달음은 내가 말을 하지 않아도 오늘이 한국의 명절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아침부터 가족들에게 사진(음식사진)올라온 게 없냐고 친정에 아직 다 모이지 않았냐고 두어번 물었다. 그리고 오후쯤 코리아타운 신오쿠보(新大久保 ) 에서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 가서 뭐 하게? ] [ 떡국도 없다며? 이것 저것 사야 되지 않아? ] [ 굳이 안 사도 될 것 같은데.] [ 그래도 한 번 가보자, 설 분위기 나는지 ] 설 분위기?가 뭔지 알고 얘기를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뭔가 북적거리며 들뜬 특유의 명절분위기가 있을 .. 2019. 2. 5.
남편이 한국인 아내의 호칭을 다르게 부른 이유 [ 야, 저 아저씨가 자기야라고 불렀어,한국 사람인가 봐, 얼굴이 아닌 것 같은데 ][ 자기야, 요기(여기)~요기~ ]깨달음이 이번에는 손짓까지 하면서 또 날 불렀다.그쪽으로 걸어가는데 옆으로 마주치던 20대 청년들이 깨달음과 나를 번갈아 쳐다봤다.주말에 쇼핑도 할겸 긴자에 나갔다.주말이면 차량통제를 해 둔 도로에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넘쳐났다. [ 한국사람들이 긴자 좋아하나 봐,한국말이 많이 들려, 사람들이 많아서손 잡고 다녀야겠어, 또 못 찾을라,,][ 왜 당신은 자기야라고 불러? ][ 그럼 뭐라고 그래 ? ][ 이름을 불러, 케이라고 부르면 되잖아? ][ 케이는 본명이 아니고 일본이름이잖아,그니까 싫어 ] 쇼핑을 끝내고 차를 한잔 마시기 위해커피숍에 들어가 앉아 쉬고 있는데 깨달음은잡지책을 .. 2019. 1. 29.
연로하신 시부모님과 그를 바라보는 자식들 이번주 이곳은 월요일까지 3일연휴였다.연휴 마지막날 , 아침도 거르고 집을 나선깨달음에게서 후지산과 함께 샌드위치로아침을 대신했다는 카톡이 왔다.그렇게 오후까지 연락이 없다가 저녁이 되어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왔다.한국도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이곳 일본은연말에 송년회를 하듯이 신년에는 신년회를 한다.오늘 깨달음이 나고야까지 출장을 간 것은미팅과 신년회 참석을 겸한 이동이였다. 작년에 오픈한 호텔에서 무료숙박을 하게 되었다고 신년회에 참가하러 가는 길이라며 전화가 걸려왔는데 다음날 아침 일찍 시어머니 병원에 가 보겠다고 했다.시간이 없을 줄 알았는데 나고야까지 와서보니병원에 잠시 들려야 마음이 편할 것 같다고 했다.알겠다고 시골에 내려가려면 저녁에 적당히 마시라고 당부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어머님이 지.. 2019. 1. 18.
생각지도 못한 남편의 올 해 목표 작년 연말, 송년회가 잦았던 무렵, 깨달음은이틀에 한벌꼴로 12시가 다 되어서 집에 들어왔다.그럴 때마다 아침에 일어나면 이렇게 내 노트북에 만엔을 끼워놓았다.12시가 넘으면 30분당 5천엔씩 늘어난다는 걸알고 있기에 12시 되기전 아슬아슬 들어오곤 한다. 어느날은 새 카렌더를, 어느날은 유전자 검사찌라시와 함께 놓아두었다.결혼하고 서로가 정해두었던 벌금 약속을 지금까지 별 불만없이 잘 이행하는 깨달음이 한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깨달음 회사 송년회가 있던 날, 귀가가 늦여 서둘러 잠자리에 들려고 했는데나에게 줄게 있다며 봉투를 건넸다.[ 왠 상여금? ][ 1년동안 고생했으니까 주는 거야 ]상당히 두꺼워서 좀 의아하기도 했고 받아도 되는지왠지 주춤거리게 되자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주면서 나에.. 2019. 1. 9.
남편이 일본인임을 재확인할 때 1월1일, 일찍 일어난 깨달음이 주방에서온 재료들을 꺼내놓고 오죠니를 만들고 있었다.오죠니는 일본의 떡국과 같은 것으로새해에 먹는 음식이다.결혼하고 8년동안 항상 설날이면 나는 떡국을깨달음은 오죠니를 만들어 두 그릇을올려놓고 먹는게 우리집의 관례처럼 되버렸다.그래서 아침에 일어나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깨달음은 오죠니를 난 한국 떡국을 만들어 밥상을 차린다. [ 깨달음, 오세치 요리는 다 담았어? ][ 응, 내가 찾아보니까 쥬우바코(重箱)보다 훨씬괜찮은 찬합을 발견해서 거기에 넣었어 ]오세치 역시도 난 거의 먹지 않기 때문에깨달음이 썰고 담고, 장식까지 모두 한다.오세치(おせち) 요리는 일본에서 정원 1월 1일에 먹는 음식이다. 원래는 중국에서 전래된 풍습으로명절에 행해지는 연회자리에서행해지는 진수성찬을.. 2019. 1. 3.
남편이 감기에 최고라 말하는 한국의 이것 어제도 이곳 도쿄는 최고기온이 18도,오늘은 20도였다. 조석으로 기온차가 심해겨울이였다가 가을으로 돌아가는묘한 날씨가 요며칠 계속 되고 있다.코트를 입었다가 더워서 다시 양복만 입고 출근하길 반복했는데 송년회가 시작되면서퇴근이 늦여지며 밤바람을 쐰 깨달음이 감기기운이 있다고 했다. 엄마가 보내주신 배즙을 따뜻하게 데워서 아침, 저녁으로 마셨지만그렇게 개운치 않았던 모양이였다.퇴근하고 돌아온 깨달음이 문뜩 물었다.[ 우리 지난번 한국에서 마지막날호텔 라운지에서 키친 먹었잖아,생각나? ]그날은 해질무렵부터 종로에 나가서 돌아다녔고 만보계가 2만5천보를 찍었던 날이였다. 종로에서 놀다가 사람들이 몰려 있는 걸보고 흥분한 깨달음이 청계천을 청국장이랑 헷갈려 청국찬이라고 해서 둘이 배를 움켜잡고 웃었던 것도 기.. 2018. 12. 6.
일본 시어머니가 남편에게 전화하신 이유 [ 아버지, 이 시간에 뭔 일이야? 안 주무셨어?] 저녁 9시, 취침시간이 훨씬 넘었는데 아버님이 전화를 하신 것이다. 옆에 있던 나는 얼른 테레비 볼륨을 낮췄다. 아버님이 하시는 얘기를 묵묵히 듣고 있다가 어쩔수 없지 않겠냐고 너무 욱박지르지 말고 화내지 말라며 그러면 더 스트레스 받아서 심해질거라고 아버님을 달래고 있었다. [ 아버지, 뭐 필요한 거 없어? 이번달에는 내가 바빠서 못가니까 00한테 가라고 그럴게. 조금만 기다리셔 ] 전화를 끊고 바로 시동생에게 문자를 보내는 깨달음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 깨달음,,두 분한테 안 좋은 일 있어? ] [ 응, 어머니가 식사를 해놓고 자신은 안 먹었다고 간호사를 부르고 그랬나 봐, 완전히 치매에 들어왔어...] [ 언제 먹은 식사를 기억 못해?] [ .. 2018. 12. 1.
한국식당에서 남편이 가지고 온 것 늦은 아침을 먹고 호텔을 나오기 전,깨달음은 오늘 우리가 움직여야할 동선을 체크했다.첫번째 코스는 이번에도 인사동, 20년전의 모습은 사라졌지만 그래도 인사동을 안 가면 왠지 허전하다는 깨달음. 안국역을 빠져나오면서부터 기합소리와국악이 흘러나왔고 깨달음은 당연하다는 듯이 소리가 나는 쪽으로 발길을 서둘렀다.그곳엔 무술, 무예, 기공? 같은 시범을 보이는예술단들이 모여있었고 외국인 관광객들이줄서서 사진 찍는 곳에서 기웃거리던 깨달음도 얼떨결에 한장 찍었다. [ 저거, 너무 무거웠어. 나는 가짜인 줄 알았거든,근데,,진짜 인가 봐.. 전쟁 때 장군들이 사용하는 칼이겠지? ]태어나 처음 만져보는 한국 무기가 신기했는지그 분들이 펼치는 무술시범을 30분가량 찬바닥에 앉아 조용히 관람했다.그리고 우리는 인사동 뒷.. 2018. 11.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