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1520

믿음이 가는 사람이 있다 나한테서 만나자는 연락이 올 거라고꿈에도 생각을 못해 봤다는 토모코는약속날을 기다리며 혼자 많은 상상을 했단다.깨서방과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가,일본을 떠나는 것인가,자기한테 뭔가를 부탁할 게 있는가,, 이렇게 6년이 넘어서 만나자고 연락이온 걸 보면 분명 무슨 일이 있는 것인데그게 뭔지 생각을 하고 또 해봤지만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단다.그래서 남편에게  케이짱에게 무슨변화가 생겼을 것 같냐고 물었더니언젠가 내가 보내준 오이김치 얘기를하면서 한국 식당 같은 걸 차린게아니냐고 하더란다.  듣고보니 그것도 조금은 일리가 있을 것같은데 식당을 차렸을까 하다가도나와 이미지가 매칭되지 않았단다.[ 토모코,,,,몇 년 만이지? ][ 정확하게 6년 반이야 ][ 정말 오랜만이다, 하나도 안 변했네][ 늙었지..이 주.. 2024. 7. 24.
6개월, 블로그를 쉬었다 -2 [ 케이야, 소포 받았어? ][ 아니? ][ 배송된 걸로 알림 왔는데..][ 미안, 나 지금 밖이거든, 집에 가서 다시 연락할게 ][ 그래 ]멀리 세미나를 왔다.이젠 참가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세미나인데 예전에 감투를 썼다는 예의로그냥 얼굴이라도 비춰야 할 것같아 나왔다.식사로 나온 도시락을 받아들고 5층휴게소에 들어섰더니 우연인지 다행인지아무도 없어서 편하게 볕이 드는 창가에 앉았다.창문밖 아스팔트가 이글이글 타오르는 소리를내고 있었다.밖은 35도,,그래서 결석자가 많았나,,,도시락 뚜껑을 열어 놓고 뭐부터 먹어야 하는지젓가락을 들었는데 어느 쪽으로도 손이 가질 않았다.이젠 논문도 쓰지 않고 그냥뒷방 늙은이가 되어버렸으니 입장정리를위해서도 이젠 출석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냥 메일을 주고받는.. 2024. 7. 21.
일본인이지만 그들은 한국인이다. 김 상이 보이지 않았다.예배시작 전에 주보를 나눠주고 자리를안내하는 김 상이 어디에도 없었다.홀을 둘러보았는데 딸도 보이지 않았고남편만 찬양대에 멀뚱멀뚱 앉아 있었다.이달 중에 예배 끝나고 식사를 하자고맛집을 서로 공유했었는데아무 소식 없이 교회를 나오지 않았다.딸까지 안 온 것 보면 갑자기 한국에간 게 아닌가 어설픈 추리를 하며머리를 굴리다 예배를 드렸다. 평소에 교회 사람들과 대화를 했었다면김 상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거냐고물어봤을 텐데 전혀 아는 사람? 이 없어그냥 답답함 마음만 들었다.이럴 때면 낯 안가리고 친화력이 강화되는비법을 터득해 둘 걸 그랬다는어리석은 후회를 한 곤 한다.교회 문제로 나와 처음으로 커피를 마시러갔을 때 내게 국적이 어디냐고 물었던 게아주 인상적었던 김 상.[ 정 상, 정 상.. 2024. 7. 17.
6개월, 블로그를 쉬었다 -1 블로그를 쉬고 2주가 지나서 제일 먼저연락을 해 온 건 여동생이었다.바쁜 건지, 무슨 일 있는 건지 물었다.이웃님들에게 메일이 오기 시작한 것도아마 이 무렵부터였다.딱 한 달이 지나던 날, 한국에서후배를 만났을 때 궁금한 게 있다며왜 갑자기 블로그를 안 하는 거냐고 물었다.[ 음,,, 단순히 쉬고 싶었어, 안식년 같은,,][  무슨 일 있었어요? ][ 아니...][ 그만두면 그만두겠다고 분명 공지를할 사람인데 그런 말도 한마디 없고쉰다는 말도 없고,,, 도대체 뭔 일일까싶었는데  그만둔다는 공지가 없었으니그냥  언젠가 무슨 말이 있겠지 했네요  ][ 맞아,, 니가 제대로 내 맘을 읽었네..그냥 기간을 정하지 않은 상태로무작정 쉬고 싶었어... 무기한대로,,,,] 굳이 말하자면 휴식이 필요했던 이유는 꽤나.. 2024. 7. 14.
그녀가 또 결혼을 했다. [ 언니, 그 애 인스타 봤어? ]핸드폰에서 들리는 미라(가명)의 목소리는 상당히 흥분된 상태였다.[  누구 말하는 거야? ][ 2년 전에 가와무라 상이랑 이혼 한 수경이,신주쿠에서 커피숍 한다는 애, 나랑 동갑이고,,][ 아,,,그 수경이(가명)?.. 근데 왜? ][ 이번에 또 결혼한 거 있지? 그것도일본인이랑 또,, 다음주에 식도 올린다네..이번에는 한국에서 하나 봐,첫 결혼은 일본에서 했잖아, 식구들 불러서 ][ 아,,그랬다고 했지....][ 이혼한 지  2년도 아직 안 됐는데.... 언제 또 사궜는지,, 참. 대단해... ][ 재혼, 삼혼, 사혼도 하는 사람들 많잖아,,]미라와 이런 통화를 한 건 2주일 전이었다.그리고 또 전화가 왔다. 사무실이 이사해서 정신없이 바쁘다고그러더니 짐정리가 끝나고 .. 2024. 7. 11.
시부모님을 3년만에 만나다 아침에 일어난 우린 샤워를 마친 순서대로옷을 갈아입었다.TV에선 오늘도 35도를 넘는 폭염이 계속되니조심하라는 아나운서가 같은 말을 반복했다. 2시간, 신칸센을 타고 다음은 버스를갈아타기 위해 터미널로 갔는데 깨달음이 잠시 다녀오겠다며 날 기다리고 하더니15분쯤 지나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왔다.내가 궁금한 눈 빛으로 쳐다보자 불단에올릴 공양음식을 샀다면쇼핑백을 벌려 보여줬다.아버님, 어머님이 좋아하셨던사탕, 앙코빵, 센베이, 양갱까지 평소에즐겨 드셨던 것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서방님이 준비하기로 하지 않았어? ][ 그건 그냥 과일위주고 난 두 분이돌아가시기 전까지 자주 드셨던주전부리를 준비했지 ][ 근데,,그거 공양음식들은 추모가 끝나면누가 먹어? ][ 절에서 다 먹지. 스님이랑 그 식구들 ][ .. 2024. 7. 8.
더 즐겁게, 더 재밌게 살자 아침을 먹고 깨달음은 베란다 물청소를 했다. 나는 나물을 삶고 갈비를 손질했다. 해년마다 설 음식을 줄여가고 있는 우린 꼭 먹고 싶은 것만 준비하기로 했다. 설날이면 일본인들이 꼭 먹는 오세치요리도 깨달음용 1인분만 사서 놔두었다. [ 깨달음,올 해는 명태전도 안 먹을 거야? ] [ 응, 전은 먹고 싶을 때 바로바로 따끈따끈하게 해서 먹는 게 맛있으니까 설날에 안 먹어도 될 것 같아 ] [ 갈비만 있으면 돼? ] [ 응 ] [ 정말 다른 거 준비 안 한다 ] [ 응, 하지 마, 괜찮아 ] 나는 삶아진 나물들을 반찬통에 넣고 핏물을 모두 뺀 갈비에 양념을 버무려 가스불을 켰다. 그리고 과일들을 씻어 바구니에 옮겨두고 냉장고 야채를 꺼내 샐러드를 준비했다. 그렇게 각자의 할 일을 충실히 하고 있는데 통유리까.. 2023. 12. 31.
2023년을 정리하던 날. 주문한 물이 오고 나서 한 시간 후 화장지와 각종세제가 도착했다. 티브이에서는 아침부터 연말 대청소를 어떻게 하면 쉽고 간편하게 할 수 있는지 그 노하우를 알려준다며 청소업체 프로들이 나와 청소하는 법을 알려주고 있었다. 남들이 하듯이 연중행사처럼 해왔던 나는 올해 대청소를 하지 않을 생각이다. 2주 전부터 조금씩 해둔 덕분에 굳이 대청소라고 할 게 없었고 오늘은 그 외에 할 일들이 많았다. 일본인 친구들에게 연말선물로 보낼 김치를 버무리고 깍두기와 창난젓, 그리고 아이가 있는 집에는 오징어채도 달달하게 볶았다. 집에 챙겨두었던 아이스박스에 야무지게 묶어 챙겨 넣은 뒤, 자전거 앞 뒤에 싣고 우체국으로 달렸다.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다 깨달음에게 카톡이 왔길래 지금 우체국이라고 사진을 보냈더니 자기 거래처.. 2023. 12. 29.
일본인에게 크리스마스날은,, 크리스마스 예배를 드리러 온 깨달음이 헌금함에 서서 지폐를 조심스레 넣었다. 다른 교인들은 알록달록한 크리스마스 봉투에 헌금을 넣는데 자기는 그냥 돈이 보이게 넣으려니 왠지 쑥스러웠다며 봉투를 준비해 올 걸 그랬다고 후회했다. 매주 나를 따라 교회에 참석하는 깨달음은 설교시간에 자주 졸아서 내가 도중에 몇 번 깨우곤 한다. 오늘도 변함없이 설교가 시작되자 꾸벅꾸벅 졸다가 내 눈치를 한번 보고는 참으려고 애를 쓰다가 다시 또 졸았다. 예배를 마치고 식사를 하기 위해 오다이바로 이동하는 길에 캐롤이 울려 퍼지자 깨달음은 콧노래를 부르며 흥얼거렸다. 크리스마스다운 분위기를 어디서 가장 많이 느낄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택했다며 내가 뷔폐를 썩 좋아하지 않지만 예약되는 곳이 이곳밖에 없었다며 음식보다 와인이 괜찮.. 2023. 12. 25.
남편은 나 몰래 다 계획이 있었다. 지난주, 일본으로 돌아온 날부터 거의 매일 신년선물(お歳暮)이 도착하고 있다. 늘 같은 선물을 보내시는 분, 내가 좋아하는 걸 기억하고 보내시는 분, 매년 과일류만 보내시는 분, 과자류를 자주 보내시는 분 등등 대략, 상대의 취향에 맞게 보내기보다는 누가 받아도 무난한 선물들이 많다. 그래도 참 다행인 건 가공식품인 햄이나 소시지 같은 게 없어서 감사하다. 곶감을 바로 하나 먹어봤더니 아주 맛있다. 올 해는 생과일이 아닌 곶감을 보내셨는데 나쁘지 않았다. 카페인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내 몸은 이제 조금은 길들여져 날마다 커피를 한 잔씩 마시고 있다. 커피 탓에 잠을 설치는 일은 많이 줄었지만 두 잔 이상 마시는 날은 심장박동이 심하게 요동치는 바람에 병원에서 하루에 한 잔만 마시라는 명령을 받았다. 주치의.. 2023. 12. 22.
한국에서도 나온 남편의 고질병 3박 4일 서울에 있는 동안, 깨달음은 아침식사를 뚝배기집에서 해결했다. 첫날 아침에 자기는 된장찌개를, 나에게는 김치찌개를 주문하라고 해서 두 가지 맛을 봤다. 둘째 날, 자기는 순두부를 시키고 나에게는 또 김치찌개를 시키기를 원했다. 된장, 순두부, 김치찌개를 다 먹을 요량으로 자기 입맛에 맞은 주문을 부탁했다. 그렇게 둘째 날, 식사를 하고 있는데 전날과 마찬가지로 여기저기서 일본어가 들렸고 그 날도 일본인으로 가득했다. 밖에서 줄을 서 있는 사람들도 일본인이었다. 우리가 반쯤 먹어갈 때쯤 아들, 딸과 같이 온 일본인 가족 4명이 옆 테이블에 앉았고 그들은 번역기를 돌려가며 우렁 된장찌개의 우렁이 뭔지 얘기를 하다가 순두부 2개 된장찌개 2개를 주문했다. 음식이 나오고 각자 먹고 있는데 깨달음이 힐.. 2023. 12. 19.
아쉬움이 가득 남은 한국.. 아침을 먹으러 가는 중에 유명한? 소금빵집에 앉아 깨달음은 애피타이저로 뚝딱 두 개를 먹어치웠다. 커피도 함께 마실거냐고 물었더니 청국장이 기다리니까 그냥 가겠단다. 마지막날, 아침은 청국장과 계란말이로 결정, 쿰쿰한 청국장을 한 숟가락 밥에 올려 비벼놓고 무생채를 올려 맛있게 먹었다. [ 더 찐해도 괜찮은데, 맛이 연하네 ] [ 이 정도면 찐한 거야 ] [ 난 오리지널이 좋은데 ] [ 요즘은 완전 시골 아니면 오리지널 찾기가 힘들어. 김치도 안 먹는 사람들이 늘었는데 청국장은 완전 호불호가 심해 ] 옛 것만 찾고 그리워하는 건 우리가 늙었다는 증거라는 얘길 나누며 식사를 했다. [ 오늘은 어디 갈꺼야? ] [ 영화 볼려고 ] [ 무슨 영화? ] [ 서울의 봄] [ 일본어 자막 없는데 ] [ 그래도 보고.. 2023. 12. 16.
한국 시간은 늘 빠르다 공항에 도착해서도 깨달음은 거래처에 전화를 하느라 바빴다. 난 옆에서 통화가 끝나기를 멍하니 기다렸고 그런 나를 힐끗 쳐다보고는 배터리를 주라고 왼손을 내밀었다. 핸드폰에 배터리를 연결해 다시 거래처에 전화를 하기도 하고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그렇게 통화가 끝나고 팩스를 한 장 보내고 싶다고 공항 내를 두리번거리다 호텔이 확실할 것 같다며 호텔로 이동했다. 호텔에 들어와서도 깨달음은 다시 일처리를 하느라 일본에서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시간을 보냈고 난 깨달음이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던 파스타집에서 미리 대기를 하고 있었다. 예약 없이 들어가기 힘들다는 곳이다 보니 줄을 설 수밖에 없었다. 깨달음이 일을 마무리하는 시간과 얼추 비슷하게 자리가 났고 늦은 점심으로 파스타를 먹었다. 기존에 먹어봤던 파스타.. 2023. 12. 14.
아내가 바람이 났단다 깨달음 회사는 창립 때부터 대학 후배들과 함께 일을 해 왔다. 사무실을 요코하마에서 시부야로 옮겨 오면서 후배들을 고문으로 남기도하고 모두가 독립을 했다. 그들중에 깨달음과 가장 오랜 시간 함께 일을 해 온 마쯔다 상이 요즘 많이 힘들다. 나와 동갑인 마쯔다 상이 올 초에 이혼을 하고 시골에서 요양 같은 걸 한다고 그랬는데 지난달부터 부쩍 깨달음 회사에 나타나 멍하니 시간을 보내고 가곤 했단다. 딸 두명도 일찍 시집을 가서 혼자 남아도는 시간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사무실에서 직원들 일을 같이 하기도 하고 맛집에서 피자를 서너 판씩 사 와서 먹기도 했단다. 그런 후배 모습이 안쓰러워서 두어 번 술자리를 가졌다는데 깨달음 말에 의하면 이혼 후 극심한 우울증이 생긴 것 같았다며 불면증에 시달려 수면제 없.. 2023. 12. 7.
20년만에 연락 온 친구에게 그녀에게 카톡 메시지가 왔던 건 정확이 6개월 전 어느 새벽이었다. 잠결에 메시지 알림 소리에 비몽사몽 전화기를 들여다봤더니 [ 케이야,, 나,,, 경미야 ]라고 왔다. 경미.. 경미.. 아,, 고교 동창 경미.. 2시 반이라는 이 새벽시간에.. 미쳤네라는 생각을 하며 다시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메시지로 오랜만이라고 무슨 일이냐고 보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경미를 본 지 20년이 지나서인지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조금 주저했었다. [ 케이가 맞는지 아닌가 긴가민가 했는데 정말 너였네 ] [ 응, 전화번호가 그대로니까, 잘 살지? ] [ 응,, 잘 살아 ] 뭣 때문에 전화했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묻고 싶었지만 한 템포 늦췄다. 결혼은 하지 않았고 코로나로 하나뿐인 남동생을 잃었다는 얘기 했다. .. 2023. 12.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