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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바람이 났단다 깨달음 회사는 창립 때부터 대학 후배들과 함께 일을 해 왔다. 사무실을 요코하마에서 시부야로 옮겨 오면서 후배들을 고문으로 남기도하고 모두가 독립을 했다. 그들중에 깨달음과 가장 오랜 시간 함께 일을 해 온 마쯔다 상이 요즘 많이 힘들다. 나와 동갑인 마쯔다 상이 올 초에 이혼을 하고 시골에서 요양 같은 걸 한다고 그랬는데 지난달부터 부쩍 깨달음 회사에 나타나 멍하니 시간을 보내고 가곤 했단다. 딸 두명도 일찍 시집을 가서 혼자 남아도는 시간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사무실에서 직원들 일을 같이 하기도 하고 맛집에서 피자를 서너 판씩 사 와서 먹기도 했단다. 그런 후배 모습이 안쓰러워서 두어 번 술자리를 가졌다는데 깨달음 말에 의하면 이혼 후 극심한 우울증이 생긴 것 같았다며 불면증에 시달려 수면제 없.. 2023. 12. 7.
20년만에 연락 온 친구에게 그녀에게 카톡 메시지가 왔던 건 정확이 6개월 전 어느 새벽이었다. 잠결에 메시지 알림 소리에 비몽사몽 전화기를 들여다봤더니 [ 케이야,, 나,,, 경미야 ]라고 왔다. 경미.. 경미.. 아,, 고교 동창 경미.. 2시 반이라는 이 새벽시간에.. 미쳤네라는 생각을 하며 다시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메시지로 오랜만이라고 무슨 일이냐고 보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경미를 본 지 20년이 지나서인지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조금 주저했었다. [ 케이가 맞는지 아닌가 긴가민가 했는데 정말 너였네 ] [ 응, 전화번호가 그대로니까, 잘 살지? ] [ 응,, 잘 살아 ] 뭣 때문에 전화했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묻고 싶었지만 한 템포 늦췄다. 결혼은 하지 않았고 코로나로 하나뿐인 남동생을 잃었다는 얘기 했다. .. 2023. 12. 4.
일본 교회도 똑같았다. 모태신앙인이었던 나는 내 본의가 아닌 불가항력적인 흐름으로 어릴적부터 엄마가 다니던 교회를 다니게 되었고 자연스레 그렇게 크리스천이 되었다. 믿음이 있는지 없는지 스스로가 확실치 않은 상태에서 엄마의 강요? 가 섞인 세례를 성인이 되고서야 받았다. 늘 내 자신에게 자문을 했던 건 난 진정한 크리스천인가, 말씀대로 살고 있는가, 말씀대로 행하려 노력하고 있는가라는 의문들이 날 따라다녔다. 그래서도 세례를 받는데 주저했지만 습관처럼 교회는 다녔고 내 필요에 의해 주님을 찾을 때가 많았다. 이곳 일본에 와서도 한국에서처럼 교회에 소속하지 않은 채로 그냥 게스트처럼 교회를 다니고 있다. 교인으로 소속되어 있진 않지만 몇년을 성실히 다니는 나에게 등록을 왜 안 하냐고 묻는 분들이 꽤나 계셨지만 그럴 때마다 난 어.. 2023. 12. 1.
해외 거주자만이 느끼는 것들 한 달 전부터 예약을 잡지 못했다. 집 앞에 있는 헤어숍을 자주 이용 했는데 하필 오늘은 자리가 없었다. 직접 전화를 해 어떻게 짜투리 시간이 남아 있지 않나 물었는데 내 담당 스타일리스트가 파마할 시간은 나질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예약이 가능할 곳을 찾아봤더니 한국 미용실이 한 곳 있었다. 코리아타운까지 가야 하는 게 약간 번거롭긴 했지만 오늘밖에 시간을 낼 수 없어서 예약을 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일본어로 말을 걸어와서 나도 그냥 일본어로 대답을 했다. 예약한 코스를 확인하고 미용사분이 오셔서 처음이냐, 어떻게 알고 오셨냐라는 통상적인 질문을 하셨다. 약 3시간 정도 걸린다며 차를 한 잔 주시면서 혹시나 배가 고프면 편하게 말하라고 했다. 나는 향긋한 둥굴레차를 마시고 내 머리엔 파마롤이.. 2023. 11. 27.
나는 남편과의 약속을 지킬 것이다. 아침을 먹고 깨달음은 사무실로 가 작년에 장식해 둔 쿠마노테(熊の手)를 가져오기로 하고 나는 그 시간에 맞춰 신주쿠(新宿) 하나조노진자(花園神社)로 향했다. 매년 쿠마노테를 구입하다보니 요령이 생겨 허튼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서로의 동선을 최대한 줄였다. 쿠마노테는 자영업자들이 사업번창을 위해 사업장에 놓아두는 일종의 장식품이다. 이 장식은 대나무로 만든 갈쿠리 모양이 곰발바닥처럼 생겼다고 해서 구마노테라 불린다. 11월 유일에 일본 각지의 절이나 신사에서 열리는 축제의 하나이며 요즘은 자영업자들 뿐만 아니라 새해를 맞이해서 풍요와 가정 내 안정과 건강을 기원하고 재해를 막기 위해 작고 귀여운 쿠마노테를 사다가 집에 장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내가 진자 (神社)에 도착했을 때 깨달음은 참배를 하기 .. 2023. 11. 24.
남편도 바꾸고 싶을 때가 있다. 이케부쿠로(池袋)에서 열린 전국 물산전(物産展) 해년마다 갔던 터라 올 해도 초대장이 왔길래 갔는데 기분 탓일까 해를 거듭할수록 방문객이 줄어들고 있었다. 전국 각지에서 맛볼 수 있는 특산물은 물론 여기저기에서 수상경력을 가지고 있는 맛집 중에 맛집들이 모였는데도 방문자들은 출품자들보다 적었다. 이벤트 관계자와 도우미가 어색하게 서 있고 푸드코트에도 자리가 많이 비어 있었다. [ 이러다 이 행사도 곧 문을 닫겠는데...] [ 응,, 맛있는 게 많이 있긴 한데.. 뭐가 문제일까...] [ 홍보가 부족한 것도 있고 다른 이벤트에 비해 끌림이 없다는 거겠지 ] 우린 달달한 몽블랑을 사서 잠깐 휴식을 취하고 아마다덴키(ヤマダ電機)로 옮겼다. 지난번에 가스레인지가 고장이 나서 바꿨는데 이번에는 화장실 비대기(ウォ.. 2023. 11. 20.
내가 일본에 살면서 생긴 습관들 영화 [ 理想郷]를 봤다. 한국에서는 [더 비스츠 ]라는 제목으로 상영되었다. 스페인과 프랑스의 합잡영화인 이 영화는 네덜란드 커플이 스페인 시골 산토알라에 정착하면서 일어났던 일을 영화한 것으로 2016년 상영된 다큐 [Santoalla]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 2022년 스페인 고야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도쿄 국제 영화제에서도 3관왕을 차지한 수작이다. 영화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지식인인 프랑스 부부는 평화롭고 소박한 삶을 위해 스페인 북서부 마을로 이사를 오고 유기농 작물을 팔며 여가시간을 즐긴다. 하지만 마을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는 문제로 주민과 반대의견을 내며 이 마을의 토착민 형제와 갈등이 시작된다. 시골의 텃새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라고 하기엔.. 2023. 11. 17.
요즘의 블로거,,그리고 나 언젠가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내 블로그에 연두색 배지가 달렸다. 뭔가 해서 봤더니 스토리 크리에이터라는 표식?같은 거였다. 왜 이게 달리는지, 어떻게 선택된 건지 별로 궁금하지 않아 자세히 읽어보지 않고 뭔지도 모른 채 그냥 지나쳤다. 오늘 이 글을 쓰기 위해 찾아가 읽어봤더니 눈에 바로 들어오는 아주 멋진 단어들이 나열되어 있다. 전문성, 영향력, 활동성, 공신력을 두루 갖춘 창작자,, 뚜렷한 주제를 가지고 우수한 창작활동을 펼치는 크리에이터.. 내가 다음 블로그를 운영할 때 매 년 우수블로그를 선정해 배지를 달아주던 시절이 있었다. 난 감사하게 블로그 시작해 2년되던 해부터 우수 블로그로 선정되어 선물도 받았고 그 덕분에 많은 이웃님들이 생겼다. 그 당시 어느 블로그 이웃님이 맨날 라면 끓여 먹는 것이나.. 2023. 11. 14.
슬기로운 노후생활을 위해 아침부터 축하 문자를 받고서야 내 생일임을 알았다. [ 깨달음, 오늘 내 생일이래 ] [ 그래? ] 출근하려고 넥타이를 매고 있던 깨달음도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9월에 크루즈에서 양력으로 생일파티를 치뤄서 음력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 오후 미팅을 끝내고 들어와 저녁준비를 위해 양상추를 씻고 있는데 깨달음이 나오라는 전화가 왔다. [ 거기? 너무 먼데.. 그냥 집에서 먹자...] [ 당신 생일이라고 하니까 점장이 일부러 자리 만들어 줬어 ] 우리집에서 거리상으로 보면 그다지 멀지 않지만 전철을 두번이나 갈아타야 한다는 게 귀찮았다. 내가 대답을 머뭇거리자 먼저 들어가 기다릴 테니 천천히 준비해서 나오란다. 눈썹을 얇게 그리고 립클로스를 발랐다. 매일 출근하는 직장을 그만둔 후로는 원래부터 잘 하지 않았던 .. 2023. 11. 10.
나이가 사람을 변하게 만든다 금요일부터 이곳은 연휴였다. 깨달음은 거의 자기 방에서 나오지 않은 채 일에 몰두했다가 저녁을 먹고 나면 혼자 넷플릭스를 보고 잠이 들었고 나는 나대로 토요일엔 약속이 있어 잠깐 나갔다가 온 게 전부였다. 오늘도 여전히 낮기온은 25도를 유지하고 있는데 비가 올 것처럼 꾸무럭거리기도 하고 반짝 해가 비치는 늦은 오후, 우린 산책을 나왔다. 오다이바는 요사코이(夜さ来い) 마쯔리로 음악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포장마차에서 품어내는 음식 냄새로 축제분위기였다. 낮은 더워서인지 아이들이 첨벙거리며 놀고 있는 곳에 깨달음이 수제비 뜨기를 하는데 옛 실력이 나오지 않는다며 두 번 하고 그만뒀다. 나 혼자 산책으로 나올 때마다 앉아서 명상을 했던 곳에 오늘은 깨달음이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쉬었다. [ 생맥주 한 잔 .. 2023. 11. 7.
하네다공항에서 즐기는 천연온천 올 1월 31일, 하네다공항 제3터미널 2층에 호텔과 상업시설로 구성된 에어포트 가든이 오픈했다. 도착로비와 직결되어 있어 이동이 편하고 호텔뿐만 아니라 각종 쇼핑몰과 레스토랑, 대형홀, 회의실이 마련되어 있다. 오픈하고 한달이 지났을 무렵, 깨달음이 검사와 시찰을 했었는데 오늘은 직접 체험?을 하기 위해 찾았다. 코로나 전에 완공되었던 이 호텔이 2년이나 늦게 오픈을 하게 된 아픈 사연이 있지만 여행규제가 풀리기 시작해 관광객이 들어오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달, 깨달음 거래처에서 이 호텔 얘기가 나왔고 오늘은 호텔을 이용하는 시박이 아닌, 후지산을 바라보며 천연 노천탕을 즐긴다는 스파를 가보는 일이었다. [ 깨달음,스파 갔다가 또 리포트 작성해야 돼? ] [ 아니. 오늘 당신은 .. 2023. 11. 4.
일본인들 사이에는 없다는 그것 내가 변해가고 있는 건지, 변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건지 내 자신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철을 갈아타기 위해 서 있는데 한국인 관광객들이 맞은편 선로에서 들어오는 전철을 사진에 담으면서 야마노테선(山手線)은 서울의 2호선 지하철과 같은 거라며 가이드북을 보기도 하고 카메라 앵글을 바꿔가며 사진 찍느라 분주했다. 이분들은 서울에서 오셨나라는 아무 뜻도 의미도 없는 생각이 잠시 스쳤다. 우에노(上野) 의 아메요코(アメ横)는 한국의 남대문 시장같은 곳인데 오늘 난 이곳에서 약속이 있었다. 내가 누군가에게 만나자고 먼저 연락을 하는 일이 좀처럼 없는데 요즘 변해가고 내 감정의 흐름에 사고를 맡긴 채로 실행에 옮기고 있다. [ 케이짱, 너무 오랜만이다. 연락 줘서 진짜 고마워 ] [ 그냥,,갑자기 잘 계시나.. 2023. 11. 1.
역시, 남편은 사장님이었다. 청소를 하고 잠시 음악을 듣고 있다가 얇은 코트만 걸쳐 입고 집을 나왔다. 창 밖으로 비친 가을 하늘이 너무 맑아서 그냥 내버려두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깨달음은 주말에도 열심히 회사에 나가 입원 중인 직원의 일거리를 처리하느라 평일처럼 출근을 했고 난 온전히 혼자서 주말을 맞이했다. 나 혼자 가는 곳은 항상 루틴처럼 정해진 코스와 장소이지만 난 그래도 집에서 가까워서인지 마음이 편하다. 오다이바(お台場)는 바다라고 하기엔 바다스럽지 않은 곳이긴 한데 날이 좋아서인지 스텐드업 패들을 하고 있었다. 수질이 안 좋기로 유명해서 물에 들어갈 생각을 한 번도 안 해 봤는데 2년 전, 오키나와(沖縄)에서 카누를 탔을 때 그 짜릿함이 상기되어서인지 갑자기 나도 해보고 싶다는 충동이 일어 주변을 둘러봤더니 스.. 2023. 10. 29.
깨달음,,,,파이팅!! 우리가 단골로 다녔던 소바야(蕎麦屋-메밀가게)가 코로나로 약 2년간 휴업에 들어갔다가 올여름에 리뉴얼 오픈을 했다. 워낙에 인기가 있던 가게다 보니 재오픈을 기다리고 기다리던 단골들이 많아 좀처럼 예약잡기가 힘들었는데 오늘에서야 빈 좌석을 얻을 수 있었다. 홀에서 일하시던 파트타임 아주머니들은 안 계시고 아르바이트생이 긴장한 얼굴로 손님들을 응대하고 있었다. 우린 주인 아저씨와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뭘 먹을까 새로 바뀐 메뉴판을 보고 있는데 점장이 니혼슈(日本酒)를 가져오더니 그동안 기다려주셔서 고맙다며 한 잔 가득 따라주셨다. 임시 휴업중에 공사를 하지 않았냐고 깨달음이 묻자 내부는 그대로 두고 주방과 화장실, 그리고 2층의 좌식을 모두 뜯어냈다고 했다. 우린 예전부터 먹었던 메뉴들을 위주로 주문을 했.. 2023. 10. 24.
헤어지는 게 정답이다 대학원 동기를 만났다. 홋카이도(北海道)에 사는 아이짱이 남자 친구랑 같이 도쿄에 왔다가 잠시 시간이 생겼다며 내게 연락을 해왔다. 마침 나도 일하고 있던 중이라 점심 시간에 맞춰 중간지점에서 만났다. 테이블에 앉은 동시에 알바생이 와서는 명란젓 (明太子) 과 쯔게모노(漬物 장아찌)인 매운 갓절임 (からし高菜) 을 놓고 갔다. [ 오랜만이네 ] [ 어,, 진짜 오랜만이다 ] [ 무슨 일로 온 거야? ] [ 그냥,,,놀러...] 주문한 모츠나베(もつ鍋 곱창전골)가 나오고 끓는 동안 이런저런 얘길 나눴다. [ 정 상,, 식사하고 차 마실 시간 돼? ] [ 응, 괜찮아, 나한테 뭐 할 말 있지? ] [ 아니.. 없어..] [ 그냥 말해,, 얘기하고 싶어서 나 만나자고 한 거 다 알아 ] 그녀는 대답해서 피식 .. 2023. 10.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