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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312

남자는 영원히 아들일 수 밖에 없는가, 주사를 한 대 맞고 나오는데 비가 내렸다. 코 끝에 스치는 흙내에 봄이 묻어 났다. 3월부터 약물 치료에 들어갔다. 음식제한도 많고 약물에 의한 거부반응이 좀 있어 기분도 저기압이다. 식욕부진으로 뭘 먹고 싶지 않은데 의무적으로 섭취해야 할 음식량이 정해져 있어 억지로라도 먹어야 하는데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체질개선도 필요했고 호르몬 바란스조절도 필요했다. 엄청난 분량의 약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무렵, 깨달음에게서 저녁 모임이 있어 퇴근이 늦어 질거라는 연락이 왔었다. 11시가 넘어 들어 온 깨달음이 저녁에 뭘 먹었는지, 약은 제대로 먹었는지 물었지만 난 그냥 건성으로 대답을 했다. 실제로 저녁은 먹지 못했고 쥬스만 겨우 두 잔 마셨을 뿐이였다. 주방 쪽에서 뭘 찾는 듯한 깨달음을 뒤로 한 채 .. 2014. 3. 20.
남편 지갑 속을 열어보니 할 말이 없다. 아침, 출근을 앞둔 깨달음이 뭐라고 구시렁 구시렁 거리면서 자기 옷장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여행 가방까지 꺼내 다 엎어 뭔가를 열심히 찾고 있었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자기 친구들이 4월달에 골프치러 한국(서울)에 가는데 맛있는 곳 있으면 소개해 달라고 그랬다고 자기가 챙겨둔 명함을 찾고 있는데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인단다. 출근하라고 내가 찾아 보겠다고 그랬더니 자기가 찾는 명함은 꽃게찜 가게와 만두집이라고 찾아보고 없으면 인터넷에서 뽑아 달라는 부탁을 하고 출근을 했다. 깨달음에겐 한국에서만 사용하는 한국 전용지갑이 있다. 지갑을 열어 봤더니 언제 갔는지 난 기억도 안 나는 명함들이 들어있다. 목포, 인천, 서울 강남까지..... 그리고 교통카드도 2장. 지갑 귀퉁이 깊숙히 넣어 둔 아주 오래.. 2014. 3. 19.
고맙고 미안하게 만드는 남편의 행동 아침부터 주방에서 달그락 달그락 소리가 났다. 뭐하냐고 쳐다봤더니 빨리 씻어라며 어젯밤에 말한 아울렛에 가잔다. 봄세일 시작했다는 얘길 자기 전에 잠깐 하길래 살 것도, 필요한 것도 없다고 그래서 안 가겠다고 분명 얘기 했는데 왠 변덕인지... 샤워를 하고 나오자, 내 가방부터 쇼핑백까지 모두 챙겨진 상태였다. 집을 나서니 코 끝으로 봄바람이 들어 온다. 신주쿠에서 아울렛 전용버스를 타고 1시간을 달려 도착. 나한테 뭐 살 것 있냐고 묻길래, 특별히 필요한 건 없는데 그래도 왔으니까 한 번 돌아보겠다고 그랬더니 그러면 자기 가고 싶은데 가자고 향한 곳이 레고가게였다. 2주전 한국에 갔을 때 태현이한테 레고선물 줬으면서 뭘 또 사냐고 싫은 소릴 했더니 5월달 가족여행에 우린 참석을 못하니까 선물이라도 보내.. 2014. 3. 17.
일본 젊은층이 보고 느껴야 할 한국은? 우리가 자주 가는 노바다야끼 전문집에 오늘은 깨달음 회사 직원들과 함께 했다. 이번 콤페에 당선된 축하 의미로 식사를 같이 하게 되었고 이 자리에 내가 같이 참가한 이유는 디자인쪽을 담당했다는 이유였다. 30대 중반(커플), 30대 초반(남.녀) 그리고 우리 부부. 언제나처럼 회사 관련 얘기들이 오갔고,,음식 얘기도 오갔고,,,술 얘기도 오갔고,,, 당연히 한국 얘기도 나왔다. 6년 전, 이 직원들 모두 회사창립 20주년을 기념으로 다 함께 한국여행 2박3일을 깨달음이 데리고 가서인지 한국에 대한 거리감이 거의 없는 편이다. 그리고 올 해로 근무 경력 10년 된 직원은 나하고도 많이 친하다. 다른 직원들하고도 친하지만 이 직원은 한국요리를 특히 좋아해 가끔 우리집에서 식사를 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한국메뉴.. 2014. 3. 11.
잘 나가는 남편이 내게 한 충고 한마디 아침에 배달된 깨달음 서류봉투. 열어보니 지난 달 합격했던 자격증 등록증과 증명서가 들어있었다. 등록증이 도착했다고 문자를 넣자 알았다면서 또 좋은 소식이 있다고 지난달 콤페에 냈던 작품이 당선 되서 곧 작업에 들어간다는 답장이 왔다. 축하한다고 파티 또 해야 되지 않겠냐고 그랬더니 파티할 시간 없다고 오늘도 퇴근이 늦을지 모른다는 답이 왔다. 주말인데도 깨달음은 바쁘다. 생각보다 이른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온 깨달음 얼굴이 싱글벙글이다. 올해 들어 당신 일이 잘 풀리는 것 같다고 그랬더니 행운이 자길 향해 걸어 오고 있다고 내가 자기한데 한국에서 돈을 줄 때부터 확신이 서기 시작했단다. 케이 지갑에 한 번 돈이 들어가면 나올질 모르는데 특별한 이유없이 큰 돈을 줬을 때부터 기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느.. 2014. 3. 10.
왜 한국과자에 목숨을 거는 걸까... 한국에 한 번 다녀올 때마다 우린 상당량에 물건?들을 가져온다. 코리아타운에 가면 대부분 구입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직접 사오고 싶은 것들이 많아서이다. 오버차지를 물어도 다 못가져 올 것 같은 물건들은 한국에 도착하는 첫 날, 마트에서 구입한 뒤 바로 일본으로 보내곤 한다. 이번에도 우린 무거운 것, 부피가 큰 것, 그리고 깨달음이 고른 잡다한 것들을 2박스로 나눠 보냈었다. 고추, 김, 젓갈, 떡국, 마른 나물, 쥐포, 문어다리, 마늘장아찌, 인삼정, 고구마 등등,, 그리고 한국 과자들,,,,,,오예스보다 더 맛있는 걸 발견했다고 좋아했던 야채크래커... 오늘 도착한 또 다른 박스 감기약, 배즙, 라면, 샴푸, 린스, 검은콩, 된장, 깨, 참기름, 조선간장, 그리고 깨달음이 마지막날 .. 2014. 3. 5.
일본인도 은근 돈을 좋아한다 아빠 기일날 언니, 오빠가 대낮부터 돈계산을 했었다. 우리 5형제가 모은 형제계의 입출금 및 지출사항들을 얘기하고 있었다. 친인척 경조사나 자녀들 입학/졸업, 그리고 가족행사에 필요한 경비로 사용하기 위해 모았던 것인데 다들 가정을 가지고 있어 경조사 때는 각자 이름으로 내다보니 지출은 거의 없어 상당한 금액의 돈이 모아졌던 모양이다. 그래서 형제들 모두 가족여행이나 할까 했는데 5형제 모두 스케쥴이 맞지 않고 이래저래 고민끝에 그냥 모아두는 것보다는 한정금액은 남겨두고 여유분은 똑같이 나눠, 각자 사용하자는 결론이 나왔고 5명분을 언니가 통장에서 찾아 각각 봉투에 넣어 한 가정에 하나씩 나눠 주었다. 옆에서 깨달음이 뭔 돈이냐길래 그냥 공돈이 생겼다고만 했다. 그러고 그 다음날, 짐을 챙기면서 돈이 왜.. 2014. 3. 4.
10대 조카들과 50대 일본 이모부 서울에 도착, 동생집에 짐을 풀었다. 옷을 갈아 입기도 전에 태현이는 깨달음에게 햄스터를 보여주며 만져보라고 권하고, 좀 주저하더니 햄스터집에 손을 넣는다. 햄스터랑 놀다가 지친 태현이가 만화책을 깨달음 무릎에 대놓고 읽고 있다. 그 모습이 참 보기 좋다. 말도 안 통하는데 둘은 찰떡 궁합인 것 같다. 저녁은 언니네 조카들도 합류, 임용고시 합격한 큰조카에게 깨달음이 신중하게 골랐던 선물을 건네주자 이니셜도 새겨져 있어 너무 맘에 든다고 고맙단다. 태현이는 또 그틈을 타서 깨달음 어깨를 주물러 주고,,, 동생이 다른 이모부들 옆엔 가려고도 하지 않는데 일본이모부한테만 저런다고 자기가 봐도 신기하단다. 옆에 있던 형부가 나도 좀 주물러 주라고 그래도 못 들은 척한다. 언니집에서 축하케익을 불고, 때늦은 새.. 2014. 3. 1.
한국에만 가면 초딩이 되어 버리는 깨서방 광주 공항에 도착하니 벌써 오후 2시였다. 택시를 타고 부랴부랴 갔더니 동생 내외가 먼저 와 있었다. 짐 가방만 놓고 점심을 먹으러 가자고 그랬는데 방에서 짐을 푼 깨달음이 바리바리 싸 온 선물들을 쇼핑백에 나누고 있었다. 식사하고 와서 해도 된다고 말리려다가 그냥 내버려 두었다. 깨달음이 먹고 싶어했던 목록 중에 하나인 낙지볶음 전문집에 갔다. 아마도 동생이 내 블로그를 보고 체크했던 모양이다. 돌솥 비빔밥 외에 비비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깨달음이 큰 대접에 낙지넣고, 양념넣고, 김가루까지 듬뿍 넣고 맛나게 먹는다. 시래기 된장국에 시래기가 적다고 투덜거리면서도 잘도 먹는다. 대만족이라고, 역시 맛있는 걸 먹으니 기분이 좋다는 깨달음을 데리고 우리가족이 예전에 살았던 동네를 투어했다. 도로가 생기게.. 2014. 2. 27.
한국 가서 먹고,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아,, 한국에 가기 위해 짐을 꾸리고 있었다. 짐이라고 해봐야 별 게 없지만 옷 몇가지 넣고,,,선물도 몇 개 넣고,,,, 깨달음은 며칠 전에 미리 다 챙겼다고 자기 책상에서 뭔가를 열심히 적고 있었다. 뭐 적냐고, 먹고 싶은 것 적냐고 물었더니 실실 웃기만 한다. 짐을 다 챙기고 한 번 보여달라고 그랬더니 주저없이 보여준다. 스케쥴란에 회사관련 미팅만 적혀있고, 뒷 페이지 메모란에 목록이 적혀 있었다. 한국에서 먹을 것, 짜장면, 간장게장, 낙지볶음. 호떡, 탕수육, 갈비, 홍어. 약간 빈칸을 두고 적은 건 해야 할 일인 것 같다. 통장정리, 돌솥, 인삼환 ,한국무용. 저번에 꼭 먹겠다고 했던 떡갈비, 보리밥은 왜 안 적었냐고 물었더니 광주하면 홍어밖에 생각이 안 나서 깜빡 잊였다고 목록을 다시 짜야겠단다. .. 2014. 2. 22.
한국을 좋아한 이유가 따로 있었네.. 목사님이 책 한 권을 주셨다. 내가 아닌 깨서방에게 보여주고 싶은 책이라며 건네 주셨다. 1970,80년대, 한국인들의 일상을 일본인이 카메라로 담은 사진집이였다. [7080 지나간 우리의 일상] 한 장, 한 장, 조심스레 책장을 넘기더니 첫마디가 [양반이다~]였다. 내가 70,80년대는 양반/쌍놈 구별이 없었다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그 때 당시 한복을 곱게 입고 다니신 분들은 양반집안이 틀림없다고 자기가 장담한단다 자기가 1985년도 한국에 처음 갔을 때도 가끔 길거리에서 아줌마들은 치마저고리를, 아저씨들은 바지저고리를 입고 계신 걸 봤다고 흰 백색의 자태가 참 보기 좋았다며 그 당시 말로만 듣던 한복을 직접 보니까 신기하기만 했다고 감회에 젖는다. 뜨거운 연탄불 위에서 띠기, 달고나를 했던 것도 자기.. 2014. 2. 20.
마음은 벌써 한국을 향해 가고 있다.. 이번 주 한국에 가기 위해 한 달전부터 깨달음과 백화점을 돌아다니고 있다. 올 때마다 선물 필요 없다고, 이젠 그만 사오라고 가족들이 아무리 얘길해도 깨달음은 각 가족들에게 건네 줄 선물 사는 걸 멈추지 않았다. 내가 못 사게 하면 공항에서 과자라도 꼭 사고 마는 깨달음. 오늘은 우리 조카가 임용고시 합격했으니 특별한 걸 사줘야하지 않겠냐고 또 백화점 쇼핑을 시작했다. 3월이면 학교도 배정을 받고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할테니 사회인으로써 필요한 것들을 골라보자며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발길이 멈춘 곳이 필기용품 전문점이였다. 사이즈, 색상, 무게까지 꼼꼼히 체크한 뒤, 고른 사프펜과 볼펜... 이니셜도 함께 넣고 예쁘게 포장을 하고나선 피곤해서 집으로 바로 돌아왔는데 깨달음이 이제까지 한국에 가져 가려고.. 2014. 2. 17.
일본인은 부부간에도 신세를 지지 않는다 오늘은 발렌타인 데이,,,, 밖에서 근사하게 초코렛을 주고 싶었지만 이곳 동경은 아침부터 또 폭설이 퍼붓는 바람에 이동 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오전 중에 볼 일이 있어 잠깐 외출을 하고 오던 길에 화덕구이 피자를 두 판 사가지고 왔다. 깨달음에게 피자 사진과 함께 집에서 파티하려고 사왔으니 빨리 오라고 카톡을 보냈더니 알았어요라고 답장이 왔다. (내가 보낸 카톡) (깨달음이 보낸 카톡) 그런데 깨달음은 저녁 7시가 넘어도 연락이 없었다. 전화를 했더니 눈 때문에 직원이 넘어져 병원에 데리고 가느라 시간이 걸렸단다. [ .................... ] 기분도 꿀꿀할 것 같아 집 근처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기다렸다. 깨달음이 가게에 나타났을 때는 8시 30분... 여직원이 회사 앞에서 넘어지는.. 2014. 2. 15.
한식을 일본인에게 소개하는 마음가짐 작년부터 되도록이면 술을 안 마실려고 노력 중이다. 나이 탓인지 다음날 해독하는 시간도 길어지고 두통도 심해진 것 같아서 특별한 날 아니면 가볍게 한 두잔으로 끝내고 말았다. 그런데,,, 깨달음이 나오라는 전화를 했다. 날 부른 곳은 우리가 가끔 가는 미얀마 요리집(가라오케 겸)이였다. 벌써 한 두잔 한 듯,,, 무슨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냐고 그랬더니 나한테 부탁할 게 있단다. 뭐냐고, 굳이 이렇게 불러서까지 얘기 해야하냐고 물었더니 우선 한 잔 하란다. 한 잔, 두 잔을 마시는 동안에도 얘기를 하지 않는다. 그냥 말하라고 뭐냐고 그랬더니 좀 주춤하더니 3월 초 자기 생일날, 우리집에서 생일파티 하고 싶은데 하면 안되냐고,,, [ ....................... ] 매해마다 생일파티 뿐만 아.. 2014. 2. 12.
이렇게 식탐 많은 일본인이 또 있을까... 퇴근하고 돌아 온 깨달음이 현장에서 가까운 코리아타운 지나다가 집어 왔다며 한인신문을 건넸다. 나 생각코 가져다 준 것 같은데 솔직히 구인광고, 유흥업소, 부동산, 성인사이트 소개가 많기 때문에,,, 그다지 도움되는 정보가 없을 것 같아서 당신 보라고 난 안 봐도 된다고 다시 돌려줬다. 깨달음이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내 카메라로 사진도 찍어가면서 나 들어라고 일어로 된 부분을 읽기 시작했다. 에스테에서 일어 못해도 괜찮은 언니들을 모집한다는 둥,, 광고비가 아주 싸다는 둥,,...월세가 얼마다는 둥,,,,, 난 일부러 듣는 척도 안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한국말로 [ 광주다~] [진짜 광주~]라고 큰소리를 쳤다. 뭔소리냐고, 광고신문에 [광주]가 왜 나오냐고 그랬더니 신문을 가져와 나한테 보여준다. 진.. 2014. 2.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