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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294

남편들의 정신 연령은 과연 몇 살인가? 이곳은 벌써 황금연휴가 시작되었다. 5월 6일까지 긴 휴가를 얻었는데 우린 서로 각자의 할일이 있어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오늘은 어제, 일본 아줌마의 부탁도 있고 해서 잠시 코리아 타운에 갈려고 옷을 챙겨 입다가 깨달음에게 같이 갈 거냐고 물었더니 좋다고 따라 나선다. 호떡집 외엔 생각보다 사람들이 그렇게 붐비지 않았다. 가게에 계신 분들께 [세월호] 모금함에 관해 넌즈시 여쭤봤더니 잘 모르신 분들이 많았다. 이곳저곳, 대형 슈퍼를 찾아도 좀처럼 정보를 얻기 힘들다. 분명 마련되어 있을텐데...내가 못 찾고 있는 것인지.... 깨달음이 대사관과 민간협회에 연락을 하는게 제일 정확하고 빠르지 않겠냐고 그런다. 이곳에 오면 작은 분향소나 모금함 장소가 있을 거라는 짧은 내 생각이 참 바보 같았음을 .. 2014. 4. 30.
한국식 애정표현이 부담스럽다는 남편. 예전부터 내 연구논문에 관심을 갖고 계셨던 분께서 책 한 권을 만들어 줄 수 있냐는 제의가 있었다. 시각장애인이 만져서 느끼는 동화책을 만들었으면 하셨는데 요즘은 워낙에 오감(五感 )을 자극하는 책들이 많아서인지 특정 장애에 각도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 서점에서 신간을 뒤적여봤는데 예전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집에 있는 책들을 몇 권 펼쳐보고 만져보고,,,, 일단, 기본적으로 점자는 넣어야 하는데 실은 전체 시각장애인의 13%밖에 점자를 읽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눈을 감고 만져보고, 손톱으로 긁어도 보고,,,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데 아이디어가 안 떠오른다. 옆에서 깨달음도 손으로 만져보더니 재밌다고 나보고 당신은 엉뚱한 데가 있으니까 그 엉뚱함을 살려보란다. [ ........................ 2014. 4. 25.
난 당신이 호텔에서 뭘 했는지 알고 있어. 오키나와 마지막날, 목적지까지 거리가 있어 아침 일찍 출발을 서둘렀다. 잠시, 휴게소에 들러 가볍게 커피도 한 잔하는 여유를 가질만큼 운전에 익숙해진 후배 남편에게 고맙고 미안했다. 츠라우미 수족관에 도착. 수족관 관람이 끝나고 어두워지기 전에 숙소가 있는 공항쪽으로 이동을 했다. 가다가 에머럴드 빛의 바다를 발견, 또 휴식을 취하고,,.. 호텔에 도착, 짐을 풀고 근처에 있는 국제거리에서 간단하게 쇼핑도 하고, 저녁은 다음날 출국이 빠른 것도 있어 간단하게 먹고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로 들어 와, 우리부부는 1층 온천에서 노천탕을 즐겼다. 방에 들어와 호텔 근처를 산책하자고 얘기를 했는데 깨달음이 옷을 갈아입더니 침대에 누워 티브이 리모콘을 만지작 거렸다. 근처 바다라도 보고 오자고 하지 않았냐고 지금.. 2014. 4. 21.
난 여행지에서 남편이 한 짓을 알고 있다. 3달 전에 예약해 두었던 오키나와 여행을 다녀왔다. 이번엔 발길 닿는대로 자유롭게, 여유롭게 여행을 하기로 하고 떠났다. 한국에서 후배 부부가 합류하기로 되어 있어 국제선에서 잠시 기다렸다가 바로 렌트카 회사로 이동을 했다. 오른쪽 핸들(일본은 운전석, 차선도 한국과 반대임) 이 처음인 후배 남편이 고생을 좀 했지만 오늘의 목적지인 불꽃축제 장소에 무사히 도착. 매해 처음으로 불꽃축제가 열리는 곳이 바로 이곳 오키나와이다. 우리들은 돗자리를 깔고 4명이서 하늘을 향해 누웠다. 술도 얼큰하게 취해 다들 기분이 몽롱해질 무렵, 불꽃이 터지기 시작했다. 불꽃을 보며 어느 누구도 서로 말을 걸지 않았다. 술에 취하고, 불꽃에 취한 1시간 30분이였다. 호텔에 도착하니 11시가 넘어가고 있었고 다음날은 좀 먼 곳.. 2014. 4. 17.
이젠 한국 연예인 흉내까지 낼 생각인가 봄 머플러를 하나 장만했다. 마침 카드회원들에겐 특별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어 색도 고상해서 하나 샀다. 생각보다 훨씬 물건이 좋아 깨달음에게 자랑을 했다. 색도 좋고, 촉감도 좋고, 코디하기도 편하다고 그랬더니 예쁘다고 얼마냐고 물었다. [만엔] 조금 넘었다고 답했더니 저번에 신주쿠에서 보니까 [3천엔]정도면 사던데 좀 비싼 것 산 것 같다고 머플러를 꺼내 만져 보더니 색이 어른스러워서 좋다고 하더니만 브랜드를 확인하고 실눈을 뜨고 날 쳐다본다. [ ...................... ] 브랜드와는 상관없이 색도 괜찮고 질감이 좋아서 선택한 것 뿐이라고 그랬더니 당신이 필요에 의해 산 것이고 맘에 들었다면 [만엔]이든 [10만엔]이든 좋지만 혹 브랜드에 홀려 그냥 산 게 아니였으면 좋겠단다. 이건 명.. 2014. 4. 15.
한국 이름을 그렇게 부르지 마세요 내 이름은[숙]자 돌림이다. 우리 4자매 중 60년대에 태어난 언니들과 난 [숙]자 붙어 있고 나하고 6살 터울이 있는 우리 여동생은 완전 세련된 이름이다. 영숙, 호숙, 미숙, 금숙, 기숙, 애숙, 경숙, 미숙, 은숙, 재숙, 현숙, 조숙, 태숙, 진숙, 정숙, 윤숙, 명숙, 효숙, 삼숙, 희숙, 창숙, 말숙, 혜숙 등등,,, 난 흔한 이름이여서도 그렇지만 [숙]자가 촌스롭게 느껴져 내 이름이 썩 맘에 들지 않았다. 깨달음이 결혼하고 1년쯤 지났을 무렵, 내 이름을 가지고 궁금해 했었다. 도대체 이름이 어디까지냐고??? 뭔 소린가 물어봤더니 장모님이 [ 운수기 (가명-은숙이) 운수기 (은숙이)라고 부르던데 [수기~]가 무슨 뜻이냐고? [은숙]은 2글자인데 [운수기]는 3글자라고 [기]를 왜 붙히냐고 물.. 2014. 4. 9.
남편이 한국 후배에게 부탁한 먹거리 약기운으로 입맛을 찾지 못하고 있는 나는 매일 매일 식사시간이 힘들어지고 있다. 그렇게 좋아하는 영덕 게집에 가도,,,유명 갈비집에 가도,,, 어디를 가든, 뭘 먹든 몇 점 먹질 못하고 젓가락을 놔 버릴만큼 식욕이 돌아오질 않았다. 저녁 무렵, 일 때문에 신주쿠에 나갔던 내게 깨달음이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고 기다리라고 지정한 장소는 한국슈퍼(한국광장) 앞이였다. 가게에 들어서자 깨달음이 사달라고 조른 라면 붙은 양은냄비... 이 뚜껑에 라면 먹으면 더 쫄깃쫄깃하다고 상세 설명을 했지만 난 그냥 사진만 한 장 찍고 자리를 옮겼다. 입맛 없으니까 한국재료들 사서 요리해 먹자고 이곳으로 날 데리고 와 놓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고르고 있다. 가게를 빠져나와 다음으로 간 곳은 아니나 다를까 짜장면집.. 내 의.. 2014. 4. 8.
남편이 기겁하는 한국의 민간요법 저녁식사를 하고 30분쯤 지났을 때이다. 깨달음이 속이 더부룩하다고 탄산음료를 냉장고에서 꺼내 마셨고 난 그러는가보다 하고 내 작업을 계속했다. 30분정도 또 지났을 무렵, 계속해서 속이 답답하다고 탄산음료를 하나 더 마셔야 될 것 같다고 그러길래 체한 것 같냐고 물었더니 그런 것 같다길래 내가 낫게 해주겠다고 실바늘을 꺼냈더니 기겁을 하고 도망간다. 당신도 내가 하는 것 몇 번 봤겠지만 체했을 때는 이것만큼 특효약이 없다고 피를 조금만 빼면 바로 시원하게 내려 간다고 그랬더니 자긴 절대로 못한단다. 그럼 당신이 직접 하라고 그러면 덜 아플 거라고 한 번 해보라고 바늘을 갖다 댔더니 [ 오메~~안 돼~ 안 돼~하지마세요~~!! ]라고 악을 쓰고 난리다. [ ......................... .. 2014. 4. 5.
한국 장모님을 좋아하는 이유가 따로 있었다. 내가 설거지를 하고 있는 동안,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깨달음에게 엄마라고 대신 받아 보라고 그랬더니 좀 주춤하다가 얼른 한국어가 적힌 메모를 가져와서는 보면서 대화를 시작했다. [ 오머니~~ 안녕하세요~] [ 오메~깨서방인가? 자네가 보내준 그릇 오늘 받았네, 색깔도 곱고 크기도 딱 좋네~~ 근디 인자 이런 것 진짜 보내지 마소잉~ 부친값이 더 든디 뭐덜라고 맨날 보내싸고 그런가~~] [ 네,,,,, ] [ 글고, 깨서방, 건강이 최곤께 뭐 먹고 싶은 거 있으믄 뭐든지 말하소~ 내가 다 보내줄랑께, 배즙은 다 먹었는가? ] [네,,,,맛있어요] 무슨 말인지 못 알아 듣는 것 같아서 스피커폰으로 해둔 채로 내가 얘길 했다. 접시에 문양이 일본스럽더라고 맘에 들어하셨다. 요즘은 날이 좋아서 노래방 교실도.. 2014. 4. 2.
한국에서 살고 싶으면 먼저 이걸 해야한다. 퇴근하고 돌아온 깨달음이 가방에서 꺼낸 건 또 여행사 카다로그였다. 5월 황금연휴때 가면 딱 좋은 상품이 나왔다고 제주도 2박3일 3만엔(한화 약 30만원), KTX 타고 세계유산을 둘러보는 코스는 4만엔이면 간다고 어떠냐고 묻는다. [ ................... ] 벌써 잊였냐고 5월달 가족여행 강원도 가는 것도 안 가기로 했는데 무슨 제주도고 세계유산이냐고 그랬더니 그 땐 티켓만 10만엔(1인당)이여서 너무 비싸 못가는 것이고 이 상품들은 피크를 피한 날짜여서 3,4만엔이면 가지 않냐고 호텔도 상급이네, 식사가 오겹살이네,,,등등 상세하게 설명을 했지만 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랬더니 그럼, 색다르게 크루즈타고 한국 가는 건 어떠냐고 5만엔이면 가니까 분위기 바꿔서 한 번 가보잔다. 싼 .. 2014. 4. 1.
남편의 한국어는 이 몇마디로 통한다. 오늘 아침, 깨달음이 출근하기 전에 나보고 읽어 보라고 내 놓고 간 3권의 책. 모두 알츠하이머 예방및 치료에 관한 책이였다. 식이요법부터, 매일 해야하는 간단한 운동 등등,,,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음료에는 녹차, 커피가 들어있다. 아침엔 바나나 우유를 마시라는 페이지도 있다. 올 초, 우리부부가 DNA로 치매발병 유전자를 검사했을 때 내가 치매에 걸릴 확률이 40%라는 검사 결과가 나와서인지 이런 책들을 산 것 같다. (날 울린 일본인 신랑의 노후대책 http://v.daum.net/link/52718031) 아직은 멀쩡한데 벌써부터 너무 호들갑이지 않냐고 그랬더니 지금부터 조심하는 게 좋아서 시간 나면 틈내서 자기도 읽을테니 나보고도 읽어 보란다. 그래서 물었다. 내가 어느날 갑자기, 치매가 와서 일.. 2014. 3. 28.
남편 월급봉투가 무거운 이유. 매달 25일은 깨달음 회사 월급날이다. 이날은 직원들에게 통장입금이 아닌 일일이 월급봉투에 급여 명세서까지 넣어 직접 전달을 한다. 자동이체하면 편할텐데도 한 달동안 수고한 직원들에게 고생했다는 말 한마디 전하고 싶어 얼굴 보고 직접 건네주는 아날로그 방식을 아직까지 고집하고 있다. 오늘 저녁, 깨달음이 내민 월급봉투. 자기가 오너이기에 월급이라고 하긴 좀 그렇지만 난 아직까지 깨달음에 한 달 수익을 모른다. 별로 궁금하지 않아서 물어 본 적도 없다. 그렇게 월급? 생활비를 받으면 공과금을 뺀 금액들은 모두 4개의 통장에 각각 나눠서 넣는다. 이 통장 모두 노후대책?을 위한 것인데 그 중에 하나는 여행을 목적으로 모아 두는 통장이다. 이번 달에는 직원들에게 무슨 얘길했냐고 물었더니 다음 달부터 소비세가 .. 2014. 3. 26.
남자는 영원히 아들일 수 밖에 없는가, 주사를 한 대 맞고 나오는데 비가 내렸다. 코 끝에 스치는 흙내에 봄이 묻어 났다. 3월부터 약물 치료에 들어갔다. 음식제한도 많고 약물에 의한 거부반응이 좀 있어 기분도 저기압이다. 식욕부진으로 뭘 먹고 싶지 않은데 의무적으로 섭취해야 할 음식량이 정해져 있어 억지로라도 먹어야 하는데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체질개선도 필요했고 호르몬 바란스조절도 필요했다. 엄청난 분량의 약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무렵, 깨달음에게서 저녁 모임이 있어 퇴근이 늦어 질거라는 연락이 왔었다. 11시가 넘어 들어 온 깨달음이 저녁에 뭘 먹었는지, 약은 제대로 먹었는지 물었지만 난 그냥 건성으로 대답을 했다. 실제로 저녁은 먹지 못했고 쥬스만 겨우 두 잔 마셨을 뿐이였다. 주방 쪽에서 뭘 찾는 듯한 깨달음을 뒤로 한 채 .. 2014. 3. 20.
남편 지갑 속을 열어보니 할 말이 없다. 아침, 출근을 앞둔 깨달음이 뭐라고 구시렁 구시렁 거리면서 자기 옷장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여행 가방까지 꺼내 다 엎어 뭔가를 열심히 찾고 있었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자기 친구들이 4월달에 골프치러 한국(서울)에 가는데 맛있는 곳 있으면 소개해 달라고 그랬다고 자기가 챙겨둔 명함을 찾고 있는데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인단다. 출근하라고 내가 찾아 보겠다고 그랬더니 자기가 찾는 명함은 꽃게찜 가게와 만두집이라고 찾아보고 없으면 인터넷에서 뽑아 달라는 부탁을 하고 출근을 했다. 깨달음에겐 한국에서만 사용하는 한국 전용지갑이 있다. 지갑을 열어 봤더니 언제 갔는지 난 기억도 안 나는 명함들이 들어있다. 목포, 인천, 서울 강남까지..... 그리고 교통카드도 2장. 지갑 귀퉁이 깊숙히 넣어 둔 아주 오래.. 2014. 3. 19.
고맙고 미안하게 만드는 남편의 행동 아침부터 주방에서 달그락 달그락 소리가 났다. 뭐하냐고 쳐다봤더니 빨리 씻어라며 어젯밤에 말한 아울렛에 가잔다. 봄세일 시작했다는 얘길 자기 전에 잠깐 하길래 살 것도, 필요한 것도 없다고 그래서 안 가겠다고 분명 얘기 했는데 왠 변덕인지... 샤워를 하고 나오자, 내 가방부터 쇼핑백까지 모두 챙겨진 상태였다. 집을 나서니 코 끝으로 봄바람이 들어 온다. 신주쿠에서 아울렛 전용버스를 타고 1시간을 달려 도착. 나한테 뭐 살 것 있냐고 묻길래, 특별히 필요한 건 없는데 그래도 왔으니까 한 번 돌아보겠다고 그랬더니 그러면 자기 가고 싶은데 가자고 향한 곳이 레고가게였다. 2주전 한국에 갔을 때 태현이한테 레고선물 줬으면서 뭘 또 사냐고 싫은 소릴 했더니 5월달 가족여행에 우린 참석을 못하니까 선물이라도 보내.. 2014. 3.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