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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좋아하는 한국식 식사법 약간씩 걸을 수 있게 되었던 한 달 전부터 난 집에서 예전처럼 식사준비를 했다. 지난주 병원에서 아직 골절부분이 100% 붙지 않았다는 의외의 소견을 듣고 좀 쇼크였지만 시간이 약이니 조심하면서 기다리면 붙을 거라 믿고 일상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오늘도 언제나처럼 누룽지에 아침을 준비했고 그걸 말없이 먹던 깨달음이 나를 한 번 쳐다봤다. [ 왜? 하고 싶은 말 있구나 ] [ 아니야,,,] [ 반찬이 별로 없어서 그러지? ] [ 아니...꼭 그런 건 아닌데.. 왠지 허전해서.. ] [ 그렇지 않아도 식재료를 사야 되는데 일단 몇가지는 주문했어. 근데 마트를 직접 못 가서 재료가 다 떨어진 상태야 ] 담당의로부터 뼈가 정상적으로 빨리 붙을 수 있게 되도록 움직이지 말라는 경고를 받아서 외출을 전면적으로 금.. 2021. 8. 25.
직장생활 못하는 사람들의 특징 어디에서나 사회생활이 서툰 사람이 있다. 특히, 취직을 하고 그 일에 익숙해지는 동안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로 하는 게 당연하지만 일을 못하는 사람들은 그곳이 어디든, 무슨 일을 하던 그들만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나와 함께 일했던 30대 여직원과 40대 남직원이 지난주에 일을 그만뒀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만 둔 게 아닌 코로나로 인한 인원감축을 이유로 그 두 직원이 퇴사하게 되었다. 그들이 퇴사하는데 있어 임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서 어찌보면 깔끔했지만 난 못내 아쉽다고해야할까 그 두 사람이 앞으로 다른 곳에서도 어떻게 사회생활을 하게 될지 괜한 걱정이 되었다. 그 두 사람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일을 못하는 사람이었다. 일을 못한다는 건 여러 유형의 패턴이 있겠지만 희한하게도 그 둘은 못하는 .. 2021. 8. 22.
알면서도 못 고치는 병이 있다. 코로나 백신 화이자의 두 번째 접종이 지난 토요일 있었다. 접종후 병원에서 20분간 휴식을 취하며 부작용 여부를 확인했을 때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집에 돌아와서 보니 첫번째와 달리 접종부위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약간 불안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하룻밤 자고 나니 부기가 가라앉고 두통도 사라졌다. 지난 주말은 일본의 추석이였지만 우린 서로 바빠서 각자의 시간을 보내다가 일요일 오후에서야 둘이 마주할 수 있었다. 마지막 남은 꼬리뼈찜에 파를 듬뿍 올려 먹으며 한국의 추석날을 확인했다. [ 9월 21일야? 우린 못 가겠지? ] [ 못 가, 결혼식도 못 가는데..] [ 그렇지..올 해는 못 가는 거네...] [ 깨달음, 내가 포기하라고 했잖아 ] 깨달음은 언제쯤이나 한국에 갈 수 있을지 손꼽아 기다리고 있지.. 2021. 8. 18.
남편에게 내 카드를 줬더니.. 2주 전, 깨달음은 퇴근길에 열무김치를 사 왔다. 너무 반가워서 어디서 샀냐고 물었더니 거래처 다녀오는 길에 한국어가 적힌 작은 마트가 있어서 샀다고 했다. [ 여름에 열무김치 먹는 거 기억하고 있었어? ] [ 아니, 요즘 유튜브에서 비빔국수 많이 나오잖아, 보리밥에 넣어 먹기도 하고, 한국 맛과 같은지 궁금해서 사 봤어 ] 그날 저녁 우린 열무김치를 넣은 비빔국수를 먹으며 완전 한국 맛이라며 좋아했었다. 집 근처 마트에서 구매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코리아타운에 가야만 했는데 깨달음 덕분에 즐거운 한 끼를 맛볼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자기 방에서 오후 내내 공부를 하던 깨달음이 외출 준비를 했다. [ 내가 혼자 다녀올게 ] [ 깨달음,, 나도 가고 싶은데...] [ 알아,, 아는데 아직 당신은 완치되.. 2021. 8. 12.
일본에선 각방을 쓰는 이유가 따로 있다 블로그를 하다 보면 여러 질문을 받곤 한다. 내가 20년 이상 일본에 거주하고 있다는 것과 배우자가 일본인이라는 이유로도 같은 궁금증을 갖고 계시는 분들이 많다. 가끔 내게 메일을 주시는 분들은 나처럼 한일 부부이거나 일본인과 교제를 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한국과 조금은 다른 부부 형태를 두가지 소개해드리고자 한다. 먼저 일본인은 결혼을 해서 부부가 되어도 자신과 자신의 것을 우선시하고 소중히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한국의 우리라는 개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워낙에 개인주의적인 면이 철저하다 보니 특히 금전면에서는 내 돈과 니 돈을 명확히 구분한다. 그래서 결혼을 해도 상대의 수입이 얼마인지 굳이 묻지 않으며 알려고 하지 않는다. 월급이 바로 본인들 통장으로 들어오기에 상대의 월급은 알 수가 없다. 둘이서 .. 2021. 8. 9.
친정엄마와 일본인 사위 [ 다리는 많이 좋아졌냐? 테레비에서 날마다 일본이 나온께 가고 싶은 마음이 든디. 언제나 갈 수있을랑가 모르것다. 이산가족도 아니고 오도 가도 못하고,, 그래도 목소리라도 들을 수 있어 감사하긴 한디 일본이 맨날 나온께,,가깝게 느껴지고 그런다 ] 엄마가 또 전화를 하셨다. 내 다리 상태가 어떤지 궁금한 것도 있지만 올림픽 경기를 하느라 종일 티브이에서 일본을 보여주니 옛 생각들이 새록새록 나신 모양이었다. [ 니기가 이사하고 집 구경한다고 우리가 갔응께 벌써 4. 5년 됐을 것이디..니가 아프다고 해도 가도 못하고 속상해죽겄는디 맨날 테레비서 일본이 나온께 더 마음이 쓰인다야 ] [ 엄마, 나 많이 좋아졌어. ] [ 인자 걸어 다니지? ] [ 응, 장거리는 못 가고,그냥 가까운 곳은 가 ] [ 그래도.. 2021. 8. 4.
남편이 먹고 싶어 나열한 음식들 아직 완치되지 않은 다리를 하고 움직일 생각은 아예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내가 직접 가야만 했고 미룰 수 없었다. 습관처럼 택시를 타고 신주쿠로 향하는데 휴가를 즐기려는 인파들로 거리는 밀리는 차량과 사람들로 가득했다. 4일간 연휴의 마지막인 이곳은 올림픽까지 겹쳐 약간은 들뜬 듯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델타 변이가 점점 퍼져가고 올림픽 선수촌에서 매일 새로운 감염자가 늘어나도 이젠 그러러니 각자 제 삶을 즐기며 무뎌져가고 있다. 내가 일을 보는 사이 깨달음은 커피숍에서 시간을 보냈고 난 미팅을 끝내고 오다큐(小田急) 백화점으로 이동했다. 9월 초에 있는 조카의 결혼식에 참석을 못할 확률이 높아진 우린 축의금 외에 뭔가 선물을 해주기로 했다. 신혼에 딱 맞는 아기자기한 식기류를 사려고 둘러보다 아직 .. 2021. 7. 26.
병상일기5- 다시 일어서다 코로나 백신을 맞기 위해 문진표를 작성하고 보험증을 챙겨 집을 나섰다. 평소 때라면 걸어서도 충분히 갈 수 있는 내과병원이었지만 한쪽 다리가 불편한 지금은 그냥 택시를 타기로 했다. 짧은 거리여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나는 가방속 내용물을 한 번 다시 확인했다. 행여 빠트리고 나온 게 없는지 차근차근 보고 있는데 옆에 깨달음이 내가 2차 접종까지 맞으면 바로 백신패스포트를 만들자고 했다. 백신 확인증을 이곳은 패스포트라 칭하고 있는데 깨달음은 2차 접종까지 끝낸 상태라 확인증을 빨리 받고 싶어 했다. 그게 있어야 해외를 자유롭게 갈 수 있다며 내가 접종을 한다고 했을 때 많이 좋아했다. 접종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인지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몇 마디 묻고는 주사실로 들어갔다. 깨달음은 모더나를 맞았다.. 2021. 7. 23.
병상일기-4 시간이 약이다. 장마가 끝난 덕분에 오늘은 비가 내리지 않고 선선한 바람까지 불어와 기분이 상쾌하다. 목발을 짚고 병원을 다닐 때마다 쏟아지는 빗방울이 야속했었다. 우산을 쓸 수 없어 바로 앞에서 타는 택시지만 비 오는 날은 왠지 더 구질구질했다. 오늘은 엑스레이를 먼저 찍기 전에 빌려 주셨던 목발을 반납하고 지하로 내려갔다. 깨달음은 익숙하게 신문을 꺼내 읽었고 나는 발목에 감긴 서포트와 붕대를 풀어 빼놓고 엑스레이 찍을 준비를 했다. 내가 돌아왔을 때도 깨달음은 미동도 없이 신문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오늘 진료는 피부과 우선이였다. 대상포진 상처는 이제 85% 아물어가고 있는데 수포 자국이 꽤나 선명하게 남았다. 자연스럽게 딱지가 떨어져 나가야만이 흉터가 적을 거라 해서 철저히 만지지 않고 버텼는데 생각보다 흉터가.. 2021. 7. 16.
병상일기-3 추억을 먹는다 지난달 16일, 다리를 다치고부터 유일하게 외출이 허용되었던 건 집 앞에서 날 기다리는 병원행 택시를 타는 것뿐이었다. 골절상을 입은 지 20일이 지나고 나니 시퍼렇던 멍도 많이 사라지고 통증도 가라앉았지만 복숭아뼈 주변 발목의 부기가 빠지지 않아 여전히 걷는 게 불편하다. 온전히 힘을 줄 수 없어 절뚝거리게 되고 그렇게 무리해서 움직이다 보면 욱신거려 밤이 되면 어김없이 냉찜질을 해야 한다. 어제는 아침에 잠에서 깨어 비몽사몽 기지개를 켜다 왼발의 근육에까지 힘이 들어가 아파서 죽을뻔했다. 인간이 기지개 켤 때마다 어떤 시스템으로 근육들이 작동하는지 새삼 인체의 신비에 경의를 표하는 시간이였다. 대상포진이 생긴 허벅지는 딱지가 점점 단단해져 거무스름한 빛이 진해져 가고 아침이면 수포가 생겼던 부위가 딱.. 2021. 7. 12.
병상일기- 2 이젠 괜찮아 장마의 끝자락에 있는 이곳은 아침부터 장대비가 퍼붓기 시작했다. 택시를 기다리며 소파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다가 굵은 빗소리와 후덥지근함에 새벽녘에 눈을 떴던 홍콩의 어느 호텔방이 떠올랐다. 17층까지 흙냄새가 올라오고 습한 공기들이 방 안 가득했던 어느 여름날,, 핸드폰 액정에 온도 24도, 습도는 83%라 떠 있다. 정각 9시, 먼저 엑스레이를 찍고 또 30분을 기다렸다. 이른 시간에도 환자들은 계속해서 들어오고 대기자 수는 점점 늘어가고 있다. 오늘은 골절부분이 뒤틀리지 않았는지 확인하기 위한 엑스레이를 찍었다. 지난 일주일간 다리에 무리해 힘을 줬거나 잘못 움직여 부러진 뼈의 위치가 바뀔 수 있는데 그것들을 다시 확인해야 해서 찍는 거라 한다. 별 문제가 없으면 지난주에 발 모양의 본을 뜬 고정깔판.. 2021. 7. 5.
병상일기 -1 적응기간 연3일 뜬눈으로 밤을 샜다. 누워도, 앉아도, 엎드려도,아픈 다리로 서 있어봐도 대상포진의 통증이 나아지질 않는다. 진통제를 먹고 수면에 도움을 준다는 음악을 틀어놓아 보았지만 몸에서 진땀이 난다. 입에서는 절로 신음소리가 흘러 나오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분명 샤워를 했는데 내 몸에서는 쉰내가 나기 시작했다. 너무 졸린데 통증으로 인해 잠들지 못하는 고통... 새벽 4시... 누군가 내 허벅지 위에서 난도질을 하는 듯하다고 표현해야할까..쑤시고 저리고 시리고,,, 다른 사람들은 이 고통스런 통증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검색을 또 해본다. 뼈가 녹는 듯하다, 살이 타들어 가는 것 같다. 바늘로 찌리는 듯 하다. 산통이 훨씬 낫다. 애리한 송곳으로 긁는 듯하다. 경험자들 모두가 시간이 가길 기다릴 뿐 특별한 해.. 2021. 6. 30.
잠시 쉬어야겠습니다 [ 오~많은 일이 있었네요.응급실을 두 번이나,, 불행이 계속되네..별 일 아니어서 다행인데 다리는 왜 또? 뭔 일이래요? 힘드시겠다~~] 젊은 의사는 나를 자기 친구 대하듯 즐거운 표정을 해가며 물었다. 갑상선 정기검사를 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다리 엑스레이를 찍는 날이어서 하루 앞당겨 갑상선 진료도 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진료 첫날부터 서글서글했던 젊은 의사는 검사 결과를 보면서 갑상선은 아무런 문제를 안 일으키고 얌전해졌으니 다른 곳을 빨리 고치라며 또 까부는데 그 모습이 왠지 얄밉지 않았다. https://keijapan.tistory.com/1478 도쿄 올림픽 유니폼을 받아오던 날 스케줄 변경을 두 번이나 했다. 내 움직임과 올림픽 위원회측의 시간이 자꾸만 엇갈려 5월초에 받을 예정이.. 2021. 6. 23.
조금만 더 참기로 했다 아침에 출근하는 깨달음이 자기 보라며 2년 전까지 와이셔츠 버튼이 터질 것 같아서 못 입었던 걸 입게 되었다고 가벼워진 자기 몸을 꿀렁거리며 의미를 알 수 없는 춤을 췄다. [ 알았어. 얼른 출근해 ] [ 나,,미팅 끝나고 2시간 후에 들어올 건데 오래간만에 짜장면 먹을까? ] [ 별로...] [ 별로라는 말은 긍정으로 생각하고 짜장면 먹으러 간다~~~~ ] [ ................................... ] 자기 말만 하고 집을 나서는 깨달음. 인간이 저렇게 매일 긍정적일 수 있는 건 타고난 성격이고 어쩌면 시어머님이 임신 중에 태교를 엄청 잘하셨을 것이라 추측된다. 다음 달에 시부모님을 뵈러 갈 생각인데 그때는 잊지 않고 물어볼 생각이다. 세탁기 돌려놓고 난 바로 거실에 매트를 깔.. 2021. 6. 19.
생전 처음,,구급차를 탔다. 구급차를 탔다. 밤 11시 27분, 멀쩡히 걸을 수 있는데 규정상 침대에 누워야 한다며 구급대원이 조심스레 날 눕혔다. 검지 손가락엔 산소포화도기를 끼우고 가슴엔 심장박동측정기를 잽싸게 붙이고는 바로 질문이 쏟아진다. 위급환자를 보는 긴장된 눈을 한 대원이 증상이 어떤지, 언제부터인지, 저녁은 뭘 먹었는지. 지병은 있는지. 수술 경험과 병력은? 알레르기는 있는지... 쉴 새 없이 번갈아가며 물었고 난 또박또박 대답을 했다. 한밤중에 울리는 사이렌 소리가 꽤나 요란했다. 밤, 11시 무렵, 오른쪽 전신에 저림 통증이 왔다. 허리에서 허벅지까지 저림이 시작되더니 점점 어깨 쪽까지 올랐고 잘 자라는 인사를 하러 온 깨달음에게 말했더니 뇌출혈 일지 모른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아니라고, 허리 디스크 같으니 오늘 .. 2021. 6.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