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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290

자식들도 실은 조금 힘들다 새벽 4시 반부터 깨달음 방에서 소리가 났다. 불이 켜진 방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출장을 가기위해 가방을 미리 싸 둬야 했는데 피곤해서 그냥 자버린 바람에 아침에 짐을 챙기는 중이라고 했다. [ 아침은 어떻게 할 거야? ] [ 역 앞에서 먹을 생각이야 ] 속옷과 양말을 넣고 있는 깨달음 얼굴이 살짝 부어있었다. 현관을 나서는 깨달음에게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하자 [알았어요]라고 한국말로 대답했다. 히로시마에서 (広島) 오픈을 앞둔 빌딩의 최종 검사가 있는 날이었다. 검사를 마시면 바로 시골( 이가-伊賀)로 내려갈 예정이라 했다. 시댁 집이 팔린 이후,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서방님과 메일을 주고받았는데 뭐가 시원치 않은지 자기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하고 싶어 했다. 오전이면 검사가 끝날 거라 했는데 오후가.. 2021. 12. 6.
우리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기로 했다 고봉밥을 받기 전에 미리 반 만 달라고 했어야 했는데 깜빡 잊였다. 남기면 되는 일이지만 직원을 불러 반 만 부탁한다고 했다. 깨달음과 가끔 왔던 곳인데 오늘은 혼자 들어와 느긋이 점심을 즐겼다. 임파선 정기검진이 있었다. 그리고 부인과에 들러 선생님과 좀 긴 대화를 나눴다. 갱년기가 이제 끝나갈 무렵이어서 잠잠해졌다 싶었던 홍조와 발한 증상이 한 달 전부터 두시간 간격으로 나타나는데 그 때마다 옷을 벗어야 할 정도로 땀이 나고 몸이 더워지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었다. 갱년기에 겪는 호르몬 이상으로 잠시 그러고 말겠지했는데 발한이 너무 심했다. [ 선생님, 요 몇 달간 밤에 잘 잤었는데 새벽에 또 한번씩 깨기 시작했어요 ] [ 깨고 나면 어느정도 있다가 다시 잠이 드세요? ] [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아마 .. 2021. 11. 18.
남편에게 미안한 건 나였다. 내가 골절상을 입었던 두 달 전부터 우린 외출을 마음껏 하지 못했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것도 있고 코로나 감염자 수가 폭증하고 있어 외출은 물론 외식을 할 염두가 나질 않았다. 테이크 아웃이나 배달도 가끔해서 먹긴 했지만 집밥과 비교할 수 없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어서 항상 집에서 식사를 하는데 주말이면 좀 더 느긋하게 즐긴다. [ 역시,,집밥이 최고야 ] [ 깨달음,,반찬이 많아서 더 좋은 거지? ] [ 물론이지, 이렇게 먹으면 난 너무 행복해, 이 새우젓 무침이 이렇게 맛있는지 몰랐어 ] [ 입맛에 맞는다고 하니 다행이네 ] 반찬이 많은 걸 좋아하는 깨달음을 위해 누룽지에 잘 어울리는 반찬들을 준비한 보람이 느껴졌다.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하던 깨달음이 병원에 혼자 갈 수 있는지 물었고 난 .. 2021. 9. 6.
남편이 좋아하는 한국식 식사법 약간씩 걸을 수 있게 되었던 한 달 전부터 난 집에서 예전처럼 식사준비를 했다. 지난주 병원에서 아직 골절부분이 100% 붙지 않았다는 의외의 소견을 듣고 좀 쇼크였지만 시간이 약이니 조심하면서 기다리면 붙을 거라 믿고 일상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오늘도 언제나처럼 누룽지에 아침을 준비했고 그걸 말없이 먹던 깨달음이 나를 한 번 쳐다봤다. [ 왜? 하고 싶은 말 있구나 ] [ 아니야,,,] [ 반찬이 별로 없어서 그러지? ] [ 아니...꼭 그런 건 아닌데.. 왠지 허전해서.. ] [ 그렇지 않아도 식재료를 사야 되는데 일단 몇가지는 주문했어. 근데 마트를 직접 못 가서 재료가 다 떨어진 상태야 ] 담당의로부터 뼈가 정상적으로 빨리 붙을 수 있게 되도록 움직이지 말라는 경고를 받아서 외출을 전면적으로 금.. 2021. 8. 25.
알면서도 못 고치는 병이 있다. 코로나 백신 화이자의 두 번째 접종이 지난 토요일 있었다. 접종후 병원에서 20분간 휴식을 취하며 부작용 여부를 확인했을 때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집에 돌아와서 보니 첫번째와 달리 접종부위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약간 불안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하룻밤 자고 나니 부기가 가라앉고 두통도 사라졌다. 지난 주말은 일본의 추석이였지만 우린 서로 바빠서 각자의 시간을 보내다가 일요일 오후에서야 둘이 마주할 수 있었다. 마지막 남은 꼬리뼈찜에 파를 듬뿍 올려 먹으며 한국의 추석날을 확인했다. [ 9월 21일야? 우린 못 가겠지? ] [ 못 가, 결혼식도 못 가는데..] [ 그렇지..올 해는 못 가는 거네...] [ 깨달음, 내가 포기하라고 했잖아 ] 깨달음은 언제쯤이나 한국에 갈 수 있을지 손꼽아 기다리고 있지.. 2021. 8. 18.
남편에게 내 카드를 줬더니.. 2주 전, 깨달음은 퇴근길에 열무김치를 사 왔다. 너무 반가워서 어디서 샀냐고 물었더니 거래처 다녀오는 길에 한국어가 적힌 작은 마트가 있어서 샀다고 했다. [ 여름에 열무김치 먹는 거 기억하고 있었어? ] [ 아니, 요즘 유튜브에서 비빔국수 많이 나오잖아, 보리밥에 넣어 먹기도 하고, 한국 맛과 같은지 궁금해서 사 봤어 ] 그날 저녁 우린 열무김치를 넣은 비빔국수를 먹으며 완전 한국 맛이라며 좋아했었다. 집 근처 마트에서 구매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코리아타운에 가야만 했는데 깨달음 덕분에 즐거운 한 끼를 맛볼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자기 방에서 오후 내내 공부를 하던 깨달음이 외출 준비를 했다. [ 내가 혼자 다녀올게 ] [ 깨달음,, 나도 가고 싶은데...] [ 알아,, 아는데 아직 당신은 완치되.. 2021. 8. 12.
요즘 남편이 외운 한국어 오전 시간이 끝나갈 무렵 저녁 메뉴는 뭐가 좋을지 물었더니 오늘은 어디로 산책을 가는 게 좋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3번째의 긴급사태 선언이 발령이 되면서 황금연휴기간이지만 우린 착실히 스테이 홈을 잘하고 있는 중이었다. 영국형, 인도형으로 코로나 변종 감염자가 계속해서 늘어가고 있는데 작년과 같이 별다른 대책 없이 국민들에게 협조만 호소하고 있는 이곳은 코로나에 대한 위기감이나 두려움이 엷어진지 오래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불필요한 외출을 삼가하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생각으로 느긋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 깨달음,, 어디 나가고 싶은데? ] [ 응,, 답답해서.. 산책하러 가고 싶어서.. ] [ 그래.. 그럼 나가자,,] 깨달음이 고른 오늘 코스는 오다이바 (お台場)의 레인보우브리지(レイン.. 2021. 5. 4.
남편은 내일도 열심히 뛸 것이다 산책을 나왔다. 주말이면 매번 비가 오는 바람에 집에만 있다가 모처럼 날이 좋았다. 집 주변을 돌다 새로운 상가에 멈춰 괜스레 한 번 둘러보고, 다시 목적지도 없이 뚜벅뚜벅 걸었다. 그렇게 서로가 상념에 젖어 말없이 걷다가 빵집에 들러 빵도 사고,, 다시 걷기를 반복했다. 뭘 봐도 흥미롭지 않고, 그냥 무작정 걷고 있는 내가 한심하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깨달음은 팔을 휘저으며 걷기운동이 왜 우리 몸에 좋은지 몇 마디 하고는 또 열심히 걸었다. 만보기가 7 천보를 막 넘었을 때쯤 눈 앞에 전철역이 보였고 점심을 먹기 위해 전철을 탔다. 우리 둘 다 뭔가 해야 할 일이 있을 때는 꽤나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움직이는 스타일이지만 이렇게 무계획인 날엔 몸이 시키는 대로 마음이 향하는 대로 움직이고 있다. 런.. 2021. 4. 20.
여러분 덕분에 살아갑니다 주 3회 출근이 일상화로 자리 잡아가고부터 우리 부부의 하루는 한치의 오차도 없이 자기 시간들을 충실히 활용하고 있다. 서로의 출근이 달라도 개의치 않고 퇴근이 빠르거나 느려도 그냥 그러러니 하고 상대의 페이스에 적당히 맞춰가며 생활하고 있다. 오늘은 둘 다 집에서 쉬는 날이었는데 아침 일찍 한국에서 소포가 도착했다. [ 너무 무거운데 누가 보낸 거야? ] 깨달음이 물었지만 난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지난주 병원에 다녀온 글을 올린 후 걱정의 메일과 방문록에 메시지를 남겨주신 분이 꽤 계셨다. 괜찮을 거라고, 너무 걱정 말라고, 잘 이겨내실 거라 믿는다는 내용이었다. [ 누가 보내주신 거야? 블로그 이웃님이? ] [ 응,,,] [ 너무 많이 보내주셨네...] 갑상선에는 미역이 좋아서 넣었고 과자는 요.. 2021. 3. 17.
시아버님이 전화를 하셨다. 퇴근하고 온 깨달음이 오전에 아버님과 통화를 했는데 내 목소리가 듣고 싶다고 하셨단다. [ 무슨 일 있어? ] [ 아니, 별 건 아니고 당신이 보낸 소포가 잘 도착했다는 거였어 ] 일주일에 3번씩 아버님이 좋아하시는 과자나 과일을 챙겨 보내드린지 꽤 오래됐다. 자주 찾아뵙지 못하니 그거라도 해야지 내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 해오고 있다. 요양원 저녁식사가 끝날 무렵에 맞춰 전화를 드릴 요량으로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데 깨달음 전화벨이 울렸다. 아버님이셨다. 날씨 얘기를 하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었는데 내게 깨달음이 전화기를 건넸다. [ 케이 짱, 고맙다. 늘 챙겨줘서..] [ 아니에요. 아버님, 별 일 없으시죠? ] [ 응, 나야 너네들 덕분에 잘 있단다 ] [ 아버님,,외롭지는 않으세요? ] [ 응,,나는.. 2021. 3. 3.
나 몰래 남편이 주문한 것 한국의 구정이었지만 우리는, 아니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매년, 구정이 되면 되도록 한국식으로 쇠려고 떡국이며 갈비, 전 등 명절 음식을 장만하곤 했지만 올 해는 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깨달음은 예전처럼 구정날 아침, 떡국을 먹을 거라 생각했는지 내가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준비하자 멀뚱멀뚱 쳐다보다가 한국은 설날이 아니지 않냐고 확인차 물었다. 설날인데 신정때 떡국도 먹었고, 구정을 굳이 쇨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라고 하자 더 이상 묻지도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코로나 생활이 1년을 넘어가면서 매 끼니마다 다른 메뉴들을 만들어 먹다보니 특별함을 잊은 지 오래고 솔직히 지겹웠던 게 사실이다. [ 우리 쇼핑 할까? ] 깨달음이 물었다. [ 살 거 없는데...] [ 그냥 나가보면 쇼핑할 게 생기지 않을.. 2021. 2. 15.
남편은 병이 나기 시작했다 [ 오머니, 한국에 눈이 많이 와요? 많이 추워요? 밖에 나가지 마세요. 위험해요] 오늘 깨달음이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게 전부였다. 추우니까 밖에 나가지 마시라는 말을 하고 싶어 전화를 드렸다. 눈이 많이 오는 것도 힘들지만, 너무 추워서 밖에 나갈 엄두가 나질 않는다는 엄마에게 다시 다짐 시키 듯이 [ 밖에 나가지 마세요. 절대로 안돼요 ]를 강조했다. 나랑 엄마랑 통화를 하고 있는데도 옆에서 외출하면 큰 일 나니까 절대로 어디 못 나가시게 또 말하라고 꾹꾹 찔렀다. [ 일본도 지금 코로나로 난리가 아니라드만 깨서방은 괜찮냐? 회사는? ] [ 응,, 주 2회로 출근을 줄이고 있어 ] [ 직원들은 안 나오고? ] [ 응, 재택근무한 지 꽤 오래됐어..] [ 세상이.. 어찌 돌아갈랑가,,올 해는 코.. 2021. 1. 11.
블로그,,올 한 해를 마무리하며 지난 15일 연하장 접수를 시작하던 날,우체국에 직원분이 한국은 괜찮은데유럽 중에 코로나로 인해 우편물 발송이금지 된 나라가 몇 군데 있다며 찾아보고는내가 보내려는 네덜란드, 필란드는괜찮다고 하셨습니다. 이번주부터 방명록에 연하장을 받았다는 댓글이 달렸고 어느분은 3년간 받은 연하장을 모아 사진을 찍어 보내주시기도 했습니다. 무사히 잘 도착하신 분이 많아 다행이지만 매년 무슨 이유인지 가끔 못 받았다고 하신 분들이 몇 분 계시는데 아직까지도그 원인은 못찾고 있습니다.제 주소가 없어 반송이 되지 않을 뿐더러기본적으로 연하장은 반송자체가 없으니 한 분도 빠짐없이 잘 도착하기를 바래봅니다. 2014년,제 작품을 프린터해 이웃님들께 보내드리는 게 시작이였던 것 같습니다.여러분들께 받은 사랑과 관심에 비하면그저 .. 2020. 12. 29.
올 크리스마스 선물은 못 들어준다 퇴근이 점점 빨리지는 깨달음이 오늘도나보다 일찍 들어 와 있었다. 현관에 들어서니 거실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한 눈에들어왔고 깨달음은 나를 처다보지도 않은 채[ 어서 들어 와]라고 건성으로 말을 걸고는 트리 장식에 집중하고 있었다.교회를 다닌지 2년이 다 되어가는 깨달음이지만크리스마스는 예수사마의 생일날일뿐그 이상의 의미부여를 하지 않은 채 여느 일본인들이 그렇듯, 케익을 사서 온 가족이크리스마스를 축제의 날로 즐긴다 생각하고 있다.마치 발렌타인이나 할로인처럼... 옷을 갈아입고 다가가자 12월 1일날 했어야하는데좀 늦은 것 같다며 큰 루돌프 사슴을 두마리사서 폼나게 장식을 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했다. 조명이 워낙 긴 것이여서 몇 번을 둘러 감고서야장식이 끝났다. [ 거실 불 꺼 봐 ][ 조명 패턴.. 2020. 12. 11.
소박하지만 야무진 남편의 꿈 [ 오머니, 깨서방입니다 ] [ 아이고, 깨서방이 또 전화를 해주네~] [ 식사 하셨어요? ] [ 인자 먹을라고,,깨서방은 식사했어요? ] [ 오머니, 뭐 먹어요? ] [ 음,,김치찌개 했네. 저녁 먹을라고 ] [ 네,,오머니,,안 추워요? ] [ 여기는 많이 쌀쌀해졌어. 일본은 안 추운가? ] [ 오머니, 코로나 조심하세요 ] [ 나도 조심할랑께 깨서방도 조심해요 ] [ 오머니, 내년에 만나요 ] 스피커폰으로 들리는 엄마 목소리는 꽤 밝았다. 깨서방과의 대화는 늘 그렇듯 엊갈리지만 서로가 마음으로 느껴서인지 잘 통한다. 엄마의 오른쪽 발가락에 생긴 티눈이 몇차례 수술을 거듭했지만 뿌리가 뽑히지 않았는지 지난달 대학병원에서 사마귀라는 판정을 받고 다시 냉동치료를 받으셨단다. 물집처럼 생긴 수술부위가 신경.. 2020. 12.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