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를 보고 눈물로 사과 한 남편
결혼 7주년 기념으로 휴식을 떠났다.두바이에서 이탈리아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였다.난 부족한 잠을 청하기 위해탑승하자마다 블랑켓을 목까지 올려서취침 모드를 만들었다.아침형 인간인 깨달음은 시차를 의식하지 못한 건지 전혀 피곤해 하지 않았다. 이륙을 하고, 채 한시간도 지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승무원 언니 목소리가 들려왔다.눈을 살며시 뜨고 옆 좌석 깨달음은 봤더니심각한 표정으로 오만 인상을 찌뿌리고 있다가내가 일어난 걸 알아채고는 잽싸게 화면을 가르켰다.[ 뭐? 영화? ][ 응,,한국영화..][ 근데, 왜? ][ 슬퍼,,,]그러더니 영화 카다로그를 펼치며 제목 [덕혜옹주]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응,,,나는 봤어,,]승무원이 뭘 마실 거냐고 묻는다.[ 맥주 주세요 ]깨달음은 와인을 주문했다.배도 더부룩하..
2017. 2. 28.
일본 며느리들이 시어머니를 싫어하는 이유
[ 너무 힘들어,.하루에도 열두번 마음이 변해 잘 해드려야겠다고 생각이 들다가도지금까지 나한테 한 것 생각하면 또 밉고,,,근데,,오늘도 인터넷 쇼핑에서 우리 시어머니에게좋은 영양제를 검색하고 장바구니에 넣다가 뺐다가.. 정말,,내가 미치겠어,,]요네짱은 막내 아들과 결혼을 했고직장과 자녀 때문에 홀시어머니과 5년 함께 살다분가해서 산지 이제 3년이 지났다.함께 살았던 5년동안 심적인 고통이 많았던요네짱는 시댁과 인연을 끊을 생각으로분가를 결심했고, 남편도 그런 요네짱의 뜻에따르기로 했다.신정에만 딱 한 번 얼굴을 보이는 것 외에는전화도 받지 않고 연락도 하지 않고 있다.하지만, 요네짱은 그런 자신의 선택이남편에게도 미안하고, 원래 마음이 약해서인지계속해서 신경이 쓰여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그렇다고 예..
2017. 2. 18.
국제커플의 식탁에서 보이는 부부관계
아침 8시면 난 깨달음 아침상을 차린다.서로가 특별한 스케쥴이 없는 한매일 아침 이렇게 아침을 준비한다.접시에 반찬들을 놓고 그릴에 생선을 구우며국을 데우면서 문뜩 이곳이 한국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스쳤다.북엇국과 조기 구어지는 냄새가잠시 이곳이 외국이란 걸 잊게 한다.우리집 일주일 식단은 대충 이렇다. 미역줄기볶음, 멸치볶음, 콩조림, 창란젓, 무우말랭이, 샐러드, 조기구이, 동치미 (조식) 고등어구이, 깻잎, 우메보시, 갓김치, 콩조림, 생선초절임. 김샐러드, 묵은김치 조림 (조식) 계란후라이, 김치, 멸치볶음, 마늘 장아찌, 우메보시취나물, 토란대나물, 샐러드, 연어구이, 미역국 치즈버섯, 미역초무침, 두부조림, 낫또,야끼소바, 꽃게탕 (석식) 새우볶음, 샐러드, 무 갈은 것, 사과 샐러드,..
2017. 2. 10.
남편의 눈물로 차려진 구정 상차림
구정을 이틀 앞 둔 날, 동생에게서 소포가 도착했다. 곶감, 김, 생강, 밤, 동치미, 문어다리, 떡국, 고추장등이 들어있었다.동치미국물까지 2통 넣어서 보냈다.얼른 종이컵에 국물을 한모금 마셔보니어릴적 먹었던 그 맛 그대로다.개인적으로 내겐 참 사연많은 동치미여서인지늘 눈물이 찔끔 난다. 이곳에서 동치미 담기를 몇 년 시도 해봤지만한국 조선무가 아닌 길다란 일본무로 담았더니한국맛이 나질 않아 언젠가부터 담지 않았다.바빴을텐데도 구정에 맞춰 보내려고이것저것 챙겨보낸 동생의 마음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2017년, 구정을 맞이했지만깨달음과 난 많이 바빴다.늦은 퇴근과 빠른 출근을 하는 바람에 우리 서로 따로 따로 움직였고구정을 쇠야한다는 생각은 솔직히 머릿속에 없었다.그런 오늘 오후, 동생의 소포 속..
2017. 1. 30.
남편 가방 속에서 나온 의외의 물건
그 물건을 내 눈으로 확인한 건 딱 일주일 전이였다.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찾은 우동집에서허겁지겁 우동 한 그릇씩 비우고 나서야 정신이 들었다.함께 주문한 유부초밥을 몇 개 집어 먹고계산을 하려는데 깨달음이 가방에서 무언가를 찾았다.[ 이쑤시개 여기 있어][ 아니, 다른 거야..]깨달음이 가방에서 꺼내 건 한국상표가눈에 띄인 작고 네모난 것이였다. 휴대용 크린팩이였다.[ 어디서 났어? ][ 지난번 어머님이랑 슈퍼 갔을 때 샀잖아?][ 언제부터 들고 다녔어? ] [ 그날 이후로,,][ 남은 거 가져가려고? ][ 응, 아깝잖아,,][ 그래도 스탭에게 물어 봐 ][ 괜찮아,,물어 볼 것 도 없어,,][ 가게 마다 다르잖아,반출이 되는 음식도 있고반출 자체가 안 되는 음식이 있잖아,][ 저기요,,여기 남은 거..
2017. 1. 25.
감사함을 돌려드리는 방법
지난 12월 크리스마스 날,우린 크나큰 선물을 받았다.한참, 송년회로 바빴던 깨달음이식사만 하고 바로 들어왔던 유일한 날이기도 했다. 옷도 갈아입지 않고 박스를 열어물건을 꺼내다가 포장을 보자마다[ 오랜만입니다~~]라는 한국말이 자연스럽게 튀어 나왔다.이렇게 한국말을 하게 만든 것은 바로 깨달음이 너무 너무 좋아하는 박0스였다.바로 콧노래를 부르면서 한 병씩 조심스레포장을 뜯었다. 쥐포, 과자, 박0스, 라면, 부채, 호떡믹스, 뻥튀기, 라면, 영양갱, 옛날과자 세트, 포테이토칩, 땅콩카라멜,,,[ 우리 한국 과자 가게 차려도 되겠어~과자가 계속 나와~~히히히 ]그렇게 박스 안의 물건을 다 꺼내놓고참고 있던 박0스를 한 병 마셨다. [ 박0스가 그렇게 좋아? ][ 아니, 다 감사하고 감사해. 특히 박0스..
2017. 1. 22.
가족간에도 공과 사가 철저한 일본인
[ 아버지가 엄마 건망증이 심해진 것 같다고 걱정하시던데 괜찮아? ] [ 늙어서 어쩔 수 없지..기억력도 떨어지고,,지난주에도 우체국을 세 번이나 갔어..틀린 도장을 가져갔다가 다시 오고, 인출한 돈을 거기에 두고 오는 통에 다시 가고,,좀 그랬어...][ 지난번에 슈퍼에서 쇼핑한 것을 카운터에놓고 와서 전화 왔다며?][ 아,,,그런 일도 있었지...] [ 요즘 했던 일들이 잘 기억이 안 나? 왜 깜빡깜빡한다고 생각해?][ 나이 먹어서 그러겠지...][ 엄마는 안 힘들어?][ 힘들다기 보다는,그냥 받아들여야지 어쩌겠니][ 지갑을 가지고 다니지 말고 필요한 만큼만돈을 들고 다닌는 건 어때? 목에 걸고 다니는 거 있잖아.][ 그것도 좋은 생각이구나,,그렇게 해 보마 ][ 아버지 식사 챙기느라 엄마가 고생이 ..
2017. 1. 14.
백프로 얘기할 순 없었다.
[ 케이야, 나야, 오랜만이다. 아, 새해 복 많이 받아~][ 응,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응, 나야 뭐 똑같지..][ 남편분이랑 애들은? ][ 다들 잘 있어. 우리 아들은 군대갔고,딸은 작년에 취직해서 이제 사람노릇한다~][ 벌써 군대 갔구나, 딸은 시집 간다고 그러겠다,올 해 몇 살이지?][ 아직 23살이야,,시집은 어떻게 가~벌어 둔 돈이 없는데~ 근데 케이야, 나 지난 주 서점에서 니 책 봤어. .괜히 내가 두근거린 거있지..바로 사서 읽었는데 너무 재밌더라, 그리고 좀 슬펐어, 짠하기도 하고,, ][ 뭐가 슬퍼? ][ 너 아픈 거,,나 실은 몰랐어..내가 블로그를 거의 안 봤거든,,근데 남편이 책 출판 됐다고 알려줘서그때야 알았어.,우리 남편이 니 블로그왕 팬이잖아, 미안,,][ 뭐가 미안..
2017. 1. 11.
일본 시부모님이 새해에 늘 하시는 일
[ 어머님, 저희 왔어요] 안방에 계시던 아버님이 우리들을 보고 아이처럼 활짝웃으신다. [ 왔구나,,아침부터 오느라 고생했지?] [ 아버지, 어머니는 어디 계셔?] [ 주방에 안 계시냐?] [ 응, 안 계시네, 엄마~~] 깨달음이 아이처럼 시어머니를 부르자 앞마당 쪽에서 작은 소리가 들렸다. 둘이서 얼른 달려가봤더니 어머님이 손에 무언가를 들고 마당 귀퉁이로 들어가고 계셨다. [ 아,지신(땅의 신)에게 새해 인사하는 거구나] 내가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자 깨달음이 얼른 설명해 주었다. [ 새해에는 저렇게 모든 신에게 인사를 해야돼 지신과 물신에게 올해도 잘 부탁드린다는,, 내가 어릴적부터 저렇게 하셨어,,] 어머님이 펌프쪽에 가서도 두 손을 모아 기도하시는 동안 우리는 얌전히 뒷편에 서서 기다렸다. 기도를..
2017. 1. 4.
한 해를 마감하며......
어제까지 송년회가 있었던 우리는늦은 귀가를 했고 오늘 아침에는초인종소리에 잠이 깼다.거래처에서 신년선물로 보내준 화분이였다.워낙에 꽃에 관심이 없는 나는 바로 깨달음에게건네주고 아침을 간단히 차렸다.[ 밥 먹고 지난주에 못 끝낸 청소해야겠지?][ 응,,,알고 있어..][ 주방은 끝냈으니까 거실하고 각자 방만 청소하면 될 것 같아..][ 응,, 알고 있어..]깨달음 대답에서 하기 싫은 티가 잔뜩묻어났다.[ 귀찮으면 내가 할게 ][아니야,,내가 할 거야,,] 내가 사진을 찍을 때마다 고개를 돌렸다.[ 왜? 찍지 말까? ][ 아니,찍어서 블로그 사람들에게 물어 봐][ 뭘?][ 한국 남자들도 이렇게 집안 일 하냐고?][ ,,,,,,,,,,,,,,,,,,,,,,,,,,,,, ][ 오늘은 집안일이 아니라, 1년을 ..
2016. 12. 31.
드디어, 저희 부부의 책이 출판되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 간단히 식사를 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부재중 우편함에 우리집 소포가 들어 있었다.난 먼저 들어오고 깨달음이 현관에서부터 문을 대자로 열어둔 채로 내 이름을 숨차게 불렀다.[ 아이고 무거워~책인가 봐,,,출판사에서 보낸 거야? ][ 응,,생각보다 빨리 왔네.....][ 블로그 책이지? ][ 응,,]자리에 앉자마자 박스를 풀었다. 박스를 열자, 곱게 인쇄된 책과 함께생막걸리가 세병이나 들어 있었다.출판사와의 건배주를 함께 나누지 못함이아쉽다는 실장님이 넣어 보내신크리스마스 카드였다. 그리고 드디어 책을 한 권 손에 들자마자깨달음이 책속에 얼굴을 파묻고 [ 오메,,오메,,,]하며 눈물을 터트렸다.[ ........................ ][ 왜 당신이 울어...내가 울어야 되는데..][..
2016. 12.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