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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게 여러분 덕분입니다 정기검진을 위해 오늘도 병원을 찾았다. 늘 그렇지만 내가 찾은 과는 환자들이 드물다. 주치의도 바뀌고 병원도 바뀐 탓인지 아직도 난 이 병원이 낯설다. 내 주치의는 부모님을 위해 올 초 고향에 내려가 시골에서 작은 병원을 개원하셨다고 한다. 내 번호가 불리워질 때까지 조용히 앉아 멍하니 사람들의 움직임을 살폈다. 저렇게 많은 환자들은 도대체 어디가 아파서 온 것일까... 새로운 환자가 등록을 할 때마다 바보같은 의문들이 꼬리를 물었다. [ 오늘은 혼자 오셨네요..] [ 네....] 간호사가 힐끗 쳐다보더니 아직까지 어색해 하는 나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흰가운이 아주 잘 어울리는 새 주치의는 혈액검사 수치를 하나하나 따지듯 살피더니 일주일 식단을 나열해 보라고 하셨다. 전 주치의가 소개서까지 써서 자기 .. 2016. 7. 20.
퇴원한 남편이 선택한 한국 보양식 입원에 필요한 물건들을 챙겨 우린 택시를 탔다. 긴장되지 않냐고 물었더니 전혀 걱정없다며 아침부터 싱글벙글인 깨달음. 이른시간이여서인지 접수처는 한가로웠다. 병실로 안내를 받고, 간호사가 입원에서 퇴원까지의 스케쥴, 그리고 주의사항을 설명해 주었고 입원복으로 바꿔입으시라는 말이 끝나자 입원복 싫어서 평상복 가져왔다며 자긴 그걸 입게 해달라고 했다. 전날, 짐을 챙겨주려했더니 자기가 하겠다고해서 그러러니 했는데 평상복을 가져왔다니... 좀 황당해서 깨달음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는데 내 시선은 의식하지 않은 채 간호사와 얘기를 마치더니 바로 가방에서 옷을 꺼냈다. [ 왜? 옷을 가져왔어? 그냥 환자복 입으면 되는데..] [ 응,,,환자같이 보여지는 게 싫어서...] [ ................... .. 2016. 7. 13.
마지막 말을 해선 안 되는 이유 [ 울지 말고 얘기 해...아침부터 뭔 일이야..] [ 세상에 어쩜 그럴 수 있어.... 아무리 그래도 그런 말을 하면 안 되지 않아?,,,] 전화 속에서 숨을 몰아쉬는 후배의소리가 들렸다. [ 누구보다 내 아픔을 알고 지냈고 내가 무엇때문에 힘들었는지 알고 있고 함께 울고 아파해놓고 그럴수 있냐고,,,,] 또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 언니,,,인간이 무섭다.... 사람이 이렇게 변할 수도 있는 거야?,,,.... 사람이 이렇게 무서운 존재라는 걸 처음 알았어... 아픈 곳을, 슬픈 상처를 그렇게 막 멋대로 건드리면 안 되잖아... 세상 사람 다 나에게 손가락짓을 해도 그 애만큼은, 그애는 그래선 안 되는 거 아니야?..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 이번엔 한참을 우는 소리가 들렸다. 옆에 있으면.. 2016. 7. 11.
행복하자,,아프지말고,,, 퇴근 시간에 맞춰 깨달음 회사에 들렀다. 직원들과 미팅 중이길래 조용히 사무실 한켠에 앉아 잡지를 뒤적이고 있는데 10분쯤 지났을 무렵 깨달음이 나오더니 날 보고 흠짓 놀란 눈빛으로 왠 일이냐고 물었다. [ 그냥,,,당신이랑 저녁 먹으려고,,,] [ 어디 예약해 놨어?] [ 응,,,해놨지...] 직원들이 사무실을 빠져나오면서 나를 보고 가볍게 목례를 했다. 마지막까지 정리를 마친 깨달음과 가게로 들어섰더니 점장이 아주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왜 이렇게 오랜만에 나오셨냐,, 얼굴 잊겠다며 과하게 반겨주시까 옆에 있던 깨달음이 자기보다 더 바쁜사람?이라고 한마디 거들었다. 메뉴판을 보며 깨달음이 물었다. [ 뭐 마실거야? ] [ 음,,,오늘은 정종을 한 잔씩 할까? ] [ 왜 그래? 오늘,,무슨 할 말 있어.. 2016. 7. 8.
부부의 인연은 남다르다. [ 뭐 먹고 싶어? ] [ 응,,,고기 먹을래....] [ 알았어, 예약해 둘 게, 이번엔 민혁(가명)이랑 같이 와 ] [ 우리 아들은 아직 한국에 있어..] [ 왜?] [ 그냥 한국에 좀 있어라고...] [ 일본에 안 데리고 올려고? ] [ 아니,,,데리고 오긴 올 건데 애가 할머니집에 좀 더 있고 싶다고 해서...] [ 그래..알았어...그럼 그 날 봐.] 2주전 하나씨와 통화를 했고 오늘 오후, 깨달음과 함께 약속장소를 나갔다. 돌싱인 하나씨는 일본에서 아들과 제 2의 인생을 살아가다가 어떤 남자를 만났고 그 남자의 속내를 알게 된 그녀는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잠시 이곳 일본을 떠나 긴휴양을 떠났었다. (그녀의 사랑 -http://keijapan.tistory.com/800 ) ( 그녀의 선택 -h.. 2016. 7. 4.
삶과 죽음이 별 게 아니다 깨달음 입에서 술냄새가 진동을 했다. 옷을 갈아입고 말없이 신칸센 티켓을 예약하더니만 갑자기 일어나 옷장에서 상복을 꺼내었다. [ 나도 가야겠지...] [ 아니.당신은 안 가도 돼.원래 가족들만 하기로 한 건데 난,,그동안 고마워서 가는 거야..] [ 진짜 나 안 가도 될까....] [ 괜찮아..내일 첫차로 갔다가 장례식만 보고 바로 사무실로 돌아와야 돼... 미팅도 있고,,..] 내 쪽으로 한 번도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턱을 괸 상태로 티켓예약에만 몰두했다. 속상해서 술을 많이 마신거냐고 물을 뻔 했지만 그냥 입을 다물고 난 깨달음 방을 나왔다. 다카시 형님이 돌아가셨다. 거래처 부장과 식사를 하고 있는데 어머님이 전화를 하셨단다. 깨달음보다 8살 위인 삼촌의 아들인 다카시형님이 어제 새벽 돌아가셨다.. 2016. 6. 30.
일본인들이 김치를 먹는 다양한 방법 깨달음에겐 참 많이 좋아하는 대학선배가 있다. 바로 한국을 알게 해준 그 선배. 30년전, 한국의 건축문화를 공부하면서 친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아주 절친처럼 잘 지낸다. 그런데 그 선배가 2년전에 회사를 그만 두고 90이 넘은 아버님 병간호를 위해 시골생활을 시작하셨다. 동경에는 한 달에 한 번씩 지금까지 했던 일들을 마무리하기 위해 오시고 모든 시간들은 아버님을 돌보는데 사용하고 있다. 매일 병원에 가서 아버님을 지켜보고 남은 시간에는 책을 읽기도 하고, 잊여버린 한국어 공부도 다시 한다고 하셨다. 깨달음은 연구기간이 짧았지만 이 선배는 한국에서 2년가까이 살면서 논문을 작성했었다고 한다. 그래서 기본적인 한국어는 쓰고 읽기를 하신다. 특별히 불편한 건 없지만 워낙에 변두리다보니 변변한 슈퍼가 없어 장.. 2016. 6. 27.
실패도 긍정의 힘으로 극복하는 남편 콤페(competiton의 일본식 줄임말)에서 떨어졌다는 카톡이 왔다. 뭐라 딱히 위로해 줄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발표가 내일인데 이렇게 미리 알게 된 것은 대기업 상무로 계시는 선배가 언급을 해주셨단다. 이번 콤페는 깨달음에게 조금은 남다른 공모전이였다. 출신 대학교의 재건축및 기숙사설립이였기에 더더욱 자신이 있었고, 꼭 자기 손으로 짓고 싶었다는 깨달음. 솔직히 지금까지 여러 장르의 콤페가 있었고 순조롭게 당선이 많이 된 편이였다. 하지만, 이번만은 그 선배 기업측에서 당선이 되었고 깨달음과 함께 공모에 참가했던 다른 중소기업들도 모두 떨어졌다고 했다. 그 속내를 듣고 보니 그냥 지나치기가 짠해서 저녁에 깨달음을 불렀다. 나보다 먼저 가게에 도착해 있던 깨달음이 예약석에 앉아 있었다. 힘없이 건배를.. 2016. 6. 24.
한국에서 온 소포에는 특별함이 담겨있다 [ 오머니, 깨서방입니다] [ 오메..깨서방인가..] [ 교회 갔다 오셨어요? ] [ 응,,,인자 막 왔네...] [ 오머니.,,감자 감사합니다. ] [ 오늘 도착했는갑네...별 거 아닌께 그냥 드셔~] [ 감자 사라다, 감자 된장국, 감자전 먹었어요.] [ 오메...감자로 반찬을 다 해부렀는갑네...] [ 진짜 맛있어요..감사합니다, 오머니, 여행가서 만나요~] 여기까지 얘기하고는 나에게 전화기를 건넸다. [ 엄마,,, 양파즙을 너무 보내신 거 아니야? ] [ 아니여,,,여기도 많이 남았어... 글고,,그놈이 빨간 양파로 즙을 냈응께 더 맛있을 것이다, 빨간놈이 몸에 더 좋다고헌께 깨서방이랑 둘이서 잘 챙겨 먹어라잉~] [ 근데,,엄마 왜 감자도 보냈어? ] [ 니가 하지감자 좋아한께..생각나서 보냈제.. 2016. 6. 20.
일본 야구장에서만 볼 수 있는 미인들과 먹거리 이 날 도쿄돔에서는 럭비경기가 있었다. 시험도 끝났고, 스트레스를 좀 풀어야할 것 같아 우리가 찾은 곳은 스포츠 경기장이였다. 야구경기는 몇 번인가 보러 왔는데 럭비를 직접 보는건 이 날이 처음이였다. 입구에서 응원용으로 나눠준 티셔츠와 막대봉까지 들고 만만에 준비를 한 깨달음. 경기가 시작되기 30분전부터 우리는 미리 준비해 간 안주거리를 풀어놓고 김에 오징어채를 싸서 먹겠다는 깨달음을 위해 몇 개 만들고 있는 와중에 깨달음은 지난번에 왔을 때 보았던 이쁜 언니들이 이 날도 나와 있는지 열심히 고개를 두리번 거리며 언니들 모습을 찾았다. 오늘도 해밝은 미소를 잊지 않은 채 관중석에 아저씨들이 손을 번쩍번쩍 들어 올릴 때마다 잰걸음으로 그들에게 달려가 술을 판매하는 언니들.. 한국은 맥주만 파는 걸로 알.. 2016. 6. 17.
여자에게 인기 있는 남편 지난 4월, 시댁에 갔을 때, 집안청소를 하면서 깨달음이 2층에서 옛 앨범을 오랜시간 보고 있었다. 없어진줄 알았던 사진들이 여기 있었다며 과거로 돌아간 듯 한 장, 한 장, 내게 설명해 주었다. 대대로 물려받은 임업을 해오신 아버님이 주말이면 깨달음 형제를 데리고 여기저기 현장견학을 시켜 주셨고 아버님 오토바이는 장남인 깨달음이 늘 독차지한 채 아버님과 함께 다녔다는 그 오토바이에서 찍은 빛바랜 사진도 보여줬다. 동네, 축제 때는 3년간 자기가 어린이들 중에서 제일 큰 역할을 맡기도 했다면서 은근 자랑하는 듯한 말투로 거들먹 거렸다. 그리고 여자 동창들과 찍은 사진들이 나오고,,, 시부모님 말씀에 의하면 깨달음은 어릴적부터 여자애들에게 인기가 많았단다. 말 수가 없었는데 늘 곁엔 여자애들이 깨달음에게 .. 2016. 6. 14.
늙어서도 공부를 해야하는 우리들 [ 너 한국 잠시 들어왔다며? ] [ 응...] [ 근데 왜 연락 안 했어?] [ 응,,많이 바빴고,,,,좀 정신이 없었어.. ] [ 넌 맨날 뭐가 그렇게 바쁘냐? 지금 뭐하는데? ] [ 응, 공부해..] [ 오메,,,, 뭔 공부를 50이 다 되어서도 하냐? 공부할 게 아직도 남았냐, 넌? 징허다 징해..] [ ........................ ] [ 언제까지 공부만 할래? 징하지도 않냐? ] [ 아니야,,, 이번에 자격시험이 있어서 하는 거야..] [ 오메....공부한다는 소리만 들어도 난 머리 아프다.. 한국에 또 언제 올건데? ] [ 음,,,내년에 갈 것 같은데.....] [ 내가 너 한 번 볼라믄, 일본에 가야쓰것다..] [ 그래,,니가 한 번 와라..] 친구와의 전화를 끊고 다시 난 .. 2016. 6. 11.
한국에 가면 주체를 못하는 남편의 식욕 아침 일찍 우린 여수로 향했다. 스케쥴을 맞추기 위해 아침식사를 거른 채로 차에서 바나나와 삶은 계란으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여수에 도착하자 바로 유명한 간장게장집에서 아침겸점심으로 아주 든든하게 배를 채웠다. 깨달음은 근 4년만에 다시 찾은 곳이다. 일본에 있을 때부터 먹고 싶다고 노래를 해서인지 그 많은 손님들 중에 양손으로 잡고 게살을 쭉쭉 발라 먹는 건 깨달음 뿐이였다. 마치, 4년동안 못 먹었던 한을 풀기라도 하듯이.... 간장게장 한 번 먹고, 양념게장 한 번 먹고 아주 조근조근, 잘근잘근 게발에 붙은 속살까지 깨끗이 발라먹었다. 다음은, 해상케이블카를 타고 여수 시내를 돌아보고 오후 2시에 출발하는 유람선에 올랐다. 유람선엔 어르신들이 필리핀 싱어들이 부르는 올드팝에 맞춰 흥겹게 춤을 추고.. 2016. 6. 7.
한국 처갓집에 적응을 잘했던 이유 광주행 출발은 1시 30분이였다. 점심 준비를 하고 계실 엄마를 생각해 우린 공항 편의점에서 마실 것만 사 나왔다. 깨달음은 커피우유와 팥빵, 난 베지밀,,그렇게 들고 탔는데 내가 마시는 베지밀을 한모금 마셔 보더니 맛있다며 자기 주란다. [ ................................ ] 공항에 도착, 부랴부랴 택시를 잡아타고 엄마집에 도착 했더니 큰 언니가 주말을 이용해 서울에서 내려와 주었다. 엄마와는 허그로 인사를 하고 큰언니하고는 자연스럽게 [ 반갑구만, 반갑구만]으로 인사를 하는 깨달음. 늘 같은 메뉴이긴 하지만 깨달음이 좋아하는 세발낙지, 돼지갈비, 갈치조림, 오징어무침, 각종나물들을 맛있게 먹고, 잘 익은 수박을 후식으로 가져오신 엄마가 수박을 상에 놓더니만 안방으로 들어가서.. 2016. 6. 4.
사람은 누구나 아픔이 있다. 난 책방에서 긴 휴식을 취한다. 기본 두시간은 그곳에서 이런저런 책을 보다가 윗층 커피숍에 올라가 따끈한 코코아를 한잔하며 새로 산 책을 꺼내 읽기도 하고 아이디어 구상도 하고,,또 내려가서 다른 읽을 거리를 사곤 한다. 오늘은 넉넉하게 시간을 내서 화방까지 들렀다. 필요한 도구와 캔트지도 사고,,, 대학 때부터 해 왔던 이런 일상들이 난 지금도 행복하다. 올해는 조금 큰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하게 되었다.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장르의 작품을 선보일 것이다. 그래서 참신하면서도 조금은 많이 독창적인 것들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잘 풀리다가도 막히고,,그렇다. 그리고 나는 미술 치료사는 아니지만 그와 비슷한 자격을 가지고 있다. 어린이부터 연세드신 노인들을 대상으로 오감으로 즐기고 표현하며 미술을 통한 치유의.. 2016. 6. 1.
일본생활 16년,,,헤이트 스피치를 들으며.. 지난 5월12일 일본 참의원 법무위원회가 특정 인종과 민족에 대한 차별을 선동하는 증오표현, 증오연설(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을 근절하기 위해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고 13일은 참의원 본회의에서 이 법안이 가결되었다. 헤이트 스피치 대책 법안으로 [적법하게 일본에 거주하는 일본 이외의 출신자나 후손]을 대상으로 차별의식을 조장할 목적으로 생명이나 신체 등에 위해를 가하는 의도를 고지하는 것과 현저히 멸시하는 것을 [차별적 언동]으로 정의하고 이러한 언동을 용인하지 않는다고 명기했다. 야당측은 헤이트 스피치를 위법이라고 명기하길 주장했지만 헌법의 [표현의 지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끝까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헤이트 스피치]에 대한 금지규정이나 처벌, 벌칙을 주지 않는 아무런 구속.. 2016. 5. 26.
국제커플도 사는 건 다 똑같다 [ 빨리 해... 어차피 오늘 해야 돼...] [ .......................... ] [ 날도 좋고, 이번주 아니면 서로 시간 없어... 난 또 세탁기 돌리고 손빨래도 해야하니까 빨리 움직이세요...옷장에서 여름 와이셔츠도 전부 꺼내야하지 않아?] [ .............................] [ 당신이 그럼 세탁 맡을 거야? 난 이것 끝나면 창문도 닦아야 해 ~] [ .......................... ] [ 오늘 안 하면 다음주는 당신 혼자 해야 돼..알아?] [ .......................... ] 몸을 비틀어 가면서 하기 싫어 몸부림을 치던 깨달음이 입을 열었다. 자기가 창문 청소할테니까 저녁 메뉴를 자기가 먹고 싶은 것으로 해달란다. 알았다.. 2016. 5. 23.
SNS의 위력은 대단하다. 작년 6월, 제 블로그에 일본에서 부동산 회사에 다니는 은하씨(가명)의 열 불난 사연을 올렸습니다. 간단히 요약을 하자면, 일본에서 명문대 다니며 스타박스에서 알바를 하던 남학생이 한국으로 귀국 전, 살고 있던 방을 퇴실하면서 거짓으로 적어 낸 퇴실서와 함께 방을 개판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버린 탓에 같은 한국인으로 은하씨가 회사에서 참 입장이 난처했다는 것과 이런 상식이하의 행동으로 인해 한국인이 일본에서 방을 구하기 힘들어졌다는 내용이였습니다. 그 글을 은하씨의 허락하에 내가 올렸던 이유는, 이런 한국인으로 인해 남아있는 한국인들이 피해를 본다는 것과 해외에서의 행동거지가 내 나라, 내 부모를 욕 되게 하고 있음을 재인식하라는 뜻이였습니다. 한국인이 일본에서 집구하기 점점 힘들어진 이유 블로그를 통해 .. 2016. 5. 19.
일본 직장내, 이지메의 실태 사무실 앞까지 날 찾아오는 걸 보니 꽤 급했던 모양이였다. 가게 안에 들어서자, 중국요리 특유의 향신료 냄새가 후각을 자극했다. 한국 가게가 눈이 띄질 않아 그냥 아무곳이나 들어왔다고 한다. 대학원 후배인 은정(가명, 30대 중반)은 졸업 후, 바로 인쇄관련 회사에 취직을 했다. 은정이는 뭔가 넋이 빠진 모습으로 테이블 가장자리를 멍하니 응시하고 있었고 옆자리엔 남친(일본인)도 함께 와 있었다. 적당히 음식을 주문하고 본격적인 대화를 나눴다. 회사에 취직하고 2개월 때부터 이지메가 있었단다. 은정이가 화장실에 있는 걸 알면서 일부러 밖에서 들어라는 식으로 험담을 하더란다. 머리 모양이 이상하다는 둥, 웃음 소리가 재수 없다는 둥,,, 제일 참기 힘든 건, 업무처리에 있어 은정이 실수가 아닌걸 은정이 탓으.. 2016. 5. 16.
한국 음악프로가 질리지 않는 이유 지난 4월말 엄마가 서울에 올라오셨다. 동생이 신청한 [가요무대]라는 프로에 방청권이 당첨 되어 엄마와 함께 보기 위해 올라오셨다고 했다. 실은, 이번 당첨이 처음이 아니고 두번째인데 첫번째는 동생 친구 부모님께 드렸는데 이번에 또 당첨이 되다보니 엄마를 올라오시라고 했단다. 녹화 전날, 엄마가 서울에 올라오셨고 퇴근하고 온 깨달음에게 이 소식을 전했더니 어머니 심심할텐데 잘 됐다면서 그런데 자기도 너무 가고 싶다면서 갑자기 슬픈 눈을 하고 날 쳐다봤다. [ ........................ ] 녹화 당일, 동생과 언니네가 엄마를 모시고 방송국에 가셔서 5월 가족의 달 특집 [가효 무대]를 보셨다고 한다. 녹내장 수술을 하신지 얼마 되지 않아 호화로운 조명불빛들이 좀 눈부시긴 했지만 티브이 속.. 2016. 5. 13.
누가 뭐래도 집이 최고다.. 아침 일찍 교토에서 서방님이 오셨고 우린 병원에 가기 전에 아버님 침대 이부자리를 마지막으로 마련해 드리고 어머님을 모시고 병원으로 갔다. 아버님 퇴원준비를 하는 동안 어머님은 물리치료를 하셨고 우리는 서방님과 함께 집에서 챙겨드셔야할 약들, 그리고 주의사항, 물리치료 스케쥴표 등등 그런내용들을 간호사와 얘기를 하고 있는데 아버님은 분주히 여기저기 바삐 움직이셨다. 그 동안 신세를 졌던 물리치료사분들과 인사를 하시고 또 옆 병실에 계신 분들에게도 가서 그동안 고마웠다고 작별인사를 하고 다시 병실으로 들어오셨는데 아버님 뒤를 따라오신 어느 할머님이 계셨다. 팔에 기부스를 한 할머님이 아버님 등을 어루만지면서 퇴원하냐고, 건강하고, 이젠 다시 오지 말라고 하시며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셨다. [ 자네도 얼른 퇴.. 2016. 5. 10.
일본의 어버이날, 우리가 해드린 것 황금연휴 마지막 날, 우린 시댁을 가기로 결정했다. 아버님 건강이 많이 좋아지셔서 퇴원을 해도 좋다는 주치의의 설명이 있었고, 어버이날도 겸해서 시댁행을 택했다. 아버님이 계시는 요양병원에 도착했을 땐 점심시간이였고 어르신들이 다들 모여서 식사를 하고 계셨다. 우린 식사시간이 끝날 때까지 조용히 병실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아버님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 우리를 보자, 아이처럼 좋아하시며 보조보행기를 밀고 우리쪽으로 걸어오셨다. 물리치료 횟수를 늘린 덕분에 보행도 많이 좋아지고 혈당치도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직접 뵈니 정말 놀랄만큼 정상으로 돌아오신 듯했다. [ 어~아버지, 인자 잘 걷네~~ 허리도 바로 펴지고~완전 다 나았네...] 깨달음 목소리가 하이톤이 되면서 아버님을 가까운 소파에 앉.. 2016. 5. 7.
한국음식 앞에선 예민해지는 남편 이곳은 지난주 금요일부터 황금연휴가 시작되었다. 우린 한 달 전에 예약 해 둔 고깃집에서 황금연휴의 만찬을 즐기기로 했다. 가게 입구에는 유명 연예인들의 사인들이 빽빽히 붙어있었고 가게 안은 손님들로 가득했다. 예약하기도 힘든 곳이라는 소문이 정말인 듯, 전화가 끝임없이 울렸고, 주방도 분주했고, 오가는 스탭들 움직임도 아주 바빴다. 먼저, 야채 샐러드, 나물과 김치가 나오고 늘 그렇듯, 깨달음은 자기 앞으로 반찬들을 갖다 놓았다. 다음으로 주문한 고기가 나오고 맛있게 먹고 있는데 깨달음이 날 한 번 쳐다보고 나물 한 번 먹고, 또 날 한 번 쳐다보고 김치 한 번 먹기를 반복했다. 혼자 먹으려니까 미안해서 그러냐고 당신 좋아하는 거니까 나 신경쓰지 말고 많이 먹으라고 했는데도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 .. 2016. 5. 5.
국제커플에게 건강이란... 오후. 5시,,초음파실로 향했다. 깨달음은 보이지 않았고,,,30,40분이 지났을 무렵 깨달음이 환자복차림으로 나왔는데 표정이 무표정이였다. 옷을 갈아입고 담당의 앞에 나란히 앉았다. 2미리 정도의 폴립이 3개, 8미리 정도의 폴립이 1개 발견이 되었고 이 8미리 필립은 수술을 해야한다는 결정이 났다. 안 하면 안 되냐고 깨달음이 물었고 악성은 아니지만 사이즈도 그렇고 수술을 권한다고 하셨다. 혹, 식사나 음식물을 주의해야 할 게 있냐고 어쭈었더니 특별히 조심할 건 없다고 하셨다. 병원을 나오면서부터 깨달음은 [배고프다]는 소릴 계속했다. 하긴, 내시경검사를 위해 2틀간 거의 먹질 못해서 안타깝긴 했다. 뭐가 먹고 싶냐고 했더니 기름진 걸 먹을 거란다. 가게에 들어가 이것저것 주문을 하고 폭풍흡입을 했다.. 2016. 5. 2.
날마다 이혼을 꿈꾸는 여자 그녀를 만나러 간 곳은 하카타요리 전문점이였다. 카운터에 앉자 익숙하게 코스요리를 주문하는 영자씨. 건배를 하며 영자씨가 물었다. [ 언니, 한국말 오랜만에 하지? ] [ 응,,,글쓰고, 카톡하는 것 빼고는 이렇게 한국말 할 기회가 별로 없지...] [ 나는 그래도 회사에 한국 직원이 있는데.....] [ 아니야,,나도 후배 한 명 남긴 남았어... 정말 한국말로 떠들고 싶을 때 시간 내서 만나기도 하고 그래....] [ 그렇구나,,,,한국말도 안 하면 점점 꼬이지? ] [ 응,,그건, 그렇고 왠 일이야? 여기까지? ] [ 그냥 왔어...한국말 하고 싶어서....] 애써 웃으며 말하는 그녀 얼굴이 그리 밝지 않았다. [ 이 집 음식, 맛있지? ] [ 응,,,맛있는데,,,왜 만나자고 했는지 그 얘기나 얼른.. 2016. 4. 28.
부부가 아프지 말아야 할 이유 올 초 우리는 종합건강검진을 했었다. 그 무엇보다 건강이 최우선이니 서로를 위해서라도 매해 검진을 하자고 약속을 했었다. 그 검진 결과가 2월 말에 나왔고, 서로 재검진이 필요한 항목들은 예약을 끝낸 상태였다. 우린 병원까지 택시를 타고 들어가다가 입구에서 내려 말없이 걸었다. 지난달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을 때 왔었는데 오늘은 푸르디 푸른 새잎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점심 시간인데도 환자들은 너무도 많았다. 오늘 이렇게 병원에 같이 온 이유는 깨달음의 오른쪽 신장에 결석이 발견되었고 내시경수술을 해야하는지 다시 한 번 재검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결석이 1,5센치 이상이면 수술을 해야하며 5일간의 입원이 필요할 거라했었다. 그래서 재검사 결과에 따라 수술의 유무가 확정되기 때문에 나와 같이 온 것이.. 2016. 4. 25.
어느 일본인 목사님의 기도 작년, 5월 이곳 맨션으로 이사를 하고 지금의 교회로 옮긴지 곧 있으면 1년이 되어간다. 10년을 넘게 한인교회를 다니다 일본인 교회로 옮기는게 조금은 낯설었지만 이젠 거의 익숙해졌다. 한인교회에서도 그랬듯이 이 교회에도 난 아직 정식 성도로 등록을 하지 않은 채 매주 예배를 보러 다닌다. 지난주 예배를 마치고 나오는데 미즈노 집사님이 날 부르셨다. [ 케이씨, 이젠 완전히 다 외우신 것 같네요 [ 아니,,,아직,,, 많이 헷갈려요.. 찬송가도 잘 모르는 곡이 많아서...] [ 난 교인이 된지 3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헷갈릴 때가 있어요. ] 원래 미소가 예쁘신 미즈노 집사님이 아주 천진스럽게 웃어 주셨다. [ 케이씨, 기도목록도 다 외우셨죠? ] [ 네,,외우긴 외웠는데 그래도 자신이 없어서 보고 읽기도.. 2016. 4.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