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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한국인 사귀기가 은근 어렵다 통역 일을 하다보면 다들 같은 말을 한다. 내 말투, 행동, 손짓, 몸짓이 한국 사람 같지 않다며 일본 사람보다 더 일본 사람 같다는 것이다. 그런 소릴 들을 때마다 묘한 기분이 든다. 한국적인 행동, 손짓, 몸짓은 무엇이며 일본적인 움직임은 무엇이란 말인가,,딱히 정의하긴 힘들지만 일본인 눈에 비친 나는 어쩌면 일본인 흉내를 아주 잘 내는 한국인으로 보인다는 것일 게다. 한국사람들은 이런 내 모습을 보고 “완전 일본 사람 같으시네요…….”라고 복잡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기도 한다.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작년에 한국에서 엄마와 함께 병원에 갔을 때의 일이다. 오십견 때문에 팔을 움직이지 못해 엄마가 자주 가는 물리치료 병원에 갔다. 내가 해외 거주자다보니 보험이 없어엄마가 간단하게 모녀관계임을 밝히고.. 2016. 12. 24.
남편이 한국을 떠올린 음식 두가지 일요일 아침부터 우린 한해 마무리 대청소를 시작했다.좀 이른감이 있긴 했지만 이번주부터서로 너무 바쁘고 특히, 다음 주말은망년회, 크리스마스가 있어 청소할 시간이 없다는 걸 서로 알고 있어서였다.오늘 하루 다 끝낼 수는 없겠지만하는데까지 천천히 하자고 의견을 모으고난 주방을 시작으로 냉장고 정리를 시작했다. 자기 방을 먼저 하겠다던깨달음이 조용하길래 둘러봤더니방에는 없고 욕실에서 소리가 났다.문을 빼꼼히 열었더니깜짝 놀라면서 잽싸게 몸을 숨겼다. 문 뒤에 숨어서는 이렇게 외친다.[ 속옷밖에 안 입었어 !! 하지마~][ 알았어,, ][ 빤스까지 찍는 건 너무 하잖아][....................]그렇게 깨달음이 문을 꼭 닫고 청소를 하는동안동생에게서 어마어마한 크기의20키로가 넘은 소포가 도착했다.. 2016. 12. 21.
남의 블로그에 댓글 다는 예의 제 블로그 오른편, 공지사항에는댓글차단과 댓글승인에 관한내용을 이렇게 적어두었습니다.하지만, 최근 몇 개월전부터 제 블로그를 찾아오시는 분들 중에는 아직도 이 블로그가어떤 곳인지 잘 모르는 분들이 많아댓글을 무작정 달고 계시는 분들이 계시는 것같아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제 블로그는 토론을 하거나 일본관련 정보를 서로 교환하거나정치,경제, 역사를 논하는 곳이 아닙니다.식민지 시대, 731부대, 위안부, 독도, 우익 등등본인들의 정치개념과 역사의식을제 블로그에 털어놓지 마십시오. 물론 이렇게 본인 기분나는대로 댓글을 다시는 분들은 모두 차단합니다만이 블로그가 어떤? 무슨? 블로그인지 알지 못한 채 자기 생각을 아무런 여과없이 댓글로 달고 계신 분들도 제가 차단하겠습니다.그리고 일본에 거주하시는 분들,유학경험.. 2016. 12. 19.
일본 여행사에서 투어 마지막에 꼭 하는 것 우린 갑자기 바람이 쐬고 싶으면 버스투어를 한다. 출발 전날에도 예약이 가능한 여행사가 있어 바다가 보고 싶거나, 단풍, 눈,,그때 그때 여행코스를 결정하고 버스에 몸을 맡긴다. 운전을 할 필요도 없고, 목적지를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되고 식사도 모두 해결이 되니 그 편리함에 자주 이용을 한다.주로 버스투어는 계절에 맞게 일본각지의 명소나 문화유적지, 각 지역의 특산물과 볼거리, 제철음식, 맛집탐방, 먹자골목 등, 세세하고 다채로운 테마로 나누어져 투어코스가 짜여져있다. (일본 야후에서 퍼 온 사진) 신주쿠에서 출발, 약 2시간 달려 도착한 곳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일본의 3대 마쯔바라(소나무 밀집지역)중의 하나인 미호노마쯔바라 (三保の松原) 였다. 약 7키로의 해안에 따라 54,000그루의 소나무가 .. 2016. 12. 16.
한국 장모님을 반성하게 만드는 남편 [ 오머니, 깨서방입니다, 식사하셨어요?][ 아이고, 깨서방이네, 식사 했어요. 깨서방도 일찍 들어와서 식사했어요? ][ 네, 오모니, 내일 김장해요? ][ 오메,일본까지 소문이 나불었는갑네쬐금만 그냥 비빌라고,,][ 천천히 하세요 ][ 음,,고맙네,,천천히 할라네 ][ 오머니,보쌈 먹고 싶어요 ][ 보쌈? 오메, 긍께 깨서방이 있으믄보쌈이고 홍어고 준비할 것인디혼자있응께 아무것도 안한디..우리 깨서방이 보쌈이 먹고싶은갑네..][ 2월달에 만나요, 그 때 보쌈 먹어요 ][ 그러세, 2월달에 내가 보쌈 맛나게 해줌세 ]스피커폰으로 흘러나오는 엄마 목소리도깨달음 목소리도 즐겁게 들렸다.[ 엄마,,혼자 하시는 거야?][ 응,혼자 해야제..쬠밖에 안한께 혼자해도충분해..걱정 안해도 돼야 ][ 서울만 같아도 깨서.. 2016. 12. 13.
한국에 유학 보내는 일본인 부부의 솔직한 심정 임상미술사 활동을 같이 했던 모리 상이전화를 주었다. 나보다 세 살 어린 모리 상은 재혼했는데 남편의 딸과 함께 세 식구가 산다. 딸 메이짱은 한국 가수를 좋아해서 코리아타운을 한 달에도 몇 번씩 가고내게 한국어를 육 개월간 배울 만큼 열정도 많은 열일곱 살의 여고 3학년이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대학은 안 갈 테니 한국으로 유학을 보내달라고 생떼를 쓰고 있다고 한다. (일본 야후에서 퍼 온 이미지) 모리 상은 보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정작 아이의 아빠인 남편이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한다.“왜요? 왜 반대하는데요?”“딸바보라고 했잖아. 그래서 절대로 떨어져서는 못 산다고 난리야. 시집은 어찌 보내려는지 몰라. 지금도 알바가 늦게 끝나는 날엔 가게 앞에서 기다린다니깐. 비 오는 날엔 우산 가지고 가서 .. 2016. 12. 10.
스스로를 위로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건배를 하며 깨달음이 입을 열었다.[ 수고 하셨습니다 ][ 음,,,,][ 어땠어? ][ 그냥,,그랬어..][ 만점 맞을 것 같애? ] [ 아니,,헷갈린 게 몇 개 있었어...][ 진짜?.. ][ 나도 시험지 받아보고 놀랐어..헷갈리는 게 있다는 게...]나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고와인잔을 기울렸다. 온 몸에 알콜이 퍼져가는 느낌이 좋았다.뭔가 잠시 잊여도 될 것 같은..[ 뭐가 어려웠어? 한문?][ 아니,어렵지는 않았어, 그냥 몇 개 애매했어.답이 두 개여도 괜찮을 것 같은..그런 문제들이 몇 개 있었어..그만 물어 봐,,다 끝났으니까..] 바로 눈치를 챈 깨달음이 화제를 바꾼다.[ 크리스마스 선물은 뭐 갖고 싶어?][ 음,,필요없어..][ 생일 선물도 안 샀잖아..][ 음,,필요한 게 없어..][ 왜 .. 2016. 12. 8.
한국에서 온 크리스마스 선물 [ 소포 왔어? 뭐야? ] [ 응,,언니가 양파즙을 보내줬어] 내가 테이블 밑에 두었던 소포를 다시 끄집어와서는 과자가 있는 걸 보고 얼굴에 화색이 돌더니 갑자기 고개를 떨구고 정지화면 상태로 움직이지 않았다. [ 왜?] [ 두 개,,, 없어...] [ 뭐? ] [ 과자가 두 개 밖에 없어,다 양파즙이야 ] [ ............................ ] [ 두 박스나 있잖아, 양파즙은 내가 부탁한 거야. 그렇지 않아도 바쁜 언니가 경동시장까지 가서 한국산 쥐포를 찾았는데 없었대..당신 한국산 아니면 안 먹잖아..그래서 서운할 까봐 과자를 넣은 거야] 내가 부가설명을 했지만 좀처럼 미동하지 않았다. 그런 다음날, 블로그 이웃님이 소포를 보내주셨다. 크리스마스 장식과 함께 과자,쥐포와 문어다리를.. 2016. 12. 5.
일본의 미혼여성이 결혼하지 않는 진짜 이유 협회 회원인 나오미 상(가명)은 한국에 관심이 많은30대 후반의 아가씨다. 내가 한국인이란 걸 알던 날부터같이 술 한 잔 하고 싶다는 제의를몇 번 했지만 서로 스케쥴이 맞지 않았다. 오늘도 내게 말을 걸어왔고사무실 근처에 있는 파스타전문집으로 자리를 옮겨 식사를 함께했다. 그녀는 자신이 최근에 봤던 드라마 [태양의 후예] 얘기부터 시작했다.몇 년 전, 늦은 시간대에 위성방송에서 방영되는 [호텔리아]라는 드라마를 처음 보고 너무 재밌어 그 때부터 한국 드라마에 빠지게 되었다고 했다. 꽤 유명한 제약회사에 다니고 있는 37살의 그녀가 사는 곳은 긴쟈(일본에서 제일 땅값이 비싼 곳)의원룸이고 귀여운 애완견과 고양이를 키운다고 했다.[ 나오미 상, 피겨스케이팅 아사다 마오하고많이 닮았단 소리 듣죠?][ 아..... 2016. 12. 3.
남편의 다이어트를 망치는 못 된 습관 [ 깨달음씨, 식사하세요 ][ ...................... ][ 식사~~][ ...................... ]아무소리도 없길래 깨달음 방으로 가까이 가보는데 문틈에서 이상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문을 가만히 열고 봤더니윗몸일으키기를 하면서 끙끙 대고 있었다.[ 뭐 해? ][ ...................... ][ 언제부터 한 거야?][ 말 시키지마,,지금 힘들어...]그렇게 10분쯤 지났어도 방에서 나오질 않기에다시 가봤더니 이번에는 의자에 앉아서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고 있었다.이마에 땀을 찔찔 흘리면서...[ 아침식사 안 할 거야?][ 좀 더 해야 돼...5분만 기다려..] 늘 그렇듯 한국에 다녀오고 나면깨달음 체중은 2키로가 늘어있다.내게 굳이 말을 하지 않지만 난 다.. 2016. 12. 1.
일본 시어머니께 배우고 싶은 것 [ 어머니, 잘 받았어요. 근데 왜 보내셨어요,,안 보내셔도 되는데, 날도 추워졌는데..][ 응,도착했나보네, 늦게 보내서 미안하구나,좀 일찍 보냈어야했는데...][ 제가 괜찮다고 말씀 드렸는데...][ 케이짱에게 해 줄 게 그것 밖에 없어서,,][ 무슨 그런 말씀 하세요..죄송하게..][ 우리는 매달 맛있는 거 많이 받잖아그래서 조금이라도 케이짱이 좋아하는 거 보내주고 싶어서.... ][ 정말 괜찮은데.....][ 맛은 괜찮지? 내가 맛을 봤더니 달긴 달던데 ][ 정말 달고 맛있더라구요, 근데, 다리도 아프신데 직접 가신 거에요?][ 응, 내가 먹어봐야 알 것 같아서... 맛있다고 하니 다행이네... ] 시어머니가 감을 한 박스 보내셨다.내가 감을 좋아하는 걸 아시고3년전부터 매해 보내시긴 하는데시댁 .. 2016. 11. 28.
일본 장례식의 부조금과 답례품 깨달음 선배의 아버님이 돌아가셨다. 2년전부터 아버님을 돌보기 위해 시골로 내려가 생활을 했는데 실은 두 달 전에 아버님이 돌아가셨다고 한다. 우리와 서울에서 술잔을 기울릴 때는 이미 49제를 마친 상태였다고 했다. 전혀 알지 못했는데 어제 모임에서 만난 선배가 깨달음에게 아버님의 부음을 알렸다. 장례식도 가족끼리 간단히 모두 끝내고 지금은 많이 차분해졌다고 담담히 얘길 하더란다. 왜 이제 알려주냐고 물었더니가족들 모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던 차였고 굳이 알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단다. [ 부조금은 드렸어? ] [ 아니, 필요없다고 그랬어 ] [ ...................] [ 필요없다고 해도 드려야지.. 당신이 제일 좋아하고 친한 선배잖아 ] [ 그래서 준비했는데 절대로 안 받는데.... 2016. 11. 25.
애국가가 이렇게 슬픈지 몰랐습니다 지난 주말 오후, 잠시 커피숍에 들러 차와 샌드위치를 시켰다.실은 결혼기념일이 한달이나 지났는데 올해도둘이 서로 모르고 그냥 넘어갔다가쇼핑이라도 하자며 밖에 나와깨달음 옷을 사고 잠시 쉬러 들어온 것이다. [ 왜 당신은 아무 것도 안 사?][ 응,,필요한 게 없어,,][ 이상하네..여름부터 당신 뭐 안 샀잖아,,][ 응,,늙었는지 물욕도 없어졌어,]내 말을 듣던 깨달음이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재차 물었다.[ 왜 물욕이 없어진거야? ][ 그냥, 필요한 게 없어,,웬만한 건 다 있고,,굳이 산다면 차나 한 대 살까? 근데,,차가 필요했으면 진작에 샀겠지..][ 정말 살 것 없어? 가방 같은 거.][ 응,,정말 아무것도 없어,,] 그렇게 난 코코아를 마시며 잡지를 보고 깨달음은 경제신문을 열심히 읽고 있었다... 2016. 11. 23.
일본관광객들이 서울에서 하고 싶은 10가지 저녁을 먹은 깨달음이 모여행사 신문광고를 가져와서 혼잣말을 하며 읽고 있었다.[ 서울이 2만엔(약 20만원)에 호텔까지포함해서 갈 수 있어..너무 싸다..롯데호텔인데도 4만엔이면 묵을 수 있어,,,왜 이렇게 싸지? 테마에 맞춰가면 이렇게 싸구나,,,뮤지컬 [BIBAP] 이 뭐야? ][ 몰라,,,][ 난타 같은 건가,,사진이 난타 같은데..,]'비밥'은 비빔밥과 비트박스, 비보이를 줄인 말이고여가수 2명과 비보이 2명, 비트박스 전문가와 셰프들이 무대 위에서의 공연하는 거라고얼른 검색해서 알려줬다. [ 그럼 비빔밥이 조금 나오는 건가?][ ......................... ][출처] 뮤지컬 "BIBAP"|작성자 예진 이 여행사에는 서울에서 하고 싶은 것을 10가지로 뽑아 각 테마에 맞춰 투어스.. 2016. 11. 21.
홀로 계신 부모님께 해드릴 수 있는 것 전주 한옥마을에서 광주로 돌아오는 길 우린 병원에 들렀다.큰 언니 시어머님이 계시는 암요양병원이였다.병원에 들리기 전에 먼저 시어머니 아파트에서필요한 속옷들을 챙겨 병원에 향하던 길엄마가 차 안에서 서럽게 우셨다.“ 아무도 없는 썰렁한 아파트에 들어간께기분이 요상하고,,꼭,,내 모습을 본 것같아서 너무 슬프더라,,늙어서 병들어 이제 죽을 일만 남았다고생각헌께 징하게 서럽고, 니기 시어머니 마음을생각해본께 얼마나 억울하고 기가 막히실까말도 다 못할 것인디...,,,” 한 번 터진 엄마의 슬픔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앞자리에 있던 깨달음이 걱정스런 눈으로엄마와 함께 울고 있는 큰 언니를 번갈아 쳐다봤다.병원에 도착했더니 마침 저녁식사시간이여서우리는 그냥 대기실에서 기다리고엄마와 언니가 병실로 들어갔다. 그렇.. 2016. 11. 19.
남편의 서운함을 달래줄 길 없다 우리가 일본으로 다시 돌아오던 날 오전,엄마와 깨달음은 박스에 배즙을 담았다. [ 더 필요한 거 없냐? ][ 응,,없어..엄마 ][ 깨서방이 좋아하는 저 과자도 넣으끄나?][아니,,넣지마,,괜찮아..]엄마가 깨서방 주려고 사다 놓은 초코파이와 몽셀통통을 말하는 것이였다. 엄마가 이렇게 수고를 해주시는 건우리가 배즙을 가져가기엔 무겁다는 이유도 있고이것저것 챙겨 넣고 싶어서이기도 하다. 그 소포가 오늘 도착을 했고깨달음이 부푼 마음으로 박스를 열어하나 하나 꺼내면서 당황한 기색으로내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나는 그 눈빛이 뭘 얘기하는 줄 알고 있었다. 배즙, 대추, 마른 칡, 라면, 누룽지, 새우젓, 창란젓, 김이 들어있었다.[ 오메,,오메...어푸소(없어)...... ][ 없어? 뭐가?] [ 과자..... 2016. 11. 16.
외국인 사위,이런 사위 또 없습니다 서울에서 선배와 늦은 술자리를 했던 우린 술이 덜 깬 상태로 광주행 케이티엑스에 몸을 실었다.나는 그럭저럭 괜찮았지만깨달음은 아침까지 얼굴이 빨간 상태여서술을 깨기 위해 물과 커피를 연거푸 마셔야만 했다.집에 도착했더니 엄마와 큰언니가 반겨주었다.해장을 하기 위해 바지락 칼국수를 먹겠다는깨달음의 요청에 따라 바로 시장으로 향했다. 자기 것을 먹으면서도 언니의 동지죽과 내 떡만두국을 번갈아 떠 먹고나서야얼굴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반찬거리를 사고 집으로 돌아와 우리는 김치 담그는 작업에 들어갔고깨달음은 기분 좋게 거실에서 리모콘을 옆에 놓고세상에서 제일 편한 자세를 하고 있었다. [ 나 은행 가는데 같이 갈까?][ 아니, 집에서 테레비 볼래 ][ 과자 사 줄게 ...][ 아니, 테레비가 더 재밌어 ][ 혼자.. 2016. 11. 14.
한국의 촛불집회를 직접 본 일본인의 마음 호텔에 캐리어를 던져놓고 세종문화회관까지 단숨에 달려 도착한 시각이 7시 30분이였다. 밀려오는 허기를 달래야하는데 마땅히 먹거리를 찾지 못한 채 서서 커피와 도넛으로 저녁을 대신하는데 깨달음은 뒤쪽 아줌마가 먹고 있는 김밥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스탭의 안내에 따라 우리 좌석에 앉자마자 문화시설의 첨단화에 놀랐다며 연신 감탄을 하면서 여기저기 꼼꼼하게 사진을 찍었다. 공연이 시작되고 맨발로 등장한 이 은미씨의 첫곡은 녹턴이였다. 노래가 끝나기가 무섭게 박수를 치는 깨달음 눈에 눈물이 고여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귀엽다면서 점점 더 좋아진다고 입이 귀까지 걸린 채로 기쁨을 주체못했다. 박수와 함성으로 휴식없는 2시간 15분의 열성적인 라이브가 끝나고 앞 줄에 앉아 있던 우리들 곁으로 마지막 곡인 [애인 있.. 2016. 11. 10.
일본에서 한국 자녀를 키우는 고충 “언니, 오랜만이에요. 몇 년만이지? 2년? 아니 3년만인가? 진짜 오랜만이다. 잘 계셨어요?” “응……. 네 블로그는 잘 보고 있어.” “아, 그래요? 잘 계시죠? 근데 무슨 일이세요?” “그냥, 네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무슨 일 있으세요?” “아니, 그냥……” 언니의 목소리가 갑자기 젖어들기 시작하더니 잠시 침묵이 흘렀다. 분명 또 외롭다거나 너무 힘들다는 얘기를 할 것 같은 예감이 스쳤다. 일본인 남편과 결혼해서 올해 25년째인 영은(가명) 언니는 내가 기숙사 생활을 할 때 우리 기숙사 맞은편 아파트에 살던 언니다. 기숙사에 한국인 학생들이 사는 걸 알고 친해지고 싶어서 우리 기숙사를 기웃기웃거리다가 나와 알게 된 것이다. 내가 기숙사를 떠난 뒤에도 언니는 가끔 연락을 했는데, 몇 년 전 .. 2016. 11. 8.
일본인들이 바람을 피우는 이유 대학원 동기들의 모임이 있었다. 4명은 여성, 2명은 남성으로 구성된 이 모임은 그 날 사정에 따라 서로 안면이 있는 후배를 데리고 와도 무방하고, 남친이나 여친, 아니면 부부동반도 괜찮은아주 편한 오픈된 만남이기도 하다. 이 날은 남자 4명, 여자 4명, 모두 기혼자들이 함께 했고, 같이 참석한 후배의 결혼식에 관한 얘기를 할 때였다. 후배의 새신부에 얘기를 하다가 원래 결혼하려고 했던 옛여친이 바람을 피어 지금의 아가씨와 결혼을 하게 되었다고 자기가 옛여친에게 당한 [바람]을 상황극을 재현하듯 상세하게 설명해줬다. 사귄지 2개월부터 동거를 시작했고 1년쯤 지나 결혼 얘기가 오갈 무렵부터 여친의 태도가 이상했단다. 심증은 가는데 물증을 잡을 수 없어 전전긍긍하다 여친에게 탐정을 붙혔는데 아니나 다를까 .. 2016. 11. 4.
못다 부른 아빠 이야기 아빠가 치매 진단을 받은 건 16년전이었다. 내가 일본 유학을 오기 전 마지막으로 모시고 갔던 병원에서 치매 진단을 받았다. 유학생활을 하면서 해마다 한 번씩은 한국에 가려고 했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아빠가 병원 신세를 지게 된 건 진단을 받고 8년 후였다. 한국에 갈 때마다 병실에 누워 계시는 아빠 얼굴에 내 얼굴을 갖다 댔는데 어느 날 부터인가 아빠가 싫어하셨다. 그래도 난 사랑에 굶주린 아이처럼 아빠의 볼을 만지고 아빠의 이마와 귓가에 뽀뽀를 해드렸다.“엄마, 아빠 냄새 그대로다.”“그대로냐? 오늘 샤워도 안 시켰는디 냄새 안 나냐?”“응, 지금 아빠 냄새가 너무 좋아.”어릴 적에 맡았던 아빠 냄새가 병상에 계셔도 그대로인 게 신기할 정도였다. 우리 아빤 술, 담배도 못하셔서 친구들과 어울려 .. 2016. 11. 1.
일본에 울려 퍼지는 김 덕수 사물놀이 집에서 전철을 타고 한 시간을 달린 뒤,고마가와 (高麗川)역에 내려 바로 택시에 올라탔다.목적지를 말하자 기사님이 묻는다. 고마신사(高麗神社)에 관광버스가 몇 대나들어가고 손님들도 오늘 따라 그곳을 많이 찾는데 무슨 날이냐고....지난 주, 우리는 사물놀이를 보기 위해사이타마에 있는 고마신사(高麗神社)를 찾았다.김덕수 사물놀이 팀이 30년만에다시 찾아 공연을 하는 뜻깊은 행사였다. 택시에서 내리자 꽹과리와 장구소리가주차장에 울려 퍼졌고우린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신사를 향해 달렸다.10월 마당 사이타마민단제라 적힌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모이신 분들, 관계자들이 재일동포임을 알수 있었다. 고려신사(高麗神社)는 고구려출신 약광 (若光)을 제신으로 모신 신사이다.668년 고구려가 멸망한 후 고구려인들이 쫒기.. 2016. 10. 30.
일본의 재난용 배낭을 열어보니 지난달 9월1일은 방재의 날 (防災の日)이였다.태풍이나 쓰나미 지진등의 재해를 재인식하고그에 대응하는 마음자세와 재해예방의식을 높이며 방재훈련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날이다.우린 이날 재난용 배낭을 주문했다.주문당시, 인기상품이다보니배달까지는 3개월이 걸린다는 조건이 있었지만일단 주문을 했었다.동일본 대지진 이후, 우리 부부가 준비해 둔비상용 배낭이 하나 있기 때문에 3개월이 걸린다고 해도 그리 조급하진 않았다. 배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또 주문한 까닭은 요즘들어 지진이 잦아져서 각자 하나씩 챙겨 두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그 배낭이 드디어 오늘 도착했다.세 달 걸릴거라 했는데 두 달 만에 받아 볼 수 있었다. 품목이 표기된 종이엔 유통기간도 적혀있었다.우리가 주문한 것은 왼쪽 1인용 배낭이였고가격.. 2016. 10. 27.
드디어 그녀를 만나러 한국에 갑니다 맛사지팩을 꺼내 익숙한 손놀림으로톡톡톡 얼굴을 다독거리는 깨달음이 은근 얄미웠다.가을 햇살에 얼굴이 그을렸다며 지난 주부터 맛사지를 했는데 오늘 맛사지는깨달음에게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였다. 저녁을 먹고 판스틸러라는 새로운 형태의 국악방송을 보고 있을 때였다.한국에 언제쯤 갈 것인지 얘기를 하다가11월 18일날로 서로의 스케쥴을 맞췄다.이번에는 엄마를 모시고 전주 한옥마을에 다녀오고무얼 먹을 것인지 한옥마을 근처 맛집을 검색을 하다가 전주에서 이 은미씨 콘서트를 한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걸 말했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잘 됐다며 보러 가자고 했다.그래서 바삐 검색을 하고 예약을 하려는데좌석이 없었다. [ 좌석이 없어...완전 뒷자리 몇 개 남았어..][ 오메 오메..][ VIP석이 하나도 안 남았어..].. 2016. 10. 23.
한국 시장에서 남편이 보았던 것 지난, 5월 엄마와 함께 다녀왔던 여수에서 사 온 쥐포가 두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그 동안 냉동실에 넣어두고 아끼고 아껴 먹었던 깨달음이 오늘은 마지막으로 남은 쥐포를 구워달라고 했다. 예정대로라면 한국에 가서 또 몽땅 사 올 생각이였는데 그러질 못하니그냥 포기하고 먹기로 한 듯 했다. [ 맛있지? ] [ 응, 역시, 한국산 아니면 안 돼! 좀 비싸도 맛이 이렇게 다르잖아, 진짜 맛있어... ] 우린 한국에 갈 때마다 재래시장에 들른다. 사야할 물건이 있어서도 하지만 나도 그렇고 깨달음 역시 시장가는 걸 좋아한다. 시장에 할머니들이 나물들을 바구니에 올려놓고 열심히 다듬고 있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찡해 온다고 한다. 시금치도 깨끗이 정리해서 가지런히 놓고 완두콩도 까서 예쁘게 한 그릇 올려 놓고 머리에 .. 2016. 10. 19.
남자들도 실은 많이 외롭다 매주 수요일이면 깨달음은 출장을 간다.호텔 건설이 도쿄뿐만 아니라 나고야, 교토에있다보니 매주 출장을 떠나야한다.아침 첫 신칸센을 타고 가서 오후 6시쯤에도쿄에 다시 돌아오는 스케쥴이다.그런데 이번 주에는 미팅이 잡힌 것도 있고 지난번 직원의 실수가 신경이 쓰였는지본인이 직접 확인하기 위함이였다.그리고 이렇게 본인이 출장 옷가지를 챙긴다.내가 사진을 찍었더니속옷까지 찍을 거냐고 날 한 번 쳐다봤다. 그렇게 깨달음은 출장을 떠나고후지산을 통과중이라는 카톡이 오전에 한 번 왔는데 도쿄에 도착할 무렵쯤에[외롭다]는 한 단어와 함께 이모디콘을 보내왔다. 며칠 전부터 약간 분위기가 이상하다했더니드디어 자기 기분을 솔직히 털어놓은 것이다.이대로 넘어가선 안 될 것 같아서역으로 나가겠다고 했더니 알아서 하란다.적당한.. 2016. 10. 17.
일본 사우나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대화 [ 아직도 온탕에 들어가 있어? 오늘 따라 유난히 오래있네.. ][ 왜? 그냥 모른척 하면 되잖아.][ 싫어,,저 여자 얼굴도 보기 싫단 말이야,,,][ 그래? 잠깐만 내가 한 번 내다 봐 볼게 ][ 더워서 죽겠어, 땀을 너무 흘렸는데,,나가고 싶어도 저 여자와 마주치는 게 너무 싫어 ][ 그 때 그 일 때문에 그래? ][ 응,,얼마나 어이가 없었는데..그 뒤로 나한테 사과도 안 했어..그래서 더 싫어..][ 아, 나갔다, 탕에서 나갔어, 안 보여~]내가 다니는 스포츠센터는 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이곳으로 이사를 온 후로도 난 제일 크고 시설이 괜찮은 스포츠센터에 등록을 했다.오늘 사우나실에서 보고 들은 모습은 내가 8년을 살았던 옛 동네 스포츠센터 사우나실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고 대.. 2016. 10. 15.